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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4/06 23:22:05
Name nickyo
Subject [일반] 프로파일러 노트에 드러난 의식적 범죄자들.

최근 로이 헤이즐우드, 스티븐G.미초드가 쓴 '프로파일러 노트'라는 책을 읽고있습니다.
범죄 심리학과 행동과학에 대해서는 많은 드라마, 영화등에서 다루고 있고
상당히 흥미있는 분야였기에 냅다 도서관에서 집어든 것이지요.

그런데 이 책이 그렇게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더군요. 내용이나 의식적 범죄자들이나 프로파일링에 대해서 기술하는게 어려워서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이건 그냥....토나오더군요. 비위가 상해서 중간중간 책을 덮고 심호흡을 해야할 정도였습니다. 사진도 없고, 그저 글로 '객관적'으로 기술된 사건들에 대해서 이런 감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게 놀랍기도 했지만, 어지간한 호러무비나 스릴러, 잔인하기만 한 영화들을 보면서도 태연한 제가 이정도면 보통 분들은 참 읽기힘든책이 아닐까 싶네요.

미국에서 총 44명의 '의식적 성 범죄자' 인 연쇄강간범들은 몇 건의 범죄를 저질렀을까요?

무려 837번의 강간과 400회의 미수라고 합니다.
더 놀라운것은, 그 뛰어난 경찰병력과 FBI와 프로파일러들이 모인다 한들 '의식적 범죄자'를 잡는건 매우 어려운 일이며 못 잡을 가능성 또한 높음을 상기시켜주는 이 책입니다. 프로파일링의 전설이라 불리는 저자도, 단호하게 말합니다. '우리는 모든 범죄자를 잡을 수 없고, 지금도 우리가 잡지 못한 범죄자는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겁니다.'라고요.

범죄자는 크게 두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의식적범죄자와 충동적 범죄자. 후자의 경우, 충동적 범죄자는 현대 과학수사를 통해 검거하기가 상당히 쉽습니다. 충동적 범죄자는 비 계획적이며, 기회가 오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사건현장을 아무리 위조하려 한다 한들 급조된 티가 납니다. 그러나 의식적 범죄자들은 무섭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연쇄살인범이자 의식적 범죄자들은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입니다. 그들은 범죄를 위해서 수많은 시간, 노력, 돈을 투자하지요. 그들의 일탈적 욕구를 만족하기 위해서요. 이들은 대부분 강한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지고 있고, 상대의 고통에 대한 죄책감이 적습니다. 그저 그들의 만족감이 죄책감 위에 군림하는 거지요. 사실 사이코패스란 이름은 학술계에서 이미 사라졌고, 사회부적응 인격장애? 같은 비슷한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그들은 연쇄범죄의 완벽함을 위해 몇년정도는 아끼지 않고 투자합니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정말 추적하기 어렵지요. 그들은 탐정잡지 또는 드라마 등에서 보여주는 것들을 취합, 조사하고 도서관등에서 법집행관들이 행하는 방법들과 기존의 사건파일들을 통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합니다. 계획하고, 상상하고, 시뮬레이션을 끝없이 반복하지요.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에 대해 통제를 해봅니다.

그래서 이들은 거의 초범으로 잡히지 않습니다. 이들의 범죄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흉폭해지고, 자신감이 넘쳐나게 되지요. 그리고는 점점 큰 위험을 감수합니다. 경찰병력들이 그들을 못 찾는다는 확신아래요. 그리고 그럴때 꼬리가 잡힙니다. 그러나, 이것은 커다란 비극이기도합니다. 그들이 여러 건의 피해자를 만들어내기까지 잡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 말이죠.

심지어 의식적 성+살인범죄자들의 잔학성은 끝이 없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S의 기질을 깊게 가지고 있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성적욕구에 의해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범죄자들을 인터뷰하고 연구한 결과, '지배'와 '통제'. 즉 자신이 전지전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매우 즐기는 것입니다. 굴욕적이고 모욕적인 행위를 강요하고, 하드코어한 포르노물에서도 보기 힘든 괴랄한 짓들을 서슴치 않습니다. 피해자의 끔찍한 고통은 그들에게 더 큰 쾌락으로 다가오지요. 그들은 또한 여성들에 대한 잘못된 시각(대상화 된)을 하나같이 갖고 있구요. 가장 유명한 살인범으로는 다들 아시는 '잭 더 리퍼'가 있을겁니다. 결국 잡히지 않은.


사설이 길어졌군요. 어쨌든 우리나라는 미국만큼 땅덩이가 크지 않고 총기도 없기에 저정도의 위험성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흉흉해지는 세상, 이 책을 보니 인간이 인간에게 못할 짓이란 없다는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다들 보안이나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세요. 세상 진짜 험하네요.
무서워서 딸이나 낳을 수 있을지,...............


존 사이머니스라는 계획적인 의식범죄자는 이 저자들에게 인터뷰 중 말했습니다.

"즉흥적이고 무모하며 부주의한 일반 범죄자를 척결하기 위해서 당신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무척 원한다면 그것을 막기란 거의 불가능 합니다. 상대방은 세계 최강의 보안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경호원이든 개든 무엇이든 갖출 수 있지요. 하지만 시간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그 사람을 공격할 기회가 반드시 오게 마련입니다."

의식적 범죄자들에게 있어서 오랜 시간 어떤 사람을 파헤치고 파헤쳐 범죄까지 다다르는 것은 피해자에게 있어서 정말 큰 비극입니다. 벗어나기가 정말 어렵고, 잡기도 정말 어려우며, 어떤 행동을 하든 그가 범죄를 그만두지 않으리란 사실까지요. 심지어 의식적 범죄자들은 매우 말끔하게 생겼으며,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이 없는 백인 중산층이 굉장히 많고, 우리가 흔히 성범죄자나 연쇄살인마에게 갖는 '이미지'적 느낌인 흑인, 험상궂음, 이런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지 없는지를 전혀 알 수 없는 것이지요. 그저 조심할 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아 이책 무서워서 참..

비위 약하신분들은 안읽으시는게 좋습니다. 사실 호기심에 약간 가혹한 포르노도 어릴 적 한두번 본 적이 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포르노따위는 전혀..정말 세상 무섭고 끔찍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현실에 대해 정확히 말해서 참 거북한 책이기도합니다.

괜시리 밤에 안좋은 이야기를 한 것 같네요..

다들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킬 수 있게 조심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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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jamin Linus
10/04/0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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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박루미
10/04/06 23:38
수정 아이콘
요새 싸이코패스 프로파일을 읽고 있는데, 정말 호신무기로 둘러 쳐야겠어요, 몸통에는 철판도 차야하고
콜라박지호
10/04/06 23:55
수정 아이콘
대통령급의 경호도 죽는 세상
10/04/07 00:01
수정 아이콘
가빈 드 베커의 '범죄신호'라는 책도 읽어보면 꽤 유익하지 않을까 합니다.
베커는 범죄심리학자는 아니지만 레이건 대통령의 경호팀을 이끈 경력이 있을 정도로 위험평가와 폭력예측 분야의 선두주자라고 하더군요

본 책의 주요내용은 위험성을 감지하는 인간의 직관을 믿으라는 것입니다. 즉 인간도 다른 야생동물 못지 않은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대부분 갑작스러운 범죄나 폭력의 위험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마음속에 울리는 경고의 목소리에 충실했을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사이코를 알아보는 법이나 스토커의 특성 등등의 내용들이 있지요.

물론 이 책 역시 미국의 환경에 맞추어 나온 책인 만큼 우리나라의 환경에 완전히 적용할 수 없겠지만 위험은 누구에게든 다가 올 수 있는 만큼 그냥 참고삼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보고 너무 불안감에 빠져 있진 않았으면 좋겠네요. 요즘 종종 보인다는 건강염려증 처럼 보안에 대한 불안감도 지나치면 신경증으로 발전할 수 있고, 그건 없는 적을 만들어서 불안해 하는 것인 만큼 더더욱 불행한 일이니까요.
10/04/07 00:25
수정 아이콘
게르만족의 어두운 면이죠. 잔혹함을 가장 즐기는 종족.
상류층은 온갖 엽기적인 방법으로 사람들 고문하는 걸 즐기고, 하층민은 사형 집행하는 날이면 구름같이 몰려와서 더 가까이서 보겠다고 난리치던 민족이죠. 지금도 그런 문화는 여전히 남아서 신체절단 같은 잔혹한 장면이 나오는 영상물을 가장 즐기는 곳도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게르만족 문화권이고.
그리고 그래도 아들보다는 딸이 훨씬 더 안전합니다. 단지 여자가 입는 범죄피해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질 뿐이죠.
10/04/07 02:45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사실 제가 생각해봐도, 아주 못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사람이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지고 범죄를 계획한다면 별로 잡힐 것 같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통제광스러운 면도 조금 가지고 있는 연유로 해서, 저런 사람들의 심리가 저어~언혀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구요.

다만 어떻게 하면 그런 욕구가 죄책감과 상식의 선을 넘어갈 수 있는 지는 참으로 이상한 노릇입니다 그려..
10/04/07 08:41
수정 아이콘
원한이라든지 금전 관계가 있는, 말하자면 동기가 뚜렷한 경우라면 몰라도 저런 경우는 대부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다 보니 더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바꿔 말하면 그만큼 범죄를 저지르기도 수월하겠죠. 저도 예전에 김전일이라든지 각종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완전범죄가 있다면 어떤 형태일까'라는 게 좀 궁금했고.. 생각보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완전범죄가 많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저런 범죄 자체도 그렇지만... 저런 범죄를 저지르고 난 후 일상 생활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주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살아갈 범인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더라구요. '어쩌면 내 주변에도?'라는 생각도 좀 들고..;;
10/04/07 09:37
수정 아이콘
스케일의 차이는 있지만, 아주 사소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들이 찾아보면 많지 않을까요..
무심코 죄를 저지르고 있지는 않는지 조심하고 조심해야겠어요;
나이스후니
10/04/07 12:21
수정 아이콘
조금 다른 질문일수도 있는데
정말 요즘들어 범죄가 많이 늘어난 건가요?
인터넷이 없었을땐 솔직히 뉴스를 거의 안봤는데
지금은 뉴스를 안보려고 해도 인터넷 때문에 그런 사건사고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서
실제 범죄 증가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혹시 아시는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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