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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2/29 15:08:56
Name bergy10
Subject [일반]  말나온김에 써보는 축구. 더비매치 이야기.
시간도 있고, 뭐 그닥 좋은 말들이 많진 않았지만 축구 이야기가 나온 김에...썰한번 풀어 봅시다.

사실 축구를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가장 흥분되는건 라이벌팀과의 일전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본인의 팀이 지더라도 그 상대방이 동시에 패배하면 맘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내 팀이 이길때에 그 팀이 대승을 해버리면 맘속 한구석에 찜찜함이 일기도 하죠.

그 라이벌간 시합의 고유명사인 더비매치.

흥미로운 몇몇 팀간의 관계에 대해서 함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 이스탄불 더비.



그 격렬함으로는 전세계의 어떠한 더비매치도 능가한다는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흐체간의 경기

터키 여행을 해보신 분들은 다들 어느정도는 느끼셨겠지만, 이스탄불의 유럽지역과 아시아 지역은 사람들의 인종부터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그냥 유럽사람으로 보이는 갈라타사라이의 영역. 그리고 아시아 계통의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페네르바흐체의 영역.
역사적인 배경과 빈부의 차이까지 합쳐져서 양 팀의 경기는 그야말로 불을 뿜습니다.

홍염과 터키 특유의 군가를 연상케 하는 응원가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오만사람들이 다같이 피워대는 담배연기에 상대를 향한 욕설과 야유.
틈만 나면 던져대는 동전(선수 눈에 맞으면 실명의 가능성이 있어서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과,
입장할때 경기장 한켠에 압수당해 놓여있는 칼. 망치. 정. 해머.....무시무시한 곳입니다.


자. 여기에 정말 역사에 길이 남을, 그야말로 기름을 부어버린 겁없는 프리미어 리그 출신의 아일랜드 인이 있었으니.



선수시절 리버풀의 영웅이자 현재 뉴캐슬의 대역죄인인 그레이엄 수네스는 1995년 6월에 갈라타사라이의 감독으로 취임합니다.
1년 내내 그닥 좋지 않은 리그 성적으로 해임과 감독직 유지의 기로에 섰던 그.
하지만 수네스는 터키쉬 컵 (터키의 FA컵) 결승전. 페네르바흐체의 홈구장에서 열린 이 경기를 극적인 승리로 이끈 후에.
본인이 너무나 흥분하여 갈라타사라이의 깃발을 상대팀 홈구장의 한가운데 꽂아버립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경기 뒤 대폭동의 계기가 되어....많은 "사상자"를 내게 되었죠.

이 이후로 그는 갈라타사라이의 영웅이자, 페네르바흐체의 철천지 원수로 자리매김.
아직도 그는 이스탄불의 아시아 지역에는 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엘 클라시코.

정치적. 그리고 역사적인 배경과 양 팀이 가지고 있는 축구계에서의 입지.
동시 시청자 1억명이 넘어간다는 규모로 따지면 전세계 최고 규모의 더비매치 입니다.

크루이프 이전에는 사실 양 팀간의 실력차와 그간 거둔 성적의 차이로 인하여 라이벌리즘이 그리 크지 않았으나,
크루이프의 선수시절 활약과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바르셀로나를 레알 마드리드와 동일한 반열에 올려놓았고,
그 이후 이 두 팀간의 열전은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대결로도 유명합니다.




위의 영상은 02년 누 캄프에서의 엘 클라시코에서 홈 팬들이 피구를 향해 야유를 퍼붓고, 심지어 술병과 돼지머리..까지 던져댄 장면입니다.


98-99, 99-00 시즌에 리그 2연패를 차지한 이 바르셀로나의 주장은 거리에서의 우승 축하연에서 "울어라, 마드리드의 얼간이들아"를 외쳐댔고.
루이스 피구에 대한 바르셀로나 홈팬들의 사랑은 그 어떤 선수에 대해서보다 열광적이었으나 2000년 그해 여름.
이 선수는 라이벌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마드리드로의 이적을 결정. 그 이후로는 매국노에 버금가는 배신자가 되었다죠.


뭐, 이런 자극적인 장면들도 있을수 있지만. 역시 엘 클라시코는 세계 최고 수준의 두 팀간의 경기.



이하의 골 장면들만 보아도 그 클래스와 경기의 격렬함을 느낄수가 있겠죠.



(3) 이탈리아 더비.

바로 인테르와 유벤투스의 경기입니다.

밀란과 인테르의 밀라노 더비도 격렬합니다만, 사실 이 두팀의 더비는 생각보다는 치열하지 않습니다.
바로 공통의 적. 이탈리아 리그 내의 공공의 적. 절대강자 유벤투스의 존재 때문인데요.
타 리그 상위권을 차지하는 지역 더비팀들과는 다르게, 유베의 존재는 밀라노 양팀간의 선수 이적도 드물지 않게 가능케 만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두팀간의 더비와 더불어.
그 폭력성을 따진다면 유럽 내에서는 이스탄불 더비와 비교해서 그 우열을 가리기 힘든...로마 더비가 있죠.
매 경기 때마다 경기장 바깥에서 소요사태가 발생하며, 칼에 찔려 팬이 사망하는 사태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소위 말하는 지면 팀이 망하는 멸망의 더비. 작년 가을, 더비에서 승리한 라치오 팬들의 모습입니다.






(4) 북런던 더비.

잉글랜드의 더비는 힐스보로 참사 이전과 이후로 그 성격이 약간 달라집니다.

경기장 바깥도 아닌 장내에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로, 규격에 맞지 않게 관중들을 입장시키던 관례가 사라졌고,
(적정인원 38000명 정도의 하이버리는 그 이전까지 5~6만의 관중들을 입장시켰었습니다.)
서포터들간의 충돌을 강력하게 제재하기 시작했죠.

현재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경기장 바깥의 충돌이 여전히 존재하긴 하나, 타 국가들에 비해서는 그 강도나 횟수가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여하튼, 잉글랜드의 더비중 로즈더비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북런던 더비를 소개합니다.



영상은 05-06 시즌. 1-1 무승부로 끝난 하이버리에서의 마지막 더비매치 하이라이트입니다.

사실 양 팀의 축구 스타일은 벵거의 부임 이전에는 전통적으로 수비의 아스날. 공격의 토튼햄으로 대비되었습니다.
미스터 아스날 토니 아담스를 위시로 한 철의 4백의 아스날과.
개스코인 이전 잉글랜드가 낳은 최고의 천재로 불리던 창조적인 미드필더 글렌 호들로 대변되는 토튼햄.

이 구도는 벵거의 부임 이후로 변하기 시작하여, 어느덧 아스날은 잉글랜드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축구의 팀이 되었고.
1996년 그의 부임 이후에, 99-00 시즌을 제외하고 10-11시즌까지 리그에서 단 한번도 토튼햄에 패하지 않는 기록까지 세우게 되었죠.

하지만 그 전부터 꾸준한 발전세를 보인 토튼햄은 마침내 10-11 시즌에 챔피언스 리그 진출과 함께 라이벌 아스날을 꺾는 기염을 토했고.
현재는 벵거의 부임 이후 처음으로 아스날보다 높은 순위에서 리그를 마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사실 리버와 보카의 아르헨티나 더비나 로즈더비, 브레멘과 함부르크의 북독일 더비.
제노바와 삼프도리아의 제노바 더비까지 함 다뤄보고 싶었으나 기력이 딸리네요..... ^^;;
여튼 이정도로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보았던 최고의 더비는 바로 지지대 더비였습니다...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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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chester United
12/02/29 15:12
수정 아이콘
이탈리안 더비란 말은 이제 무색하다고 봅니다.

창단 이후 유일하게 2부로 강등 안 당한 클럽이 인테르랑 유벤투스여서 이탈리안 더비였는데,
유벤투스 강등 이후에는 이름을 바꿔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뽑는 최고의 라이벌전은 맨유 vs 아스날 입니다.
12/02/29 15:24
수정 아이콘
그래도 런던에는 아직 밀월 vs 웨햄이 남아있다는(...)
Darwin4078
12/02/29 15:26
수정 아이콘
제일 막장급 더비는 아무래도 로마더비.

http://unprofessionalfoul.com/wp-content/uploads/2010/04/roma.lazio_.derby_.confiscate.1.jpg
http://unprofessionalfoul.com/wp-content/uploads/2010/04/roma.lazio_.derby_.confiscate.7.jpg
http://unprofessionalfoul.com/wp-content/uploads/2010/04/roma.lazio_.derby_.confiscate.4.jpg

이딴게 경기 끝나고 서포터들 호주머니에서 나왔음.

라치오, 로마 훌리건들이 얼마나 막장이냐면
AS로마가 우승할거 같으니까 인테르 vs 라치오 홈경기에서
자기팀 응원 안하고 인테르를 응원하고 앉아있는 인간들이 라치오 훌리건입니다.

밀란더비는 사실 점잖은 더비라능..
12/02/29 15:30
수정 아이콘
이스탄불 더비가 격렬한줄 알았지만 저정도였군요. 홍염도 그렇고, 깃발 꽂는 장면은 정말 레알이네요....
아키아빠윌셔
12/02/29 15:30
수정 아이콘
터키 축구는 진짜 대단하죠. 더비의 폭력성도 그렇고-_-;;
무엇보다 성인남성금지 징계 받고도 구장이 꽉차는 위엄;;
http://www.youtube.com/watch?v=ptXe9RJTWWw
가야로
12/02/29 15:33
수정 아이콘
지지대 더비 최고였죠......안양 운동장에서 박건하 응원했을때 꿀밤을 먹인 윗줄 어르신 잊지 못합니다......
블랙잭
12/02/29 15:39
수정 아이콘
더비중에 격렬하기로는 셀틱 vs 레인져스의 종교더비도 빼놓을수 없죠.
근데 지지대 더비가 무엇인가요?
에위니아
12/02/29 15:57
수정 아이콘
지지대 더비는 서정원 덕분에 한층 불이 붙었었죠.
(改) Ntka
12/02/29 16:30
수정 아이콘
북런던 더비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더비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아스날의 일방적인 승세였죠. 그러던 것이 라모스 부임 이후 칼링컵 4강 홈에서 5-1 대승, 심지어는 작년에 아스날 홈에서 토트넘이 이기기까지 했죠. 올 시즌에도 첫 대결에서는 부상 줄줄 달던 아스날이 2:1로 원정 가서 졌지만 바로 전 라운드에서 0:2로 끌려가다 전반에 2:2 동점 만들고 5:2로 대승을 거두는 기염을-_-;;;

치열하다하면 지금껏 나온 더비만은 아니겠지만 선더랜드와 뉴캐슬의 타인웨어 더비는 근래 잉글랜드 내에서 더비가 더비 다운가 싶은 느낌이 들 때도 분위기가 굉장히 치열했죠.
12/02/29 18:23
수정 아이콘
아 지지대더비.... 다시 수원을 물리칠 그날이 오려나,, 청년폭도 맹진가를 부르며 ㅠㅠ
ID라이레얼
12/02/29 19:09
수정 아이콘
강릉의 강릉농상전!!크크크
강가딘
12/02/29 23:16
수정 아이콘
A대표팀간에도 라이벌전이 있죠.
생각난건만해도 한일전, 일글랜드 독일,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등 많군요.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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