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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13 21:19:34
Name 쌈등마잉
Subject [일반] [독후감] 장 코르미에,『체 게바라 평전』- 인류는 정녕 평화에 도달할 수 있을까

* 알림

1. 아무래도 제가 기독교인이라, 기독교적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글에 베여있습니다. 불편하시지 않으셨으면...
2. 이글은 <잡글웹진>에도 연재되는 글입니다. (두괴즐의 잡글: 제 22화: [독서] 장 코르미에,『체 게바라 평전』- 인류는 정녕 평화에 도달할 수 있을까 http://cafe.daum.net/essaywebzine/8ARU/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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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장 코르미에,『체 게바라 평전』, 실천문학사, 2000(1997).
- 인류는 정녕 평화에 도달할 수 있을까.


“네 칼을 칼집에 도로 꽂으라.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한다.” -예수

예수님은 자신을 죽이러 온 장병들로부터 그를 보호하고자 한 제자들을 말립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을 조롱하고 못 박아 죽이는 적들을 위해 신에게 기도를 합니다. “아버지, 이 사람들을 용서해 주소서. 그들은 지금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원수를(조차도) 사랑하라’는 테제로 요약되는 예수의 평화 사상은 절대적으로 보입니다.

무폭력 운동으로 제국주의에 저항한 간디는 예수의 가르침이 자신의 평화 사상에 영향을 미쳤음을 밝힌바 있지요. 하지만 이상적이고 윤리적으로 옳게만 보이는 무폭력주의가 현실에 구현될 때는 균열이 생깁니다. 조지 오웰은 간디의 무폭력 저항이 결국은 ‘영국의 지배를 평화롭게 종식시키는 것이었으며 그것은 결국 성취되었다’고 평가합니다. 즉, 철저한 비폭력 저항은 영국을 위협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제국주의를 안착시켰다는 것이지요.

체 게바라는 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국주의에 저항합니다.

“저는 예수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 저는 힘이 닿는 한 모든 무기를 동원하여 싸울 겁니다. 저들이 나를 십자가에 매달아두게도 하지 않을 것이며, 어머니가 바라시는 방식대로 하지도 않을 겁니다······.” -체 게바라

체는 제국주의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총을 들어야만 한다고 보았습니다. “해방되고자 하는 민중들의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무장투쟁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제국주의자들이 총·칼을 앞세워 민중을 착취했기 때문입니다. 투쟁 끝에 혁명을 달성한 게릴라 세력은 가장 처참한 착취를 받던 농민들에게 토지를 나눠주는 일을 시작으로 개혁을 진척해 나갑니다.
중산층의 집안에서 태어나 의사라는 명망 있는 직업을 얻은 그가 전사가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단 의사자격시험을 합격한 뒤 나는 아이티와 산토도망고를 제외한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여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학생으로, 나중에는 의사로서, 나는 빈곤과 기야, 질병을 목격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어린아이가 죽어가는 것을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일이 우리 아메리카의 기층민중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현실임을 바라봐야 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유명한 학자가 되거나 의학상의 중요한 기여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민중을 직접 돕는 길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총을 든 강인한 전사를 추동했던 힘은 바로 약자를 향한 사랑과 정의였습니다. 게바라의 동지이자, 새로운 쿠바의 지도자였던 피델은 말합니다. “체는 바로 이 대륙을 짓누르는 억압 때문에 죽었습니다. 체는 이 땅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다가 죽었습니다. ······ 체야말로 인간다움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혁명의 극기, 희생정신, 투쟁의지, 혁명적인 노동의 중요성을 몸소 실천하고 보여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예비군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총을 듭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엔 기독교인으로서의 평화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추구한 절대적 평화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제가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에 따라 총을 내려놓고 뺨을 내밀 수 있을까요?
분단된 조국에서 병역의 포기는 전쟁을 유발합니다. 체는 “전투란 역시 압제를 해방시키기 위해 특별히 요청된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 별 수 없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것이지요. 제게 놓여있는 병역의 의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불가피하지요.

예수님의 평화 사상은 가히 신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리고 그는 이미 2000년 전에 인류에게 ‘절대 평화’를 ‘명령’했지요. 하지만 인류는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원수조차도 사랑으로 품어라는 혁명적 정언명령은 아직 우리에게 허상처럼 느껴집니다.

철학자 강신주는 “진정으로 전쟁을 종식시키는 방법은 국가 그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가라타니 고진도 “국가는 국가에 대하여 존재한다”라고 하면서 국가가 존속하는 한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보았지요. 그렇다면 인류는 세계 국가(공화국)와 단일법으로 절대평화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단일한 공동체를 만들어 원수를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평화에 도달하게 될까요? 혹은 원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끌어안는 윤리적 성취로 평화에 도달할까요?

‘원수를 끌어안는 성취를 통해 원수들을 소멸해 가는 것, 그래서 절대평화에 도달하는 것.’ ‘원수가 실은 원수가 아니라, 같은 보편적 인간이라는 자각과, 이를 통한 상호이해와 평화를 이루는 것.’ 이러한 추상적 테제가 현실에 구현될까요. 칼을 영원히 칼집에 꽂아둘 수 있을까요. 인류는 정녕 절대평화에 도달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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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histar
13/04/13 23:4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최근에 재개한 '왕좌의 게임' 시즌3 1화에서 존 스노우가 그렇게 말을 하죠. '난 산 자를 위한 자를 위해 싸우고 싶다' 이 문구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최근 북한의 위협에 위에 계신 분들이 너무 쉽게 전쟁이다, 핵무장이다 뭐다 말을 참 쉽게(제 생각엔) 하시는데 참 답답합니다. 개인적으론, 국가가 해체되고 마을 단위 공동체 사회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아름다운 평화는 없을 것 같네요. 갈등과 갈등 사이에 존재하는 평화만 있을 것 같네요. 아, 밑에서 3번째 줄에 '끌어안는' 오타가 보이네요,.
쌈등마잉
13/04/14 20:20
수정 아이콘
폭력을 독점한 근대국가들 간의 참혹한 전쟁 이후 국제기구(UN)를 통한 평화(서방의 평화)가 일단은 구축된 상황이죠. 하지만 폭력을 독점하는 것에 실패한 실패국가들에서 발생되는 내전은 여전히 끔찍하게 지속되고 있죠. 특히 2차대전 이후 팽창된 군수산업들이 민간에 넘어가고 그 회사들이 실패국가의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내전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고요(돈만 있으면 정부군보다 강력한 무기를 사들일 수 있으니까요- 근대국가가 정립된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작은 공동체로의 회귀를 통한 평화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지요. 평화로는 작은 공동체의 공존이 멋져보이지만 실상 평화를 유지시키는 건 독점된 폭력들 간의 긴장이니까요. 인류의 평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ㅠ
사티레브
13/04/14 00:06
수정 아이콘
나으 반년을 앗아간 체네요 으어

후대 인간에게 많은 생각과 숙제를 안기는 삶을 살고 가버렸죠
음 그런면에서는 이천년전의 사람과 조금은 닮았을지 모르구요

이건 바이어스인지 모르겠지만 체를 보면 어쩔수없이 기독교와 연관짓게되는거같아요
생전에 그리고 사후에 사람들이 그렇게 연관짓고 연구한거에 매몰되버린거일수도 있지만요
쌈등마잉
13/04/14 20:25
수정 아이콘
체를 보면서 이상주의적 기독교인의 모습을 봤습니다. 체는 인간개조가 되지 않으면 결국 혁명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던 사람이었잖아요. 물론 여기서의 인간개조란 나보다 남을 위해 사는 이타적 존재가 되는 것인데, 공산주의가 전제한 인간관이 사실 그렇죠. 기독교 이념의 주체와도 사실 거의 유사하고. 그런데 인간이란 게 아무래도 좀 더 쉬고 싶어하고 좀 더 갖고 싶어하는 본성을 갖고 있는지라. 체가 공동 농장을 돌면서 함께 일을 했는데, 체가 자기들의 농장에서 일하게 되는 날이 오면 그곳의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 했다고 하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덜 가져가는 것을 보여줬고 그렇게 살기를 요구했으니까요. 그렇게 못하는 것에 대해 분개하고.

체의 삶을 보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간의 본성과 이상, 공동체 같은 것에 대해서 말이지요.
체의 삶과 고민이 저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부분보다는 하나의 아이템처럼 소비되는 것이 아쉽습니다.
아우디 사라비아
13/04/14 15:35
수정 아이콘
이제는 좀 밀려 버린 글이니 마음 놓고 씁니다....

기독교의 사랑은 혹은 평화는 인간의 입장에선 기만이죠.... 여호와는 다른 신을 시기하며 질투합니다

다른신이(혹은 망령이든) 옳다던지 그르다던지의 문제가 아니죠 그냥 미워하는거죠

거기까진 신의 취향인데.... 인간에게 그걸 강요합니다 심지어 이유도 가르쳐 주지 않고 편을 가르고 죽이고 불태우라고 명합니다

그래 놓고 사랑이랍니다

인류사에 여호와의 이름으로 죽어간 인간이 얼마일까요?

체와 여화는 비견이 안되죠...
쌈등마잉
13/04/14 20:08
수정 아이콘
동의하기 힘드네요. 왜 유대인의 야훼를 예수를 믿는 자와 동일하게 두시는지?
- 예수가 유대인들에게 이단으로 낙인 찍힌 이유가 구원의 대상을 전 인류로 확장했기 때문 아닌가요?
- 모세가 창시한 야훼신과 예수가 정립한 신관을 우선 구분하시는 게 필요할 듯 합니다.
- 구약의 신과 신약의 신은 엄연히 다릅니다. 신학적으로도 명확히 구분하죠. (구속사의 시대/ 새언약의 시대)
-> 예수의 가르침의 핵심은 '하나님은 편을 가르는 것을 원치 않으며, 인간은 누구든 평등한 형제, 자매이다. 따라서 그 누구도 위아래가 없고 서로 사랑해야 한다.' 입니다. 예수는 신에 대한 독단적인 믿음을 강조한 적이 없습니다. 스스로 믿을 만한 존재가 되었고,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신에 대한 사랑을 이웃에 대한 행실로 증명하라고 하셨죠. "주여 주여 하는 자가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 뜻대로 행한자가 구원을 받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자신의 민족을 위해 다른 민족을 학살하는 신, 오로지 유대인만이 신의 선택받은 백성이라는 관념' 이것을 부정한 것이 예수이고, 그런 예수를 믿는 자들이 그리스도인입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사람들이 왜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지 않느냐! 라고 비난하신다면 반성하겠습니다. 그렇게 못살아온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예수와 기독교에 대한 오해는 교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예수는 다른 신에 대해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진짜 신의 뜻이 무엇인지, 그렇게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관심이 있었을 뿐이죠.
그래서 새언약 자체가 신에 대한 사랑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임을 천명한 것이고요. 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이웃의 소외와 고통을 외면하는 것 자체가 기만임을 주장했던 것입니다. 모세를 비롯한 유대 민족 지도자들은 자신의 공동체의 단결을 위해 야훼라는 배타적 신관을 가졌지만, 그것이 전적이 오판이자 오해였음을 주장한 것이 예수입니다.

저 나름 친절하게 답변하려 했는데 울컥 한 것이 사실이라, 기분이 나쁘셨다면 양해해주세요 ㅜ.ㅜ
곡물처리용군락
13/04/14 21:19
수정 아이콘
그러나 피델의 독재는 왓더헬..
쌈등마잉
13/04/14 22:48
수정 아이콘
피델의 독재가 악명 높았나요? 피델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요. 좀 찾아보니 이렇게 정리해놓은 글이 있네요. http://www.iberoamerica.kr/webzine/02/people.html (피델, 영웅인가 독재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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