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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20 02:33:55
Name 시아
Subject [일반] 너무 예쁜 고양이를 그냥 보냈습니다
방금전 친구와 노상에서 맥주 한 캔씩 까고 들어오는 길입니다.
친구와 저는 보통 술마실때 안주를 잘 먹지 않는 편이라
꽤 나이를 먹은 지금도 노상을 즐깁니다. 날씨가 좋을때는 과자 한 봉지 사서 밖에서 술마시는 것도 기분이 좋거든요.

공원 벤치에서 술을 마시는데 웬 길고양이가 냥냥 하면서 다가오더라구요.
계속 애교부리면서 앵기더니 근처에서 가질 않더라구요.
여기가 영역이라서 도망 안가나 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안아 올렸는데 반항도 하지 않고 애교를 떨더라구요.
술은 이미 뒷전이고 고양이랑 놀아주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급기야 나중엔 제 품에서 그냥 잠이 들었습니다 ㅠㅠ
아무리 봐도 사람 손 탄 고양이가 분명해 보였어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와서 앵기는 거하며, 하얀 고양이인데도 꽤나 깨끗하더라구요.
고양이가 원래 깨끗하긴 하지만 먼지도 안 타고 너무 깔끔하더라구요 ㅠㅠ
친구랑 그 공원에서 꽤나 술을 자주 마시는 아지트 같은 곳인데 그렇게 사람 잘 따르는 고양이는 처음 봤습니다 ㅠㅠ
주변에 길냥이가 꽤 많은 편이거든요.

품에서 잠든 고양이를 보면서 도대체 얘를 어찌해야하나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분실냥일지도 몰라! 하면서 구글에서 검색질을 하고 혹시 전화받는 센터가 있을까 하고 몇 군데 전화를 했더랍니다.
물론 한군데도 전화를 받지 않더라구요 ㅠㅠ 혹시 받을지도 몰라 하면서 막 걸었지만 예상대로였어요 ㅠㅠ
저같은 경우는 부모님이 동물과 안좋은 추억이 있으셔서 애완동물이라면 질색팔색하시는 데다
친구같은 경우는 오랫동안 키우던 강아지가 늙어서 ㅠㅠ 죽은 뒤에 어머님이 너무 상심하셔서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선언하셔서
둘 다 데리고 있다가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ㅠㅠ
한참을 공원에서 고민했는데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 결국 벤치에 잘 눕혀주고 돌아서는데
깼는지 냥냥거리면서 따라오더라구요 ㅠㅠ 으 정말 돌아서 오는데도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찻길까지 따라오길래 다칠까봐 쫒아 보내는데 정말 미어지는 기분이었어요...

사람 손 탄 괭이가 분명한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게 너무 속상하더라구요....
무슨 사연이 있어서 길에서 살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똘망똘망한 눈이 생각나요.
그렇게 내려놓고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제가 너무 미웠습니다.
어떻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방법이 없는 것도요...
24시간 쉘터만 있었어도 그리 보내는 건데.. 지금도 아직도 고양이가 막 생각나네요 ㅠㅠ 해줄 수 없는게 없어서 너무 속상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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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3/05/20 02:40
수정 아이콘
외출냥일 가능성도 있으니 너무 상심마세요.
13/05/20 02:42
수정 아이콘
괭이가 그냥 나오는 경우도 있나요? 주변이 전부 아파트거든요..
진짜 외출냥이인거면 좋겠습니다 ㅠㅠ 아.. 아직도 마음에 너무 걸려서요 ㅠㅠ
절름발이이리
13/05/20 02:44
수정 아이콘
풀어 키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시에선 상대적으로 드문 건 맞지만요.
13/05/20 02:47
수정 아이콘
그런 거면 너무 좋겠네요 ㅠㅠ 차라리 그런 거라고 믿고 싶네요 ㅠㅠ
절름발이이리
13/05/20 04:12
수정 아이콘
몸 상태 깨끗하고 사람 따르는 걸 보면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길거리 생활 며칠만 해도 더러워지는지라..
13/05/20 02:42
수정 아이콘
글 내용과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지만, 길고양이에게 무언가를 베풀고자 한다면 그건 결코 일회성 선심이어선 안 된다는 걸 얼마 전에 깨달았습니다.
아주 가족으로 들이던지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만일 그 정도의 각오가 없으셨다면 차라리 보내는 게 잘하신 선택일 수 있습니다.
13/05/20 02:47
수정 아이콘
초등학생일때, 동생이 친구네 집에서 아주 어린 강아지 한마리를 분양받아 온 적이 있었어요. 푸들이었지요.
그때 뒤로 넘어갈듯이 기절하시던 어머니와 개털 알러지;가 발병하신 아버지만 아니셨어도
진지하게 제가 키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참치캔이라도 하나 놔주고 올까 하다가 그게 좋은건지 몰라서 결국 돌아섰습니다.
생각해보니 결국 그런 고양이가 생기게 된 것도 인간의 이기심 때문일텐데 고양이가 뭔 죄가 있어서 그럴까 싶더라구요.
군인동거인
13/05/20 11:17
수정 아이콘
푸들은 털이 거의 안빠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설하보이리뉴
13/05/20 17:58
수정 아이콘
푸들 털이 거의 안빠지는건 사실입니다만,
알러지가 심각하면 털이 빠지지 않더라도 일단 그 개와 함께 한다면 증상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문재인
13/05/20 02:49
수정 아이콘
간택 당하셨네요.
길고양이 중에 사람과 친화력 좋은 애들도 잘 얻어먹고 잘 사니 오늘 만난 고양이는 이뻐서 누군가가 데려갔을 거에요.
너무 걱정 마시길.
13/05/20 02:55
수정 아이콘
네 ㅜㅜ 제가 맘에 든건지 저한테서 떨어지질 않더라구요 ㅠㅠ
꼭 키울 수 있는 누군가 데려갔으면 좋겠어요
많이 예쁨 받을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13/05/20 03:43
수정 아이콘
저는 그런 냥이에게 마음을 뺏겨 이미 두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만신창이가된 방문을 보며 왜 내가 이녀석들을 거뒀을까 후회도 하지만..(박스를 갖다줬는데 왜 문짝을 긁니 ㅠㅠ)
퇴근하고 집에 들어올때 제 다리에서 떨어질줄 모르는 이녀석들은 제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지요.

개냥이 성격이면 가장 걱정되는게 냥이 싫어하는 사람한테걸려서 해코지 당하는건데
그런일 없이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히히멘붕이
13/05/20 04:20
수정 아이콘
와..부럽습니다ㅠ 길냥이들은 제 발소리만 들어도 도망가던데ㅠㅠㅠ 아마 그렇게 넉살좋은 놈이라면 어디가서도 사랑받으며 잘 클겁니다!
13/05/20 04:26
수정 아이콘
저는 고양이들을 풀어서 키우는 편이에요. 마당이 넓고 현관에 고양이들 집을 따로 만들어놔서 종종 마당에서 노는편인데요.
한번은 집앞 슈퍼를 가는데 고양이들이 따라오길래, 적당히 오다가 집에가겠지 했는데, 슈퍼에서 일을보고 집에오니 고양이가 없는거에요
몇시간을 기다려도 고양이가 안보이길래 혹시 길을 잃은건 아닐까... 싶어서 동네를 쥐잡듯이 찾아봤는데 알고보니 슈퍼앞에 있는 큰 나무위에 뛰어올라가 있더군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줄 알았어요. 전 고양이가 그렇게 큰 나무위로 순식간에 올라갈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이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길에서 고양이들을 볼때마다 다 누가 잃어버린 고양이들같고 막 그래요 ㅠㅠ

혹시 그때 보셨던 고양이의 몸집이나 꼬리는 어땠나요 ? 보통 음식을 잘 못챙겨먹는 길냥이들은 안좋은 음식을 먹어서 몸이 비대하고 꼬리가 짧은편인데...
마해보입시더
13/05/20 05:02
수정 아이콘
저희 학교 후문길에 길고양이가 많은데 사람들이 먹을거를 너무 줘서 길고양이인데도 다 사람을 따라요..ㅜㅜ
김티모
13/05/20 08:46
수정 아이콘
저같은 경우 지금 키우는 첫째가 저한테 세번 와서 부볐습니다. 첨엔 쮸쮸만 하고 보내고 두번째는 한번 더 만나면
너는 내 운명이겠구나 싶었고 세번째 만났을때 데려왔죠. 2주 걸렸습니다. 지금도 집에 돌아오면 발랑 뒤집어져서
애교를 부리는걸 보면 2주간 고민 끝에 20년을 각오하고 그때 안아들었던게 참 올바른 선택이었구나 싶습니다.
리니시아
13/05/20 09:00
수정 아이콘
지금 키우는 강아지가 7년되었네요.
아는 동생이 길가에 위험하게 돌아댕기길레 당시 혼자 살던 저한테 대려오더군요.
동물 병원 대려가보니 3일안에 주인 안나타나면 안락사 시킨다고...
그렇게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잘 키우고있습니다.
사실 지금 저보다는 저희 가족이 더 좋아해서 다행이지만.. 10년 넘게 키우려는 생각 없으면 잠깐 가슴아프더라도 포기하는게 더 나을수도 있습니다..
대답 안해?
13/05/20 09:40
수정 아이콘
집이 과일가게를 하는데 부모님이 쥐가 좀 있는 것 같다고 끈끈이를 놓았어요
어느 날 새벽에 라면 끓여 먹으러 가게에 나갔더니 끈끈이에 쥐가 붙어있는데 자세히 보니깐.. 이게..헉?..쥐가 아니네..
새끼고양이였습니다..굉장히 많이 놀랐어요..
끈끈이의 위력이 대단해서 잘못하면 눈알 튀어나오고 할까 봐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때놓은 후에 털에 묻은 걸 제거하러 24시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더니
9만 원을 달라네요 울 뻔 했습니다..
그렇게 병원에 맡기고 돌아온 후 다음날 찾으러 가서 사료랑 간식이랑 사와서 가게에서 기르자고 박스에 넣어뒀는데..
한참 후에 가게에 나가보니 고양이가 없었어요.. 아버지가 동물을 굉장히 싫어하시는데 너무 시끄럽다고 저희집 마당에다가 사료랑 같이 풀어주셨다네요. 사료도 잘 먹고 잘 뛰어다니는걸 보면 아주 새끼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풀어주는건..버린것과 마찬가지죠.
저 역시 동조한 것과 마찬가지이고요.한참을 신경 쓰지 않았으니..

죄책감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10일 정도 전에 저희 집 마당에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더라고요.
신기해서 오다가다 구경을 했는데 어미가 불안했는지 새끼들을 데리고 이동을 했는데..
새끼 한 마리를 남겨두고 갔네요..아직 어미가 이동 중이라 데리러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하루정도를 기다렸는데 안 데려가더군요..
이번 새끼고양이는 태어난 지도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정말 작은 새끼라서 이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아서,
만약 저 자리에서 그대로 죽기라도 한다면 저도 죄책감에 같이 죽을 것 같아서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데려와서 일단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를 좀 받고..
분유랑 젖병이랑 케이지를 샀더니 돈이... 울 뻔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동물을 끔찍이도 싫어하셔서 저희 집에서는 키울 수가 없고,여자친구에게 키워줄 사람을 찾아달라고 했더니,
자기는 개 두 마리를 키워서 못 키우고 알아봤더니 아는 동생의 사촌이 키우고 싶어한다고 거기로 보내자고 하더군요.
잘됐구나. 그렇게 하기로 하고 보내기 전 2일 정도를 여자친구가 맡아서 돌보는데 새끼고양이에게 모성애를 느끼는지,
자기 방에 울타리를 쳐서 집도 만들어주고, 끔찍이도 아껴줬어요.
그렇게 2일을 돌본 후에 떠나보냈습니다..

해피엔딩...인데..
여자친구가 우네요 고양이 보고 싶다고.. 흐미..
영원한초보
13/05/20 12:37
수정 아이콘
제가 고양이 풀어서 키우는 사람입니다.
일부러 내보내는 건 아닌데 원래 길고양이 출신이라서 집안에만 있으면 답답해 할 것 같아서
그리고 못나가게 하는 것 만큼 제가 얘한테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그런데 우리집 고양이는 겁이 너무 많아서 첨 보는 사람 오면 무조건 도망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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