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4/28 01:45:24
Name Crescent
Subject [일반] 흔하디 흔한 추억
아마도 내가 대학교에 막 입학하고 처음 경험하는 중간고사가 얼마남지 않았던 어느날
짜증나는 시험만큼이나 감기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동기A를 만났다.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며칠 남지 않은 시험공부한다는 핑계로 A의 학교 도서관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지만 공부는 전혀 되지 않았다.
하긴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있었으니.

"나도 빵!"
A는 친구가 빵을 먹는 것을 보고 외쳤다. 나는 어차피 공부도 안되는데
빵이나 사다줘서 점수 좀 따볼까 하는 생각에 자리를 옮겼다.
감기 덕분인지 빵집까지 가는 길에서 느껴지는
바람이 너무 차다.
A가 좋아했던 빵이 뭐였지? 뭘 사다줘야 잘 사다줬다고 소문이 날까?

"난 생크림빵을 좋아해"
A가 예전에 친구 생일 선물로 케잌을 고르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빵가게에 있던 모든 생크림 빵 종류를 하나씩 골랐다.
좋아해야 할텐데,

우유를 사야하나? 커피를 사야하나?
에이 모르겠다. 그냥 다 사가자.

그렇게 내가 빵을 사서 도서관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길. 옆에 커플들이 지나간다.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감고, 여자는 남자의 허리를 감고 있다.
큭.....부럽다. 나쁜 것들!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싱글의 심정은 전혀 생각지도 않나보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A가 보이지 않는다.
빵 사러가기 전까지는 로비에서 친구들과 떠들고 있었는데
그새 공부한다고 들어간 모양이다. A에게 전화를 했다.

"빵..........먹을래?"
순간 너무 부담스러우려나?라는 생각과 함께 A와 항상 같이 다니는 B도 생각났다.
"옆에 있는 B랑도 같이 나와"

제 2열람실의 문이 열리고 두리면 거리는 A가 보인다.
표정이 부담스럽다는 표정. 거기에 더불어 B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아..괜히 사왔나?
"맛없어?"
"아니 맛있어. 근데 너 공부는?"

찔린다. 아직 책도 다 안봤는데 괜히 헛 짓해서 구박만 받겠구나.
빠져나가야겠다.
"나 도서관에서는 공부가 안되는 거 같아. 집에 갈련다. 안녕~"

급하게 도서관에서 빠져나왔다.
괜히 사갔나? 아아아아아 바보 멍충이. 넌 왜그리 멍청하니. 그냥 공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학교 정문을 지나 사거리에 도착해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A에게 전화가 왔다.
"빵 맛있었어. 고마워"하며 수줍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웃는다.

괜히 A가 전화하며 웃는 모습이 생각난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A가 미소지으며 웃는 모습을 상상하는 걸 멈출 수가 없다.

그때 한줄기 바람이 내 귀 옆을 지나간다.
시원하다.

온종일 나를 괴롭게 하던 감기가 떨어져 나간 모양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맥주귀신
11/04/28 02:06
수정 아이콘
군 전역하고 복학해서 관심있던 후배 여자애랑 같이 강의실에서 공부했던 때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그때 그친구가 아침에 먼저 강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도대체 난 간식거리로 뭘 사가야 하나 정말 엄청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4월 말이었는데 일부러 좀 어울리지 않게 귤을 사갔더랬죠. 하우스 귤.
자기 귤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냐면서 한참 분위기 좋았던 적이 있었더랬죠.... 크...

가장까지는 아니어도 참... 재미났던 기억이네요.
천마도사
11/04/28 07:55
수정 아이콘
흐뭇하게 미소짓게 만드는 글이네요 ^^ 아침부터 이 글 읽고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크리넥스
11/04/28 14:27
수정 아이콘
대학교때 추억이 생각나네요.....담배하나 태워야겠습니다....(참 오늘 담배 던힐값이 인상됬더라구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9339 [일반] 늦은나이에 연애를 해서 결혼한 이야기 [27] 김연아이유13294 11/05/26 13294 2
29338 [일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질 지경입니다. [27] Nybbas6850 11/05/26 6850 0
29337 [일반] 시사]오늘의 이런 저런 뉴스들.. [16] 부끄러운줄알아야지5488 11/05/26 5488 0
29336 [일반]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22] 궁상양7138 11/05/26 7138 0
29335 [일반] [프야매] 피지알 뭉쳐요!! [108] 쪼씨5293 11/05/26 5293 0
29334 [일반] 특정 여학생을 무척 아끼는 교수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72] Lonelyjuni13737 11/05/26 13737 0
29333 [일반] 연애),, 연애? 고백? 데이트? ... 진심 ... ? 좋아한다? 연애한다..? [8] 일마레5455 11/05/26 5455 0
29332 [일반] 넘쳐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무엇을 보아야 할까? [24] 정열5821 11/05/26 5821 0
29331 [일반] 공중파 3사의 음악프로그램이 일본공연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12] karalove5989 11/05/26 5989 0
29329 [일반] 나는 가수다 이런 룰은 어떨런지요 [5] 호랑이기운4501 11/05/25 4501 0
29328 [일반] [프로 야구] 2011년 5월 25일 수요일 프로야구 불판입니다.. # 2 [406] k`4015 11/05/25 4015 0
29326 [일반] 오늘은 내가 쏠..까? [6] 어떤날5331 11/05/25 5331 0
29323 [일반] [프로 야구] 2011년 5월 25일 수요일 프로야구 불판입니다.. # 1 [252] k`3666 11/05/25 3666 0
29322 [일반] 일본인과 연애 중입니다. [26] 서현우9420 11/05/25 9420 0
29321 [일반] [나가수] 미션관련 희망사항 - 작곡미션 [23] 산타5430 11/05/25 5430 0
29320 [일반] 드디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K리그 조작파문 [38] 머드6989 11/05/25 6989 0
29318 [일반] 나가수에 휴식규칙을 도입하는것에 대한 생각. 인기와 규칙과 권위 [12] 김연아이유4726 11/05/25 4726 0
29317 [일반] 게리 네빌의 은퇴경기가 열렸습니다. (경기 결과 있음) [24] Schol5673 11/05/25 5673 0
29316 [일반] 이것도 사귄건가요? [15] 스파키즈짱8546 11/05/25 8546 0
29315 [일반] 이분이 바로 '장관'입니다. '장관'!! [24] 부끄러운줄알아야지8255 11/05/25 8255 0
29313 [일반] 비욘세의 환상적인 공연실황 [7] 삭제됨5126 11/05/25 5126 0
29312 [일반] [야구] 야구만을 생각했던 한 사람을 추억합니다. [36] HBKiD6616 11/05/25 6616 3
29311 [일반] 아이유 자작곡 '내 손을 잡아' M/V [15] 금시조131267M5777 11/05/25 577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