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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7/06 17:51:02
Name nickyo
Subject [일반] 기득권의 한계를 보여주는 조선일보의 기사.
오늘자 신문 조선일보 첫 면에서는, 헤드라인급 기사로 '희망의 사다리가 부서지고 있다'를 걸었습니다.

희망의 사다리란, 기존 경제체제속 시민들중 경제력이 약한 '중산층 아래계층' 이 '중산층 상위계층'으로 오르는 사다리를 뜻합니다. 기존에는 이러한 사다리로서 '좋은 기업에 취업, 고시합격, 자영업, 기술직'등이 있었습니다만, 이게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기사는 몇몇 사례를 들어서 외환위기 전, 후 20년을 각종 관련학 교수가 연구한 것을 토대로 이야기를 진행시켰습니다. 요는, 70년대 80년대 트럭운전만 성실히 해도 먹고살 수 있었고, '열심히'하면 올라갈 수 있던 사회가 이제는 그렇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경제적 변동이 올 때마다, 올라가는 사람보다 떨어지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즉, 이제는 위에서 언급한 좋은 직장, 고시합격, 자영업, 기술전문직 등을 잘 하더라도,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그런 사례가 통계적으로도 상당히 많았구요.


그 비교집단으로 조선일보는 일본의 재정적자원인을 들었습니다. 일본은 사회보장제도를 늘리고 안전망을 늘리는데에 힘써서 나라빛이 많아졌고, 이는 국가가 '성장'의 의무를, 기업이 '고용'의 책임을 회피했다고 하더군요. 그 빛들을 전부 미래의 아이들에게 떠넘겼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결과에 대해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저는 여기서 조선일보, 그리고 기득권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더군요.


조선일보에서 쓴 대책은 아주 간결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이라도 쓸 수 있는 말이었지요.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재정만이 답이 아니라, 성장동력을 갖춰서 활기를 띄워야한다는 것이요. 그래서? so what? 일본처럼 사회안전망을 마구 늘리는건 재정적자를 가져오니까, 그렇게 하지말자는 말은 구체적으로 잘 꺼냈는데, 그럼 어쩌자니, 무작정 성장동력을 이야기합니다. 근데 잘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몇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성장해 왔습니다. 그것도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서 성장률이 더 높았어요.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보자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돈, 경제 성장퍼센트지가 나오게 하는 이익이 계속 +였는데, 왜 우리 삶이 희망의 사다리를 잃어버려야 할까요? 분명 더 많이 벌었는데, 어째서 중산층 5가구중 1가구가 나락으로 떨어졌을까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건 바로 '중산층과 하위계층'이 나눠가졌을 이윤을 누군가가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에요. 그리고 여기서 조선일보는 입을 닫습니다. 왜냐구요? 이 이상말하면 '기득권'의 심장을 찌르는 꼴이 되니까요.

부의 재분배는 일종의 금기시 되는 영역입니다. 우리나라 기득권들이 그동안 쌓아온 부는 사실 '아래로부터 뽑아낸' 부니까요. 아, 이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자유시장경제와 신 자유주의, 수정자본주의 안에서도 시장만능자본주의에 가까운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미국같은. 이 체제의 공통된 시민들의 생각은 뭘까요? 바로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입니다. 일본이 890조의 재정적자를 만들면서 사회안전망을 만들었는데도 내수를 활성화 못시키는 이유는 뭘까요? 간단합닌다. '생존'을 위한 적자생존 경쟁을 붙여놓고나서, 낭떠러지 밑에 그물망 몇개를 더 친다고 한들, 사람들이 자기 안전을 그것만 믿고 과감히 소비할까요?  열심히 모으겠죠. 불안하니까요. 이 체제의 가장 밑에는 사라질 수 없는 '경쟁, 도태의 공포'와 '경쟁, 상승의 희망'을 같이 자극하기 때문에,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준다한들 별 효과가 없는겁니다. 아, 물론 개개인의 구원에는 도움이 되지만요.

따라서, 결국 경쟁공포심리 자극과 경쟁희망심리 자극을 주 전략으로 삼아온 이 체제에서 필요한 진짜 '희망의 사다리'란 뭘까요?

저는 이것에 대해 정답을 말할수는 없습니다만, -그만한 능력도 없구요. 이건 압니다. 외환위기나, 금융경제위기나, 서브프라임, 파생상품, 그리고 지금 석유유출까지, 그건 돈없이 열심히 살아온 노동자가 일으킨 일이 아닙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단 한번도, 자본가계층은 저런 위기에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부실한 자본가는 도태되어야했고, 남아있던 자본가는 노동자들에게 리스크를 다 분배해서 살아남았죠. 그게 구조조정이란 이름이었고요. 대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한 사람들이 뭐가 문제여서 짤렸어야 했을까요? 주변을 잘 돌아보세요. 물가는 높아졌는데 워킹푸어-일해도일해도 가난한 사람-는 늘어만 가고, 임금은 오르지 않아요. 취업난은 심화되고, 경쟁도 치열해졌는데, 정작 자본가계층은 감세를 받았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시대에 발맞추지 못했다고. 아직도 성장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요. 맞는 말입니다. 근데 그걸 사회에서 권장해서는 안되는 거겠지요. 결국 제가 말하고 싶은건 이겁니다. 어째서 늘어난 파이를 몽땅 가져가면서, 희망의 사다리가 붕괴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성장을 이야기하는거냐. 이제까지 그 성장을 위해 대신 리스크를 받아낸 노동자들의 삶은 비참해져만 가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것입니다.

저는 이 모든 책임이 바로 현재 남부럽지 않은 부를 축적한 그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스크는 피하고 이득은 많이 먹은. 이 체제의 피라미드 구조요. 워킹푸어, 사회적 빈곤, 양극화 현상을 해결할 방법은 하나입니다. 바로 상위 5%의 자본을 나누어 하위 95%가 나누는것입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자본가, 윌스트리트로 대변되는 CEO와 금융인들의 급여는 그들이 생산하는 가치에 비해 이상하리 많큼 높은 가격을 받고있고, 노동자들은 이상하리만큼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부가 줄어든다고 해서 세상이 불행해질까요? 큰일이 일어날까요?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전지전능한 맛'을 느끼는 그 자들의 욕망이 그걸 가리려 애쓸뿐이지요. 모두 모르는 척 하고 눈가리고 아웅하지만, 솔직해 집시다. 내돈뺏기기 싫은거잖아요. 어떻게 모으신 자본인데. 착취할 수 있는 만큼 착취하고 모호한 인과관계속에서 남들 등쳐먹은 자본이 얼만데.

아 횡설수설, 진짜 결론이 무엇이냐 하면, 조선일보는 아직도 멀었다는거고, 기득권도 아직도 멀었다는 겁니다. 희망의 사다리를 성장동력을 통해 만들생각을 하지말고, 계층 자체를 없앨 생각을 해야하는데, 지들 기득권계층의 벽은 지킨 채 사다리만 놓아두자는 겁니다. 결국, 다시 우리는 경쟁공포와 희망속에서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해야하고요. 그러니까 이 사회는 절대 근본부터 변하지 않습니다. 북유럽식 모델을 가져다 끼얹어도, 마르크스를 가져다 끼얹어도, 사회주의를 가져다 끼얹어도, 사회안전망을 가져다 끼얹어도, 기득권의 개념. 그리고 그런 경쟁구도와 소수독식체제가 존재하는 한, 아무도 활기차게 살지 않을겁니다. 빈곤은 무섭고 두려운 죽음이니까요.


다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힘내도 별 답은 없지만, 힘내면 그래도 먹고는 살겠죠.

어쨌든, 기득권이 그래도 감전사고에 물끼얹는정도의 개념보다는 나은거 같아서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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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그후
10/07/06 17:55
수정 아이콘
글쓰신 요지는 공감이 가고 고쳐져야할 문제가 맞는데 자본주의를 계층간의 대립구도에서 비판하시는건 오해가 생길수 있다라고 생각됩니다.
10/07/06 17:56
수정 아이콘
뭐 조선일보의 구조적 한계를 생각하고 본다면.. 좋은 기사가 아니였나 생각됩니다..

사실 저도 봤는데.. 많은걸 생각하게 해주는(여러 측면에서).. 기사더라고요..
Cazellnu
10/07/06 17:59
수정 아이콘
기득권자들이 그들의 전부라고 보는 그것들을 그리 쉽게 포기할수는 없겠죠.
10/07/06 19:23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왜 흥할법한 글에 흥하지 않는거지 핫 챠!
박카스500
10/07/06 22:05
수정 아이콘
"일 잘하는 농부에게 모든 종자를 몰아주는게 어때서?" 라는게 그네들의 시각인데요
그들이 좋아하는 "경쟁" "적자생존의 법칙"에 맞추려면
일부 부적격자를 제외한 다수의 농부에게 종자(자본)를 최대한 나눠주는게 맞죠.
한명이 모든 종자를 관리한다는건 '리스크'가 크니까요.

예전에 금융권에 있는 한 사람과 재벌규제나 자본규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이 이야기 꺼내니 깨갱하더군요.
"그 말대로, 몰아주는게 긍정적 시너지가 나온다는게 진리라면 당신은 왜 분산투자 하는데?"
10/07/06 22:08
수정 아이콘
성장률에 관해서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얼마전 한 수업에서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매우 낮다는(?)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하는 말이 우리나라가 연 5%정도의 저성장을 하는것이 당연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폭발적인 경제성장이 어느정도 끝난 국가들에서도 성장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가 많기에,
우리나라도 신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실질적으로 성장률이 많이 뒤쳐지는 나라인가요?
지속적으로 국가 GDP 순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보면 느런것 같기도 합니다만.

당시 강연의 부주제로, 신성장동력을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줄이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였는데,
그때 바로 든 생각은, '아니 그럼 왜 사회적자본을 신성장동력에 안쓰고, 땅파는데 다 쓰는거얏!' 이었다는...
10/07/06 23:34
수정 아이콘
오 잘 읽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는 아무생각 없이 읽었는데...크크

(조선일보 쉴드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만) 분배 얘기에서 입을 닫아버린건 어쩌면 그네들도 자신없는 얘기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 문제는 주류경제학에서도 침묵하는 부분이라 경제학 전공자 입장에서 서글프다(?) 이런 비슷한 얘기를 여러 해 전에 책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아마도 저자가 유시민). 실제로 경제학 교과서나 수업에서도 분배에 관한 얘기는 잘 없다죠..
루크레티아
10/07/07 00:06
수정 아이콘
사실 분배라는 것이 사회주의 사상에서 뿌리가 되어 나온 이야기인데 경제학 교과서나 수업에서 사회주의 사상을 가르치는 곳도 없거니와, 결정적으로 무리한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구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이 대실패를 함에 따라서 자연히 입을 닫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인 이기심과 소유욕이 발동하니 사실 분배라는 것이 이상론에 그칠 수 밖에 없는 형편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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