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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28 01:17:59
Name coverdale
Subject [일반] 개인적인 재보선 관람평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한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람평이지만, 나름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들어가기 앞서, 저는 야권 지지자이고 이번 선거도 야권 입장에서 주로 흥미를 가지고 지켜 보았습니다.

1. 야권 대선후보 Big2의 리트머스 시험지
아시다시피, 많은 야당과 인물이 거론되지만 누가 뭐래도 손학규, 유시민, 두 명이 가장 강력한 야권 대권 후보였습니다. 이번 재보선이 이렇게나 큰 관심을 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두 명을 야권 후보로 가정시, 박근혜로 대표되는 한나라당 후보의 대항마로서의 자질 및 능력에 대한 수학능력시험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 가속화에 관한 관전 요소도 있었지만, 저는 이명박 레임덕과 이에 가속화는 이미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앞의 요소가 더 흥미를 끌었습니다.).
손학규, 유시민 이 두 명의 야권 대권후보로서의 장단점은 다 들 잘 아실텐데요. 표 충성도 및 결속력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확산성에서 취약점을 보이는 유시민과, 그 반대로 확산성 및 반거부감 (이런 단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에 장점을 가진 반면, 충성도와 응집력에서 약점을 가진 손학규를 실제 테스트 베드에 넣어보고 돌려본 거라고 생각됩니다.
결과는, 손학규는 장점을 보였고, 유시민은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죠. 손학규가 대권 후보로 존재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전력 및 이미지가 중도 보수 성향의 부동층의 표를 끌어 올 수 있고 더 나아가 상류 보수 층에서도 큰 거부감 없이 받아 들여 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한 장점을 이번 분당 선거에서 증명 하였죠. 반대로 유시민은? 그의 진정성과 투사적 면모, 화려한 논리와 언변은 매니아적인 충성표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와 다른 쪽 (반대 쪽이 아니라)의 부동층에게는 오히려 비토를 살 뿐이다라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이와 더불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보였던 권력 집착적인 행동은 오히려 단일화를 이끌어내야 할 야권층에게 마저도 실망감을 안겨주었으니, 큰 타격이 아닐 수 없겠죠. 유시민이 유시민일수 있었던 것은 권력 지향적인 면모보다는 원리 원칙 주의자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현실 정치에 발판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이미지 손해를 보고서라도 승부수를 던졌는데, 이게 오히려 패착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 당분간은 손학규 야권 후보론이 매우 큰 힘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듭니다. 예언 하나 한다면… 금 시일내에 대권 선호도 조사에서 손학규가 유시민을 앞지른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걔인 적인 예언이니… 틀려도…

2.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민주당의 선취득점
일단 내년 대선시 (또는 총선시) 야권에서는 반드시 어떠한 형태로든지 대선 후보 단일화 가정을 거친다고 가정을 하고요. 그렇다면, 이번 재 보선을 통해 민주당은 선취득점을 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해에서의 민주/민노/진보당의 양보와, 문재인씨의 이에대한 고마움의 표시는 다들 잘 아실거라고 생각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국민참여당으로서는 통한의 사건이라고 생각됩니다. 진정한 친노 중의 친노인 문재인씨에게 섭섭함을 표현하게 하는 친노 진영 참여당이라니요… 이건 국민참여당이 친노가 아니라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또 다른 민주당의 선취 득점은, 별로 관심을 가지시지 않았던 순천에서 일어났습니다. 민주당이 야권연대 명목 하에 자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민노당 후보에게 지지선언을 했지만, 민주당 공천을 기다리던 몇몇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은 "당선 되면 민주당행" 이었죠. 이때,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단일 민노 후보를 밀어주지 않고, 은근히 속으로 무소속후 민주당행을 바라며 미적거렸다가, 덜컥 그런 일이 정말로 벌여졌다면, 큰 그림에서의 엄청난 손해이자 문제가 되었을 겁니다. (민주당이건 민노당이건 간에요.). 선거 초반에는 민주당에서도 그런 행태를 보이다가, 중반 이후에 부랴부랴 단일화 후보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박지원 의원등의 순천행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전남 최초의 민노당 국회의원 당선. 민주당이 진정 어떤 것을 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큰 그림으로 볼 때는 정말 최상의 결과가 순천에서 나왔습니다.
민노당 입장에서는, 일단 국회의원 한 석 얻었고, 향후 여러 단일화 과정에서 생길 민주당과의 마찰에서 부드럽게 양보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은 거죠. 민노당 입장에서도 협상 및 타협 과정에서 생길 마찰에서, 무조건 양보는 할 수 없는데 이번 결과로 명분을 가지고 양보를 할 수 있죠. 물론 양보만 하라는 말은 아니고요, "이번에는 이 쪽에서 양보했으니 다음에는 이쪽에서 양보하시요", 라는 협상 카드와 논리, 과정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카드야 많을 수록 좋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경험도 많을 수록 좋은 거고요.
민주당의 입장에서도, 위와 같은 이유로 앞으로 생길 단일화 과정에서의 명분과 경험치를 획득한 거고요.
이래저래 민주당의 이익이 참 많네요.

3. 야권의 반땅 싸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물론 아직도 대권 후보 선호도 조사시, 박근혜의 지지율은 압도적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야권에게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심어주기는 했으나, 오히려 희망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양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더욱 정신차리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들은 하지만, 보통은 절망하고 될 때로 되라는 식으로 살거나, 나만 어떻게 잘 살아볼까 하는 게 보통의 심리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저번 지방선거 때 부터 시작해서 이번 결과까지 볼 때, 한 가닥 희망을 찾은 거죠. "잘 힘을 합심하여 좋은 모습으로 뭉치면 이길 수도 있겠다." 라는 거죠. 써놓고 보니 전제 조건이 많네요. 거꾸로 이야기 하면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할 수 있겠죠. 아뭏든, 이러한 희망을 갖게 해준 결과라고 보고 싶네요.

기타,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요. 예를 들어, 내년 총선시 수도권 지역의 야권 강세 예상 (인지도 있는 인물들이 한나라당 보다는 야권 쪽의 공천을 받기 위해 줄을 설 거라는 예상입니다.), 박근혜의 전면 부상 가능성 (이건 사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언제 앞으로 나설지.), 등등이 있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 제가 읽기에도 부답스럽네요. 저말고도 다른 pgr 분들이 또다른 많은 이야기를 해주실 것 같기도 하고요.

위까지 글은 저의 정치관을 가능한한 배제하고 관찰자적 입장으로 쓴건데요.
제 정치 입장을 곁들여 끝으로 몇 가지 말하고 싶은거는요,
"영웅을 바라지 말고 내 손으로 부릴 수 있는 집단 (개인이 아니라)을 선택하자."
"지엽적인 단초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인 방향성을 보자."
"하얀 페인트로 새것처럼 칠할 수 없다면, 걸레로 닦고…
걸레가 더러워 지면 걸레를 빨아서 새로 닦고…
또 걸레가 더러워 지면 빨아서 새로 닦고…"
저는 개인적으로 새로 페인트를 칠해서 화학성분 냄새 나는 것 보다는,
세월의 묵은 때가 자연스럽게 바랜 걸 좋아합니다.
오늘도 내가 그 집에서 먹고 쉬고 해야 하니까요?

보기 흉하게 더러워지면요? 우리가 닦으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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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8 02:21
수정 아이콘
우리가 닦아야만 되겠지요
걸레질 하지 않은 사람에게 께끗한 집에서 쉴 권리는 없을테니...
11/04/28 03:33
수정 아이콘
그 유명한 학자인 칼포퍼가 이런말을 했죠...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대충...
인류역사상 대중들의 지도자는 대부분 평균이하의 사람들이였다. 또한 우리가 뛰어난 지도자를 뽑는다는것은 환상에 불과한 미친 짓이다. 따라서 우리는 선한 지도자를 뽑는 것보다는 덜 악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그리고 악한지도자에 대한 대비도 해야한다.

뭐 이런말이였죠... 이 말..정확하지는 않지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나누는 마음
11/04/28 08:5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훌륭한 분석 잘 읽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크게 만족스러운 결과였습니다만,
다시 한번 느낀건
한나라당 지지자들,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뭔짓을 해도 45% 이상은 보장해주니까요.
정말 무섭고 혐오스럽습니다.
늘푸른솔솔
11/04/28 09:29
수정 아이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전원이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28일 총 사퇴했다.
라는 기사가 떴군요.
the hive
11/04/28 12:00
수정 아이콘
ASS와 쌍벽을 이루는 인물이 한나라당이라면 나올겁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있습니다

이와중에 박지원씨는 유시민 영입을 고려하고 있는듯 하네요
http://media.daum.net/primary/total/view.html?cateid=100044&newsid=20110428093349421&p=no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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