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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6/16 15:11:34
Name 늘푸른솔솔
Subject [일반]  46. 아버지와 나 (N.EX.T)
제 딸아이는 아빠를 잘 따릅니다. 아빠랑 노는 것도 좋아하지요. 아직 네 돌이 안 돼서 그럴 것 같기도 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머리가 굵어지고 사춘기를 겪는 시기가 특히 그러하겠지요.
아직 먼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아이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지금이야 아빠비행기 태워주고, 같이 산책 가서 과자 사주고 하면 좋아하지만 나중엔 어떻게 해야할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아이가 갖고 있는 관심사에 나도 관심을 보이며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자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될지... 그렇게 쉬운 일이었으면 부모와 자식 간에 거리가 멀어지는 일은 전혀 없겠지요.

아직 초보 아빠입니다. 초보 남편이구요. 게다가 아직 학생입니다. 돈을 벌고 있지 않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네요.
그래서 두려워집니다.

바쁨의 정도나 이런 것과는 관계 없이 그래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탄력적인) 생활이 가능한 랩 생활을 끝내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자기 나름의 가치관과 울타리를 가지게 되면,
취직하여 아내와 함께 맞벌이를 하게 되면,
나는 과연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점점 더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깊어집니다.
얼마나 위대한 분들인지도 알게 되고, 어릴적 '난 이런 부모는 안 될거야' 라고 가졌던 생각이 실제로는 얼마나 힘든 것인지도요.



아버지와 나 (Part-1) - N.EX.T

아주 오래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 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 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르는 새처럼 살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 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 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 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만에 골목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 이 노래를 처음 접한게 중학생 때였을건데, 밴드의 음악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던 상태에서
이 노래의 후반부 기타 솔로에 흠뻑 취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다시 들으니 그 때만큼은 아니지만,
잘 치는 건지 아닌지 들을 귀가 없었음에도 '기타가 울부짖는 것 같다' 라고 받았던 느낌,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쉽게도 유튜브에는 콘서트버전 밖에 없는데 기타 소리는 빠졌네요.
아래 어떤 분의 블로그에 1집, 5.5집에 수록된 버전이 그대로 있어서 링크 남깁니다.
http://blog.naver.com/dhffosehzz?Redirect=Log&logNo=9002583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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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k WyldE
11/06/16 15:22
수정 아이콘
정기송 교수님 기타 연주는 정말 좋습니다. 그래서 넥스트 앨범 중 제일 좋아하는 앨범이기도 하고..
김세황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요.

넥스트 1집 중 제일 안 좋은 곡이 도시인일 정도로..
11/06/16 15:34
수정 아이콘
KBS 빅쇼네요 크크
넥스트의 TV 복귀였는데 그 다음해 해체 -_-;;
넥스트 기타리스트는 대대로 다 좋은 거 같아요.
정기송씨, 임창수씨, 김세황씨, 데빈까지...

저는 아직도 신해철씨가 아버지의 입장이 되어서 부를 아버지와 나 Part 3을 기다립니다...
하루 천원이다
11/06/16 16:05
수정 아이콘
저도 중학교때는 우리앞에 생이 끝나갈때 좋아해서 신해철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별밤에서 무한궤도 녹음해서 테이프 늘어질때까지 들어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신해철 테크 타게 되었네요.
015B-->NEXT

요즘도 가끔 아버지와 나,집으로 가는 길 듣습니다.
특히 집으로 가는 길이 애착이 가는 것 같네요.
이제 어느 정도 커서 그런가 집을 떠날 때도 돌아 갈 때도 정말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려서부터 타지 생활을 해서 그런가보내요.
Baltic Breeze
11/06/16 17:46
수정 아이콘
중학교 때 자다가 이어폰을 끼고 잠들었습니다. 꿈에 제 담임선생님께 반항하다가 담임선생님께서 등을 보이시면서 잔잔하게 제 귀에 울려 퍼지듯이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하시더군요. 그걸 꿈에서 다 듣고 나니 너무 슬프고 죄송스러워서 울었습니다. 근데 정말 신기했던 건 꿈이라는 걸 알고 깨버렸는데도 그 슬프고 죄송함이 계속 남아 있어 "꿈이구나~~~" 생각하고는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한 18년 전쯤 어느 날 새벽 3시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11/06/16 17:59
수정 아이콘
아아..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들은 3장의 앨범 중 하나 ..
넥스트 1집, 넥스트2집 The Being..

이 사람의 가사는 뭔가 가슴을 후벼파는 구석이 있어요..
1집 영원히와 2집 The Ocean 그리고 솔로2집 길위에서 .. 정말로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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