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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8/18 22:20:09
Name Eternity
File #1 R2B_1_~1.JPG (84.8 KB), Download : 53
Subject [일반] [리뷰] R2B : 리턴투베이스, 뻔한 드라마가 화려한 영상을 집어삼키다 (스포 있음)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리뷰 특성상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리뷰] R2B : 리턴투베이스, 뻔한 드라마가 화려한 영상을 집어삼키다



이 영화, 신선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우선 이 영화, 나름 신선하다.  

[R2B : 리턴투베이스] 의 미덕은 그 동안의 한국 영화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대한민국 공군 전투비행단의 이야기와 전투기들의 고공 전투 비행 액션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동안에도 <청연> 등 비행기 조종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공군 전투 비행사들의 이야기를 이처럼 블록버스터급으로 다룬 영화는 없었다. 영화 자체의 소재나 시원시원한 영상은 그 자체로 신선했고 관객들에게 나름의 시각적인 쾌감을 전달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이야기, 이른바 드라마의 진부함과 상투성이다.

우선 칭찬할 것은 칭찬해주자.
대한민국 공군이 보유한 최고 전투기인 F-15K와 TA-50이 보여주는 화려한 비행 영상과 고공 전투 액션씬은 나름 훌륭하다. 이 것이 이 영화의 백미이자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의 한국 영화에선 보지 못했던 서울 시내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전투기들의 고공 전투 액션은 분명 커다란 볼거리와 쾌감을 전달해준다. 물론 영화 속 전투씬에서의 전투 장면은 실제 전투기의 기동이 아닌 CG로 뒤범벅 된 컴퓨터 그래픽의 향연이긴 하지만, 이 또한 영화에 몰입하는데 크게 거부감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 나름대로 공들인 티가 많이 나는 CG 수준 또한 나쁘지 않다. 북한 전투기와 남한 전투기의 서울 상공에서의 고공 전투씬이나, 북한 원산 비밀기지를 향한 폭탄 투하 장면 등이 실제 전투와는 동떨어진,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구시대적인 양상이라는 지적도 많지만, 그쪽 방면 전문가가 아닌 내 눈에는 크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찌됐든 시원시원한 시각적 쾌감과 스릴이 스크린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는 비행 전투씬은 나름 화려하고 훌륭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북한군 전투기에 의해 63빌딩 한층의 유리가 통째로 날아가는 장면은 꽤나 볼만했다.

더불어 신세경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 또한 나쁘지 않았다. 정지훈이 연기한 주인공 정태훈 역할은 워낙 정지훈이 잘 소화해낼만한 전형적인(=평소엔 까불고 철없이 굴다가 중요한 순간엔 진지하고 멋있어지는) 캐릭터여서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오히려 21전투비행단 소속 펠콘 편대장 철희 역을 맡은 유준상의 카리스마 넘치는 호연이 더 눈에 띄었다. 유준상의 연기는 항상 이런 매력이 있다. 눈에 확 띄는 화려한 연기는 아니지만, 어떤 역을 맡든 자기가 맡은 바를 다 해내는 배우랄까. 적어도 스스로의 영역 안에서 자신의 캐릭터만큼은 책임지고 꽉 채우는 것이 그의 매력이다. 더불어 그 외, 김성수나 이하나의 연기도 무난했다. 다만, 신세경은 남들이 연기할때 혼자 시크하게 CF를 찍는 듯한 느낌이 들어 조금 어색했다고나 할까. 어쨌든 화려한 액션의 영상미와 함께 배우들의 연기도 대체로 무난했다는 점은 분명 칭찬해줄 대목이다.





상투적인 진부함으로 범벅이 된 드라마가 화려한 영상을 집어삼키다


하지만 우리가, 영상이 화려한 2시간짜리 뮤직 비디오를 보러 영화관에 간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 영화에 대해 야박하게 혹평을 하자면, 한마디로 2시간짜리 정지훈과 신세경의 뮤직비디오 혹은 16부작짜리 수목드라마의 2시간 편집본이랄까?

우선 일반 영화에서 자주 쓰이지 않는, 뮤직비디오식 혹은 CF식 카메라 워크가 영화 초반부터 눈에 거슬렸다. 예를들어, 정말 뜬금없이 세영(신세경)과 경주를 벌이는 정태훈의 오토바이씬이라던가(여담이지만 이 오토바이씬은 분명 <탑건>의 오마쥬 혹은 패러디다.), 영화 초반 레토나 운전씬에서 운전석의 모습을 정면이 아닌, 본네트 우측 하단 각도에서 뮤직비디오를 찍듯 보여주는 장면, 석양을 배경으로 슬로모션으로 출격하거나 복귀하는 파일럿들의 전형적인 모습, 쓸데없이 어두컴컴한 탈의실(?)에서 태훈과 철희가 하필 또 웃통을 벗어제낀 채로 주먹다짐을 하는 장면 등 셀레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마치 감독이 '나 이정도로 멋지게 찍을 줄 아는 사람이야.'라고 웅변하는 듯한 상투적이고 뻔한 화면에 나중에는 눈이 피곤해질 정도였다. 한마디로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멋진 장면들의 나열로 이루어진, 이른바 클리셰의 범벅.

하지만 상투적이고 뻔한 것은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 뿐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내러티브. 즉, 이야기이다. 천재적이지만 까불고 철없는 주인공 파일럿과 그를 못마땅해하는 상관, 나중에 죽음을 당하는 착한 선배와 그를 사랑하는 편대원까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캐릭터들과 함께, 조연 캐릭터의 죽음으로 그들의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 또한 진부하기 짝이 없다. 좋게 얘기하면 무난하고 나쁘게 얘기하면 상투적이고 뻔하다. 여기에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적인 최루성 신파까지. 여기까지 오면 '참 골고루 하는구나'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사실 대서(김성수)가 유진(이하나)에게 뜬금없는 결혼 프로포즈를 하는 순간,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누구나 그의 죽음을 예견했을 것이다. 그러니 갑작스럽게(?) 다가온 그의 죽음이 슬프기 보단, 뻔하디 뻔한 전개에 대한 허탈함이 더 컸다. 물론 이러한 연출이 감독에겐 안전한 선택이었을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조금 너무했다.




킬링타임용 오락영화로는 그럭저럭, 하지만 딱 거기까지


[R2B : 리턴투베이스]에서 '리턴 투 베이스'의 뜻은 '무사 귀환'을 의미하는 군사 용어이자 이 영화의 작전명이기도 하다. [R2B : 리턴투베이스]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무사 흥행을 위한 너무나 안전하고 안일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상투적인 스토리 전개를 통해, 오히려 이야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는 나름의 안전한 선택. 즉, 내러티브는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이야기로 무난하게 채우는 대신에 화려한 액션과 고공 전투 영상에 공을 들이고 온힘을 쏟았다. 하지만 이것이 안전한 선택이 될지, 어리석은 선택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화려하고 시원한 전투 액션만을 기대하고 관람하는 관객이라면 한여름 킬링타임용 무비로 즐기기엔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의 전투 액션 영상은 나름 준수하다. 다만 화려한 액션 영상에 비해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가 너무나 아쉬울 뿐.

이른바 한국 축구가 언제나 고질병인 골 결정력으로 욕을 먹듯, 한국 영화의 고질병인 시나리오의 진부함과 허술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껍데기만, 화려한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처럼 치장할 게 아니라, 시나리오의 탄탄함을 보강하는 길만이 헐리우드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많은 영화들이 시나리오의 취약함을 다른 부분으로 대신하여 채우려는, 편하고 쉬운 선택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다. 뭐, [R2B : 리턴투베이스]야 애초부터 이런 고민 자체를 제껴버린 영화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런 고민이 없다면, 여름 극장가에서 반짝 흥행은 가능할지 몰라도, 결국 <탑건>의 아류작으로 잊혀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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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18 22:25
수정 아이콘
제가 정지훈씨를 상당히 좋아해서 이영화를 꼭 보러 갈려고하는데..

도둑들이나 도찐개찐이라는 의견이 많더라구요..

내일 보러갈건데 도둑들처럼 기대는 하지 말고 가야겠군요
Eternity
12/08/18 22:40
수정 아이콘
<도둑들>과 <알투비>를 비교하는 건 이른바, <도둑들>의 굴욕이랄까요.
어쨌든, 저도 정지훈씨를 좋아하는 편이긴 해서 나름 반가운 마음으로 관람하긴 했지만,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이 크더군요.

다만 이 부분만 기대를 안 하시고 본다면 오히려 시원한 전투 액션에 나름 만족하며 영화관을 나오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12/08/18 22:44
수정 아이콘
신세경씨 연기 별로였나 보네요 음...
외쳐 하!흥!허!
12/08/18 22:49
수정 아이콘
홍보영상이 전부라고 하던데 실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요.

그런데 확실한 건, 공군 예비역 및 현역들이 말도안된다며 분노한다고 하더군요.
Eternity
12/08/18 22:54
수정 아이콘
홍보영상이 전부까지는 아니고 나름 더 많은 고공 전투 액션을 보여주긴 합니다.
전투기 액션 영상들은 정말 볼만 해요.
하지만 그 외에 아쉬운 부분이 더 많은 영화이지요.
말씀하신대로 여러 측면에서 고증(?)이 부족했다는 얘기가 들려오더군요.
난 애인이 없다
12/08/18 23:13
수정 아이콘
김성수씨 연기 진짜.....
덕분에 다른 연기자들 연기가 빛이 나더군요
기미수
12/08/18 23:26
수정 아이콘
전 4D로 봤는데 그냥 디지털로 봐도 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스에이지에서 느꼈던 공감각이 알투비에서는 너무 난잡하게
움직이면서 그냥 그렇더군요. 연기로 보자면 다들 무난했지만 본문에서처럼 신세경 혼자 이쁜 척하고 목소리 톤 자체가 영화에 안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도둑들은 평타였다고 생각했는데 알투비는 그보다 별로였던 것 같네요..
12/08/18 23:57
수정 아이콘
처음 티저가 떴을 때 부터 걱정했던게 1. 시나리오의 완성도 2.신세경의 연기력 이었는데 인터넷상 분위기나 주위 지인들 반응으론 둘다 적중 한 것 같네요.

트랜스포머1이나 탑건처럼 영상미나 액션만 믿고 가는 영화도 화려한 영상미로 러닝타임 내내 머리 비우고 재미있게 볼 수만 있다면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보러갈까 말까 고민되네요.
잉크부스
12/08/19 03:04
수정 아이콘
음모론일수 있으나.
차기 전투기 사업을 코앞에 두고 특정 기종이 주인공인 영화가 떡하니 출시~
DrakeDog
12/08/19 03:10
수정 아이콘
예고 동영상에서 보고 놀랐던게 비행기가 얼마나 빨리 날아야 관제실 창문너머에 종이가 날리나요?
낭만토스
12/08/19 05:59
수정 아이콘
그저께 심야로 토탈리콜 보고 나오는데 출구에서
R2B 전용 4천원 할인쿠폰을 막 뿌리더군요 -_-;;

아 물론 CJ가 배급한 영화니까 CGV에서 막 뿌리는 거겠죠 -_-;;
12/08/19 06:21
수정 아이콘
이런 한국식블럭버스터급 오락영화는, 씨제이,쇼박스가 여름 피크때 돈벌라고 반짝 하고 돈 퍼붜서 만드는 영화는,

감독을 보고 그 감독의 전작이 뭔지 보고 보시는게 "나만당할수 없어"를 그나마 덜 당하는 방법입니다,

배우 봐봤자 크게 소용없습니다,,100억이 가까이 되는 영화는 거의 배우의 역량을 훨씬 뛰어넘어가기 때문이죠,,,
배우의 연기력 하나로 커버치기엔 퍼부운 금액이 어마어마합니다,,,연기 이외에 다른쪽으로 많이 발르죠,,,
이럴땐 감독을 볼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어떻게든 돈벌라고 과대포장이 많거든요,..그래서 그 과대포장에 안속고 괜찮게 초이스 하려면 감독빨을 보시면 됩니다,,
영원한초보
12/08/19 10:09
수정 아이콘
트랜스포머같이 CG액션 보러가는 영화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투기액션이니까 라파에트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Eternity
12/08/19 16:20
수정 아이콘
라파에트는 안봐서 모르겠고, 외국 영화랑 비교하면 곤란할듯 싶구요.
그냥 한국 영화가 이정도 전투 액션이면 선방했다.. 나름 영상에 공 좀 들였네.
뭐 그런 느낌? 영상 자체는 나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알투비보단 도둑들이나 토탈리콜이 훨씬 낫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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