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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06 11:21:35
Name DC 하는 준구씨
Subject [일반] 쿼바디스, 한국경제 -정태인-
정태인(민주노동당 서민지킴이본부장)

벼랑에서 떨어지기

2007년 말, 우리 국민은 이명박후보를 선택했다. 87년 이래 20년간 경험했던 짜릿한 흥분이나, 혹시나 하는 애태움도 없었다. 국민은 어정쩡한 ‘좌파 신자유주의’를 버리고 명실상부한 ‘토건형 신자유주의’에 희망을 걸었다. 절망의 구렁텅이 안으로 확실히 들어가 보자는 걸 막을 사람은 아무 데도 없었다.

기실 대중의 불만은 자신의 삶이 상대적으로, 때로는 절대적으로도 나빠졌다는 사실, 즉 양극화에서 비롯되었다. 이것이야말로 ‘노무현 심판론’의 사회경제적 근거이다. 참여정부는 어정쩡한 신자유주의를 추구하였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아주 느리게, 소규모로 시행하는 한편, 대통령은 ‘구국의 결단’으로 한미 FTA 협정문에 사인했다. 이것은 앵글로 색슨형 자본주의를 체계적으로, 반 영구적으로 우리 안에 깊이 새기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공기업 민영화, 규제완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대통령 스스로는 3불 정책을 지키고, 병원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지 않으며 종합부동산세를 유지하면 시장만능정책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미 그것이 환상라는 것은 증명됐다.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는 그 최소한의 장치를 모두 해체하고 있다. 임기가 한달 남은 대통령은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거부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FTA 협정을 폐기하는 것으로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실로 한미 FTA와 이명박의 결합은 최악이다. 이명박정부의 사회경제 정책기조는 자발적 민영화/자유화이며 한미 FTA는 이런 정책기조를 영원히 역전 불가능한 것으로 못 박는다. 그러나 이런 기조의 원산지인 미국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져 들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즉 금융세계화의 귀결이다.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외부적 충격을 흡수하는 제도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양극화는 극단으로 진행될 텐데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이것이 국민의 선택이다. 공공성을 버리고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공공연히 추구하는 것이 미덕이 된 듯한 사회의 선택이다. 입으로는 공교육 강화를 외치지만 돌아서서는 좋은 학원을 찾고, 집값이 올라서 못살겠다면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내서라도 버블 세븐에 입성하려하는 이중성이 초래한 결과이다. 모두 공공성을 외면할 때 결국 모두 손해를 본다는 자명한 진리는 사회경제적 위기 속에서 드러난다. 물론 극소수는 여전히 이익을 본다. 이런 경우 대다수 국민이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을 택할지, 아니면 나만은 극소수에 들어갈 것이라고 부질없는 희망을 품을지는 미지수이다. 실제로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은 개방화/민영화로 위기가 오면 더 많은 개방화/민영화를 택하고 또 다시 더 큰 위기를 맞는 길을 택했다. 노무현정부가 시작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활짝 열릴 ‘멕시코의 길’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의 씨앗

한 알의 씨앗에는 장래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작년부터 세계경제를 요람처럼 흔들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바로 그 씨앗이며 그 귀결은 30년 가까이 진행된 금융세계화의 종말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2003년 1% 수준으로 떨어진 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이다. 2000년대 앵글로색슨형 경제에서는 저금리가 되더라도 투자가 증가하지 않았다. 주가와 부동산에 투자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 나기 때문이다. 주주자본주의 하에서 경영인은 여유만 있으면 배당을 늘리고 또 자기 주식을 되사서 주가를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금융기법의 눈부신 발전은 투기의 위험을 세계적으로 분산시킬 테고 저금리 하에서 부동산 값은 웬만하면 오를 것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서브프라임 사태는 발생했다. 그것은 곧 지난 20여년간 금융세계화의 결과인 것이다.

서브 프라임이란 신용이 나쁜 사람에게도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 주는 것을 말한다. 지난 몇 년간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들이 집 값의 100%를 대출했다. 집값이 오르는 한 문제는 없다. 이자율이 오른다 해도 집값 상승분을 더 대출 받아서 갚으면 그만이다.

모기지 회사는 대출 채권을 바탕으로 주택 저당 채권(MBS)를 발행해서 투자금을 회수한다. 투자은행이나 대출은행은 이 채권을 기초로 해서 부채 담보부 채권(CDO)를 발행하고 헷지펀드나 타국의 금융기관들은 다시 여기에 기초해서 파생상품을 판매한다. 온 세계로 위험은 분산되고 어디에서 문제가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은 일종의 폭탄 돌리기 게임, 또는 다단계 판매의 폰지 게임이다.  

추가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등 대출금의 회수에 문제가 생길 때 이 게임은 끝이 난다. 더구나 집 값이 떨어지면 금융회사는 대출 원금도 회수하려 할 것이다. 일차적으로 모기지 회사가 파산하고 이 회사들에 돈을 빌려준 은행, 그리고 파생상품을 만든 금융기관, 신용평가회사들이 줄줄이 위험에 빠진다. 금융세계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불씨가 일었다. BNP 파리바(프랑스)가 지급 정지를 선언하고 노던록 은행(영국) 앞에 예금을 회수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저 멀리 있는 한국의 중국 펀드도 삽시간에 천문학적 손실을 봤다.

2008년 1월 22일, 미국 연방제도준비이사회는 연방기금금리를 무려 0.75%p 떨어뜨렸고 8일 후 0.5% 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했다. 이제 미국 기준금리는 2004년 3월 2.75% 이후 최저 수준인 3%가 되었다. 과잉 유동성이 만들어낸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또 다시 유동성을 공급했고 바로 그 유동성을 만들어낸 이자율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과연 불이 잡힐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어떤 기관은 전 세계적 손실이 3000억 달러라 하기도 하고 2000억 달러라고 하지만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80년대말의 S&L(저축대부조합) 사건, 그리고 90년대 말의 LTCM (Long Term Capital Management)사건도 이런 종류의 위기였다. LTCM의 경우는 경기 상승기여서 문제가 조기에 수습되었고 S&L은 금융세계화 초기단계여서 불씨가 미국 밖으로 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금융세계화가 만개한 시대, 그리고 경기 위축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금융사건이나 여타 외환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세계적 불균형과 불평등

80년대 미국의 금융규제 완화를 불러 온 것이 오일 달러의 환류였듯이 이번 사태의 배후에도 세계 차원의 거시적 불균형이 또아리고 있다. 금융세계화는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간의 거시 불균형의 결과인 동시에 불균형이 폭발되지 않도록 관리해 주는 기특한 기제였다.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최근 산유국에 대한 거대 적자는 필연적으로 이들 국가의 흑자를 미국으로 다시 끌어들여 부족한 저축을 메꿨다. 미재무성 증권, 유사 정부채권(페니 매, 프레디 맥과 같은 GSE의 모기지 대출)의 판매가 미국 GDP의 70%에 이르는 소비를 유지시켰다. 증권을 매입한 흑자국들은 다시 수출을 늘릴 수 있고 세계경제는 흥청 흥청 호황을 누렸다.    

미국은 기축통화 달러를 발행하는 세계 최강의 군사국가이며, 또한 세계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3종의 신기(神器)’를 보유하고 있으니 이런 불균형도 유지될 수 있다. 아직은 미국으로부터 달러가 빠져 나와 금을 찾아 몰려 갔던 71년에 비견할만한 상황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유가는 100달러 선까지 치솟았고 곡물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1972년 소련의 흉작으로 촉발된 곡가 폭등과 1973년 1차 석유위기가 결합된 전후 최악의 경제위기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장기 고도성장으로 임금 등 요소가격이 상승하고 위앤화의 급격한 절상까지 겹쳐서 수출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 수입국의 물가안정은 흔들리게 된다.

금융위기의 가능성 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게다가 미국의 재정 적자가 보전되기 위해서는 미국 금리가 주요 흑자국 금리보다 높아야 한다. 80년대에는 플라자 합의에 따라 일본이 그 역할을 수행했지만, 버블 경제 하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는 EU나, 특히 중국이 순순히 미국보다 더 낮게 이자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무역보복 등의 무역전쟁, 환율전쟁으로 치닫는다면 공황 상태로 급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는 미국이 소비를 줄여 저축을 늘리고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데 그 마저도 여의치 않다. 미국의 전비(戰費) 지출이 하루 30-50억 달러에 이르고 도로 등 인프라의 노후화 개체 비용으로 1.6조 달러가 필요하며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보장 수령 시기가 2009년으로 다가온 점을 고려해 볼 때 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한편 미국 경제의 위기가 세계경제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비동조화(decoupling)론도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희망인 중국이 빨리 성장하고 있다 해도 여전히 미국 GDP의 약 1/5, 수입액의 1/8에 불과하며 중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 미국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무관하게 독야청청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브릭스의 등장은 세계적인 노동공급의 증가를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분배율이 낮아졌다. 말하자면 세계 차원의 불평등이 진행되고 있는데 시장만능의 경제정책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거시적 불균형과 함께 대내외적 불평등은 금융자본의 과잉축적, 과소소비에 기초한 경제위기의 뿌리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 위기의 확대재생산

1) 전국의 투기장화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는 과연 용감하다. 총선 이전에 바로 문제가 될만한 것들은 발표를 미루었지만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좋아할 만한 이야기는 앞뒤 재지 않고 쏟아내고 있다. 물론 설익은 내용이어서 바로 뒤집거나 수정하기를 되풀이하고 있지만 말이다.

호기롭게 약속했던 실제 성장률 7%를 6%로 수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7%를 달성하려면 건설 붐을 일으키는 등 온갖 무리한 성장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 인하를 하반기 이후에 검토하겠다는 것도 현실을 고려한 후퇴이다. 당장 수도권의 아파트 값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듯 용솟음치고 있는데 여기에 기름을 들이 붓는 건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총선에서 또 승리한다면 이제 경제살리기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종부세 인하, 개발이익 환수 무력화, 용적율 제고 등 투기수요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나마 신상품이라고 내 놓은 지분형 아파트 분양제 역시 투기를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야 투자 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는 위에서 본 모기지와 전혀 다를 바 없으며 만일 투자자들의 신속한 자금 회수를 위해서 증권화를 허용한다면 이 정책은 정확히 서브 프라임 모기지와 똑같은 길을 밟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값을 부추길 사업들은 의연하게 추진하고 있다. 기술합리성도, 경제적 합리성도, 또한 생태적 합리성도 없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여전히 이명박 정부의 간판 상품이다.

내외의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것만 달라졌을 뿐이다. 물론 이명박 당선인 쪽이 주장하는 만큼 수익성이 높다면 민간자본은 떼로 달려 들것이다. 그러나 과연 민간자본만 유치하면 국민의 세금은 안전한 것일까?  과연 호텔, 골프장 개발을 위해 환경규제 등 사회적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지(환경파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세금이 필요하다), 이미 민자 도로 건설에서 드러났듯이 애초의 계획과 달리 수익이 나지 않았을 때 요금인상이나 정부보조로 부족분을 채우는 약속을 하는지(이 경운 세금을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지출하는지만 차이가 난다) 여부가 정책 판단의 시금석이 된다. 어차피 정부 보조금이 나갈 거라면 환경 파괴적 사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애초에 정부가 하는 것이 훨씬 낫다.

참여정부의 국가균형 사업을 광역으로 확대하겠다는 ‘5+2 광역경제권 구상’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 역시 초기부터 광역개발을 염두에 둔 바 있고 또 작년에는 현재의 클러스터들을 초광역 차원으로 확대하는 구상도 발표했다. 클러스터의 발전이 행정구역과 꼭 일치하리란 법이 없기 때문에 이것은 일견 합리적인 발상이다. 그러나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을 먼저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기존 국가균형사업의 문제점은 첫째로 정부예산을 매개로 한 중앙 지시형 사업이라는 점, 둘째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불필요한 부동산건설사업을 일으켰다는 데 있다.

첫째에 관해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도 지역의 건설업자-지방관료-지방언론-관련학계 등 지역토호로 이뤄진 지역혁신협의회의 문제에 관한 언급은 없다.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오로지 정부의 예산을 따내는 데 골몰한다.  이것이 현 정부 클러스터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오히려 토호와 대기업의 참여 인센티브로 주어진 지역개발사업은 이제 ‘광역’에서 부동산투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수요를 넘어선 개발은 무안국제공항과 같이 과잉설비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창조적 광역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대기업이 수도권 규제완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5대 광역권의 하나로 수도권을 집어 넣어서 각종 규제완화, 인센티브 부여 등 개발 특혜를 주겠다는 것은 사실상 비수도권의 발전을 결정적으로 가로막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재벌의 첫 번째 요구사항인, 공장총량제등 수도권 규제 완화가 이 계획의 핵심이며 이미 수립된 지방 투자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로 다시 한번 지역의 개발 욕구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국가균형사업에서 탈락했던 각 도시들은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혁신도시나 기업도시는 광역에 걸쳐서 추가되고 전국이 ‘특구’가 될 것이다. 특구의 전국화는 곧 투기의 전국화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정확히 총선대책이다. 광역 클러스터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려면 한나라당 의원을 뽑아야 한다. 나아가서 돈이 되는 호텔, 카지노, 골프장 건설권을 따 내기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멈칫 멈칫하면서도 일정하게 억제해 왔던 부동산 버블은 이제 한껏 부풀게 될 것이다.

2) 민영화/규제완화와 서민의 삶

공기업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의 구미에 딱 맞는 정책이다. 첫째 국민들은 공기업에 대한 불만이 많다. 우리의 공공서비스가 국제 수준과 비교할 때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에 관한 객관적 평가와는 무관하게 공기업은 비효율적이며 ‘철밥통’이라는 예단은 누구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공공성의 견지에서 볼 때도 개선할 여지는 많지만 어쨌든 국민은 막연하게 삼성이나 외국기업 대신 하면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공기업 노동자 등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를 빼곤 반대세력이 별로 없다. 둘째, 공기업 민영화는 단숨에 엄청난 수입을 보장한다. 철도나 우체국과 같은 네트워크 산업의 자산은 천문학적이다.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에 따르는 예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셋째, 이런 어마어마한 기업을 인수할 능력은 재벌만 가지고 있다. 민족주의적 감정에 호소하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다.  

현재로는 산업은행의 투자부문 민영화, 국민의 정부 시절 추진했던 철도, 개스, 우편 민영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학입시 3단계 개혁이나 영어교육의 강화 역시 사교육시장의 육성이며 의료민영화에서는 병원 당연지정제의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  

일일이 폐해를 거론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민영화/규제완화는 현재 제공되는 최소한의 필수적 공공서비스도 무너뜨릴 것이다. 예컨대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건강보험(정보의 비대칭성), 교육(외부성이나 평등 지향) 등 가치재 산업을 민영화하면 고급 서비스 시장이 발전하는 대신 공교육이나 공공의료에 투입되는 자원과 인력이 줄어들어 사실상 공공성이 무너지게 된다. 일반 국민은 그 동안 누리던 공공서비스 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전기, 철도, 개스, 수도, 우편 등 네트워크 산업의 경우에는 자연독점과 교차보조의 필요성 때문에 공기업이 담당해 왔다. 이런 산업을 민영화하면 일반적으로 공공요금이 상승하는 가운데, 특히 인구가 희박한 지역에 공급되는 서비스 가격은 급등하거나 서비스 자체가 끊어질 수 밖에 없다. 어떠한 민간기업도 교차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이런 서비스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폐해 때문에 영국의 철도는 일부 재국유화했으며 미국 아틀란타시는 수도 장기계약을 폐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는 한번 민영화되거나 규제가 완화된 분야에서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라도 되돌아갈 길을 끊어 버린다. 서비스 분야 현재 유보에 적용되는 래칫 조항(역진불가능 조항)이나 투자자국가제소권은 재국유화라든가 공적 규제의 강화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은행의 주인을 찾아 주자”는 김영삼 정부 시절 재경원의 구호였다. 주인 있는 민영화만이 효율성을 높인다는 논리이다. 물론 이번에도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이름으로 이 주장은 되풀이 될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지주회사법 개정 등이 원활한 민영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쿼바디스, 한국경제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실사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당장 금년에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빠른 속도로 시장화가 진행된 한국경제 역시 과잉유동성에 따른 버블 경제화와 투자 부진의 결합이라는 앵글로색슨형 경제의 특징, 즉 자산주도형 경제의 폐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른바 펀더멘틀 측면에서 아직 여유가 있고, 무엇보다도 앞으로 1-2년 간 중국경제는 여전히 활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각종 정책은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을 계속 들쑤실 것이다.  전 국토에서 건설 붐이 일어나면 애초의 목표였던 7%를 넘는 성장률을 달성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후에 발생한다.

마치 폰지게임처럼,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 게임처럼 파국 직전의 정점을 향해 경제는 치달을 것이다. 달뜬 열광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세계경제의 침체, 중국경제의 쇼크가 단숨에 거대한 버블을 터뜨리는 순간을 목도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금년 초에 한미 FTA를 양국이 비준한다면 문제는 더욱 끔찍해진다. 어떠한 부작용이 난다 하더라도 외환통제와 같은 비상수단을 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만능론의 폐해는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안을 준비하고 또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서두에 멕시코형 길이라고 명명한대로 지배계급의 뜻대로 더 많은 개방화, 더 많은 민영화를 국민이 선택할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시장해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해법이 존재한다는 사실, 특히 바야흐로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를 생태문제, 농업문제에 시장 해법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 공공성을 강화해야만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고 지지를 얻을 것인가? 여기에 쿼바디스의 해답이 있다.  

출처는 정태인씨의 홈피!!!
요번에 상암DMC 분양과 관련하여 특검에도 출두하셨던 분으로
요즘에는 한미 FTA의 저지운동에 일조하고 계시는 분이죠
노무현의 실책 중 모피아집단과 결탁해 이정우나 정태인을 내친게 가장 크지 않았나???
비서관으로 좀 오래있었으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싶습니다...
하긴 원래 노무현은 재벌개혁에는 관심도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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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ve
08/02/06 12:02
수정 아이콘
정말 이명박정부는 5년동안만 해먹고 외국으로 튈생각인가 봅니다...
토스희망봉사
08/02/06 12:18
수정 아이콘
한국도 현재 아시아 에서 부동산 위기로 경제 위기가 올수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 유일한 나라 입니다.
부동산 거품 있다고 몇년 전부터 그렇게 말이 많았었는데 ................ 일본이라는 아주 좋은 교본을 두고서도 왜 같은 실 수를 반복 했는지 참 사람이라는 존재는 망각의 존재인 것 같습니다.
아니면 자만의 존재이던지 분명 대다수의 사람들은 거품론을 주장 했었는데 부동산 떨어지면 다 같이 망한 다는 둥 왜 부동산 가격이 오르니 배 아프냐는 둥 하는 말이 떠오릅니다.
결국은 카드 사태 처럼 다 같이 망하는 길이 되었을 뿐입니다. 이런 것들도 결국은 세금으로 메워야 하니까요

현재 부동산 가격을 안정 장기적으로 급락세를 막으려면 아파트 및 주택을 대량으로 건설하는 건설사들의 공급을 막는 방법 뿐 결국 대규모 토목 공사를 미끼로 주택 공급을 줄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처럼 집들이 너무 많이 공급 되서 주택은 수십채인 타운에서 한가구만 살고 있는 어이 없는 일들과 비슷한 경우가 생길 수 도 있지요
그러나 대운하도 세금으로 메꾼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최악의 악수가 될 가능성이 더 높구요 부동산 거품 하락은 강남등 일부 지역에 집중 되어 있지만 이들의 소비 여력 하락과 대출을 끼고 집을 구매한 사람들도 상당 수 인 만큼 소비가 침체 되고 경기가 하락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렇게 끌고 가다가는 결국 IMF 처럼 숨기고 숨겼다가 터져 버리는 결과가 될 뿐입니다. 아직 버틸 수 있을 때 힘들고 아프더라도 터트려야 합니다. 지금 국민들 한가구당 빚이 500 백만원 이라고 하는데 제 2 의 IMF 처럼 국가 부도 사태가 나면 이젠 공적 자금도 없기 때문에 이것에 3 배 이상의 빚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럼 IMF나 카드 사태 처럼 열심히 일하던 국민들만 또 다시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성실한 국민, 정직한 국민, 깨끗한 정치인들을 기대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오늘
08/02/06 13:38
수정 아이콘
신이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오소리감투
08/02/06 20:25
수정 아이콘
다가올 미래가 두렵습니다..
당장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2/3이상 득표하면 이 나라를 얼마든지 자신들 마음대로 개조할 수 있을 테니 무섭네요 ㅠㅠ;;
戰國時代
08/02/06 22:37
수정 아이콘
전문가들 의견에 의하면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2/3이상 득표하는 것은 확정적이라고 합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똘똘 뭉쳐있고, 반한나라당 지지자들은 패배감, 상실감 그리고 회의주의로 투표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투표율은 60% 미만이 확실시 되고, 호남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한나라당이 8할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예상대로 된다면 행정, 입법, 사법(행정부와 입법부가 임명하니...)의 3권 및 지방권력까지 모든 국가권력을 한 정당이 차지하는... 중국공산당에 맞먹는 절대정당이 탄생하게 됩니다. 어이없지만 불과 몇달 후에 대한민국에 벌이질 일입니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08/02/07 03:13
수정 아이콘
전국시대님/
지지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통합신당하고 민노당의 행태를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지지를 하고 싶어도 찍을데가 없단 말이죠. PD 쪽은 진짜 안습이에요.. 정당이 없어서 비례투표같은 것이 없으니 노회찬씨가 무소속으로 나와서 의원 '하나' 차지해봤자 큰 의미 없잖습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한나라당은 그동안 '나름대로' 고생 좀 하면서 단단해졌고, 통합신당과 민노당은 한동안 잘나가면서 아주 구태의연해진 면이 있습니다. 정신 좀 차리라는 의미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진리탐구자
08/02/07 03:26
수정 아이콘
정말.

투표권을 가지고 투표를 한 것은 지난 대선이 처음입니다만, 이렇게 관심 안가고 찍을 곳 없어보이는 선거는 처음인 듯. -_- 뭐 아직 선거철이 아닌 것도 한 요인이겠습니다만.
戰國時代
08/02/07 10:20
수정 아이콘
OrBef // 신당이나 민노당을 걱정하거나 어쩌자는 게 아니라.... 한 정당이 한 국가의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사태를 우려하는 것입니다. 다행이도 잘 굴러 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견제없는 권력이 잘못된 판단을 했을 경우 그걸 막을 어떠한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실로 두려운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국운을 한 정당에게 모두 걸고, 그들이 잘 해주기만을 바라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일인 지...
08/02/07 10:33
수정 아이콘
전국시대님/
그 점에 있어서는 저도 100% 동의합니다.
the hive
08/02/07 17:58
수정 아이콘
戰國時代님// 통합신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은 그렇다 쳐도 자유선진당덕에(뭐 그게 그거인거 같습니다만) 한나라당 과반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선 당시 이명박 지지도를 50%밑으로 끌어내린게 이회창이였거든요.
한나라당 2/3를 말하는 사람들 보면 뇌속에 자유선진당은 아예 없어보여서 한마디 합니다.
재보선 당시 한나라의 대패를 보고도 그런소릴 하는건지 --;;
실제로 이번 한나라당 목표는 50%이상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율리우스 카이
08/02/07 21:51
수정 아이콘
민주노동당은 길게 보고 NL과 PD당이 분파해야합니다. 한나라당도 군사정권계열과 김영삼당계열은 분당해야합니다. 우리나라는 북한관계와 미국관계, 친일관계, 군사정권관계등이 얽혀잇어서 영국이나 미국같은 양당제를 지양하고, 괜찮은 다당제모델로 가야 뭔가 혼란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08/02/09 18:04
수정 아이콘
the hive님// 흠.. 소선거구제인 이상 과반 먹으면 그 지역구 먹게 되니 자유선진당이 지지율 아무리 분발해봤자 과반을 막을 역할을 해낼 수 있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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