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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4/16 19:49:40
Name LunaseA
Subject [일반] 김구라 파문을 보고 떠오른 친일에 대한 어떤 생각
요즘같이 정계나 연예계 등에서 어떤 특정인물들에 대한 폭로가 연이어 터지는 것은 매우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이정희 파문부터 시작해서 김용민, 문대성, 김형태 등등.. 일상에 쫓기는 분들은 하나하나 다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로 뭐가 계속 터집니다.

오늘은 김구라 막말이 터졌지요. (근원지가 일베라는 말이 있고 그 정치적 의도가 훤히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것에 대한 글은 아닙니다.)
김구라와 함께 서울대 이영훈 교수가 새삼 다시 조명받고 있구요. 살짝 지나가기는 했지만 부산 기장을의 하태경 당선자의 망언도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그 중 죄질이 가장 나쁜 것은 바로 하태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발언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당시 조선인의 99%는 친일. 일제 치하의 조선은 이전 이씨 왕조 시대에 비해서 경제성장, 치안, 교육 등에서 큰 진보가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른다면 지금의 중국 조선족처럼 자신의 조국이 일본대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갔을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적극적 친일과 소극적 친일을 구분해야 하며, 선거때만 되면 발생하는 친일파 자손 드립은 옳지 않다는 뜻으로 한 얘기' 라고 해명하지만, 그런 의도라면 저런식의 표현이 나올리가 없죠. 간간히 물의를 빚는 원인인 바로 그 뉴라이트 역사관이 여기서도 드러난 것이라고 보는게 가장 옳겠습니다.

사실 식민지근대화론 논쟁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큰 진보가 있었다' 고 하는 것은 그냥 사실의 한 측면을 서술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것 자체로는 별 문제가 안되죠.
그러나 적어도 그것은 저런식으로 사용하라고 있는 이론이 아닙니다. 제국주의 지배에 대한 협력은 말할 것도 없고, 시간이 더 흐름을 가정하는 저런식의 발언이 합리화 될수도 없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영훈 교수의 '민영-_-으로 운영되었으니 형식적으로는 일본군과 무관하다. 강제징집은 증거없다',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는 망언은 차라리 애교스럽습니다. 김구라의 말실수(저는 실수라고 봅니다. 무의식이 투영되었다고 볼수도 있겠지만..)도 그렇구요.

위안부라는 개별 사안에 대한 사실 왜곡이나 말실수와, 무려 국회의원 후보이며 지금은 당선된 자의 그 '역사관의 총체적 난국'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의 사실 왜곡은 하태경 만큼이나 문제가 아니냐고 할 수는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대로 식민지근대화론 그 자체는 실은 크게 문제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그게 아니라고 하려면 일종의 '사상검증'을 해봐야 합니다. 그건 좀 그렇죠.

고로 정상적인 언론환경이라면 하태경은 사퇴 및 정계은퇴가 맞겠다 싶습니다.

또한 주제와는 무관한 얘기지만..
김형태는 언급할 가치도 없고, 문대성은 최소한 교수직은 박탈해야죠. 업계관행이라도 걸린건 걸린겁니다. 이정희가 사퇴해야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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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트
12/04/16 19:55
수정 아이콘
누군 막말해서 대서특필인데 누군 막말해도 흐지부지이고 차라리 둘다 공평하기라도 하던가
아무리 니네편 우리편 다 알고있는사이라지만.. 씁쓸하네요.
하태경 은퇴 절대 안할겁니다. 말마따나 누가 그랬잖아요. 시간지나면 까먹는게 한국사람이라고.. 누구였더라..
12/04/16 19:57
수정 아이콘
하태경보다 이영훈 말이 더 열받는데요 ㅜ ㅜ 솔직히 일제 지식인들도 하태경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고 (시간이 지나서 완벽하게 일본과 하나가 되면 오히려 조선에게 약이 될 것이다 라든지 ) 저것도 그냥 판단미스였거니 할 수 있겠는데 이영훈은 아예 사실관계를 왜곡하네요? --; [m]
scarabeu
12/04/16 20:05
수정 아이콘
6.25남침을 인정 안하는 이정희 같은 정치인도 민노당 대표까지 하는 마당에 그정도로 정계은퇴는 무리한 요구죠.
노회찬도 6.25남침을 제대로 인정 안하면서 남한책임론까지 내세운 사람이고, 그것도 공중파 라디오에서.
12/04/16 20:22
수정 아이콘
피장파장의 오류를 범하고 계시거나 '종북은 친일보다 나쁘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시거나, 둘 중에 하나이신듯 합니다. 후자라면 존중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저는 남침유도론이나 확전론이 종북만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철 지난 얘기를 지금도 하니 문제인것이죠.
근데 과연 그런 의도로 한 얘기일까요?

구소련 기밀문서 해제로 인해 밝혀진 사실들로 인해서 확전론이 완전 물건너간것도 아닙니다. 북, 중, 소가 짝짜꿍해서 남침을 모의하는 그것을 확전의 한 과정, 즉 '남침으로서 전쟁을 확장시킨' 것으로 본다면 그게 꼭 틀린말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동아시아 공산화 시도와 그에 맞선 미국의 교두보 확보 시도'라는 넓은 의미에서의 상황을 '남침'보다 강조해서 표현하는 것이죠.

NL들이(사실 이건 NL PD통털어서 마찬가집니다) '6.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 하는 질문을 접했을때 대체로 어버버거리는듯 보이는 것이 남침임을 인정하기 싫어서 그런게 아닙니다. 예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역사적 사실이 다 밝혀진 지금은 맥락이 좀 달라요. 일단 그런 질문을 자기한테 하는걸 들으면 기분이 나쁘죠. 하는 의도가 뻔히 보일 뿐더러, 거기에는 '남침을 일으킨 북괴따위는 영원히 척결의 대상. 대한민국 만세' 라는 매우 우파(극우적인+국가 이데올로기)적인 배경이 깔려있기도 하니까 그렇습니다.
12/04/16 20:32
수정 아이콘
scarabeu님의 의견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그들이 북한을 추종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북한이 더 좋은 사회이다라고 말을 한다 해도 어느 누가 그 말에 주목이나 하겠습니까?
미친 놈 취급받기 딱 좋죠...몇몇의 튀는 행동을 기반으로 하나의 정치 세력을 매도해주시지는 말아주셨음 좋겠습니다.
이정희씨는 모르겠으나 노회찬씨 경우 발언 맥락을 살펴보면 북한을 옹호하거나 쉴드해주려는 의미는 아닌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북한과 총을 겨누고 있는 현실이라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좀 튀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고
너무 심하게 주장한다면 그것은 적당한 선에서 차라리 처벌이 아닌 차라리 치료 감호를 하는 편이 좋을 거 같습니다.^^
현실감각이 그 정도로 없어서야...

또한 위에도 글이 있지만, 역사적으로 좀 더 공부해 볼 만한 의미가 있다라는 의미 정도로 생각을 해보시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설사 북침이라 우긴다고해도, 그게 북한을 추종하는 것과 동치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북한 추종은 "북한에 의한 대한민국의 적화 통일을 바란다" 정도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되겠지요..
너무 북한에 대한 표현을 제한하는 것도 빨갱이 이론, 즉 매카시즘을 더룩 심화시킬 뿐입니다.

scarabeu님을 비롯한 건전한 보수층들이(저도 포함입니다.) 소위 "빨갱이"라는 거대 담론에 매몰되
적어도 서민을 위한 정치를 표방하고 실천하는 정치인을 일방적으로 매도해 주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좀 힘을 실어주고 그 정치인들을 이용을 해먹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이 됩니다.
어차피 새누리당이 친재벌적 정책을 핀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낙수효과는 없음을 그동안 절감하지 않았습니까?

첨부해, 개인적으로 구라 형님은 좀 안됐네요...
뭔가 정치적인 냄새도 좀 나고 최종적으로는 김제동을 향해서 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오큘라이식수
12/04/16 22:16
수정 아이콘
여기서 한국전쟁에 대해서 논쟁하고 싶진 않지만 평화롭게 잘 살고 있었던 한반도에 1950년 6월 25일 북한군들이 갑자기 기습했다라고 보기엔 역사적 상황 자체가 애매하죠. 이미 국가 내부에서는 빨치산 활동이 계속 되고 있었고 38선 부근에서 크고 작은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요. 이미 한반도는 '준 전시' 상태였고, 북침설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밀고 올라갈 수 있었으면 이승만 성격상 진작에 밀고 올라갔을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 전쟁 당시 이승만의 행각을 보면 누구도 부인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도가 뻔한 북침설 지지자로 색깔 입히기 시작하니까 피곤해지는 것이죠. 저도 NL 극도로 싫어하지만 하는 얘기입니다.
눈시BBver.2
12/04/16 20:21
수정 아이콘
저는 조선의 여인들이 어떻게 하여 일본군의 위안부로 보내졌는가를 물었습니다만, 저의 한 가지 대답은 색시장사입니다. 색시장사가 그녀들을 만주로, 중국으로, 동남아로, 남태평양으로 보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 점은 그 시대의 상식이기도 했습니다. 생존 위안부 175명도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증언하였지요. 그에 따르면 175명 가운데 62명이 "협박 및 폭력"에 의해, 82명이 "취업사기"에 의해 위안부가 되었습니다. "협박 및 폭력"과 "취업사기"가 어떻게 다른지 관련 책을 유심히 보아도 자세한 설명이 없군요.

제가 보기에 이 둘은 구분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취업사기가 들통이 난 그 순간부터 색시장수는 폭력배로 돌변하지요. 그들은 딸을 가진 가난한 집에 접근하여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자리에 취직시켜 주겠다고 부모를 유혹하여 딸을 데리고 갑니다. 경우에 따라선 거액의 선대금을 지불하지요.

(중략)

이상이 여인들이 끌려간 다양한 경로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사건을 기획하고 연출한 최종 책임자가 따로 있습니다. 다음 아니라 일본군과 총독부입니다. 일본군의 수뇌는 위안소의 설치를 명하였습니다.

(중략)

그러니까 모집책에 끌려 위안소로 향한 여인들의 행렬은 일본군과 총독부가 공모한 인신약취의 범죄행위였습니다. 위안소의 여인들에게는 행동의 자유가 없었습니다. 정기적으로 위생 검진을 받아야 했으며, 자유외출은 금지되었습니다. 여인들은 성노예나 다름 아니었습니다.

- 대한민국 이야기, 이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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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근론 중에서 제일 왜곡되는 부분이 위안부 문제죠.
12/04/16 20:26
수정 아이콘
야 저 분 열린북한방송 대표라 여러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당혹스럽기 그지없네요.
씁쓸합니다.
지킬박사이다
12/04/16 20:26
수정 아이콘
근데 식민지근대화론이 나와서 여담으로 궁금한게 있습니다. (일단 저는 근현대사에 커다란 문화적 영향력을 남긴 사람들중 대다수가 친일파였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했습니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조선말 영정순헌까지 이어지는 비정상적인 왕권의 강함과 그 왕이 죽음으로써 생긴 공백에 따른 세도정치기간이 지난후 외국과의 통상이나 일본의 지배없이 우리나라가 스스로 근대화를 이룩할수 있었을까요? 물론 북학파와 개화사상이 있긴 했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저는 근대화의 진행이 아주 상당히 더뎠을 거라 생각합니다. 실망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는 식민지근대화론,반도사관,타율성론 기타 등등 식민사관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눈시BBver.2
12/04/16 20:35
수정 아이콘
오히려 식근론 쪽에서는 동학 농민 운동이나 기타 움직임들을 봐서 일본 등 열강에 점령되지 않았다면, 혹은 않았더라도 조선은 망할 것이고 근대적인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다고 하는 쪽입니다. 애초에 그 쪽이 자본주의 맹아론을 연구하던 쪽이었으니까요.
다만 일제의 강점으로 조선 내에서의 근대화 움직임은 꺾였고, 일제에 의해 근대화 되었다는 주장이죠.

그리고 그 때 독립을 유지하는 건...... 토게에서도 나왔지만 불가능 쪽이죠 -_-;
the hive
12/04/16 20:42
수정 아이콘
18대의 신지호씨등을 위시한 뉴라이트세력보다도 더 위험인물이 당선된듯하다는 느낌이드네요
밝은눈
12/04/16 20:43
수정 아이콘
잘 모르겠어서 여쭙습니다.

"시간이 더 흐른다면 지금의 중국 조선족처럼 자신의 조국이 일본대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갔을 것이다"라는 하태경의 발언에 논리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가 있는건가요? 당시에도 그냥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이 제법 있었는데 지배기간이 100년 200년 이렇게 되면 정말 저런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요?

LunaseA님의 본문에서 위 문장의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건지에 대한 지적은..
"제국주의 지배에 대한 협력은 말할 것도 없고, 시간이 더 흐름을 가정하는 저런식의 발언이 합리화 될수도 없습니다."라고 적으신 것만 찾았는데.. 왜 합리화될 수 없는건가요? 뭔가 설명을 조금 더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12/04/16 21:43
수정 아이콘
'당시 조선인의 99%는 친일. 일제 치하의 조선은 이전 이씨 왕조 시대에 비해서 경제성장, 치안, 교육 등에서 큰 진보가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른다면 지금의 중국 조선족처럼 자신의 조국이 일본대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갔을 것이다.'
이 문장에서 아무런 문제를 못 느끼면 제 잘못인가요? 99%가 친일이냐의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 경제성장, 치안, 교육에서 큰 진보는 있었겠죠. 당시는 격변기였는데 시대가 지남에 따라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2차대전 전까지는 수탈하기보단 발전시키는데 치중한게 사실이니까요. 민족 개념이란게 모든 사람에게 당연한 시기였는지도 의문인데 자기 조국이 일제라고 생각한 사람은 있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었겠죠. 먹고살기 바쁜 시대였고 교육수준도 낮았고 문맹률도 높던 그런 때에 민족이니 조국이니 이런 문제가 중요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일제치하에서 태어나서 당연히 창씨개명을 하셨던 분입니다. 물어본적은 없지만 이런 분들이 해방이전 유년시절 일제가 조국이라고 생각하셨다고 하더라도 비판하고 싶진 않습니다.
적극적 친일과 소극적 친일을 구별해야 한다 이것도 뭐 지당한 얘기고요. 단순히 한자리 해먹었다고 친일인지, 그 자리를 얻기 위해서 수탈에 협조했거나 얻은 후에 수탈에 동참했어야 친일인지 이정도 구분은 당연하지 않나요? 일제치하에서 서류나 떼는 하급공무원 정도 해먹었다고 나쁜놈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근데 윗자리로 올라가서 위안부 모집이나 강제징용에 협조했으면 이건 친일이죠.
12/04/1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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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들이 댓글을 다시는데, 물론 '선거때 공격하는 기준으로 보면 당시 99%는 친일이다' 는 해명을 굳이 못받아들일건 없습니다. 다만 저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죠. 선거에서의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 행위와 직위 등을 기준으로 친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물타기하기 위해 나온 것이 99% 발언입니다.

"일제 말기에 한반도에 사는 민초들 대다수는 자기 국가가 일본이라고 믿었다는 것"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친일의 개념입니다. 한겨레 기사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텍스트 왜곡없이 인용했을 것이라 봅니다.
또한 자신의 주장에 도움이 못할 가정을 언급하는 것을 볼때 해명의 신뢰성이 낮아지기도 하기에 확대해석을 하는겁니다.
앉은뱅이 늑대
12/04/16 22:44
수정 아이콘
요즘 pgr 댓글들 보면서 놀라는 일이 많네요.

'당시 조선인의 99%는 친일. 일제 치하의 조선은 이전 이씨 왕조 시대에 비해서 경제성장, 치안, 교육 등에서 큰 진보가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른다면 지금의 중국 조선족처럼 자신의 조국이 일본대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갔을 것이다.'

이 말에서 아무런 문제가 안느껴진다면 그거야 말로 문제라고 보이는데요.
99%가 친일이라는 얘기는 도대체 어디에 근거한 주장인지. 저 주장은 기존의 적극적 친일과 소극적 친일을 구분하자는 주장에서 더 나아가 아예 적극적 친일이라는 건 없었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른다면 그런 사람이 늘어갔을 것이라는 가정이 저 주장에 어떤 방어막이 될 수 있나요? 시간이 흘러서 그렇게 되건 말건 중요한 건 당시의 시대상인 거죠. 저런 허무맹랑한 가정으로 이야기를 하면 고려인들 역시 몽고를 군주국으로 생각하고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고 인도인들 역시 영국이 조국이라고 생각하고 행복하게 살았겠죠.

바로 저런 것이 식근론의 문제입니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서 보자고 해놓고 경제적으로 진전이 있었다. 그러니 당시의 민중들도 일제를 싫어하지 않았다. 그러니 일제가 딱히 나쁘다고 할 건 없다는 식으로 비약을 해 나가는 거죠.
눈시BBver.2
12/04/16 23:16
수정 아이콘
일제의 조선 지배체제는 모순에 가득 찬 것이었습니다. 각종 세금은 거두어 가면서 정치적 권리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 일제의 지배체제였습니다. 그런 모순은 어차피 오래갈 수가 없습니다. 모순을 해소하는 한 가지 방책은 조선인을 모조리 일본인으로 동화시키는 것입니다만, 그런 일은 불가능하였습니다.
차별을 받는 가운데 조선인들은 그들이 운명공동체인 민족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민족의식은 역설적으로 일제의 동화교육을 많이 받은 지식인일수록 더욱 강했습니다. 그러니까 동화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다른 하나의 방책은 조선인에게도 정치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중략)

"그래서 저는 일제의 조선 지배체제는 조만간 해체될 수밖에 없는 모순에 가득찬 것이었다고 보지요."

- 이영훈

글쎄요. "너는 우리를 죽어라 갈궜고 죽이고 괴롭혔어. 그러니까 니네는 안 돼."랑 "그래. 니네 우리한테 잘 한 것도 있어. 니네 때 우리 발전한 것도 있고. 그래봐야 니넨 안 돼"

어느 쪽이 더 강한 주장일까요? 전자는 반대로 말 하면 일본이 우리에게 잘 해 줬으면 식민지배는 정당했다는 것 아닐까요? 오히려 후자가 아무리 잘 해봐야 안 되는 거라고 말 하고 있죠.

이영훈 교수는 이에 대해 돌직구를 던지죠.

"자유가 없는 사람은 시체와 다를 바 없지요. 한용운 선생이 일제의 조선 지배를 비판하고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주장한 것은 바로 이 자유의 논리에서였습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

이게 식민지 근대화론입니다.
눈시BBver.2
12/04/16 23:22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전 그걸 구분하기 위해 "식민지 수혜론"을 씁니다. 근대화론은 그 때 근대화가 됐다지만, 이는 그 때 일제가 우리에게 해 줬다는 거니까요.
용어 문제가 그래서 중요한가 봅니다. 둘을 확실히 구분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니까요. 거기다 이영훈 교수 자신도 거기에 들어가 있고 -_-; 같은 뉴라이트의 깃발 아래 있지만 그들도 "쟤네들이랑은 다르다"고 하죠. 그래봐야 바깥 사람들 눈엔 같아 보이는 게 인지상정이기도 하구요. 듣기 싫은 말인 것도 마찬가지구요.
눈시BBver.2
12/04/16 23:33
수정 아이콘
네. 몇몇 사람들이 쓰는 걸 봐서 저도 괜찮다 싶어 따라 쓰긴 했는데, 이게 보편적으로 쓰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학문 영역이라면 몰라도 정치적인 영역까지 이를 구분해서 쓰기 힘들기도 하구요 = =;
말씀하신대로 그들은 절대 수혜론이라 생각하지 않겠죠. 그래서 저도 식근론 얘기할 때 조심스러워지구요. 앞으로도 식근론 얘기 나오면 끼어들거나 새로 글을 쓰겠지만; 식근론이 그들의 피난처는 물론 큰 무기가 된다는 걸 부정할 수도 없구요. 이것도 따지고보면 이영훈 쪽의 친일파 옹호론에 기반한 것이죠. 그것도 비판할 부분은 많지만 나름 이래저래 길게 설명해 놨는데 별다른 보충 설명 없이 비슷하게 툭 던져놨으니 대체 어느 쪽인지...
이 글도 이영훈 얘기가 나와서 살짝 흥분하긴 했는데; 진짜 물타기인지 자기 해명대로인지라고 하면... 전자에 가깝다는 생각은 듭니다. =_=;
김첼시
12/04/16 22:58
수정 아이콘
이문제는 각자 개인이 보는 관점이 조금씩 다를거 같네요. 소극적 친일 적극적 친일의 범위 구분부터 해서 당시 민초들의 국가에대한 인식까지
정확히 딱딱 구분짓기가 어려운문제라. 저는 친일파 청산도 물론 좋지만 일단 보다 명확히 구분되고 파악할수있는 독립투사분들과 그들의 후손에대한 처우 개선이 먼저 이루어 지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12/04/16 23:10
수정 아이콘
사실 하태경이 했던 말은 당대 지식인들 상당수가 생각했던 바와 일치합니다. 앞에 99%만 빼면 말이죠. (처음에 글을 볼 때는 저 부분이 없었는데 추가되었나 보네요.) 일본과 한 나라가 되고, 완전히 일본인이 되는 것만이 희망이 없는 조선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진짜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한 게 아니라, 나라를 위한 마음에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판단미스였지만요.
그것을 전부 친일파로 보고 처단해야할까...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하태경이 당대의 지식인들 처럼 구국의 마음으로 한 말은 아닐테고 어느 정도 물타기 의도가 있겠지만, 진술적인 발화 자체로 볼 때 정말로 틀린말인가를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12/04/16 23:14
수정 아이콘
정황은 간단합니다. 2004년 당시 친일인명사전 편찬 문제 등 친일청산 흐름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반발로 나온 발언입니다.
친일청산문제가 불거지는건 한나라당에 오히려 유리하다. 99%가 친일이었고 아직 생존해계신분들은 현재의 친일청산 흐름을 찬성하지 않는다는게 거의 정확한 취지일겁니다. 당시의 '친일청산 캠페인' 을 두고 그 기준에 대해 비판한겁니다. 그렇게 따지면 친일 아닌 사람이 없다는 얘기죠. 분명히 사실 왜곡입니다. 또한 왜곡의 목적이 적극적 친일 행위자에 대한 옹호도 맞아요.

거기에 '여러가지로 사회적 진보가 있었고 99%는 일본을 조국으로 생각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그렇게 된다.' 가 곁들여진 겁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대로 이건 박정희 정권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식민지 현실에서 민족간 경제활동의 불평등 문제 쏙 빼고 자본주의와 산업화만 떼다가 박정희에 대입해서 찬양하는게 주사파에서 뉴라이트로 전향한 사람들 전형적인 테크인데, 그게 걸려있는 문제이니까요.
12/04/16 23:35
수정 아이콘
뻘쁠이지만 지난 2학기에 이영훈 교수님 강의 하나 들었었는데 친일 관련 문제를 학기 중에 알았다는...
책 내용 이외에 대한민국 경제의 근대화 시점에 대해 언급한적이 있는데 일제시대라고 해서 그냥 그런가?
하고 말았는데 이영훈 교수님 발언이 왜곡되어 객관성여부와 상관없이 까이고있더군요.
오큘라이식수
12/04/16 23:47
수정 아이콘
식민지 근대화론을 자본주의 맹아론 같은 근거도 없는 허접한 이론으로 극복하려는게 우리나라 민족사학자들의 문제라고 몇년 전에 친구들 앞에서 떠들었던게 생각나네요.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없다고 하는 이유가 친일 문제 같은 것을 두고 하는 것이지요. 민족은 애초에 말살 될 수 있는 개념이기에(역사적으로 많은 민족이 그래왔고) 일제가 패망하지 않고 한반도에 지배권을 100년이고 200년이고 행사했으면 우리는 조국을 일본이라고 칭했을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제국주의로부터 끈질긴 생명력으로 나라를 지켜냈고 그 과정에서도 상당한 희생을 치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친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매국노들은 99%와 당연히 구분해서 처벌을 했어야 합니다.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과 정의를 세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다시 나라를 빼았기는 위기의 상황이 왔을 때 우리는 후손들에게 나라 팔아먹지 말라고 할 자격이 있나요? 프랑스 혁명 당시 로베스피에르가 왕은 무죄일지 모르나 죽어야한다고 이야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제성장 좋죠. 하지만 우리 국가와 민족성 자체를 배반한 자들에 대한 심판 역시 필요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정의가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사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는 것이지요. 나찌에 가담했는데 숨어서 잘 살다가 몇 십년 뒤에 발각되어서 처벌 받은 독일인 이야기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왜 친일 문제에는 이렇게 관대한지 모르겠네요.
차사마
12/04/17 04:50
수정 아이콘
친일 청산은 레드 컴플렉스를 희석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거죠. 물론 그 당시 몇몇 열우당 의원들의 (조)부모들도 적극적인 친일파임이 밝혀지고, 정권도 바껴서 친일파 규명 및 청산이 우야무야 넘어갔지만, 여전히 한국의 민족주의 고취를 위해, 빨갱이, 친일파 논리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둘 때문에 해당 학문을 하는 지식인들이 괴롭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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