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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16 09:08:17
Name 엘푸아빠
Subject [일반] 너의 공격 패턴을 알아냈다.
심장병때문에 잠시 모병원에 입원하셨던 할머니, 그곳에서 약을 지었는데 잘 받지 않았습니다. 원래 당뇨가 있으셨고 주사제를 맞고 계셨는데 그걸 모두 먹는 약으로 교체를 했지요. 다들 그 결정에 행복해했습니다. 우선 주사 맞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편하고, 항상 놓아주며 관리하던 사람의 입장에서도 편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한달여를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혈당검사기를 가져온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측정을 했는데, 이건 무슨 스카우터로 측정한 것 마냥 수치가 팍팍 올라가더군요. 예를 들어 어느 하루의 패턴입니다.

  아침공복 - 293 아침식후 392 - 점심식후 488- 저녁식후 - 496 - 취침전 - 483 -_-; 혈당수치가 대박이었죠. 무슨 스카우터로 측정하는 전투력도 아닌데 말이죠. 정상 혈당은 당뇨없는 성인의 경우 90~130인가? 그정도로 들었고요. 당뇨있는 노인네의 경우는 180선에서 유지되어도 감사하다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원래 입원전에는 혈당 50까지도 떨어졌다고 (아침 저혈당) 했는데, 약이 잘 안받아서 그런지 저런 수치까지 올라간거죠.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병원에 연락하고, 병원가서 원래 짓던 약으로 바꾸겠다고 하니까 의사 선생님 왈:

"당뇨랑 심장병약이랑 따로써도 괜찮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끝났습니다. 그러면서 빨리 와줘서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고요. 원래 입원한 기간에도 혈당체크를 다하고, 검사를 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병원밥이랑 집밥이랑 다르기 때문에 이와 같이 수치에 대한 오류가 생겼다고 봅니다. 환자있는데 미리미리 혈당검사기 가지고 안다닌 집안의 무지가 죄였던거죠. 그래도 주사를 놓으면서 조금씩 안정화되고는 있어서 안심하고 있습니다.

하여튼 그래서 검사하고, 다시 몰핀으로 바꿨습니다. 주사약을 넣는데, 이제부터 문제가 시작입니다. _-; 주사와 혈당을 체크하러 갑니다. 그러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귀찮게 왜 놔."
그래도 대답해줍니다.
"안아프게 하려고 놓는 거니까 놓으세요. 이대로 계속하면 투석해야 해서 하루에 몇십만원씩 깨져요."
"그냥 죽게 냅둬. 귀찮게 왜해."
여기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선택지 1: "예 그럴게요. 그럼 빨리 가버리세요."
선택지 2: (그냥 씹기.)

저는 무조건 적으로 선택지 2를 합니다. 왜냐고요? 그동안 많이 봐왔기 떄문이죠. 만약 1번을 한다? 그러면 쌍욕이 튀어나오고 어떻게 너가 그럴 수 있냐는 말이 나옵니다. 서운하다며 자식들에게 계속 전화돌리는 건 안봐도 뻔하고, 막 때를 쓰고 징징거리고 접시 한두개쯤은 깨져나갈 각오를 해야합니다. 저걸 10년 넘게 봐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전에는 혼자 주사라도 놓으셨지, 이제는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니까 더 환장할 노릇이죠.

그러니 저도 미치지 않은 이상 그냥 무시하고 말죠. 그냥 푸념인거 다 압니다. 미안해서 하는 소리 절대 아닙니다. 그냥 말이 나오니 뱉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주사놓아주고 혈당체크해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속에서 욕지거리가 나오고 열이 오르는 거죠. 너 왜 그렇게 쓸모 없는 짓거리를 하냐고 매일 같이 말을 합니다. 그걸 들어가면서 주사를 놓아주고 있습니다. 그래놓고 자기가 하는 말을 동조하면 미친듯이 화냅니다. _-;
애초에 80이상의 노인으로 안보고 3~4살 수준의 어린아이의 지능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주사를 맞거나 약을 드실때는 아무말 없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냥 고마워하면 되는 걸, 왜 그리 말씀하시는지... 덕분에 아침부터 항상 기분이 한번 뒤집힌 상태로 하루가 시작되고 있답니다.

요즘은 화조차 내지 않는 단계로 진입하려고 부던히 노력하고 있는데, 그게 잘 안되고 있습니다. ㅠㅠ PGR여러분들은 부모님 아프지 않게 해주시고, 절대 저정도까지 갈 수준으로 만들지는 말아주세요. 그리고 다들 건강하시고요. 지병하나 걸리면 사람 훅 가는거, 순식간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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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샤
11/05/16 09:39
수정 아이콘
정말 고생하고 계시네요. 일단 건강관리가 우선이겠네요. 신장결석 검사하러 병원온 1인... [m]
선데이그후
11/05/16 09:47
수정 아이콘
혈당수치가 엄청나시네요.
엘푸아빠님 맘고생 100%를 넘어 10000% 공감합니다.
나중에 꼭 복받으실겁니다. 제가 엘푸아빠님께서 로또 100억에 당첨되길 생각날때마다 기원해드릴께요.
ReadyMade
11/05/16 13:41
수정 아이콘
나이들면 츤데레가 되는 것 같아요 -_-;;;
저희 할머니는 저한테 절대 '~해달라' 는 말은 안하세요. 대신, 저 들리라고 혼잣말을 계속 하십니다;
그래서 그걸 듣고 제가 움직이면 '뭣하러 하냐' 이러시고ㅠ 그럼 나중에 할게요~ 요러면 계속 혼잣말 하시고ㅠ
그냥 대놓고 시키시는게 손주의 정신건강에 이로워요 할머니~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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