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3/13 19:54:24
Name 王天君
Subject [일반] [하소연] 아직도 이런 여자가 있긴 있구나 너무 길어진 하편
상편 ->  http://58.120.96.219/pb/pb.php?id=freedom&page=1&divpage=8&sn=off&ss=on&sc=on&keyword=%EC%95%84%EC%A7%81&no=42610

중편 ->  http://58.120.96.219/pb/pb.php?id=freedom&page=1&divpage=8&sn=off&ss=on&sc=on&keyword=%EC%95%84%EC%A7%81&no=42620

쉐어 하우스에 도착해서,  A는 짐을 풀고 장시간 비행으로 얻은 피로를 해소하려 잠을 청했고 나는 서둘러  3개월 동안 함께 거주할  2인 1실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머물고 있던 곳은 너무나 외진 곳에 있었고 걸어 30분 거리안에 편의점 하나 없는 정말 외진 구석이었으므로.  그런데 문제는,  두명이 한꺼번에 입실 가능한 방은 대부분  더블베드이지 싱글 베드 두 개를 가진 집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설령 여자친구가 같이 살자고 해도 더블 베드를 쓸 마음이 없을 정도로 잠 잘 때 예민한 성격이라서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잠을 자다 깬  A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그리고A의 어이없는 대답이 내 혈압을 상승시켰다.

전 더블베드도 딱히 상관없어요. 너무 걱정마세요 정 안되면 더블베드에서 서로 안불편하게 눈치 보면서 자면 되죠

왜 이리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걸까…난 지금 그 쪽의 양해를 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지낼 수 없으니 그 쪽 집은 이제 그 쪽이 알아봐야 한다는 ‘통보’를 하고 있는 건데. 이 때 살 짝 빡침과 함께 삘이 왔는데, A는 듣고 싶은 대로 걸러듣는, 소위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A의 이런 대화방식은 이후에도 몇번이나 나를 돌아버리게 했다. 이 때 나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나무라지 않을 테니 일단 ‘우리’가 살 방은 ‘너’가 알아서 찾아봐라 – 는 식의 무관심한 대응에 살짝 빡치기 시작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답답한 여자와 ‘우리’로 엮이는 것 자체에 벌써 지쳐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도시에서 얼굴을 마주한 지 세 시간 남짓 지났을 뿐인데. 그래서 나는 답답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설명을 했다. 현재 2인 1실을 쓰는 것도 부담인데 같은 침대를 쓰는 건 나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고 그렇게 할 생각도 전혀 없으니 정 안되는 경우에는 따로 살게 될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두라고.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돌아오는 그 녀의 대답은 또 다시 전 괜찮아요 였다. 그러니까 내가 안 괜찮다고…. 이 꽁트처럼 돌고 도는 대화를 두 번 쯤 더 한 다음에서야A는 내 의견을, 아니 현실을 수긍했고 하품을 하며 나를 다시 한번 빡치게 한다. 그런데 졸려서…이게 지금 꼭 할 만큼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저 일단 잘게요.

난 댁을 고려해서 일찍 귀뜸해주는 거야, 네 살 곳은 네가 찾으라고 이 베짱이 같은 여자야 하고 씁쓸한 미소 뒤에서 묵음모드로 고래고래 악을 지른 채 나는 이번에는 일자리 정보를 검색하고 있었다. 막상 누웠는데 잠이 안 오네 중얼거리는A에게 나는 룸메이트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내가 이력서 낼 곳에 같이 가서 이력서 내지 않을 건지 물어보았고A는 그러마 하고 대답했다. 일단 배고프니 밥부터 먹자고 전혀 배가 안 고픈 나에게 천하태평의 제안을 하면서.

A가 나랑 맞지 않은 이유는 정말 필요 이상으로 수더분했다는 점인데, 뭐가 그리 조바심이 난 건지 혹은 뭘 얼마나 자신의 식사 제안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은지 금강산도 식후경이잖아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라는 정말 상투적인 말들을 덧붙이면서 사람의 화통을 슬슬 긁는 재주가 있었다. 내가 허허 대며 배가 불러야 뭘 해도 잘 되죠!! 라며 호탕하게 동의해 줄 것을 기대했나?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공세. 무슨 음식 좋아하세요, 난 매운 음식을 잘 먹는데, 나가서는 뭐 먹을까요, 장은 안 봐도 될까요 등등등등 전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전혀 이야기 나눌 필요가 없는 사항들만 주구장창 떠들고 있으니 나는 진짜 표정관리가 안 되고 있었다. 그리고 슬슬 까칠한 남자로 나는 바뀌어 가고 있었다. 며칠 전에 봤던 프랜시스 베이컨 작품 속의 뭉개진 살과 핏덩이 얼굴 처럼.

A도 자신이 너무 동네 아줌마들처럼 이야기를 하는 모양새라는 걸 알아챈 모양인지, 이제는 조금 더 본격적인 질문들을 나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대학교는 어디 나오셨어요 부모님은 뭐하세요 결혼은 언제 할 거세요 이런 질문들을 받으면 받을 수록 나는 왜 나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고, 나에 대해서 하나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랑 2인1실씩이나 쓴다고 나 혼자서 용쓰고 있는가라는 실감만 들었다. 멀리 있는 여자친구를 생각하니 피식 웃음도 나왔고.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는 건 더 영양가가 없겠다 싶어서 나는A에게 내가 얼마나 불편한지를 설명했다. 나는 원래 내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꼬치꼬치 캐 묻는 걸 일일히 대답하기도 그러니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하던가  조금만 말없이 쉬고 있자고. 그리고 참 눈치없이 이어지는A의 관심, 친해지려는 노력 드립에 내 나쁜 버릇이 튀어나왔다. 이름하여 꼰대병. 아니다 싶은 소리는 그냥 적당히 쌩까고 내가 싫어하는 티만 내면 되는데, 굳이 시시비비를  “가르치려 드는” 아무 몹쓸 버릇. 그리고 나는A를 훈계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파국의 시작이었다(…..)

왜 나이를 물어보느냐, 내가 알려주기 싫다는 한국 이름을 기어이 알아내려고 집요하게 파고드느냐, 내가 결혼을 언제 할 것인지, 내가 대학교를 어디 나왔는지 나는 그다지 친한 사람이 아니면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이런 건 누가 됐건 조심스레 물어보야 할 부분이다, 정말 정말 만약에 내가 결혼을 해봤고 아내가 내 재산을 몽땅 빼돌려서 튀었다면, 그리고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림칙한 분위기로 한다면 물어본 것에 대해서 미안해 하지 않겠냐고. 부모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우리 부모님이 만약 이혼하셨다면, 그리고 내가 딱히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되지 않겠냐, 그러니 시간 가면 차차 알아갈 문제를 지금 너무 급하게 물어보지는 말자, 조금만 상대방을 배려해주라 하고 숨도 안 쉬고 일장 연설로 퍼붓었다. 물론 톤 조절을 해가면서. 그리고A는 아주 해맑은 얼굴로 물어봤다. “혹시 부모님 이혼 하셨어요?”

참으로 오랜 만에 ‘벙찐다’라는 기분을 느꼈다. 여태 이야기 안되는 여자들을 몇 명 겪어보긴 했지만 이 정도의 강적은 처음인걸. 말은 안듣고, 말을 못한다. 이래서 여우 같은 여자랑은 살아도 곰 같은 여자랑은 못 살겠다고 하는 거구나 싶었다. 이 곰은 아무래도 100일 동안 먹은 마늘 중에 상당수가 상태가 안 좋았던 모양인데? 나는 정말 기가 차서 파안대소를 터트렸고A는 영문도 모른 채, 혹은 자신이 드디어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는 뿌듯함에 같이 따라 웃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잔소리를 시작했다. 우리 별로 친하다고 하기도 뭐한 사이인데 이런 식의 질문은 상당히 무례한 거라고, A씨는A씨 친구들한테 이런 거 공공연히 물어보고 다니냐고 아까보다 세게 따졌다. 의외로A는 사과할 줄을 모르는 여자였다. 내가 부모님 이혼 이야기를 꺼내길래 내 부모님이 이혼하셨나 해서 물어봤다고. 이후부터는 내가 어떻게 사과를 받아내려고 해도 몽땅 뻘짓이었다. 난 그 쪽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서 그런 줄 알았다고만 계속 하니까. 그 다음에 미안하다만 붙여줬어도 참 좋았을 텐데. 첫날의 설전은 이런 식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다음 날 나와A사이의 2차전 3차전이 계속해서 펼쳐졌다. 헐리우드 영화 제작 공식을 충실히 따라 더 많은 물량과 더 세진 강도로 서로 감정 상하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다음 날 아침,  이후에 살 쉐어하우스 후보를 보고 오는 길에A와 나는 정말 거한 1차전을 벌였다. 원래 다전제에서는 첫번째 경기가 제일 중요한 법. 어제의 그 황당한 대화로 내 머릿 속에는 ‘백치’ 라는 인식이 박혀있었는지 굳이 안 해도 될 잔소리를 다시 하기 시작했고A는A대로 감정 실린 항변을 시작했다. 발단은 이렇다. 현재 단기로 머물고 있는 쉐어 하우스에서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고 장기로 전환하자는 이야기. 그게 전환이나 되나? 단기로 살고 이 다음부터 장기로 계약을 하는 게 이치에 맞는 거 아닌가. 이 이야기에 내가 너무 크게 감정이입을 해서A를 팔푼이 천치로 몰고 가버렸다. 월세로 살다가 집이 좋으니 전세로 계약하겠으니 이 전에 월세로 계약한 기간은 그냥 전세에 포함해주라는 이야기가 말이나 되나? (참고로 당시A와 내가 머물던 집은 단기로는 하루 하루 비싸게 받는 구조였고 최소 한 달 이상 거주할 경우 보증금을 받고 훨씬 싸게 쳐주었다) 그러지 좀 마라고 질색팔색 하는 나에게A는 돈 아끼자고 하는 건데 왜 그렇게 화를 내냐며 짜증을 냈고 나는 나대로 그 이기적인 태도에 질려 암만 우리 좋자고 한들 그렇게 장사하는 사람들 비겁하게 에누리 받지는 말자고 짜증을 냈다. 사실 지금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고, 단지 내가 지금 뉘우치는 부분은 어차피 남남의 사이인데 뭘 그렇게 아빠라도 된 듯이 잔소리를 해서 상대방을 교정하려고 했을까 하는 부분이다. 좀스럽게 변명을 해보자면, A의 WIN-WIN이라는 표현에 욱 하고 그만 쌓아뒀던 게 펑 하고 터져버렸던 탓이다. 그게 대체 왜 WIN-WIN이라는 말인가. 그건 주인 아주머니는 손해보고 우리만 좋은 건데.
(나중에 또 쓰겠지만 한국 사람 상대로는 장사를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에누리가 너무나 당연한 흥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이 대화 이후로 우리는 서로의 입장 차이, 얼마나 개념없는지 얼마나 꼬장꼬장한지를 잘 알았기 때문에 별로 할 말이 없었고, 더 이상 싸울 일은 없을 줄 알았으나 다음에 이어진 대화에서 내가 키친핸드를 ‘부엌데기’라고 표현한 데서A가 또 한번 빡치고 말았고 나는 내키지 않는 사과를 하면서 우리 둘의 관계는 더 악화되었다. 직업에 귀천은 없는데 뭘 그런 식으로 말하냐면서 사과를 요구하는A에게 나는  ‘쿨하게 인정하면 되지 키친핸드 노조에서라도 나오셨나 그럼A씨 딸이 키친핸드 한다고 하면 옳지 잘한다 평생 해먹고 살아라 할꺼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 막 나가는 것 같아서 입단속을 하고 거짓 사과를 하였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나 포함해서 우리 현실을 말 하는 도중에 단어 선택을 잘못했다 – 라고 거창하게 돌려 말하긴 했지만  사실…… 내가A를  무시한 거 맞다. 암만 개념없는 여자라는 인식이 박혀있어도 그냥 입 다물고 있어야 했는데.

다시 이어진 3차전. 이번에는 대부분 개념없는 짓을 하는 애들은 다 머리 까맣고 눈동자 까맣고 피부 까무잡잡한 동남아  쪽 애들이라는A의 발언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 것도 기회가 있으면 아예 길게 풀어서 쓸려고 한다) 다 떠나서, 필리핀을 너무 좋아하고 필리핀 친구들이 많은 나에게는 친구들을 향한 모욕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자기 화 내는 건 생각 안하고 나한테 항상 화 좀 내지 말라는A의 황당한 지적에 걸리고 싶지 않아서, 나는 손녀를 무릎에 앉혀놓고 흔들의자에서 헐헐거리는 1930년대의 백인 할아버지처럼, 혼자서 앵무새 죽이기를 찍는다는 심정으로 조.곤.조.곤 말했다. 일부로 전체를 평가하는 건 지역감정이나 인종 차별이랑 다를 게 없으니 그런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나처럼 동남아 친구들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친구 욕으로밖에 안들리니 그런 이야기는 어지간하면 안하는 게 낫겠다고, 내가 생각해도 너무너무 감정을 잘 제어했고 부드러운 어조로 내 뜻을 전달했다. A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빛이 내비쳤고 난 역시 진심은 통한다고 혼자 감동하고 있을 무렵A가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잘못했다는 건가요? 제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래!! 너 잘못했다고!! 이번에는 아주 잘 알아먹었네!! 내가 말한게 그거야!!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쫌!!! 제발!! 그런 말은 왜 물어봐!! 너도 아니까 지금 나한테 물어보는 거 아니냐고!!내가 이렇게까지 좋게 말해주고 너도 수긍했으면 됐지 뭘 또 꼬투리를 잡을려고 그래!! 내가 언어영역 문제집 해설집도 아니고 네 말이 왜 틀렸는지 네 말 꼬라지 어디를 어떻게 개조해야 하는지 또 일일히 짚어줘!! 라고 스쳐지나가는 충동을 억누르며 나는 미소를 짓고 그런 거 아닙니다. 라고 말을 끊어보려 했지만 이미 저 쪽은 상당히 무안한 모양인지 어떻게든 역공을 가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맞잖아요, 내가 지금 잘못한 거 잖아요, 나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데. 라면서 계속 싸움을 걸었다. 그래, 유치하기로느 은하계 제일을 달리는 나다, 오는 시비 안 피한다 하고 나는 따박따박A의 몰상식한 개념을 지적해주기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 내내A와 나는 서로 말싸움을 벌였다.

정말 정말 답답했던 건, 내 이야기는 아예 듣지도 않는A의 신기할 정도의 이해능력이었다. 내가 먼저 물어본다. 이건 이런 거니 내가 이렇게 느끼지 않겠습니까~ 그럼A가 대답한다. 전 그런 뜻으로 이야기 한 게 아니고 다른 뜻(이라고 해봐야 비슷한 단어만 바꿔서 쓴 결국은 똑같은 말)으로 이야기 한 건데요. 그럼 내가 다시 물어본다. 그게 그거 아닙니까, 이런 게 이런 거랑 저런 게 저런 거랑 뭐가 다릅니까, 어쩌구저쩌구에서는 결국 똑같은 말인데. 그럼A가 다시 이야기를 한다. 지금 왜 저거 이야기를 하시죠? 우리 지금 이거 이야기 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결국 멘붕은 나의 몫이다. 예전에 심리치료란 존재하는 가에 대해서 영어로 격한 토론을 벌였을 때에도 이 정도로 말이 안 통하지는 않았는데. 말이 안되는 건A인데 왜 내가 버틸 수가 없지? 토론에서 최고의 방법론은 남의 이야기를 안 듣고 헛소리만 하는 것이다. 즉, 토론을 안 하는 것이다. 물론 관객이 없는 경우를 한해서. 정신 승리를 하는 사람 앞에서는 도대체 뭔 말을 한들 안 통하니 결국 복창 터지고 카이지 처럼 술렁술렁 우는 건 토론을 하려고, 혹은 상대방 이야기를 듣는 사람 뿐이다.

너무 길어졌다. 그 뒤에 일어난 돈 문제와 같이 방을 쓰는 도중 좁힐 수 없는 입장 차이로 인해 우리는 얼굴 보고도 못 본척 하는 사이가 되었고 나는 현재 그 집을 나와 더 이상A의 얼굴을 볼 일이 없다는 사실에 너무나 행복해하며 자유를 누리고 있다.  나라고 잘 한 것은 없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는 그냥 쌩까거나 대충 받아쳐주고 더 이상 이야기를 안하며 되는데. 세상에는 솔직하게, 진지하게 존중할 필요가 있는 사람만이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난 너무 늦게 알았다. 이런 걸 보고 순진하다고 하는 거겠지. 이렇게 잘 모르는 여자와의 일주일은 정말 너무너무 더러운 기억으로 남았고, 나중에는 술안주로도 올리기 아까운, 나의 어리석은 대처만이 씁쓸하게 떠오를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순진하다고 다 착한 것은 아니다. 왜냐고? 자기가 뭘 잘못하는지도 모르고 개념없는 행동으로 주변을 계속 불편하게 하니까. 혹시나 이런 성향의 여자를 주변에서 발견한다면, 친절할 생각도, 혐오할 생각도 하지 마라. 그냥 스쳐가면 된다. 관심을 꺼라. 그리고 한숨과 함께 웃어주자. 그것은 자꾸 맨 살에 착지를 시도하는 파리나 모기 이상의 짜증거리도 되지 않는다. 얽히지 않을 것. 그것만이 최상의 해결책이다.

길어졌다 해놓고 에필로그

A는 짜증난다고 옆 방으로 옮겼고, 내가 다시 그 방으로 옮기게 됐다. 사연을 궁금해 하는 새 룸메이트에게 나는 전후 사정을 설명했고, 이 분의 동의와 공감, 그리고 자기한테도 이상하고 짜증나는 일방적 대화를 자꾸 시전했다는 말에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3/03/13 20:16
수정 아이콘
글을 맛깔나게 잘 쓰시네요. 재밌게 봤습니다
13/03/13 20:18
수정 아이콘
크크크 잘 읽었습니다. 반전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13/03/13 20:27
수정 아이콘
반전이 없음에 속으시면 안됩니다. 이분은 커 플 이니까요.
王天君
13/03/13 20:32
수정 아이콘
그게 더 빡치는 이유에요. 전 여친이 있는데 이런 호구 짓에 답답이 진상을 만난 셈이니...
13/03/13 20:38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은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눈에 띄게 상승했다.
Uncertainty
13/03/13 20:45
수정 아이콘
댓글 처음으로 다네요. 세편 모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유리별
13/03/13 21:09
수정 아이콘
세 편 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개념없고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랑 대화하려고 스트레스 받기보단 역시 스쳐지나가는 편이 낫지요. 너 하고싶은대로 하세요. 난 그냥 내가 알아서 내 인생 살테니.
가끔 표정관리가 안될 때 정말 난감하긴 하지만..
王天君
13/03/13 23:22
수정 아이콘
읽어 주신 분들께는 뒤늦게, 읽어 주실 분들께는 어이없겠지만 미리 감사드립니다.
13/03/14 09:01
수정 아이콘
저는 글쓰신 분이 자초했다고 생각해요. 생판 모르는 여자랑 방을 같이 쓰기로 한 것도 그렇고(여자친구에겐 양해를 구했나요?), 직접적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잖아요.
13/03/14 10:43
수정 아이콘
상편을 읽었을때는 부러웠고
중편을 읽게 됐을때는 안타까웠고
하편을 읽고나니 속이 시원했습니다
Love&Hate
13/03/14 12:47
수정 아이콘
한발짝 물러서서 보면
저게 우리네 남자들의 삶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5433 [일반] 2013 0724 라디오스타 입방정 편 감상 [60] 王天君16196 13/07/25 16196 3
45417 [일반] Scott C의 영화 일러스트 감상하기(스압주의...스압주의...) [12] 王天君11246 13/07/25 11246 2
45142 [일반] 퍼시픽 림 보고 왔습니다. (미리니름 없습니다) [74] 王天君10315 13/07/11 10315 2
44969 [일반] 감시자들 보고 왔습니다. (미리니름 없습니다) [21] 王天君6083 13/07/03 6083 0
44861 [일반] 문화 사대주의 [89] 王天君7178 13/06/28 7178 0
44687 [일반] 월드워 Z 보고 왔습니다. (스포 있습니다) [54] 王天君6164 13/06/22 6164 0
44553 [일반] <맨 오브 스틸> - 슈퍼맨 캐릭터 다시 보기 [45] 王天君8391 13/06/17 8391 2
44516 [일반] 더 지니어스 게임 좀 이야기 해봅시다. (아 답답하다) [144] 王天君10805 13/06/15 10805 1
44460 [일반] 네이버웹툰 오빠왔다 에 대한 비판 [79] 王天君16664 13/06/13 16664 9
44343 [일반] 웹툰 패션왕을 돌이켜보며(2) [46] 王天君15394 13/06/08 15394 0
44338 [일반] 웹툰 패션왕을 돌이켜보며 (1) [28] 王天君17261 13/06/07 17261 1
44124 [일반] 헐리우드에 간 홀든 콜필드 - 유세윤 음주운전 사태를 보며 [8] 王天君6820 13/05/29 6820 9
43472 [일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무서운 당신. 영화 <오디션>을 보고 [5] 王天君14743 13/04/29 14743 1
43359 [일반] 최근 읽은 만화책 이야기 (에어기어 주먹에 산다 등등) [50] 王天君9715 13/04/22 9715 1
43278 [일반] 4월 17일 <공연장이> 편 라디오 스타 비판 [26] 王天君8830 13/04/18 8830 4
42690 [일반] [하소연] 아직도 이런 여자가 있긴 있구나 너무 길어진 하편 [11] 王天君6320 13/03/13 6320 0
42620 [일반] [하소연] 아직도 이런 여자가 있긴 있구나 하편이라 해놓고 중편 [8] 王天君6057 13/03/09 6057 0
42610 [일반] [하소연] 아직도 이런 여자가 있긴 있구나 상편 [10] 王天君8333 13/03/08 8333 0
37345 [일반] 박명수, MC로서의 한계와 미래 [78] 王天君15447 12/05/22 15447 4
31267 [일반] 찌질이에 대한 분노 이것은 정의인가 열폭인가 [10] 王天君6355 11/08/22 6355 1
31224 [일반] 이경규씨의 꼬꼬면 드셔보셨습니까? [53] 王天君10920 11/08/20 10920 0
31061 [일반] BERSERK 몇가지 이야기. [16] 王天君10615 11/08/14 10615 0
30986 [일반] 2011년 극장가를 달구었던 히어로들!! 누가누가 짱이었나?? [16] 王天君5704 11/08/10 570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