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중천에 해가 떠있는 시간부터 오늘 동원을 가는 친구와 함께
시험이 끝난 기분으로 놀고먹고마시고 하다보니 첫차를 타고들어와
언제나의 습관처럼 PGR을 들어왔네요.
수업전에 일어날 자신이 없어 자게를와보니
아, 나도 이곳에 다닌지가 벌써 8년인데 질문말곤 글한번 안써봤구나 하는 기분에
(토요일에 소개를 받아 기분이 좋은 것도 있습니다만 하하)
되지도 않는 글솜씨를 외면하고 쓰기 버튼한번 눌러봅니다.
전역을 한지 얼마 안되서 제일먼저 사고싶었던건 다른것이 아니라 헤드폰이였습니다.
누구나 쓰는 핸드폰은 결국 칼복학후 중간고사를 다본 이틀전에야 하나 장만했네요.
(이것도 소개때문에 부랴부랴)
그토록 느린 부대의 사이버지식정보방의 인터넷으로 하루종일 접속해있던건
헤드폰클럽이라는 사이트였습니다.
기억이 남아있는 옛시절을 돌이켜보면 저희집의 주말은 언제나 음악이였습니다.
소리좀 낮추라고 불평하시는 어머니, 눈치봐가며 볼륨 올리시는 아버지.
아마도 좋은 것이겠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게된건 아무래도
순전히 저희 아버지 탓인가봅니다.
어렸을떄부터 IMF전까지 집안의 경기에 흐린 구름이 끼기전까지는 한두달에 한번은
투박한 아저씨들과 함께 아버지는 커다란 앰프며 스피커며 들고오셔서
이놈으로 바꾸고 저놈으로 바꾸고
무엇이 그리 즐거우신지 껄껄 웃으시며 음악을 크게 틀어놓으시곤 하셧지요.
어느샌가 저도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되며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가요가 일본음악으로, 락이되다 재즈며 뉴에이지가 되고
어느새 이해도 못하는 모짜르트네 브람스네가 들어오면서
어이구
이건 아버지랑 같아지는게 결국 아버지와 스피커앞에 앉아 같이 음악을 듣고있는겁니다.
어렸을적 귀아프다고 어머니와 함께 불평하던게 얼마나됬다고
이제는 이런소리가 좋네 요즘은 실내악이 좋네 하면서
열심히 아르바이트로 모은돈을 헤드폰이며 앰프에 부어버리는 제가있게 됬지요.
남자가 가지면 안될 3가지 악취미라고들 하죠 보통..
사진, 오디오, 자동차...
사진이 기둥뿌리 하나를 뽑고, 소리가 기둥뿌리 하나 빼고 다 뽑는다면, 자동차는......
근데, 대학시절 전자과 과 동기 중에서, 진짜 오디오에 미친 X이 한명 있었는데,
이녀석은, 어디서 마란쯔와 매킨토시 진공관 앰프 회로도를 구해와서, 세운상가를 뒤져서 부품들을 다 구한 후에,
직접 조립해버렸습니다. (진공관은 정품은 워낙 비싸서, 좀 싼 러시아제로... 소리는 별 차이 없다고 주장(?) 하더군요;;)
암튼, 제가 인생살면서 만난 몇 안되는 진짜 천재중에 한명이었습니다. 덜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