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8년 9월 22일에 육군훈련소에 입대해서 2010년 8월 4일에 전역한 올해 예비역 3년차이다.

나는 일반병으로 입대했는데도 불구하고 헌병 특기병을 부여 받아

당시 성남에 위치해있었던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4주간 헌병 특기병 교육을 받은 후(지금은 영동으로 이전)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정문과 동문에서 근무를 서는 근무헌병으로 자대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헌병의 객관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나는 너무 의기소침한데다가 자신감이라고는 1g도 찾아볼 수 없었던 어리버리한 병사였다.

주요직위자 차 번호, 근무지 전화번호, 모토로라 음어망도 제때 암기를 못해서 선임병들에게 매번 혼만 났다.

국방부는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육,해,공군참모총장

근무지원단장, 한미연합사령관, 한미연합부사령관, 합참차장, 1,2,3군 사령관 등등

이 외에도 수 많은 주요직위자들이 밥먹듯이 왔다갔다 하는 최고로 중요한 군사기관이다.

따라서 이들의 차 번호들은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데 나는 적응을 너무 못했다.

늘 나는 동기들과 항상 비교 되었다.

동기들은 잘 하는데 너만 못한다고.....

이병때 늘 난 이 생각만 했다.

'빨리 전역해서 여길 빠져나가야겠다 너무 싫다......'

그 당시의 내 성격상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그 방법 뿐이었다.

일병, 상병, 병장때도 여러번 혼이 난적이 있을 정도로 생각하기가 싫었다.

남들이 봤을때는 멋있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시 내 속마음은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아, 물론 객관적으로는 군생활을 편하게 한건 인정한다.

저 멀리 강원도 전방 추운 곳에서 근무한 사람들 앞에서 힘들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국방부는 국군직할부대이다.

일정한 비율의 공군, 육군, 해군, 해병대가 한 부대에서 섞여서 같은 생활관에서 생활을 하는 특수한 곳이다.

적어도 내가 있었던 헌병대대에서는 그랬다.

물론 비율은 육군이 90프로 이상이다.

그 당시 우리 소대에는 정말 골치아픈 해병대가 한명 있었다.

물론 나보다 선임이다.

그 사람 때문에 정말 짜증났다.

제대로 못할 때 마다 매번 쓴소리를 들었고 헌병 하이바로 머리를 매번 쳐맞았다.

조인트를 당하기도 했다.

때론 울고 싶기도 했지만 전역할 날을 기다리면서 참아왔다.

그 사람과 나는 3달 정도 차이가 난다.

그 사람은 5월에 원복을 하고 전역을 하였다.

참고로 국방부에서는 공군과 육군은 전역식을 하지만 해군과 해병대는 원복식을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해군과 해병대는 원래 있는 부대에서 특별난 병사를 국방부로 파견해 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역이 3~4일 정도 남은 타이밍에는 국방부에서 원복식을 하고

해군 같은 경우는 해군 복지관 해병대 같은 경우는 해병대 사령부로 복귀를 해서 그 곳에서 전역을 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나도 전역할 때가 되었다.

2010년 8월 4일에 전역을 하게 되었다.



전역을 한지 2년 5개월이 지난 시점....

군 생활이 갑자기 그리워지고 있다.

왜 그럴까.....??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향수가 있다.

자대에서 군 생활을 할 당시에는 자대 쪽으로 오줌도 놓기 싫은 시절이 있었는데

전역을 하고 한참 세월이 흐르니 그리워질 때가 있다.

분명히 나는 객관적으로 군 생활을 제대로 못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자대 생활을 하면서 내 사진을 찍은 일이 거의 없다.

그 당시에는 무능력한 내 자신에 대해 너무너무 창피했다.

하지만 그 때 착용했던 헌병 하이바, 견실, 반도, 휘장, 경적, 백색수갑, 근무복, 행사복, 경봉, 고무탄총을 보니

저 것들을 다시 한번 착용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간지가 어느정도 나기도 하겠지만 내 자신을 되집어보기 위해서이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키가 상대적으로 작은 헌병이다.

예도도 한번 참가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키가 작아서 참가하지 못했다.

결혼식이 있을 때 칼 가지고 예도 하는 헌병들이 너무 멋있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사진을 안 찍어 놓은게 너무너무 후회가 된다 지금은.....



그리고 그 때 그 사람이 혼내면서 나에게 한 말 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말이 있다.

"단체 생활하면서 가장 나쁜 행동이 뭔지 아냐? 남들한테 피해주는거야, 알아? 이 돌머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