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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05 22:30:32
Name 光海
Subject [일반]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그리고 보이저 1호










1990년 2월 14일
미국 NASA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1977년 발사되어 당시 명왕성 근처를 날아가고 있던
보이저 1호(Voyager 1)에게 '카메라를 지구쪽으로 돌리고, 사진을 찍어서 지구로 전송하라' 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당시 과학자들의 많은 반대가 있었으나, 칼 세이건은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서" 결국 강행합니다.
그리고 보이저 1호가 찍은 사진은 16시간 동안 우주 공간을 떠돌다가 지구에 도착했습니다.



명왕성에서 찍은 지구는 그저 티끌 하나같은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진에서 지구의 크기는 0.12픽셀에 불과하며, 촬영 당시 보이저 1호는 지구와 64억 키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보이저 1호가 사진을 찍을 당시 태양이 시야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좁은앵글로
촬영했다고 하는데, 사진에서 지구 위를 지나가는 광선은 실제 태양광이 아니라 보이저 1호의 카메라에 태양빛이
반사되어 생긴 것으로 우연한 효과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고 칼 세이건은 깊은 성찰에 잠기고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천문학자 칼 세이건 뿐만 아니라 지구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남겼던
보이저 1호가 오늘 드디어 태양계의 거의 끝자락에 도착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1990년 명왕성에서 창백한 푸른 점을 전송한 이후에 무려 22년이 지난 시간에 말이죠.
NASA에 따르면 보이저 1호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존재하는지 조차도 몰랐던 자기장 고속도로(magnetic highway)
에 들어섰다고 하는데요, 지구에서 180억 킬로미터에 이 곳은 태양계의 끝자락 답게
태양계 권역 내부의 입자와 외부 우주의 입자가 만나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1977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고향, 지구를 떠난 이후에 보이저 1호는
35년동안 아무런 생명체와도 조우하지 못한 채 극도로 외로운 여행을 거쳐서, 결국 태양계의 끝자락에 다다랐습니다.
당초 보이저 계획은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탐사하는 것이었는데요
1979년 목성을 지나고, 1980년 토성을 지난 후에 토성의 위성 타이탄을 탐사하기 위해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이는 최초의 계획과 달라진 것으로서 이 방향 변경으로 인해 보이저 1호는 영원한 우주여행의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어쨌든 1989년 본연의 임무를 마친 이후에는 새롭게 보이저 성간 임무(Voyager Interstellar Mission)을 수행하고
있는 보이저 1호는 그동안 수많은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면서 인류에게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보내주고 있습니다.



1977년 9월 5일. 지구를 떠나는 보이저 1호.


1977년 9월 18일 지구와 달의 모습.


1979년 1월 목성에 근접하면서 찍은 사진


1979년 2월 5일 목성의 대적점


1979년 2월 목성의 구름.


1979년 3월 목성의 위성 이오의 모습.



1979년 3월 목성의 4개 위성. 왼쪽 위부터 이오, 에우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1979년 3월 1일. 목성의 위성 칼리스토의 모습.


1980년 11월 3일. 토성과 두 위성 테티스, 디오네.


1980년 11월 12일. 물결치는 토성의 고리.
오른쪽은 2005년 4월 13일 카시니 우주선이 찍은 모습.
토성 고리의 왼쪽은 토성의 위성 판도라. 오른쪽은 토성의 위성 프로메테우스


1980년 11월 14일. 토성에 도착한 이틀 뒤 뒤를 돌아보며 찍은 토성의 모습.


1990년 2월. 지구에서 64억 km떨어진 지점에서 찍은 태양계 행성들.





2025년 전력 부족으로 더 이상 어떠한 장비도 구동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이저 1호는
그 후에는 영원히 우주를 떠돌게 됩니다.
운이 좋으면 미지의 생명체를 만날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별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창백한 푸른 점, 그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보이저 1호는 그 가치가 너무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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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
12/12/05 23:03
수정 아이콘
저도 얼마 전 본문의 칼세이건의 말에 감명받아 카카오스토리에 옮겨 적긴 했습니다만..
이 끝없는 우주를 느낄 때마다 참 부질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위에 인식의 한계 내에서 믿고 있는 과학과 종교들.. 부질없다고 느낄 때도 많지요..
하지만 오늘을 사는 저는 내렸던 많은 눈으로 퇴근길 허우적되는 일상이군요^^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비록 보잘것 없는 행성에 보잘것 없는 60억 중에 하나지만 말이지요^^
DragonAttack
12/12/05 23:5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불량품
12/12/06 02:37
수정 아이콘
보이저 1호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을정도네요.. 잘읽엇습니다 :)
JunStyle
12/12/06 03:16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악령들이 출몰하는 세상이었나? 유령들이 출몰하는 세상이었나? 칼 세이건의 책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콘택트도 마찬가지구요.
12/12/06 07:24
수정 아이콘
저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명령을 하고 사진을 받을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늘 과학에서 광년의 개념이 나올 때마다 정말 상상이 안돼요. 글 잘 읽고 갑니다~
12/12/06 09:55
수정 아이콘
저 보이저의 성능은... 6Mhz 8비트 cpu에 4KB 램, 6KB 롬, 160bps (초당 20바이트..) 성능이라죠. 꼴랑 6KB 롬에 자동항행, 자세 제어, 에러 수정, 스케쥴관리, 촬영, 기록, 통신, 관측... 등등의 기능이 몽땅 다 들어있다고 합니다. (엔하위키 참조)

... 어마어마 하죠. 공돌이를 몇이나 갈아넣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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