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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28 21:30:31
Name 황금비늘
Subject [일반]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는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 (by 스티븐 제이 굴드)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1941-2002)는 미국의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입니다.

그는 열렬한 야구광(흔히 말하는 양키즈빠)으로도 유명했는데,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임’을 역설한 (4부로 구성된) 그의 저서 <풀하우스>(Full House, 1996)에서

한 부를 통째로 할애해서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설명합니다.

무려 진화론적 관점에서 말이죠.



‘진화생물학’이라 하면 내용이 어려울 것 같지만,

이 분 특징이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기’입니다.

당대에 가장 널리 알려지고 많이 읽힌 교양과학 작가이기도 했기 때문이었죠.

야구팬 입장에서 ‘4할 타자의 절멸’에 대한 그의 진화론적 견해는 독특하면서도 흥미롭습니다.



밑에 4할 타자와 56경기 연속 안타에 관한 글이 있기도 해서

생각난 김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제 글은 항상 쓸데없이 길기만 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__)
(굴드를 닮고 싶어요. ㅜ.ㅜ;)



굴드가 이 책을 쓸 무렵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분석한 원인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과거에 비해 야구에 집중하지 않을 뿐더러 멍청해진 요즘 타자들.

2. 과거에 비해 바쁜 일정, 더 많아진 야간 경기, 언론에 의한 시달림 등 열악해진 외부 조건.

3. 투구와 수비 실력, 구단의 분석 능력의 향상에 비해 더딘 타자들의 실력 향상 속도.



굴드는 1번 분석에 대해선 과거에 대한 환상으로 인한 비논리적인 소리로 치부합니다.

과거에 비해 MLB에서 야구를 하는 모집단의 크기가 인종이나 국가수, 인구수 면에서 엄청나게 증가하였고,

선수 관리 프로그램 역시 체계적으로 변화하였는데,

작고 한정된 집단에서 뽑혀 그럭저럭 훈련받은 과거 선수들이,

최대한의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는 오늘날의 거대 야구 산업에서 배출한 타자보다

공을 더 잘 쳤다는 주장이 도대체 어떻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냐는 거죠.

더 큰 집단이나 다양한 인종 가운데서 선발되어 더 정밀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쪽이

당연히 더 낫다는 견해입니다.



2번 분석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하지는 않는데

열악해진 외부 조건은 투수나 타자 마찬가지라는 뉘앙스로 반박합니다.

(개인적으로 언론의 지나친 관심은 ‘4할 타자의 절멸’에 조금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흠...)



3번 분석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야구실력이 향상되었는데 타격만이 향상 추세에서 뒤쳐져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합니다.

수십 년 동안 타자와 투수의 키와 몸무게 변화에 관한 표를 제시하며

체격적인 조건에서 비슷하게 변화했음을 보여주기도 하고,

마라톤, 100m 달리기, 수영, 경마 등 다른 스포츠에서 꾸준히 기록 향상이 이뤄지는데

유독 타격만이 퇴보될 이유는 없다고 역설합니다.

다만 다른 스포츠를 보면 현대에 이를수록 기록 향상 속도가 떨어지는데,

굴드는 이에 대해 오른쪽 벽(인간의 한계)이라 부르며

뒤에서 설명할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활용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굴드는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는

타격 능력의 상향평준화에 기인했다고 설명합니다.



다음 그림들을 보죠.







이 그림은 시간에 따른 MLB의 평균 수비율향상에 관한 그래프입니다.

시간에 따라 선수들의 수비율이 점점 증가하는 경향(수비실력의 상향)이 보이지만,

그 속도는 점차 둔화되어 어떤 값을 향해감을 알 수 있습니다.

굴드는 이 '어떤 값'을 인간의 한계인 '오른쪽 벽'이라 부릅니다.

첨부하지는 않았지만 굴드는 시간에 따른 'MLB 모든 선수와 베스트 5의 평균수비율'도 보여줍니다.

이 표에 따르면 1870년대에는 베스트5의 수비율과 전체 선수의 수비율 차이가 약 0.08에서 1970년대에는 0.02로 줄어듭니다.

전체 선수들의 평준화를 보여주는 것이죠.






이 그림은 내셔널리그 팀들의 승률간의 표준편차입니다.

굴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표준편차가 감소하는 것은 팀들간의 실력 역시 평준화 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만능선수(둘 이상의 수비위치에서 경기한 선수)의 숫자 역시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체 선수들의 능력이 상향됨에 따라 만능선수의 수도 줄어드는 것이죠.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의 타율의 표준편차입니다.

타율의 표준편차 역시 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전체 선수들의 타격 능력이 평준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0년씩 끊어서 최고 타율의 평균값과 리그 평균 타율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죠.

이 역시 타격 능력의 평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굴드는 이런 그래프들을 통해 수비, 투구 뿐만 아니라 타격 능력 역시 꾸준히 상향평준화되어 왔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왜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졌는가?'

굴드는 이를 '오른쪽 벽'이라 불리는 인간의 한계와

야구라는 시스템의 특성상 타자들의 평균타율이 2할 6푼 안팎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시간에 따른 MLB의 평균 타율의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굴드는


"많은 값들이 평균에서 양쪽 방향으로 벗어나지만 결국은 2할6푼 수준으로 회귀하며,

이 평균수준은 투구나 타격이 어느 한쪽의 일시적 우위를 이용해

성스러운 국민적 오락의 안정성을 파괴하려고 위협할 때마다

즉각적인 (야구규칙 제정자들에 의해) 규칙 조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유지되어왔다"


고 말합니다.

평균타율이 2할6푼에서 크게 벗어나면 야구라는 시스템(투타의 밸런스)에 문제가 발생하며

메이저리그의 야구규칙 제정자들은 규칙변경(마운드 높이, 스트라이크존의 크기, 방망이 개조 허용 한계 등)을 통해

평균타율을 2할6푼 수준으로 조정해 왔다는 거죠.

그래프에서도 들쭉날쭉했던 1900년대 초반에 비해 현대야구 시기에는 평균타율이 2할 6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래프를 보면 4할 타자가 탄생한 시기에는 평균 타율이 3할에 가까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KBO 역시 이와 비슷한 추세를 보여 줍니다.

(평균 타율을 조절할 줄 알다니 KBO 관계자들도 생각보다는 멍청하지 않은 걸까요? -_-;;)



어찌됐건,

평균 타율이 3할에 육박하면 4할 타자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현대 야구에서 평균 타율은 2할 6푼 수준에서 결정되므로 4할 타자가 나올 확률은 매우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타격 능력의 상향평준화는 이 확률을 더욱 더 줄여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평균 타율이 2할 6푼이라고 가정한 이 그림을 보면,

과거에 비해 현재 정규분표의 그래프가 전체적으로 '오른쪽 벽' 방향으로 이동(타격능력의 상향)하면서,

그 폭이 줄어드는 것(평준화)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 야구에서는 우측 변이에 해당하는 상위 5% 안에만 들어도 4할 달성이 가능했지만,

현재 야구에서는 상위 5% 안에 들어도 3할 5푼 정도만 가능할 뿐이라는 것이죠.

현대 야구에서 4할 타자가 되려면 상위 0.1% 이상의 변이값이 나오거나 하지만,

타자들의 타격 능력이 '오른쪽 벽'을 향해 상향평준화되어가는 현대 야구에서는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죠.







어쩌면 미래에는 타자들의 타격 능력이 이와 같은 형태와 같은 그래프로 나타나서

4할타자를 아예 볼 수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물론 너무 극단적인 그래프이긴 합니다..;)



이런 설명을 하면서 굴드는 자신이 '4할 타자의 절멸'을 지나치게 강조했을 수도 있다며,

깨어질 수 없는 기록은 없으며,

다만 4할 타율은 과거에 그렇게 흔하던 기록이 아니라 한 세기에 한 번 성취될까 말까 할 정도의 극도로 희귀한 사건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보다 훨씬 더 엄청난 성취일 것이라 말하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야구광답게 4할 타자를 꼭 보고싶다는 뉘앙스더군요.
(최근 4할 타자에 가장 가까웠던 94년 토니 그윈의 기록달성 가능성을 중지시킨 리그 중단을 얼간이 짓 이라고까지 말합니다. 하하)



이제 마지막으로 제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면,

저 역시도 56경기 연속안타보다 4할 타율 달성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만 그 차이는 0.00000001과 0.0001의 차이 정도일 뿐이지,

둘 다 실현 가능성은 0에 수렴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칼 립켄 주니어의 2632경기 연속 출장도 확률 0에 가까운 기록이라 보구요.

대타로 나와서 기록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ps)
1.
굴드는 '만들어진 신'으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의 절친이자 경쟁자로도 유명한데,

도킨스는 굴드의 풀하우스를 보고 다음과 같은 불평을 터뜨립니다.

무슨 알아먹지도 못할 야구 이야기가 이렇게 길어? 내가 크리켓 이야기 주욱 늘어놓으면 댁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수?


2.
굴드는 결국 4할 타자를 못보고 고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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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8 21:35
수정 아이콘
오...멋진글이네요.
서주현
11/04/28 21:37
수정 아이콘
흥미롭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실 둘 다 힘든 기록이지만, 그래도 56경기 연속 안타가 훨씬 힘든 건 분명하죠.

확률적으로는 4할타자가 아니라 5할타자라 할지라도, 56경기 연속 안타는 매우 어려울 겁니다.
지니쏠
11/04/28 21:37
수정 아이콘
크크 재미있는 분석이네요. '성스러운 국민적 오락의 안정성을 파괴하려고 위협' 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에요. 크크. 저는 비슷한 관점에서 언젠가 4할타자가 나오리라 생각해요. 아무리 2할 6푼의 타율을 유지하려고 관계자들이 애써도, 결국은 타고투저의 시즌이나 투고타저의 시즌이 올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이 잘못된 공인구의 지정이든, 새로운 매커니즘의 발견이든요.
초록추억
11/04/28 21:42
수정 아이콘
이대호나 사못쓰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타자들의 피지컬이나 연습강도,성실성을 대폭하락 시키면
멀쩡한 두명이 4할찍는다는 소리군요.

결론 - 요즘 타자들이 너무 잘나서 4할이 안나오는 거다
하늘의왕자
11/04/28 21:43
수정 아이콘
진화생물학과 야구의 연계라니 흥미롭군요..
결과적으로 타격은 지속적으로발전하면서
인간의한계에다가서지만...
밸런스유지를위해 평균타율을 2할6푼로 유지하게 외부환경이 작용한다는건가요???
그러면 이는 다양성이라기보다는 외부환경에의해 불가능해진단 얘긴데...
진화는 다양성의증가라는 명제와 뚜렷한관련이없지않나요???
외부환경이 다양해지는건가...
제가제대로이해한건지모르겠네
[m]
11/04/28 21:46
수정 아이콘
아..작년 자유주제로 소논문 쓰는 수업에서 현대 프로야구에서 4할타자는 왜 불가능한가에 대해 10P정도로 썼는데 자료부족으로 꽤나 고생하고 같은말만 반복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길어진 시즌으로 인한 체력저하와 투수들의 변화구의 다양성.등을 토픽으로 쓰고 김현수와 홍성흔을 예시로 들었었는데..

이 자료를 알았으면 좀 더 통계적으로 활용할수있었을듯하네요 ㅠㅠ

잘 읽었습니다! [m]
좌절은범죄
11/04/28 21:50
수정 아이콘
허걱, 저의 단순한 호기심이 이런 명문을 쓰는데 조그마한 단초라도 되었다니 영광입니다.^^

한번 읽어서는 완전히 이해가 안되서 차분차분 다시 읽어보렵니다.

이런 정성어린 글은 무조건 추천이죠.
하늘의왕자
11/04/28 22:00
수정 아이콘
다시한번 읽어봤습니다. 왜 4할타자가 없는지....
1. 타격능력이 상향평준화가 되고, 표준편차가 적어지면서 매우 잘치거나 매우 못치는 선수가 나타날 확률이 적어진다..
2. 타격능력이 상향평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때 외부의 간섭이 없으면 평균타율은 4할을 향해 가까이 가겠지만,
외부의 영향에 의해서 평균타율은 2할6푼으로 끊임없이 유지될려는 현상을 보인다....

결론적으로 만약 외부의 간섭이 없다면 4할타자는 무지 많아질텐데,
외부의환경이 지속적으로 4할타자를 못만들게 하고 있는걸로 이해가 되네요...

그나저나 평준화가 되고, 표준편차가 적어진다는건 다양성의 감소라는 측면으로 받아들여질수도 있겠네요
흥미롭습니다
11/04/28 22:03
수정 아이콘
경기수가 점점 늘어나서 4할치기가 힘들어졌다. (커리어 에버리지가 4할이 넘는 선수는 아무도 없으니까요)
타격의 목표가 안타가 아닌 홈런쪽으로 점점 바뀌었다.

이 주제에 대한 제 생각이였는데.. 이런생각은 못했네요
11/04/28 22:09
수정 아이콘
수비력향상이나 구단의 타자분석력 향상도 어느정도는 작용한다고 봐야죠
타구속도는 그대로이고 구장크기도 그대로인데, 수비수들은 더 빨라지고 어깨는 더 강해지니...
분석도 타자보단 수비와 투수에게 더 도움이 되는거고...
Je ne sais quoi
11/04/28 22:31
수정 아이콘
굴드가 야구광인줄은 몰랐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다만 KBO가 평균 타율을 조절할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부분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_-;
도달자
11/04/28 22:56
수정 아이콘
음... 주제와는 빗나가는것같은데 타자의 평균타율이 2할6푼일때 야구가 가장 재밌다고 해석해도 되는건가요...?
바람모리
11/04/28 23:05
수정 아이콘
뜬금없이 프야매 얘기를 해보고 싶네요
상위리그의 경우 투고타저라 할정도로 고코타자라 할지라도
타율이 안나오고 있는데
과거의 경우를 루키,마이너 리그
미래의 경우를 위너스로 얘기한다면
타율이 이 글과 비슷하게 나오는데요;;
나름 프야매가 시뮬레이션 기능을 하고 있는건지도..

제가 아직 위너스에는 가보지 못한 관계로 평균타율같은 자료는 없네요;;
신인류신천지
11/04/28 23:30
수정 아이콘
본즈나 푸홀스 전성기 상태로 얼려서 몇 년 뒤로 가면 2할 6푼의 보통타자가 될까요? 아니면 몇 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4할 2푼쯤 치는 괴물이 될까요?
공실이
11/04/28 23:51
수정 아이콘
본문과 다른얘기지만 풀하우스에서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었을때 연속 안타기록을 빼면 모든 최고기록은 통계적으로 가능하다고 적혀있던것을 기억합니다.
11/04/28 23:51
수정 아이콘
야구라는 게임의 최소 성립조건인 투수와 타자의 관계에서 보자면 투수는 공격을 하는 거고 타자는 수비를 하는 겁니다.
무슨 웃기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애초에 타자는 투수가 공격을 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 공을 던지지 않으면 어떠한 행동도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둘 사이의 관계에선 투수가 극단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쌍방이 주고 받는 상황에서 한 쪽이 능동적이고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을 하고 그 결과에 대처하도록 상대에게 강요한다면, 우리는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쪽을 '공격'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능동적인 행위에 대해서 수동적으로 대처를 해내는 쪽을 우리는 '수비'라고 부르죠. 따라서 순수하게 투수와 타자의 관계에서 보자면 공격을 잘하는 투수가 유능한 투수고, 투수의 행동에 잘 대처하는 타자, 다시말해 수비를 잘 해내는 타자가 유능한 타자이지요. 둘 사이에서의 관계에서만 보자면 수비를 잘 해야만 점수를 낼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란 스포츠입니다.
이것이 다른 구기 스포츠와 야구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지요.

이런 점을 봤을 때 타자에게 강요된 불리함이 너무나 많습니다. 단순히 행동을 강요한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마운드 높이, 팔의 높이, 구질의 다양함, 타자의 감각을 죽이는 오프스피드 볼, 피칭 타이밍 등등 말이죠. 단순하게 예로 들자면 500번의 타석, 다시말해 500번의 기회에서 150번의 수비를 해낸(안타를 때려낸) 타자를 우리는 교타자라고 부르고, 500번의 기회에서도 40번의 수비를 진짜로 잘해낸, 다시 말해 40개의 홈런을 때려낸다면, 우리는 리그를 지배하는 거포라고 부릅니다.
웃기지 않습니까? 500번의 기회 중에서 40번을 성공해낸다면, 리그를 지배하는 선수라고 평가합니다. 확률로 따져보면 8%의 성공을 가져온 선수를 리그 지배자라고 부르는 스포츠는 야구를 제외하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이 통용될 만큼 타자에게 있어 극단적으로 불리한 스포츠가 바로 야구입니다. 투수의 공격력과 속임수는 날로 발전하는 반면, 타자의 대처는 느릴 수 밖에 없는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저는 4할 타자라는 건, 어찌보면 야구의 한계 자체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4할이란 건 초인적인 실력에서나 기대할 수 있다는 거죠. 단순히 통계를 제외하더라도 말입니다.
투수의 오버스로우 피칭이 허용된 이후로, 이미 야구란 종목은 타자에게 불리함을 강요해온 종목이라는 겁니다.

근데 죽 써놓고 보니 결국 논지가 본문이랑 같네요
11/04/29 00:07
수정 아이콘
사실 4할 타자가 나오려면 더 많은 안타를 쳐내기 보다는 사구를 늘려야 합니다.
즉 타수를 줄임으로써 타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죠.
역대 최고의 안타 생산력을 가지고 있는 이치로가 4할 근처에도 못 가고 있는 건 타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출루율, 즉 사구를 적게 얻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4할 타자가 만약 등장하게 된다면 안타를 잘 치는 선수보다는 오히려 선구안이 매우 뛰어난 선수일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봤을때 타수를 줄이려면 적은 경기수를 치루는 것이 훨씬 유리한데 팀당 경기수가 과거보다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4할 타자의 등장은 요원하리라 예상합니다.
11/04/29 02:37
수정 아이콘
흥미진진하지만 조금은 어려운 소재를 담백하게 풀어내신게 정말 읽기 좋고 재밌는 글이네요. 본인의 글이 재미가 없다고 하시는데
이런 담백한 문체가 잘 어울리는 장르도 많습니다. 뭐 수필같은거는 재미없어지겠지만 SF라던가 과학과 사회(위 글과같은)관련 글들에서는
황금비늘님 문체가 정말로 매력적입니다.

제가 글을 반대성향으로 쓰다보니 부럽네요.
임요환의 DVD
11/04/29 10:19
수정 아이콘
에세이 문제로 나온 스티븐제이굴드 수필하나읽고 반했었는데 역시 잘쓰네요.
영수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읽어보세요.
원문 http://www.ucop.edu/elwr/sample1992.html
번역 http://gall.dcinside.com/list.php?id=psychology&no=69994
레지엔
11/04/29 12:10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이었죠. 도킨스옹만 아니었어도 진화론 설파자의 부동의 탑이었을텐데 하필이면 물 건너에 생물학 사상 최고의 키워가(..)

여담이지만 저 전제 조건은 '사무국을 포함한 모두가 합리적으로 움직일때'라서, KBO 4할은 기대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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