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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4/25 16:52:01
Name 김성수
Subject [일반] 할머니 가지마
안녕하세요. 자게에 첫글을 남기네요.
이번주 23일 금요일 밤 12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25일 현재 장례를 치루고 화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글을 씁니다.



소중한 존재를 더 이상 눈으로 그리워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스무살이나 먹은 애라지만 그래도 저는 열살이더군요.



셋부터 스무살까지 할머니와 한집에서, 그것도 한방에서 살아왔습니다.
고2, 고3 겨울에 할머니께서 고관절을 다치시고 정신이 오락가락 하실때 학업 다 뒤로 미루고 병원가서 아버지 도와드렸습니다.
저희 가족은 정말 힘들때가 몇번 있었습니다. 평소에 남들보다 힘든건 이미 머리 밖에 있는 것이고, 그냥 힘들었습니다.

저에게는 꿈에 대한 갈망은 너무 크고, 자꾸 제 앞에 커다란 벽이 생겨 노력 할 기회조차 앗아갈때마다 화가났습니다.
할머니에게는 제 손으로 담을 수 없는 한계, 돈이 없어서 한겨울 추위에 벌벌 떨게 만들었던 것이 화가났습니다.

그렇게 대학생이되고 최근 몇주간 할머니의 몸상태는 최악이였습니다.
밥은 며칠째 안 드시는지 기억조차 하기 힘들었고, 물도 거부를 하셔 미칠지경이였습니다.
그냥 굶고 아니 먹지 못 하는 모습에 화가났습니다.

저는 어린애 입니다. 아흔살이 코앞인 할머니를 돌봐주면 나아질거라 믿었습니다.
병원에 대려다 드렸어야 됐지만 가족은 장기입원에 중환자실에 병원비를 감당하기 곤란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계속해서 고통 그 자체셨고, 모든 가족들이 24시간 달라붙어서 스트레스는 계속 쌓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준비해라'라는 말이 병원에 갈 준비가 아닌 죽음에 대한 준비라는 것도 이제서야 알았고.
할머니께서 '병원에가서 죽는 주사 한방'을 원하셨던건, 정신이 없으셨던 것이 아니라 정때려고 했던 말씀인지 이제서야 확실히 알았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어른답다고 수없이 들었고, 저또한 재수없게 표현해 누구보다 많이 철들었고 따뜻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저는 애입니다.

119 구급차가 달릴때 소식을 기다리며 피아노와 함께 울었고.
응급실에서 뇌사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제 숨결이 들어갈 수 있던 순간에도 눈물흘리며 낫기를 바랐습니다.
입관하실때에도 눈물흘리며 마법처럼 벌떡 일어나 웃기를 기도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나고, 무섭게도 마음은 가벼워졌지만 집에오니 가슴이 턱하고 막히는게 멈출 수 없었습니다.

'대학교 첫 시험이라고 뻐기지 말고 말걸어 드릴걸'
'힘들다고 컴퓨터, TV로 스트레스 풀며 나태해지지 말걸'
'조금만 더 잘해 드릴걸'


제 손 잡으시며 '너 대학교 갈때 까지만 보고 가야지', '너 때문에 죽지 못하고 산다.'... 하셨던말들 잊지못할겁니다.

고마워,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내가 어렸을때부터 간직해온 꿈 가지고 정말 열심히 살게 지켜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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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25 16:57
수정 아이콘
눈물이 왈칵 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ace_creat
10/04/25 17:04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성수
10/04/25 17:05
수정 아이콘
kal011, ace_creat님 감사합니다..

한가지 밝히지 못한게 있어서 더 적습니다.

23일 금요일 오후에 고통을 표하지 않고 잠드신 것 같아 조용히.. 조용히.. 화장실에 다녀와 한시름 놓고 있었습니다.
가만보니 눈을 뜨시고 잠을 주무시는데 뭔가 이상해 보니 흔들어도 의식이 없더군요..
정말 무서웠습니다...

할머니 그때 정말 죄송했습니다............
미안해....................
미친스머프
10/04/25 17:07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한승연은내꺼
10/04/25 17:13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힘내시길바랍니다
방랑시인
10/04/25 17:26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0/04/25 17:36
수정 아이콘
이런 손자가 있기에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셔서 그 꿈 이루시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시길...
그대만있다면..
10/04/25 18:32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0/04/25 19:22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10/04/25 19:57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화잇밀크러버
10/04/25 20:07
수정 아이콘
아... 몇일 전이 외할머니 기일이었는데 글 읽다가 눈물났네요.
저 어릴적에는 우리 오단이 가방매고 초등학교 등교하는 것 볼 수 있을까...
대학다는 것 볼 수 있을까...
장가가는 것 볼 수 있을까하시다가...
저 군대 있을때 돌아가셔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나더군요...

그 아픔 겪고 계실 것 생각하니 정말 힘드시겠네요.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공상만화
10/04/25 20:38
수정 아이콘
성수님을 사랑하셨으니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극락왕생 하소서...
BoSs_YiRuMa
10/04/25 21:39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0/04/25 21:55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버디홀리
10/04/25 22:00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LunaticNight
10/04/25 22:11
수정 아이콘
아.. 눈물나네요..
힘내세요.
아마 할머니께서도 그 마음 다 아셨을 거예요.
자꾸 눈물 날려하네요..
김성수
10/04/26 06:41
수정 아이콘
모두 댓글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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