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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5/18 21:54:38
Name 로렌스
Subject [일반] 예비군 훈련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는 복학을 안하고, 반 년정도 쉬는 바람에 동원 미참 훈련이 떠서 향작 2일, 출퇴근 3일 총 5일 훈련 받았는데,
학생 예비군은 당일 치기로 끝나버렸습니다. 단지 8시간 교육이수만으로요.(심지어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7시간도 안됩니다.)
2박 3일 동원 훈련 보다야 아니겠지만, 작년보다 수월하게 훈련을 끝내서 좋네요. 또 비슷한 과끼리 모여 받는 훈련인지라, 아는 얼굴이 많이 보이는점도 좋았습니다. 드러내놓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수 없는 공간에서, 지인이라도 있어야 시간을 보낼만 하죠. ^^;

  부대에 도착했을때 디지털복이 눈에 띄더군요. 디지털복은 모자 대신 베레모를 쓰나 봅니다. 낮은 계급의 기간병들과 간부들이 디지털복을 입고 있는데, 모두 베레모를 착용하고 있더군요. 다만 워커에 바지가 돌돌 말린 모양새를 보니 디지털복도 고무링 열외는 아닌가 봅니다. 신기하긴 한데, 탐나진 않습니다. 현역 시절 디지털복 이야기를 하면서 언제 도입하나 지켜봤었는데 예비역이 되니 그런것 따위 안중에도 없어졌습니다. 한 2~3년후쯤에는 같이 예비군 훈련을 받는 친구들중에 개구리복이 아닌 디지털복을 입고 오는 친구들이 간간히 보일것 같네요.

  작년부터 시행한 조기퇴소제가 약간은 실효성이 있었습니다. 시가지 전투중 큰 함성소리를 내는 분대가 하나 보이더군요. 결과는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들 조기 퇴소의 영광을 얻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조금 민망(?)한 부분이, 예비군이 아무리 개판이고 저 또한 좋은 모양새로 한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며 비웃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래도 명색히 훈련인데 원칙을 지킨게 비웃음 거리는 아닐텐데, 좀 아쉬웠습니다. 또 안보 교육중 조는게 아니라 대놓고 엎드려서 자는 학우들 많았는데, 이것 또한 지나치게 예의에 어긋나는것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학생 예비군이라 그런지 전 날 술 퍼마시고 와서 잠만 자다 간 학우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도시락인데, 맛이 살균 도시락 맛이 나더군요. 그래도 짬밥에 비하면 맛도 나쁘지 않고(?) 고기 반찬도 많아서 열심히 먹고 있는데 "왜 그렇게 맛있게 먹냐"는 질문을 들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많으니 점잖게 이런 하급 음식 맛없게 먹으면서 많이 남기는게 교양은 아닌데....... 해서 무시하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격이 끝나고 다들 특등사수들인지라 "다 잘 쐈는데, 한 발이 제대로 안 맞았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뭐 이런것도 예비군 허세죠. -_ -a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대기 하는데 오늘 저에게 큰 웃음을 준 L일병이 슬그머니 우리에게 말을 걸더군요. "선배님들 사격 잘 하셨습니까?" 망쳤다니까, 그는 웃으며 "그럼 앞으로 저와 함께 2시간만 더 훈련 받으면 됩니다.(사격 우수자도 조기퇴소 적용)" 이야기 하는데, 우리는 2시간이지만 이 친구는 2번 진급 해야하잖아요. 일단 눈물 좀 닦고, 이 친구가 계속 이야기 + 혼잣말을 합니다. 그러더니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아....... 상병만 달았으면 좋겠다, 나도 내년 이 맘때쯤엔......." 눈물 두 번 닦고, 이 친구 갑자기 '디아블로'이야기를 꺼냅니다. "선배님들 디아블로3 해보셨습니까?"
  그리고 우리에게 디아블로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얻기 시작합니다. 직업은 몇 개 인지, 가격은 얼마인지 등 등, 특히 일반판 가격이 5.5라는 이야기에 이 친구 얼굴빛이 환해집니다. "제 한달 월급으로 충분히 살 수 있겠습니다." 부럽진 않더군요. 동생 같아서 귀여운 친구였는데, 인마 아무리 디아블로가 하고 싶어도 탈영하면 안돼, 참고 휴가 나와서 해 아직 정기 3개 남았다고 자랑했잖니.(사실 형이었다는 반전은 아니겠죠.)

  화나는 장면이기도 하고, 어이 없던건 장소를 옮겨서 K일병이 우리에게 교육을 하는데, (L일병의 후임으로 추정됩니다.) 쉬는 시간에 K일병이 "L일병님" 하고 부르더군요. L일병이 못 듣자, K일병이 무슨 나무토막 같은걸 선임에게 던집니다. -_ -a, 그리고 다시 한 번 "L일병님!" 부릅니다. L일병이 뒤돌아보자 한다는 말이, "지금 뭐 하시는거 있습니까?"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제가 뭐라 이야기 할 만한 입장도 아니고, 자격도 없지만 선진병영·민주병영 그리고 밝은병영 다 좋은데, 이건 너무하지 않나 싶더군요. 무슨 당나라 군대도 아니고, 2년동안 캠핑하러 온 것도 아닌데 위계질서가 완전히 붕괴된걸로 보이더군요. 물론 제가 본건 작은 사건 하나뿐이고 내부 사정에 대해 정확히 아는건 아니지만, 본인 선배 앞에서 그 따위로 행동하는데 속 사정을 살피고 참작해야할지는.... 글쎄요.

  끝나니 차비로 4000원 주더군요. 사실 그게 제일 좋았습니다. 학교까지 전세 버스를 운행하였는데 퇴소하자 마자 마치 초글링처럼 달려가는 무리들...... 여차저차해서 집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샤워하려고 했지만 오늘 하루 고생해서 피곤하다는 핑계로 누워서 뒹굴거리다, 밥 먹고 이제야 씻겠네요. 오랜만에 워커 신었더니 발에서 냄새도 나는것 같고 빨리 샤워해야겠습니다.


ps. 디아블로3 L일병 너 인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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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in Van Persie
12/05/18 21:58
수정 아이콘
저는 4년차에 처음이자 마지막 동원훈련 받았는데

정말 끔찍하더군요 크크크 밤9시 다 되도록 예비군들을 굴리니...

거기다 군장도 메어보고 충격과 공포더군요 ㅠ_ㅠ
견성오도
12/05/18 22:00
수정 아이콘
저는 올해 4년차인데...
제 생일날 예비군입니다
이럴수가!!!!!!!!!!!!!!!!!!!!
12/05/18 22:01
수정 아이콘
저도 며칠전에 동원훈련 갔다왔는데, 기간병들 이야기로는 디지털복 별로 좋은게 없다더군요. 뭐 개인적으로는 상의 빼입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메리트(?)가 아닌가 싶긴 했지만...
제가 배속된 부대가 작은 직할대라서 포병대대와 같이 동원훈련 했는데, 연병장에 좍 깔린 155mm견인포들 보고 저 친구들 고생 좀 하겠네 싶더군요;;
12/05/18 22:02
수정 아이콘
크크 동원훈련 2박 3일 갔다왔는데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따라다니는 조교랑 정 좀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차비가 현찰로 나왔는데 이번엔 계좌입금이 되가지고 돈도 따로 못주겠고(사실 이것 때문에 계좌 입금을 시키는거겠죠) 먹을거나 왕창, 생활관 아저씨들이랑 해가지고 한 10만원치 사준 것 같습니다. 훈련 자체도 널널했고 통제하는 소대장들이 거의 다 올해(내년) 전역자들이라... 중대장도 유도리있게 잘 행실해줬구요. 아무튼 2탄약창 1경비 2생활관 올해 10월 전역 너 임마 화이팅 크크
운체풍신
12/05/18 22:07
수정 아이콘
전 이번주 2박3일 동원 훈련 다녀왔는데 박격포 쪽에 배치되서 그렇게 힘든건 없었습니다.
다른 소총수 아저씨들은 각개전투다 뭐다 해서 멀리 나가서 뻘짓 하는데 저희는 그냥 81mm 포 들고
바로 앞 연병장에 가서 해서 괜찮았습니다. 같은 내무실 쓴 아저씨들도 다 재밌는 사람들이라서
금방 친해진데다가 현역병들 골탕먹이는 재미가 쏠쏠해서 예비군 치고는 시간이 금방 간다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완전 군장으로 땡볕에서 입소식 한거랑 야간 교육한거는 충격과 공포네요
뿌지직
12/05/18 23:15
수정 아이콘
저도 오늘 갔다 왔습니다. 널널하긴 했는데 각개전투 할때 경사면을 돌진 하는 곳이 있었는데, 와 짧은 거리임에도 숨이 확 차오르고, 다리에 힘이 다 풀리고.. 운동이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저희는 학교에서 지원이 있어서 그런지 훈련비 만원 주더라구요.. 아 내년부턴 동원가야되네요..ㅠ
12/05/18 23:26
수정 아이콘
L일병 혹시 고문관 아닐까요? 제 동기가 완전 고문관 of 고문관이었는데 일말때부터 후임들에게도 완전 무시를 당하면서 살았거든요...

그렇다고 그 동기가 자살징후라도 보였으면 모르겠는데 완전 멘탈 갑of갑이라 별 신경을 안쓰더군요. "니들이 그래봤자 전역하면 끝이야"라는 마인드랄까요?

그나저나 저도 방학때 학생예비군을 받는데, 제가 복무하던 부대로 갑니다 크크크크크크 후임 한 명이 이번에 조장근무 서다가 소주 아홉 병 먹은 게 걸려서 만창 갔다 왔다던데 혼 좀 내주고 와야겠습니다 -_-;;; [아이패드]
아이유
12/05/18 23:57
수정 아이콘
나가면 영업 잘 할 것 같은 L 일병이네요.
사실 디아블로 이야기는 이미 사회 친구들한테 들었는데 괜히 물어보는 걸 수도 있습니다? 크크

근데 K일병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전에 불러도 관등성명 안 대고 '네?' 하는 이등병을 훈련때 보고 다른 아저씨들과 멘붕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만, 저건 사회 나가서도 직장 상사한테 저러지는 않을거 아니에요? ;
'님'자 넣고 존댓말만 하지 이건 뭐 친구네요.
...음... 근데 왜 이런 비슷한 내용으로 후임에게 갈갈이를 시전해본 기억이 나는거지...? ;;
바람모리
12/05/19 00:49
수정 아이콘
동원가서 일병에게 반말하는 이등별님도 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반말이라기보다는
왜 그 말끝을 흐리는 그런말투였던것 같네요.

그외에는 당당히 예비군에게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다른소대는 그랬다면서 간식사줄것을 요구하거나..
물론 케바케겠지만요.
그라쥬
12/05/19 00:52
수정 아이콘
옆에서 보고 있지만 참 많이 변했죠. 격세지감 이란 말이 참 으로 와닿는 말입니다.
12/05/19 01:08
수정 아이콘
지금 복무중인 공군입니다. 글내용처럼 풀린 곳도 있겟지만, 극히 드물겁니다. 선진병영이다 뭐다해도 악폐습 다 있고 집합 다 있더군요. 구타는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곳도 있구요.
해피스마일
12/05/19 12:30
수정 아이콘
진짜 전자기기 반입 금지인가요? 친구가 몰래 가지고 들어가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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