어느 작품을 비판하고자 할 때 한 장르에 있어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랑 비교를 해본다면, 해당 작품이 무엇이 부족하고 어느 부분에서 만족스럽지 않은지 지적할 부분이 명확해집니다. 그렇기에 '오빠 왔다'를 그림이 너무 허접하다, 혹은 분량이 너무 적다 라고 비판한다면 상대적인 영역의 문제, 취향의 문제로 흘러갈 공산이 큽니다. 제가 볼 때 이 작품은 크게 완성도가 높아 보이지도, 작가가 작품에 성의를 보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주원인을 찾자면, '오빠 왔다'의 개그 패턴은 심하게 똑같다는 겁니다. 이 작품을 일상툰으로 분류해도, 4컷 개그만화로 분류해도 작가가 전혀 고민 없이 만화를 그리는 티가 크게 납니다.

<그림 가지고 따진다면 가장 자유로울 수 없는 작가는 바로 이 분일 것이다>

보통 4컷(개그)만화가 소재의 중첩을 피하는 방법은 다양한 캐릭터를 맞부딪혀 생기는 소소한 갈등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A는 깐깐하지만 B는 털털해, C는 똑똑하지만 D는 멍청해, E는 이쁘지만 F는 평범해, 이런 식으로 개성을 부여하고 어느 상황에 캐릭터들만 대입하면 알아서 그 설정에 따라 행동하는 캐릭터들의 충돌이 분명히 일어납니다. 아즈망가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곽백수의 가우스 전자는 회사라는 배경 아래에서 주인공들이 여러 상황을 겪고 서로 부딪히며 개그포인트를 이끌어냅니다. 그러나 '오빠왔다'는 어떤가요? 오빠와 여동생 빼고는 다른 캐릭터가 아예 나오지도 않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변명할지도 모르죠. "이건 오빠와 여동생 관계의 일이 주가 되는 만화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이런 만화라도 그리겠다는 말인가? 오빠물이라도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하며 각자의 스토리 노선을 구축하는 것이 기본이다>

다른 캐릭터를 만들기 귀찮다면 오빠와 여동생에게 여러 가지 속성을 설정하면 됩니다. 혹은 그 배경이나 상황을 다른 걸로 설정하던지요. 그런데 작가 모나는 패턴을 바꿀 생각이 없나봅니다. '오빠가 여동생을 골탕먹인다 -> 여동생의 썩소'라는 연출 하나로 9회나 울궈먹는 저력을 발휘합니다. '맞아 우리 오빠도 저런데 크크크크크' 하며 웃는 것도 한두번이지, 도대체 어느 누가 "오늘은 오빠라는 인간이 나한테 이랬어~" 라는 똑같은 이야기를 9화나 참을성 있게 들어줄까요? 대부분의 배경은 집으로 한정되어있고, 오빠라는 사람은 늘 여동생에게 쌩떼, 심술을 부리고 여동생은 어이없는 표정을 짓습니다. 오빠의 골탕이 예상 범주를 크게 벗어날 만큼 새롭지도 않고 이전의 에피소드와의 차별점도 없습니다. 짚신벌레가 세포분열하듯, 아주 약간의 소재만 바꿔서 똑같은 이야기가 또 나오고, 그렇다고 그것이 추후의 에피소드로 발전될 가능성도 없습니다.

<비슷한 소재도 캐릭터의 힘을 빌리면 이렇게 때깔이 좋아진다. 누나와 남동생간의 트러블을 그린 '저의 친누나를 소개합니다' 작가는 치토세> 



인물과 배경이 극히 협소하고 고정되어 있으니 개그의 흐름 또한 단조롭습니다. 아즈망가 대왕(자꾸 예로 들기 미안하지만)은 그 다양한 인물들을 가지고도 웃음 포인트를 배치하는 곳이 정말 다양합니다. 세번째 컷에 웃게 만들고 네번째 컷에 여운을 남기는 패턴, 첫번째 컷에서 웃기고 마지막 컷에서 다시 웃기는 패턴, 두번째 컷부터 마지막 컷까지 웃기는 패턴, 마지막 컷에서 웃기는 패턴 등등 작가가 의도적으로 완급을 조절합니다. 그러나 오빠왔다는 세번째 컷에서 오빠의 엉뚱한 짓 -> 네번째 컷에서 여동생의 황당한 리액션 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되기 때문에 독자는 자연히 어느 부분에 웃음 포인트가 깔려있겠구나 예상이 가능합니다. 마지막 즈음에 포인트를 두고 웃음을 이끌어가는 것은 정석입니다만, 이렇게 하나의 패턴을 밀고 나가는 작품들은 대개 소재의 다양성에서 작품이 단조로워지는 것을 예방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런 안전 장치도 없이 원 패턴 개그를 하나의 호흡으로만 밀고 나가니 읽는 사람은 당연히 "또?" 라고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요.

<데자뷰인가? 총 15개의 에피소드 동안 반복되는 엔딩패턴이다>

이렇게 이야기가 허술하니 독자들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오빠왔다'에 대한 비판은 "(개그만화가 웃기지도 않으면서) 그림도 허접하고 분량도 너무 적다." 고 나오는 거지요. 매 화마다 한 에피소드씩을 추가해도, 채색을 하고 음영도 넣고 인물을 조금 더 정교하게 그려도 '오빠왔다' 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을 겁니다. 결국 이야기 구조의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부수적인 요소에 아무리 변화를 준다고 해도 작품의 흥미를 올려주지는 못할 것이니까요.

<그림은 허접하지만 일본에서 제일 웃긴 만화가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는 니시모리 히로유키의 작품을 좀 공부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마지막으로 저는 네이버 웹툰에서 정당한 비판을 악플로 몰아가는 요즘의 추세가 조금 걱정됩니다. 작품이 유료이건 무료이건 재미있는 것은 재미있는 것이고, 재미없는 것은 재미없는 것이죠. 어떤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돈 안내고 보는데 이 정도면 감지덕지해라 - 라는 의견은 돈으로 작품의 가치를 평하는 천민자본주의일뿐, 올바른 생산자의 태도도, 소비자의 태도도 아닙니다. 자신이 받는 원고료가 얼마가 되었건, 모든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은 독자와의 약속, 양질의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책임감을 넘어서, 자신의 피조물에 대한 창조주의 의무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