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9/04 19:24:43
Name 블레이드
Subject [일반] 보험이야기 (5) 생명보험 vs 손해보험 2
지난번에 이어,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영업을 하던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는 결국 "사람의 신체"의 영역에서 맞붙게 됩니다.

생명보험의 경우 직관적이고 간단합니다.
어떤 특정 이벤트가 발생하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면 되는 방식이거든요. 이럴 경우에 중요한건 처음 계약한 금액(전문용어로 "가입금액"이라고 합니다.)과 해당 사고의 발생률이거든요.

예전에 쓴 내용을 다시 인용하자면
암에 걸렸을 경우 보험금 지급
신체 장해가 발생할 경우 보험금 지급
뇌졸중에 걸렸을 경우 보험금 지급
수술을 할 경우 보험금 지급

이렇게 되는 것이지요.

반면에 손해보험의 영역은 조금 다릅니다. 손해보험은 애초에 말씀드렸다시피 우연한 사고로 인한 “손해를 원상복구”하는 것이거든요.

즉, 생명보험은 일종의 “위로금”이라면 이쪽은 일종의 “치료비”입니다. 그래서 표현 방식도 조금은 다른데요. 생명보험은 “골절시 100만원 지급”이라면 손해보험은 “골절시 100만원 한도로 실제 치료비 지급”입니다.

(중요! 최근 많이 판매되고 있는 실손의료비보험이 등장하기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실손의료비는 나중에 다시 다룰께요)

사람의 생명이 사라지는 “사망”사고에 대해서 양 보험업은 접근이 다릅니다. 생명보험의 경우는 인간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귀중한 것이기 때문에 가입금액의 제한이 없습니다. 단, 가입금액이 커지면 그만큼 보험료도 커지는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예를 들어 40세 남성의 사망률이 0.00059 라고 합시다. 그리고 사망시 보장금액을 50억이라 합시다.
그럴 경우 보험료는 0.00059 X 50억원 = 295만원. 매월 24만5천원씩 내면 되는 거죠 (얼추 여러분들이 내는 종신보험료랑 비슷한가요? ^^;;)

예전 글에 어떤 분께서 “유명 배우의 다리 보험 5억, 가슴 보험 10억” 이런 것에 대해서 질문을 하셨는데요.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험회사별로 신체 부위별로 손상에 대한 위험률이 다 있거든요. 만약 그 위험률이 예를 들어 0.0000472 라고 합시다. (위 사망률 0.000059 X 사망 대비 다리 한쪽 잘릴 확률 대충어림짐작으로 8%) 그러면 다리보험 5억원이라고 하면 0.0000472 X 5억원 = 2만3천6백원 만 내면 보험가입이 되는 겁니다. 별거 아니에요. 여러분도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다리는 소중하니까요(응?). 사실 홍보를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여배우 다리라고 황금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요.

자, 또 다른 분께서 보험회사의 상품 설계에 대해 지적하신 부분이 있어요. 보험회사에서 이야기하는 담보 설계가 불합리하다고 느끼신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주신게 비행기 사고 사망시 3억원 선박 철도 사망시 2억원 그리고 자동차사고 사망시 1억원이라고 말하셨는데 실제로 각 사고로 인한 사망 위험률이 다 달라요. 당연히 비행기 사고나 선박 사고는 잘 안일어나겠죠? 당연히 사망위험률도 굉장히 낮아요. 반면에 자동차사고 사망은 자주 일어나겠죠? 당연히 사망위험률이 굉장히 높아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① 비행기 사고 사망률 : 0.0000044 X 3억원 =  1,320원
② 선박 사고 사망률 :    0.000048 X 2억원 =  9,600원
③ 자동차 사고 사망률 :   0.00044 X 1억원 = 44,000원 : 합계보험료 총 54,920원

인데, 이걸 다수가 원하는 자동차 사고 사망률 가입금액을 올린다면
① 비행기 사고 사망률 : 0.0000044 X 3억원 =   1,320원
② 선박 사고 사망률 :    0.000048 X 2억원 =   9,600원
③ 자동차 사고 사망률 :   0.00044 X 3억원 = 132,000원 : 합계보험료 총 142,920원

3배 가까이 보험료가 뜨게 되죠. 비행기 사고율은 워낙 낮기 때문에 넣으나 마나 큰 영향도 없어요. 보험료 차이도 별로 없고요. 관건은 자동차사고 사망담보인데 이렇게 비싸게 설계를 할 경우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의문인 거죠.

물론 보험료를 더 내면서라도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거에요. 그러면 말씀드렸다시피 가입금액 높여서 가입하시면 되는 겁니다.

자, 지금까지는 생명보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요. 손해보험이 바라보는 “사망”은 조금 다릅니다.

손해보험에서 말하는 사망이란 “그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있을 경우 계속해서 노동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수입액의 손실”의 개념에 좀더 가깝습니다.

물론 이런 개념도 지금은 많이 바뀌어서 생명보험과 비슷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 흔적은 두가지로 남아있는데, 그중 하나는 손해보험의 질병사망보험의 가입금액은 2억원으로 제한이 됩니다. (법에서 강제하고 있어요.) 엄밀히 따지기는 조금 어렵지만 생명보험과 같은 무제한적인 한도를 주지는 않는 것이거든요.

나머지 하나는 또다른 손해보험의 영역인 “자동차보험”(엄밀히 말하면 배상책임보험)에 남아있습니다. 자동차사고로 사망하였을 경우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의 계산 방식은 대충 사망피해자의 현재 직업의 하루 일당 X 정년퇴직했을 것이라 가정할 경우 예상 근속일이 됩니다. 만약 어린아이일 경우 아이의 가능성은 무한하기 때문에 더 많은 금액이 책정이 되고, 안타깝게도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금액이 훨씬 적게 산정이 됩니다. 연령이 높을 경우도 그렇고요.

조금 잔인한가요? 제가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각 사업의 시초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손해를 복구시켜주기는 해야겠는데 그 금액을 산정하기가 어렵고, 그 가족에게는 무한대의 피해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고...이러저러한 문제가 얽혀서 결국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을 하게 되죠. (물론 저 공식을 백프로 적용하지는 않습니다. 아시죠?)

이와 관련해서 이제는 좀 된 이야기인데요 강원래씨가 교통사고로 지금과 같은 장해가 발생했을 때 보험회사에게 21억원을 청구해서 받아낸 경우가 있습니다. 사고 당시 인기 절정의 연예인이었다는 측면에서 금액을 책정했는데요. 소송 끝에 결국 받아내게 되어서 화제가 되었죠.

(그런데 이건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사망 배상책임 보험금”의 경우이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망보험금”은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가입자의 상속인에게 지급되는 금액이죠. 차이가 있습니다.)


자 다시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와서, 사망말고 다른 보장에 대해서 봅시다.

수술비에 대해서도 생명보험에서는 그냥 “수술을 받으면 200만원 지급”입니다. 반면 손해보험은 “수술을 받는데 들어간 실제 치료비를 지급”입니다. 이러면 수술이 간단한 경우에는 생명보험이 유리합니다. 그런데 수술이 큰 수술이어서 비용이 200만원을 초과한다면 손해보험이 유리하죠.
그래서 이런 갭을 메꾸기 위해 생명보험에서는 수술의 종률 3개로 분류를 해서 제1종 수술에는 간단한 수술, 제3종 수술에는 큰 수술을 분류해서 각각 지급금액을 다르게 하여 운용을 하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또 하나의 문제점이 있는데요, 사스(SARS)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생명보험에서는 보장을 받지 못합니다. 보장받을 수 있는 질병의 종류가 정해져있거든요. 반면에 손해보험에서는 병원에서 치료받기만 하면 보상이 되었죠(이걸로 손해보험사가 사스 유행할 때 영업 좀 많이 했어요)

이 방식이 양 보험업에 미치는 영향에 좀더 깊게 들어가보겠습니다. 수술비 담보로 예시를 들어보죠.

① 생명보험 : 수술시 1천만원 지급
② 손해보험 : 수술시 3천만원 한도로 실제 치료비 지급

고객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요? 만약 운동하다 살짝 다쳐 간단한 봉합 수술로 끝났다면? 그래서 200만원의 치료비가 실제로 발생했다면 생명보험이 압도적으로 유리하죠? 그런데 건물에서 떨어진다던가 해서 큰 수술을 해야해서 수술비가 4천만원이 나왔다면 손해보험은 3천만원까지는 보험에서 커버가 되고 천만원만 추가 지불하면 되지만, 생명보험의 경우 3천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됩니다.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요?
자, 이제 입장을 고객이 아니라 보험회사의 입장으로 돌려봅시다. 회사의 입장에서 크게 보았을 때 작은 수술이 많이 일어날 까요? 큰 수술이 많이 일어날까요? 통계적으로도 감각적(?)으로도 작은 수술이 훨씬 많이 일어나죠?
그렇다면 작은 수술이건 큰 수술이건 매번 천만원씩 지급해야하는 생명보험과 작은 수술은 작은 수술대로 큰 수술은 큰 수술대로 지급하는 손해보험사와 어느 쪽이 보험금 지급이 더 많을 까요?

(아...이걸 그래프로 그려서 보여드리고 싶은데 재주가 부족하네요)

생명보험이 보험금 지급이 더 많아요. (당연한가?) 그래서, 보험료도 더 비싸요 생명보험은. (보험금이 나간 만큼 보험료를 걷어들인다. 혹은 보험료를 걷어들인만큼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게 보험의 가장 큰 기본원리에요. 무조건 똔똔(?) 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손해보험 상품이 생명보험상품보다 보험료가 저렴하고, 받는 보험금도 “딱 맞춰서”나오는 경향이 있어요.

자, 이렇게 되니까 생명보험의 입장에서는 아쉬운거에요. 원래 생명보험의 영역이었던 시장에 손해보험사가 진출을 하더니 저렴한 보험료로 마구 잠식을 해들어 가는거에요. 원래 생보사의 강점인 사망보험은 그냥 두고서라도 상해, 질병의 영역에서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것이죠.

그래서 생보사는 다시금 반격을 시도하게 됩니다.

To Be Continued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9/04 19:37
수정 아이콘
아 크크 드라마 보는것 같이 자꾸 크크 재밌는내용 나올때 끊기니까 애가 타네요
기다릴려니 현기증 나요 빨리 다음편 써주세요.
블레이드님 보험글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이히트
12/09/04 19:44
수정 아이콘
선 추천, 후 리플.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12/09/04 20:11
수정 아이콘
근데 물론 예시로 드신거겠지만 50억 받을려면 월 25만원이 아니고 한달에 천만원은 넣어야 할것 같은데요 크;;;
워3팬..
12/09/04 20:34
수정 아이콘
오 이런거구나 하하하 생각보다 간단하네요.
맥쿼리
12/09/04 21:05
수정 아이콘
저번부터 글 잘보고 있습니다. 담에 시간 나시면 보험사는 손해 보는 장사가 절대 안나올 수 밖에 없는 그 시스템도 조금 설명해 주세요.
예전에 한번 들었는데 상당히 복잡한 체계로 구성되어 있더군요. 모든 상황에 대한 보상 매뉴얼이 있는지 아님 손해사정인들의 재량인지
도 참 궁금해요.
낙두인
12/09/04 21:30
수정 아이콘
사회인 된지 얼마 안되어서 이쪽 븐야에 관심이 많은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소오르트
12/09/04 23:11
수정 아이콘
지난번에 보험회사의 상품 설계에 대해 지적한 사람입니다. 제 댓글의 요지는 저렇게 3억 2억 1억이라고 해놓고 광고는 "사망시 최대 3억원 보장"을 강조하는 것이 보험회사과 영업인의 행태라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저렇게 3억, 2억, 1억 세가지 경우에 대해서 소개를 하면 사람에 따라서 먼가 평균 2억정도의 보상을 받을것 같은 "착시"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거죠. 그러나 실제로는 글쓴이가 말한것 처럼 3억, 2억 보상받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저 세가지 중에서 보상을 받는경우는 평균 1억 10만원정도?를 보상 받게 됩니다.

물론 보험사나 영업인이 거짓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죠. 단지 이러한 "착시"현상을 이용하는 것을 소비자로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숫자로 저에게 착시를 일으키려고 시도하는 비지니스에 대해서 관대하지 못합니다. 제가 너무 까칠한가요?
이노리노
12/09/04 23:22
수정 아이콘
항상 감사합니다.^^
마바라
12/09/05 09:12
수정 아이콘
드라마네요. 드라마~
이런 극적인 순간에 끊어버리면 다음 편을 안볼수가 없는데요. 하하.
제가 요즘 피지알에서 가장 기다리는 연재물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0324 [일반] 안철수 후보 정책공약 : 안철수의 약속 (2) 교육, 복지 [27] 타테시5853 12/11/12 5853 0
40311 [일반] 불굴 - 4. 어디까지가 한국인가 [8] 눈시BBbr6749 12/11/12 6749 0
39993 [일반] [계층] 좋아하는 성우 있으신지요? [36] Cool Gray3959 12/10/30 3959 0
39957 [일반] 새로운 전쟁 - 3. 장진호 전투, 흥남 철수 [14] 눈시BBbr11193 12/10/28 11193 2
39802 [일반] [철도계층...?] 새마을호를 타며 [22] Cool Gray4587 12/10/20 4587 1
39524 [일반] 북진 - 1. 낙동강 돌파 [24] 눈시BBbr6326 12/10/06 6326 2
39464 [일반] 꿈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20] 알고보면괜찮은5165 12/10/03 5165 0
39418 [일반] 인천상륙작전 - 3. D-Day [16] 눈시BBbr6060 12/09/29 6060 1
39220 [일반] 첫사랑과 인연 #4 (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해석이다.) [5] 단백질3492 12/09/19 3492 0
39003 [일반] 보험이야기 (5) 생명보험 vs 손해보험 2 [19] 블레이드5100 12/09/04 5100 3
38632 [일반] 낙동강 - 1. 뚫느냐 막느냐 [16] 눈시BBver.27887 12/08/15 7887 4
37868 [일반] [6.25] 폭풍 - 1. 개성, 문산지구 전투 [58] 눈시BBver.29017 12/06/25 9017 8
37806 [일반] 창군 - 38선 : 반격 작전 [7] 눈시BBver.25649 12/06/21 5649 1
37727 [일반] 창군 - 14연대 반란 사건 [20] 눈시BBver.29557 12/06/16 9557 1
36825 [일반] [오늘] 4.19 [39] 눈시BBver.28866 12/04/19 8866 8
36200 [일반] 해방 후 - 조선 공산당의 몰락 (1) [12] 눈시BBver.26832 12/03/25 6832 5
35389 [일반] KTX 민영화, MB정부-대우건설 담합? [11] 부끄러운줄알아야지4989 12/02/17 4989 0
35233 [일반] 아래의 열차이용중 제일 뒷자석 의자 논란을 보고,, [168] 부끄러운줄알아야지10032 12/02/10 10032 0
34884 [일반] 테오에게 보낸 편지 [3] mangyg4941 12/01/25 4941 1
34745 [일반] 철도공단 "KTX민영화 찬성댓글 하루20개씩 달아라" [43] 아즐5622 12/01/17 5622 0
34737 [일반] 대몽항쟁 1부 - 4. 폭풍의 시작 [15] 눈시BBver.26578 12/01/17 6578 4
34620 [일반] 결국, 이정부는 KTX 민영화를 할려고 하나 봅니다.. [42] 마르키아르6964 12/01/11 6964 0
34249 [일반] 중국 경제에 대한 잡다한 지식 모음. [42] OrBef6446 11/12/28 6446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