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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의 미생: 장그래가 말하지 않는 것들 입니다.
이정환 기자님의 칼럼입니다.


성과주의 노동중독 사회의 씁쓸한 단면… 노동은 과연 신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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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이 ‘회사덕후’들의 이야기가 노동중독 사회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중독의 시스템에서 장그래가 할 수 있는 건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새로운 성과를 내는 것 밖에 없다. 한 칸 한 칸의 끝에 뭐가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그 절벽 너머 다른 아무런 계획도 없으면서도 일단 가는 수밖에 없다. 자아의 상실, 살기 위해 일을 하는데 회사가 나를 규정하고 그 회사의 일이 내 삶을 규정한다.

100년도 더 전에 라파르그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프롤레타리아는 노동할 권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일해서 갖다 바친 잉여노동이 불행의 원인이 되고 있는 줄도 모른다. 자본은 왜 굳이 6개월 만에 무려 1년치의 노동을 한꺼번에 집어삼키려 하는 것일까. 왜 그들은 차라리 노동을 1년 내내 골고루 평준화해 하루에 대여섯시간씩 노동자들에게 할당하지 않고 6개월 동안 하루 12시간씩 강제로 일을 시키는 것일까.”

라파르그의 ‘게으를 권리’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기계가 더 완벽해지면 질수록 그리고 이 기계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람의 산 노동을 더 많이 쫓아내면 낼수록 노동자들은 그만큼 더 많은 여유와 휴식을 즐길 수 있기는커녕 마치 기계와 경쟁이라도 하듯 그 피와 땀을 몇 배로 더 흐려야 한다. 아, 저 바보스럽기까지 한 파괴적 경쟁이여.” 기계가 영업과 마케팅으로 바뀌었을 뿐 2013년의 대한민국은 라파르그의 시대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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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자체가 워낙 분량이 있다보니 본문중 아주 일부만 발췌하였습니다. 전문은 기사를 통해서 읽어주세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웹툰 미생을 통로로 이용하며 현대 노동사회와 자본구조에 대한 비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근거에도 어느정도의 학술적 이야기를 함께 하고 있어 대충 쓴 칼럼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런 대안정치와 관련해서 언제나 안타까운 것은 그럼에도 이 자본이라는 틀이 너무나 세계를 견고히 틀어쥐고 있으며, 사회는 개인의 합으로 이뤄지나 개인의 변화로 사회의 변화를 이끌수는 없다는 것이 너무나 공허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 칼럼은 일견 날카로운 듯 하지만 우리는 읽으면서 대부분 두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껴야합니다. 맞는소리긴 한데, 그럼 뭐 어쩌라고? 하는 마음과, 이런걸 인정해도 바뀌는게 뭐가있는데? 하는 마음입니다.



칼럼의 말미에서 결론을 내는 것은, 결국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이며 체제의 개혁을 이야기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노동의 내면화와 경쟁시스템의 파괴적 행위는 전부 자본주의내에서 담보되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생력을 갖출 수 없는 수준의 규모(세계나 이웃국가를 적극적으로 의존하며 살아야하는 나라)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인구,생산능력의 수요공급이 맞지 않다보니 그렇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지금 누리고 있는 이런 풍족함은 원천적으로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말하는 '극단적인 효율경쟁'없이는 얻을 수 없는 과실이기도 합니다. 우리끼리 서로 좀 더 인간답고 편안하게 천천히 가자고 하기에는 우리끼리 서로 살아남기에는 우리의 욕망을 일정수준이상도 담보해주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이 칼럼은 여전히 '뭘 어떻게'를 말할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 누구도, 자본주의의 대안을 제대로 말할 수 없죠. 다만 그 자본주의의 단점을 어떻게든 케어해보려는 각종 시도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지만요. 그러나 자본주의 내의 '케어'. 즉 복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가 가져오는 폭발적인 잉여생산물,재화를 통해 그것들을 좀 더 고루 분배하자는 합의에 기초할 뿐, 자본주의 자체의 폭발적인 잉여생산성 혹은 그만큼의 경제적 내구도가 없는 국가(시장)에서는 이뤄지기 너무나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사실 미생을 이렇게 꼬집는 칼럼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그 결론이 무려 20년이상 계속되어오는, '실천적 변혁이 선행되어야'따위의 이야기를 못 벗어나는 것은 그만큼 자본주의체제 자체가 인간에게 '잘 부합하는'체제이기에 그렇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러한 인간들을 내부적으로 압박하고 내면화합니다. 점점 이런 시스템속에서 사람이 죽어가다보면, 시스템이 변하는게 아니라 인간이 변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것에 '적응을 잘 하는' 사람만이 유전적으로 남겠지요. 점점 더...



저는 아직 노동에 대한 대안도, 자본에 대한 대안도 감히 어때야 한다고 이야기 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어렵고, 현실경제와 이상적 지표의 괴리가 크기때문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실물경제사이에서 장기말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당장 내일이 전쟁이고, 모래가 전쟁입니다. 북한군의 도발을 보면서 '그러려니'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아도, 총포를 쏘는 전쟁과 나 스스로를 시장에 내놓고 벌이는 전쟁이 별 반 다를것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총알에 맞아 수십분 사이에 죽는것이 더 인간적이라고 할 만큼 시장에서 스스로를 값어치를 매겨가며 노동자로 파는것은 더 힘든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점점 체화되고, 내면화되어가는 무분별한 자본주의,경쟁,노동의 신성성등으로 대두되는 무한 긍정의 장애앞에서 스스로를 조금이나마 돌아볼 수 있는 칼럼이 아닐까 싶어 이렇게 옮겨봅니다. 웹툰 미생을 보신 분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곧 있으면 월요일이네요. 한미훈련과, 북한의 병적인 도발행위 모두 내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우리는 그러한 경색된 전시직전의 무서움보다도 당장 월요일에 마주해야할 각종 경쟁, 스스로 혹은 타인과의 싸움과 담금질이 더 무서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또 다시 앞으로 나설 수 밖에 없겠지요. 다들 그 무거운 발걸음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