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0/04/18 11:48:02
Name 학몽
Subject [일반] 택시 기사님과의 대화
간만에 write 버튼을 누릅니다.

어제 저녁에 지인 8명이서 "왕립포병대"라는 볼링 모임을 창립(?)했습니다.

매월 1,3 주 토요일 저녁에 만나서 건전하게(-_-;;) 볼링 3게임씩 치고, 친목도 도모하자는 취지지요.

볼링 치고, 맥주 1잔 마시니까 시간은 어느새 새벽 12시를 넘기고, 대중교통은 이미 안드로로 가버린 상황.

눈물을 머금고 택시를 잡아 탔습니다.

건장해 보이는 개인택시 기사님이셨는데, 귀에 뭔가를 꼽고 계시더라고요.

전화가 2통 정도 걸려오는데, "곧 갈게, 어서 자" 이런 류의 말씀을 하시는 걸로 보아 기사님 집인가 봅니다.

기사님이 먼저 말을 거십니다.

"술 많이 안 드셨네요."

"네, 늦게 만났기도 하고, 볼링 좀 치고 간단히 맥주 한 잔 했어요."

"허 요즘 친구들 답지 않게 건전하게 노시네."

"건전하긴요. 그냥 만나면 맨날 술만 퍼 마시다가, 우리 이러지 말고 뭔가 해보자고 해서 오늘 시작한 거예요."

"그렇군요."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삼선교 앞을 지날 즈음 버스전용차선(중앙)이 등장하자 기사님 한 마디 던지십니다.

"난 버스가 안 다니는 이 시간에 왜 다른 차들이 버스전용차선을 못 들어가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거 이명박이, 오세훈이 작품 아녀?"

"저도 아무리 생각해도 버스 안 다니는 시간대에 다른 차들이 못 들어가는 건 이해가 안 가요."

"지금 기사들 오세훈이 표 안준다고 벼르고 있어요."

"아, 그렇겠네요. 근데, 서울시민들이 시장을 선택할 권한이 있는 거잖아요.
그럼 버스 안 다니는 시간에 택시 들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서울시장 후보들은 택시 기사님, 택시회사 사장님들에게 몰표를 받으시겠네요.
아 맞다. 그 가족분들까지도 올인하겠군요."

"우리 집만 해도 4표야, 근데 오세훈이는 안 주지."

어느 새 택시는 집 앞에 도착했고, 택시를 내리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국익과 세계 평화를 위하여!'라는 거창한 기준을 버리고,

'나에게 이익을 줄 후보가 누구인가' 이 단순하고, 기본적인 기준으로 투표를 한다고 해도...

최소한 월급 받는 사람 수가 훨씬 많으니...월급 주는 사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당선되는 일은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곤 집에 와서 스타 2 접속해서 4연패 하고...상심해서 잤어요...흑...

모두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학몽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brasax_:JW
10/04/18 11:51
수정 아이콘
정말 맞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누군지 모른다는 게 문제지요. 헛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SummerSnow
10/04/18 11:53
수정 아이콘
자신의 아파트 가격을 지키기 위해 선거한다는 강남 쪽이 생각나는 글이군요.
루크레티아
10/04/18 11:58
수정 아이콘
선거의 기본은 공약이고 공약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아야 당선이 되는 법이지요.
사실 저런 버스전용차로의 경우에도 조금만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소박한 공약인데 생각하는 후보는 없습니다.
얼마나 우리 정치가 국민 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지를 잘 보여주는 대화였네요.
거북거북
10/04/18 12:03
수정 아이콘
버스 없는 시간에도 버스차선에 못 들어가나요? =0=;;;
지방에 살다보니 처음 알았습니다. 덜덜덜.
민죽이
10/04/18 12:10
수정 아이콘
기사님은 그래도 낫네요.
제 친구들에게 이번에 우리도 처음으로 선거 할 수 있게 됬는데 선거 할꺼냐고 물어보면
'그걸 왜해? 우리랑 상관없는거잖아..', '아는 사람 나오냐? 표 줄까?' 이런 반응들인데....
그 자리에서 아무말도 못했던 저를 생각하면 .. 부끄럽네요.
10/04/18 12:31
수정 아이콘
저도 강남살았었는데...(지금은 아닙니다만..)
대부분 강남 쪽 사람들은 자신들의 아파트값의 변화를 예상해보고 선거권 행사하는게 맞죠.
이명박을 욕하긴 해도 투표는 한나라당을 찍는게 자신에게 유리하니까요...
노무현정부때 종부세로 세금폭탄 적게는 천에서 수천만원까지 맞았던 사람들이라..
주위 친구들이랑 말해보면 노무현전대통령을 '그 자기 불안감에 그냥 자살한사람이 뭐가 좋아? 돈도없는 우리한테 세금폭탄만 떠넘기고'
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애들도 있더군요;;
확실히 대선이든 총선이든 투표를 할 때는 자신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사람을 뽑게 되는게 맞는것 같네요.
아니면 이익을 잘 대변해줄 것 같은 당에서 아무나 뽑든지요..
뭐 저희집은 그래도 세금폭탄을 맞아도 경제타격입어도 집안이 운동권 집안이라 여전히 김대중,노무현 전대통령 지지하고
한나라당은 그저 이익집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어찌보면 다행스런 일이기도 합니다...;;
10/04/18 12:55
수정 아이콘
정치하는 NOM은 그NOM이 그NOM(이정도도 필터링을 해야 하나요? 하도 간만에 피지알에 글을 남기려니 힘드네요 ^^;)이라는 편견을 가지신 분들이 많죠. 자신의 계급적이해관계에 맞는 투표만 해도 바뀔텐데 말입니다.
니코크드만의
10/04/18 13:39
수정 아이콘
매체의 영향이 크지요... 각종 매체나 교육들을 접하다 보면, 상위 1%의 사람들이 가지는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희한한(?) 경우가 생기지요.막상 제친구들 중에서도 나는 하위 20%인데 상위1%의 시각으로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녀석들이 제법 많습니다.
지금 내 손엔 그흔한 1억도 없는데...
10/04/18 13:41
수정 아이콘
강남쪽의 투표성향은 저번 교육감 선거때 보면 바로 알 수 있죠. 특히 강북쪽과 투표율을 비교해보면 두드러집니다. 공정택씨가 교육감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 이었죠.
석호필
10/04/18 13:53
수정 아이콘
근데 버스안다닐시간에 새벽 정도면, 도로가 한산하지 않나요?????

서울에 안살아서 모르는데,,, 그시간에도 교통체증이 있는시간인가요? 궂이 버스전용차로를 다녀야 할정도의 차량들이 많은지
물론 버스 안다니고 새벽에 궂이 택시 못다니게 하는것도 안맞지만,,궁금하네요...
지구사랑
10/04/18 14:04
수정 아이콘
왜 유권자들이 자신에게 경제적으로 이롭지 않은 당을 선택하는가? 하고 의문을 갖을 수 있는데, 사실 그것은 정치가들의 상당한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를 보면, 남부 라인의 부유하지 않은 일반 백인들이 공화당을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 인종 (그리고 종교 등) 문제를 교묘하게 이용합니다. 이성이 아닌 감성을 건드리는 거죠. 우리 나라는 그게 지역 감정 (그리고 좌냐 우냐 사상 등) 인 거구요.
자신의 이익을 누가 대변해주느냐를 제대로 판단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이익인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는 손해인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죠.
결론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누군가 알아서) 보호해 주기를 기대하면 안 되는 거죠.
부엉이
10/04/18 14:08
수정 아이콘
그리고 당연한소리입니다만,한나라당 뽑는게 이익인 분들은 한나라당뽑아야합니다.
Christian The Poet
10/04/18 14:15
수정 아이콘
한나라당 뽑아서 이익 보는 사람이 한나라당 뽑는걸 보면 기분 나쁘긴 해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제일 이해 안 가는 사람은 한나라당 뽑으면 손해볼거면서 한나라당 뽑는 사람들이죠.
선거가 무슨 가요톱텐 순위 뽑는건줄 아는 분들 보면 정말 답답합니다.
KnightBaran.K
10/04/18 14:39
수정 아이콘
사람 그릇의 차이지요.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조차 투표를 안 할 것이냐,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투표를 할 것이냐,
우리 가족을 위해서 투표를 할 것이냐,
우리 회사나 내가 일하는 분야를 위해서 투표를 할 것이냐,
우리 지역을 위해서 투표를 할 것이냐.
우리 나라를 위해서 투표를 할 것이냐.

게다가
우리 세대만을 위해서 투표를 할 것이냐,
후손들도 생각해서 투표를 할 것이냐.
WizardMo진종
10/04/18 14:59
수정 아이콘
한나라당을 찍는다는건 우리의 미래보다 나의미래를 우선하는 사람이거나. 바보거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으로요;;
아리아
10/04/18 15:05
수정 아이콘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요 6.2선거 하려면 만 19세 넘어야되나요??
6월 중순에 생일인데 몇 일 차이로 선거를 못하네요 아 아쉽습니다.....
10/04/18 17:02
수정 아이콘
Kaiser님 //
질문 드려도 될까요?? 왜 공정택 ... 씨.. 가 강남쪽 투표성향과 연관 있는 건가요????
정말 궁금해서 질문 드립니다~
Karin2002
10/04/18 17:21
수정 아이콘
우리 민족, 우리 자손을 위해, 100년후를 위해 누굴 투표햐야 되는지 아는 분이 계시다는 게 신기하네요.
동료동료열매
10/04/18 17:54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pgr에서 봤던 댓글입니다만, 그만큼 우리나라 부자들은 똑똑한거에요.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투표를 열심히 한다는거 자체가요.
제발좀요
10/04/19 01:28
수정 아이콘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뽑는 정도면 아주 훌륭한 수준입니다.

자신의 이익도 아니고 모두의 이익도 아니고..
단순히 지역감정이나 케케묵은 레드컴플렉스만으로 투표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꽤 많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쪽이 진정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한것인지는 참 알기 어렵죠.
사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저조차도 모르겠습니다.
소오르트
10/04/19 01:57
수정 아이콘
버스가 안 다니는 시간은 새벽 한시반~다섯시라고 하면
그사이에 버스전용 차선을 안쓰는게 머 그리 차이가 있나요
안그래도 그시간에 택시타면 과속때문에 무서워서 오글오글 하는데 ㅠㅠ
10/04/19 02:32
수정 아이콘
최선이 아니라 최악을 면하기 위해서 투표합니다.
이렇게라도 하는수밖에 없죠.

노대통령때가 그립네요. 그때는 서로서로(?) 찍을 곳이 확실했죠.
지금은 절대 주기 싫은 미운놈은 있는데 줄곳이 없습니다. 답답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2491 [일반] [불판] 2010년 지방 선거 개표 (3) [247] 내일은5273 10/06/02 5273 0
22489 [일반] [불판] 2010년 지방 선거 개표 (2) [287] 내일은5703 10/06/02 5703 0
22486 [일반] [불판] 2010년 지방선거 개표 (1) [320] 내일은4912 10/06/02 4912 0
22455 [일반] 오세훈이 노회찬을 피하는 이유 [26] 바닥인생4975 10/06/01 4975 0
22403 [일반] 6월2일 투표에 임하는 우리들의 자세 [39] 머릿돌3970 10/05/31 3970 8
22338 [일반] 노회찬, 진중권, 우석훈 인터넷 토론 불판 [66] 허민3794 10/05/28 3794 0
22314 [일반] 오늘 저녁 노회찬, 진중권, 우석훈씨가 맞짱을 뜬다네요. [12] 허민4774 10/05/28 4774 0
22295 [일반] 지방선거 수도권여론조사결과 [91] 선데이그후5545 10/05/27 5545 1
22154 [일반] 노무현 대통령을 떠나보낸지 벌써 일년. [12] 이적집단초전3592 10/05/23 3592 2
22151 [일반] 한나라당 지지자들과는 말이 안 통합니다. [94] 김익호6589 10/05/23 6589 0
22094 [일반]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제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가진 후보가 있군요. [12] 아우구스투스5131 10/05/21 5131 0
22091 [일반] 허무함 VS 희망.... 어느 쪽이 이길 까요? [6] patoto3535 10/05/21 3535 0
22055 [일반] 유시민 후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171] JunStyle5643 10/05/20 5643 3
22050 [일반] 서울시장후보 토론 어떻게 보셨습니까? [127] swflying5972 10/05/20 5972 1
21923 [일반] 진보가 유능한 이유. [21] 이적집단초전5118 10/05/15 5118 7
21774 [일반] 관영방송 KBS의 현모습(부제: MBC를 지켜야 하는 이유) [10] 카이레스5022 10/05/10 5022 1
21367 [일반] 야권연대 결렬 [64] Snoopy6054 10/04/24 6054 0
21206 [일반] 택시 기사님과의 대화 [59] 학몽7240 10/04/18 7240 0
21084 [일반] 검찰을 위한 변명 [66] 하늘달리기6033 10/04/13 6033 1
19007 [일반] 예비 서울시장 후보들? [16] 굿바이레이캬4059 10/01/20 4059 0
18730 [일반] [쓴소리]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 [23] The xian4211 10/01/04 4211 1
17920 [일반]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 [43] 어진나라5483 09/11/29 5483 1
17294 [일반] [쓴소리] 투명한 촌지 外 [20] The xian3918 09/11/06 3918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