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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05 01:57:22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리뷰] 26년 - 피로 얼룩진 정의는 살아있는가 (스포 있음)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리뷰 특성상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리뷰] 26년 - 피로 얼룩진 정의는 살아있는가



영화 <26년>을 봤다. 강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그동안 말도 말고 탈도 많았던 영화 <26년>. 그런만큼 꽤나 관심이 가는 작품이었다. 더불어 본인은 강풀의 웹툰을 보지 않았기에 영화를 보는 동안 순수하게 작품 그 자체에만 집중해서 감상하고자 노력했다. 어쨌든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우선, 영화 <26년>은 재미있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굳이 논하자면, 나는 호(好)쪽에 가깝다. 하지만 또 그만큼 아쉽다.

그날을 기억하는, 혹은 잊어버린 우리 모두를 향한 외침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유가족과 진압군인 등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상처와 아픔을 간직한 이들이, 만행의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암살하고자 계획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 초반 애니매이션을 통해 드러나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 혹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어쨌든 영화 자체는 신선하다. 강풀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낼 수 있었을까? 그동안 <화려한 휴가>나 드라마 <모래시계> 등 80년 5월로 되돌아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다시금 극적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은 있었지만 <26년>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작품은 없었다. 우선 이렇듯 신선한 내용을 영화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신선한 소재와는 별개로 영화를 풀어가는 방식은 그닥 매끄럽지 않고 때때로 투박하며 산만하다.  

높은 순간 몰입도, 하지만 툭툭 끊기는 흐름  


사실 이 영화는 웹툰의 영화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몸소 보여준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가진 각자의 이야기들을 전부 풀어내어 관객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므로 빠르게 그들의 사연을 훑고 넘어간다. 그러다보니,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임팩트를 주어야 하고 이러한 부분은 자연스레 과장된 공감의 강요로 이어진다. 사실 영화의 주인공 중 한명인 진배(진구)의 어머니가 전두환의 영상을 볼때마다 항상 발작을 일으키거나 미진의 아버지가 전두환의 사저 앞에서 분신 사고로 사망을 하는 장면들은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든 이러한 문제와 더불어 각각의 캐릭터들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에 바쁘다. 그러다보니 캐릭터 간의 유기적인 연결이 부족하고 철저한 계획 하에 이루어질 듯 보였던 암살 시도는 주먹구구식의 우발적인 방향으로 진행된다. 각자 나름의 사연을 가진 각 캐릭터들이 화학적 결합을 일으키며 자연스레 극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다. 진배는 뜬금없이 전두환 사저 앞에서 달리기 시늉으로 난동을 피우며 본인의 신상을 쓸데없이 노출하고, 미진 또한 갑작스럽게 개조된 공기총을 이용해 홀로 암살에 나서다 실패하고, 이 과정에서 충격을 받은 권정혁(임슬옹)은 혼자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화에 중심이 없다. 미진이 협력을 포기하고 나홀로 암살을 결심하는 과정은 설득력과 개연성이 떨어지고, 암살 실패 과정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고 방황하는 정혁의 모습도 갑작스럽긴 마찬가지다. 결국 한편의 영화에 각각의 캐릭터들의 스토리와 심리적 갈등, 그리고 행동들을 담으려고 하다보니 영화의 전개는 산만해지고 흐름은 툭툭 끊긴다. 그나마 영화 안에서 중심 축 역할을 하며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 김갑세(이경영)도 존재감을 발휘하기는커녕 스스로도 수습하지 못한 채 용두사미가 되어 버린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감독의 연출력의 문제라기보다는 긴 내용의 웹툰을 2시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꽉꽉 밀어 넣으며 생겨나는, 이른바 웹툰의 영화화의 태생적 한계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절반의 성공에 그친 아쉬움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순간적인 몰입도는 무척이나 뛰어나다. 이를테면 개조된 공기총을 견착한 미진이 도로 한복판에서 전두환이 탑승한 차량을 겨누며 암살을 시도하는 장면이라든가, 영화의 말미 진배가 전두환을 끌어안고 미진에게 사격을 종용하며 절규하는 장면 등 숨가뿐 호흡으로 관객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여러 장면들에서 영화는 특유의 흡입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이러한 몰입도는 감독의 연출력과 더불어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은 바가 크다.

특히나 광주 건달 진배를 연기한 진구는 날 것 그대로의 살아있는 캐릭터를 통해 투박하고 거친 특유의 카리스마와 애잔하고 슬픈 정서의 내면 연기를 훌륭하게 선보인다. 특히나 진배가 건달이 되기 전 국수 장사를 하며 건달들과 개싸움을 하던 씬에서의 그의 연기는 꽤나 이채로웠다. 마치 한 마리의 피 흘리는 상처투성이 늑대를 보는듯한 그 모습은 한명의 배우와 캐릭터가 자연스레 만나는 접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구성은 정교하고 치밀하지 못한 구석이 많지만 적어도 배우들의 호연은 칭찬해줄만 하다.

결국 영화 속 암살이 절반의 성공에 그친 채 명확한 결말을 내지 않고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되는 것처럼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절반의 성공에 그친 느낌이다. 분명 기획 의도는 참신했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준수하며 영화적 재미도 충분히 담보하고 있지만, 애초에 너무 심각하게 힘을 잔뜩 준 탓일까? 군데군데 뚫린 스토리 전개의 구멍은 작지 않은 아쉬움을 남겨준다.

2012년의 대한민국은 80년 5월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졌나


어쨌든, 영화 리뷰어로서의 평은 이 정도로 하기로 하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의 소회를 얘기하자면, 일단 영화 <26년>은 용기 있는 작품이다.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하지만 누군가는 직면하고 꺼내야만 하는 이야기들을 영화는 과감하게 그리고 묵직한 정공법으로 풀어낸다.

'피에 얼룩진 채로 사라져버린 그날의 정의는 살아있는가.'  

그리고,
'2012년의 대한민국은 과연 80년 5월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졌나.'

영화는 이렇게 묻고 있는 듯 했다.  

야만의 시대,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영화의 막바지, 전두환을 뒤에서 꼭 껴안아 붙잡은 채로 진배는 총구를 겨눈 미진을 향해 울분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절규한다.

"26년이여.. 지금을 놓치면 앞으로 우린 또 뭘 헐 수 있겄냐!"  

이렇듯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영화는 말해준다. 약육강식의 천민 자본주의가 판을 치고 권력이 국민을 억압하는 야만의 시대. 과연 2012년의 오늘이, 1980년 5월로부터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갔는지 의심스러우리만치 시대를 역행하는 퇴행과 야만의 시대 속에서, 영화는 80년 5월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정의 혹은 역사의 심판이라는 거창하고도 추상적인 구호보다도 단지 그냥, 80년 5월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아픔이자 일종의 부채로 남아있다. 결국 남겨진 이 부채를 각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눠 가질지는 순전히 관객 개인의 몫으로 남겨둔 채, OST곡인 이승환의 <꽃>과 함께 영화는 조용히 엔딩 크레딧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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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토스
12/12/05 02:09
수정 아이콘
영화를 보고 너무 실망했습니다. 동시에 강풀이 단순히 그림쟁이(?)가 아니라 연출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느꼈고요

일단 웹툰과 설정이 많이 다르죠. 가장 불만이었던 것은 곽진배였습니다.
원작에서 과묵하고묵직하고 말 수가 적고 카리스마있고....이런 이미지여야 하는데
뭔가 촐싹대는 양아치 느낌이 굉장히 강했고 너무 가벼워 보였습니다.
마치 사투리가 얼마전에 종영한 SBS드라마 추적자에서 나오는 그 조폭 같아서 굉장히 불만이었습니다.

또 본문에도 있지만 짜임새가 너무 없어서 이야기간 간극이 너무 커 몰입이 되질 않더군요.
원작을 아는 저도 이 정도였는데, 영화로 처음 본 여자친구는 굉장히 당황스러워 했습니다.

소재자체는 참신합니다. 그러나 소재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다빈치코드도 일정 수준의 필력이 뒷 받침 된 작품이죠
이 작품은 너무 심합니다.

26년의 제작이 몇 번이나 엎어지고, 배급사도 듣도보도 못한 작은 배급사, 대형 영화관에서는
자리가 없거나 가장 작은 관 1개 내주는 등....
이런 것들을 보면서 ' 와 진짜 너무들 하네' 하는 생각을 들었는데 보고 나서는
그럴만 하네...나 같아도 이딴 영화 배급 안하고 상영관 안 줌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 중간 억지 눈물을 끌어내려는 장면에서는 이 영화를 보자고 한 제가 너무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당황스러웠고요
그런데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여자친구는 조금씩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고요 -_-;

골수 민주당 빠인 여자친구는 영화를 보고 한마디 하더군요.
'와 진짜 이명박은 아무것도 아니네....비교할 것이 아니었어....이 아이가 레알이었어'
Eternity
12/12/05 13:27
수정 아이콘
낭만토스님// 저도 아마 웹툰을 봤다면 불만이 생겼겠지만,
웹툰을 보지 않은 저로서는 곽진배 캐릭터에 별다른 불만은 생기지 않더라구요. (원래 저런 캐릭터인가보다 싶었죠.)
근데 말씀을 듣고보니 조금 아쉽긴 하네요. 무게감이 좀더 있었으면 좋았을 뻔 했는데 말이죠.

어쨌든 지적해주신대로 곽진배라는 캐릭터의 근본적 한계나 아쉬움은 있을지라도
이미 시나리오가 구축해놓은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체화하며 연기하는 배우 진구의 역량은 꽤나 훌륭했다고 봅니다.
그러다보니 웹툰 원작을 보지 않은 제 입장에서는 배우나 캐릭터에 대한 장점만 보이더군요. 역시 좋은 배우예요.

사실 언급하신대로,
가만히 있어도 충분히 가슴 아픈 이야기를 너무 신파적으로 끌고가려다보니까 오히려 감동이 덜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런 점은 곱씹어봐도 아쉽네요.
DavidVilla
12/12/05 02:19
수정 아이콘
본문에서 말하는 '사족'과 '태생적 한계'는 분명히 반대의 성격이지만, 실제로는 그 원인이 같지 않나 싶습니다. 꾹꾹 눌러담다 보니까 조금 더 뒤늦게 나와도 되거나 설명이 필요한 장면이 마구 뒤엉켜 나올 뿐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렇게 '영화화된 웹툰'이라는 점에만 초점을 두고 본다면, 굳이 영화관에서 돈 내고 볼 이유는 없어지겠죠. 그래서 영화적 관점으로 말해보자면, 결코 이 영화는 잘 만든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못 만들었죠. 윗 문단에서 말한 '편집' 문제도 심각했고 말예요. 소재와 원작 웹툰이 아니었더라면 과연 제가 그 정도로까지 몰두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남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을 아는 이들이 보내는 일종의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네요.

끝으로, Eternity님의 이번 리뷰도 전체적으로 정말 공감이 가네요. 잘 읽었습니다!
12/12/05 02:23
수정 아이콘
26년은 웹툰을 보지 않아야 한장면 한장면을 긴장하며 볼 수 있는 반면에
웹툰을 봐야 중간중간의 틈을 웹툰과 연결시켜서 엮어나갈 수 있는 좀 웃긴 포지션의 영화입니다.
웹툰이라는 모두가 무료로 접근해 볼 수 있는 소재를 영화로 만든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 영화를 보며 다시금 느꼈네요.
다만 곽진배의 깽판은 5월을 앞두고 경비를 강화하게 만들려는 이유라고 영화에도 나오죠. 곽진배 깽판 - 경비강화 - 사설경비업체인 김주안 로비 순으로 이어지니까요.
미진이 아버지 이야기와 권정혁의 과거(웹툰에선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와 힘겹게 살며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꾸게되죠. 웹툰대로 권정혁의 과거를 그렸다면 왜 그가 경찰이라는 간판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조금 더 쉽게 공감이 갈 수 있게 만들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도 변하면서 조각조각이 어색한게 두고두고 아쉬울것 같네요.

뭐 급하게 만든것도 사실이고 급하게 만들수밖에 없었던것도 사실이라 전 그 제작배경을 감안해서 충분히 만족하게 봤습니다.
Eternity
12/12/05 13:52
수정 아이콘
사실 곽진배의 깽판 부분은 제가 대사를 놓쳤던 것 같습니다. 설명해주신 내용을 들으니 이해가 잘 되네요.
뭐랄까, 뜬금없다기보다는 그 과정이 조금 투박하고 촌스러웠다는 게 정확한 평이겠네요.
(스토리 상의 개연성은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 쓸데없이 신원을 노출한 부분도 불필요하게 느껴졌구요.)
암튼 정확히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놓친 부분을 정확히 파악했네요.^^

그리고 따지고보면, 말씀하신 것처럼 참 어정쩡한 포지션의 영화죠.
웹툰을 본 사람은 본 사람대로 아쉬움이 남고, 안 본 사람은 안 본 사람대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랄까요;;
그래도 분명 영화적 재미는 충분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그런 영화였습니다.
New)Type
12/12/05 04:25
수정 아이콘
'재미'로 볼 영화는 아니지만 26년의 스토리에 필요했던 '재미'는
팀이 갖춰지고, 팀원간의 갈등, 그 팀이 다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가는 과정 등이 필요했습니다.
이 리플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이렇게 죽 읽다보니 올해 개봉했던 무슨 영화 생각이 나시지 않나요?
어벤져스입니다.
어벤져스가 바로 그런 팀 구성의 절정을 보여줬죠.
근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너무나도 부족함을 보입니다.

26년의 완성도에서 드러나는 단점은
그런 이야기의 흐름, 캐릭터간의 화학적 결합, 긴장감 넘치는 시퀀스를 위한 개연성 + 현실감 부여가 무척이나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워낙 제작 여건에서의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거의 4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계속 외압으로 인해 엎어지고.
그래서 제작 초기의 미술감독이 어쩌다보니 입봉작을 찍게 된 것도 그렇고, 제작두레를 통해 제작비가 모이기 시작한 시점,
급박한 캐스팅, 짧은 촬영기간, 개봉해야하는 시점 등등 모든 요소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했습니다만....
모두의 공분을 살만한 소재는 좋았지만, 스토리의 모든 동력이 그 하나에 매달려서 가는 영화였다고 보입니다.

중간중간 배우들의 호연으로, 몇몇 장면에서의 안타까움,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컷이 너무 끊어지고, 개연성에서도 많은 아쉬움을 보였습니다.
각 캐릭터의 사연을 읊고 지나가기 급급하고, 그런 이유로 임슬옹이 맡았던 권정혁에 대한 설득력은 많이 떨어졌습니다.

두 암살 시퀀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인물의 행동만 보면 배우들의 호연으로 순간적으로 그 장면에선 꽤나 몰입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앞, 뒤 컷으로 연결되는 다른 인물들이 붙는 순간 호흡이 느려지며 리듬감의 저하로 긴장감도 많이 희석되고,
그 느려진 호흡때문에 이야기에 대한 몰입에서 빠져나와, 각 장면의 개연성에 대한 판단을 자꾸 하게 만들더군요.

강풀 작품은 웹툰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하기에 최적화된 기존의 플롯을
어떻게 영화라는 매체에 맞게 각색하는가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항상 아쉬움을 보입니다.
늘 그의 작품들은 '영화만의 특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다룬 감독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것만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시기, 비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나온 작품인 남영동 1985를 보면서 영화적 완성도 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가 이끌어내는 안타까움, 공분의 정서를 더욱 더 절절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26년에서 그 울분을 풀어낼만한 완성도를 보여주길 바랐는데, 많이 아쉽네요.
더더욱 잘 나왔어야 하는 작품이기에 더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아쉬움이 많은 작품에서도 중요한 메세지는 이것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시절의 그 악은 심판받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입니다.]

완성도는 아쉽지만, 혹시나 이 영화가 많은 관객이 들지 못하더라도
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그날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남영동 1985가 더 많이 흥행했으면 좋겠습니다.)
Eternity
12/12/05 14:29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특히나 서두에 말씀하신 '팀'으로서의 갈등과 유기적 결합 등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점은 저 또한 격하게 동의합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이부분에 크게 실망을 해서, 혹독하게 비판을 하려다가
원래 웹툰에서도 이런식으로 엉성하게(?) 흘러가나 싶은 생각에 이부분은 잠시 언급만하고 넘어갔는데 속 시원하게 지적해주셨네요.
가장 아쉬웠고 답답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말씀하신 마지막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 영화이죠.
그 메시지를 너무 투박하고 매끄럽지 못한 방식으로 전달한 게 아쉬웠달까요.
더불어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터져나오는
"26년이여.. 지금을 놓치면 앞으로 우린 또 뭘 헐 수 있겄냐!" 라는 진배의 절규에서 지금의 대선 상황이 묘하게 오버랩되더군요.

New)Type님만의 꼼꼼하고 정교한 평 잘 읽었습니다.
누나 좀 누워봐
12/12/05 08:54
수정 아이콘
영화 자체는 위에서 말씀하셨듯이 못만들어도 너~무 못만들었지만,

그냥 제작 자체에 의의를 둬야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higher templar
12/12/05 09:43
수정 아이콘
저는 웹툰은 안봤고 영화만 봤는데 볼만하더군요. 뭐 아쉬운점이 없지만은 않겠지만... 충분히 봐줄만했어요.
12/12/05 10:01
수정 아이콘
웹툰을 본 입장에서는 재미도 있고 아쉬운부분도 많았습니다.
자본력만 있었어도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나친 사투리는 너무 심했습니다.
21세기에 역사는 왜곡되어가고 교과서는 누굴위해 만들어지는지 ...
바쁜일상에 지쳐가는 셀러리맨으로서 참 마음이 아픕니다.
땅과자유
12/12/05 11:39
수정 아이콘
제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너무 자극적인 설정이였습니다. 오히려 담담히 그려냈으면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직구만 들어오니 보는 눈이 좀 피로했습니다. 물론 26년이라는 영화를 영화 자체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은 평가 자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영화적인 세련됨의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가장 몰입도가 높아야할 부분에서 호흡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장면들에서는 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예를들어 캔 로치의 영화들을 보면 영화의 세련됨이 아닌 진솔함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어떤건가를 좀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이 좀 더 잘 표현되었다면 좀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였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저도 가장 불만인 케릭터가 진구가 연기한 곽진배였습니다. 만화와 너무 달라서 좀 당황스러울 지경이였으니까요.
가장 좋았던 점은 초반 에니메이션으로 표현하기로 한 방법입니다. (에니메이션으로 표현된 과장된 표현은 사실 전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마음속에 타오르는 분노를 느끼면서 아직도 5.18이 끝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Eternity
12/12/05 14:37
수정 아이콘
그렇죠. 너무 자극적인 설정이 난무하고 신파로 몰아가려고 하다보니
있는그대로의 감동과 아픔이 오히려 줄어드는 기분이랄까요.

6.25 이후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인 사건이니만큼 굳이 이렇게 몰아치지 않아도 충분히 그 비극성을 느낄 수 있었는데 말이죠.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큰 작품이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생선가게 고양이
12/12/05 13:06
수정 아이콘
영화만 봤습니다.
두환이가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하는데
제 인생 최초로 영화관에서 '육성으로' 욕이 나왔습니다.
마지막에 좀더 확실한 처형(?)이 이루어졌으면 했는데
제 기대와는 좀 다른 결말이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Eternity
12/12/05 14:41
수정 아이콘
저는 오히려 열린 결말이어서 괜찮았다고 봅니다.
확실한 처형으로 마무리하기엔 정치적인 불편함과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보여지구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런 열린 결말의 아쉬움을 통해 관객에게 각성의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있다는 점이 아닐까 하네요.
대선정국과 연계되어 관객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낭만토스
12/12/05 15:08
수정 아이콘
웹툰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연출이나 구성이 짜임새있고 좋습니다
greatest-one
12/12/06 01:15
수정 아이콘
다른 글에서도 댓글을 달았지만...강풀작가의 작품은 영화화 자체가 굉장히 까다로와서..
어떻게 해도 쉽지 않다라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 딱 예상했던 수준정도로 나온거 같았습니다.
다보고 든 생각은 역시 쉽지 않구나...매체 특성상 시간이라는 전제가 너무 압박이고 해결이 안되겠더라구요..
시작 애니메이션 이후로 각 캐릭터가 모이는 과정 년도 표기와 더불어 순식간에 처리되는 부분은
흡사 성공한 드라마에서 스페셜방영분 느낌이 났습니다. 하다못해...잠깐 나오는 진배의 조직두목도 사연이있습니다. 웹툰상에서는...
처음 미진의 시도에서 부터 최종시도까지의 순간순간 몰입도는 말씀하신대로 상당했다고 봅니다. 여기부터는 볼만하더라구요.
근데 역시 툭툭 끈기는 흐름의 답은 웹툰을 직접 봐~~~야 되는거...
요게요게 위에 회원님들이 말씀하신대로 애매하게된거 같습니다.

캐릭터간에 유기성...그리고 너무 신파적인 강요...역시 웹툰상에서는 답이 나옵니다.
웹툰을 보시면...전체적으로 크게 3부분으로 나눌수 있습니다. 실제 강풀작가의 연재방식도 그랬구요...
첫부분에서 당위성...왜???에 대한 질문의 답을 각자의 캐릭터의 사연과 더불어 보여줍니다.
또한 미진의 단독시도는 사실...정말 개인적인 시도였고 오히려 이게 순서상 먼저입니다.
이게 김갑세 김주안의 계획과 맞물리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두드러지고...설령 그 실패까지도...흐름안에서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이부분에서...웹툰상 가장 짠했던 부분이 나오는지라...영화상에서는 다른 타이밍에 말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픈세월을 살고 있다' 대사가 정말 절절히 느껴지더라구요...
미진의 아버지의 모습을 아쉽게 다루다보니...공감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권정혁은 정말...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마지막에 그 모습은 상당히 쌩뚱맞은 행동이 되버리더라구요...
역시 강풀작가는 드라마화가 맞는거 같습니다.
아예 만화1회를 보면...제목과 더불어 시작과 끝 방식을 드라마처럼 처리를 해버립니다.
카페베네급(?) 떡밥 던지기 식으로 말지요...
그리고 또하나 속이 시원한부분???
영화상에서 대사가 있었는지 모르겠는데요...
진배가 욕하면서...
맨날 역사에 맏기자고 하는데 왜 지금은 못해
지금 우리가 사는게 역사다...
정말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아무튼 웹툰은 꼭 보셨으면 합니다. 완성도 상당합니다. 재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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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48 [일반] [영화] 스타트랙 다크니스, 맨 오브 스틸, 은밀하게 위대하게, 토르2 예고편 [14] 타나토노트8087 13/04/27 8087 0
43323 [일반] 작은 클럽 DJ의 소소한 일상 [29] reefer madness6445 13/04/20 6445 9
43204 [일반] 성남이 드디어 홈에서 이겼습니다. [15] 막강테란4122 13/04/15 4122 2
43166 [일반] 여러분이 재밌게 읽으셨던 장르소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125] kien15466 13/04/12 15466 0
43139 [일반] 영화 '전설의 주먹' 후기(스포) [11] 류크7740 13/04/12 7740 0
43126 [일반] (아랫글보고)저는 초능력자입니다. [28] 시간6984 13/04/11 6984 3
43087 [일반] 웹툰 추천-'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15] AfnaiD12274 13/04/08 12274 0
42808 [일반] [신앙] 루카치의 꿈과 나의 꿈 (다원적 민주주의 시대에 사는 한 기독교인) [29] 쌈등마잉4263 13/03/22 4263 4
42806 [일반] 장그래씨 아이템 너무 아쉽네요. 미생과 쌀 이야기 [11] luvnpce7660 13/03/22 7660 1
42647 [일반] 웹툰 '미생'과 관련된 칼럼하나. [41] par333k9277 13/03/10 9277 3
42581 [일반] 한국 웹툰, 일본 애니메이션화!!! 그런데.... [96] 오우거9989 13/03/06 9989 0
42102 [일반] 모두에게 완자가 라는 웹툰 [57] 김도진8188 13/02/03 8188 1
42083 [일반] 웹툰 공모전 우승했습니다. ^^ [16] sonmal6519 13/02/02 6519 1
41849 [일반] 축하할 일이 있어서 글을 적네요.(웹툰 관련) [8] FreeSpirit5041 13/01/23 5041 0
41532 [일반] [연애학개론] 바둑과 연애(2) - 파격과 아생살타, 그리고 접바둑 [37] Eternity7398 13/01/06 7398 2
41362 [일반] [판타지] 조아라라는 사이트를 아시나요? [20] sisipipi10583 12/12/29 10583 0
41267 [일반] [연애학개론] 바둑과 연애(1) - 응수타진과 봉위수기 [30] Eternity9692 12/12/25 9692 2
41111 [일반] [K리그] 주말 오피셜 - 부제 : 윤성효 감독의 귀환 [11] 막강테란3585 12/12/17 3585 0
40995 [일반]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만화 부문 대통령상 수상 [30] The xian6874 12/12/11 687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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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51 [일반] [리뷰] 26년 - 피로 얼룩진 정의는 살아있는가 (스포 있음) [24] Eternity4558 12/12/05 4558 0
40728 [일반] 한심한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방송 심의 기준 [10] 타테시5556 12/11/29 5556 0
40470 [일반] 화광, 적벽을 채우다(끝)-여전히 불타오르다. [3] 후추통4808 12/11/18 480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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