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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20 03:11:18
Name lunaboy
Subject [일반] [호치민 일기1] 내가 돼지독감이라고???????
저도 연재라는 것을 한번 시작해 볼까 합니다.
제 세계적 수준의 끈기박약 때문에 얼마나 지속할지,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외국에서의 생활과, 그 속에서 느끼는 바 들이 어쩌면 여러분들에게 흥미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일단 한 번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제 블로그 글을 그대로 옮기는 방식이라, 글에 따라 반말체가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호치민 일기]라는 타이틀로 베트남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놓으려고요..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탄남 군"는 제 베트남 이름입니다
기타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그때 그때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탄남군은 최근 매우 스릴 있는 경험을 했다.
이름하여 "돼지독감 체험!!!"

며칠 전 한국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헬로우? 미스터 킴?"

아리따운 목소리의 아가씨가 서툰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웬 여자? 그것도 영어를?'

탄남군은 주책 없이 살짝 가슴이 설레었다.

"누구세요?"

"아, 저는 보건 관리국의 미스 타오 라고 합니다."

"보건 관리국이요?"

"네, 미스터 킴 어제 한국에서 호치민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셨죠?"

"네, 그런데요?"

"그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 중 신종 플루 환자가 발견되었습니다. 혹시 몸에 이상 없으세요?"

"헉! 그래요? 저는 매우 괜찮습니다만..."

"아,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열이나거나 감기 증상이 있으시면 지금 전화드린 번호로 연락 주세요."

흐음.... 어쨌거나 아리따운 목소리의 여성의 핸드폰 번호를 땄으니 득템인가?

"아, 그런데요, 집 주소가 정확히 기재가 안 돼 있으셔서요... 집 주소좀 저한테 문자로 보내주셔요."

아니.... 이 아가씨가 집까지 찾아오려고?
뭐 가볍게 우리 주소를 문자로 찍어 보내고, 한 5분이나 지났으려나?

갑자기 대문을 쾅쾅 두드리는 집 주인 아주머니...

급한 목소리로 마구 떠드는데 내 베트남어 실력으로는 거의 알아듣기 힘들었다. ㅡ,,ㅡ;;

급히 늙은 김씨의 약혼녀 옥찐양에게 에스오에스를 쳐서 집으로 불렀다.
(늙은 김씨 ; 탄남군과 베트남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탄남군의 친구.
옥찐양 ; 늙은 김씨의 약혼녀이자, 베트남 최고의 잔소리 꾼. 별명은 "오라질 년" , 단 이 별명은 탄남군이 혼자 마음속으로만 부르는 별명임)

옥찐양의 설명인 즉슨, 탄남군이 보낸 우리집 주소를 경찰에서 수소문해서 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고, 집 주인에게 탄남군이 어디 가지 못하도록 꼼짝 못하게 붙잡아 놓고 있으라 했단다.

이거 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라고 생각을 막 하려는 순간,

두둥...

갑자기 하얀 가운을 입은 두 분의 여성이 대문을 밀고 들어온다.

지역 보건소 의사 선생님과 조수 시란다.

갑자기 체온계를 내밀며 탄남군의 체온을 재느라 호들갑이다.

체온은 35도... 이상하게 낮다. 이것도 별로 좋은 건 아닌 듯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안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선생님의 지도사항.

"일주일동안 집 밖에 나가지 마시고, 사람도 접촉하지 마시고, 일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보건소로 연락하세요!!"

그러면서 마스크 14개와 체온계를 탄남군의 손에 꼬옥 쥐어주신다.

"마스크는 하루에 두개씩 꼭 갈아 착용하시고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체온을 재서 보고하세욧!"

이러고 들어올 때처럼 휘리릭 바람처럼 돌아가신다.

오늘이 3일째니 아직 탄남군은 돼지독감 감염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위험한 인물이다.

그 와중에 참으로 놀라왔던 것은, 베트남의 질병관리 시스템이다.

한국 같으면 그냥 전화 걸어서 어디 병원으로 나와라 말아라 이러고 말았을 것 같은데(뭐 안 겪어봐서 모르지만..) 주소를 확인한 지 30분 안에 보건의가 집에 도착하는 그 스피드와, 오늘까지 매일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밀착 취재정신 등,  사실 탄남군의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시스템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탄남군은 앞으로 4일을 더 위험 인물로 살아가야 한다.

옥찐양은 그 살갑던 태도를 다 던져버리고 탄남군 2미터 반경 안에 접근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라질년...

4일 후에 아직 살아있는 탄남군으로 남아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ㅠ.ㅠ




-후기-

그로부터 열흘이 흘렀고, 탄남 군은 아직 살아있답니다..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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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zellnu
09/06/20 03:58
수정 아이콘
이제 슬슬 신종 독감도 끝나가는 분위기같네요.

그나저나 머나먼 타지 옥체 잘 보존하시길빕니다.
09/06/20 07:09
수정 아이콘
흠 그 신종인플루엔자땜때운에 제가 모임에 못 나갔다는거 아닙니까? --;
임신한 마눌님의 엄명으로 어쩔수가 없었네요.
다음에 오실때는 신종인플루엔자 걱정이 없는 세상에서 봐요.
파벨네드베드
09/06/20 08:11
수정 아이콘
허허허허 타지에서는 그저 건강이 최고지요..

아프지 않게 몸관리 잘하시고 담에 한국에 오시면 얼굴좀 굽신^^
여자예비역
09/06/21 13:00
수정 아이콘
아부지이~~~ 건강이 최고여요~!!!
눈물이 앞을 가리는 군녕~ 담에 오실땐 꼭 보고가시깁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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