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들 87년 체제라고 하시지만 저는 한국 정치사를 완전히 바꾼 시기는 1990년의 3당 합당으로 뽑고 있습니다.
( 한국 정치 현대사의 가장 큰 사건으로는 3당 합당이 제일 크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정치, 경제, 역사, 사회 모든 면에서 말이죠.)
이것은 민주계 세력 중 일부가 스스로 보수임을 자처하고 예전 군사독재 세력과 손 잡은 사건으로
한국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게 만드는게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이기도 합니다.

이게 크게 작용하는 이유는 그동안 민주세력이 지지를 보내줬던 PK가 새로운 보수연합세력으로 들어가게 된 것을 의미하고
이후 지역정치가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으로 작용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20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히 3당 합당으로부터 시작된 지역주의의 악령은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제 서서히 바뀌려고 하고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체제를 구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이상적으로 만들어진 보수세력을 없애고 건전한 보수와 새로운 진보가 시대의 서막을 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 그것은 너무나 미약하다고 봅니다.
세력 자체가 미약한 진보는 그 미약함 마저도 종북마인드와 패권주의로 점철된 일부 세력으로 인해 힘을 뻗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민주세력이 진보를 표방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뿌리는 보수이고, 당연히 보수적 마인드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진보가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면 새로운 체제의 구성은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90년 체제가 구성되지 못한다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또 다른 한나라당 정권의 등장입니다.
그 또 다른 한나라당이라 함은 바로 현재의 민주통합당을 의미합니다.
아시다시피 젊은 층에서의 새누리당의 지지는 이미 많이 떠난 상태입니다.
그 젊은 층이 새누리당을 다시 지지하는 것도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진보임을 표방하지만 속은 보수인 민주통합당이 독주를 하게 된다면
이 민주통합당은 다시 한나라당이 범한 오류를 다시금 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니면 최악의 경우에 열린우리당의 붕괴 처럼 국민들이 또 다시 새누리당을 지지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총선이 상당히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한국 정치를 지역구도에 머무르게 만들고 그 망령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90년 체제
이 90년 체제를 언제까지 안고 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90년 체제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있었습니다. 바로 탄핵역풍을 탄 열린우리당이 있었죠.
하지만 그들은 준비가 안 된 정당집단이었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식견이 부족했고 스스로 공멸했습니다.

남은 20일 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봅니다.
과연 90년 체제의 붕괴의 단초가 제공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90년 체제를 구성하며 또 다른 정치의 난맥상을 만들어낼 것인지...
20대인 저로서는 매우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이번 총선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