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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4/27 08:56:05
Name 루실후르페
Subject [일반]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음악을 '듣는 것' 을 좋아하는 것
일요일 중천에 해가 떠있는 시간부터 오늘 동원을 가는 친구와 함께
시험이 끝난 기분으로 놀고먹고마시고 하다보니 첫차를 타고들어와
언제나의 습관처럼 PGR을 들어왔네요.

수업전에 일어날 자신이 없어 자게를와보니

아, 나도 이곳에 다닌지가 벌써 8년인데 질문말곤 글한번 안써봤구나 하는 기분에
(토요일에 소개를 받아 기분이 좋은 것도 있습니다만 하하)
되지도 않는 글솜씨를 외면하고 쓰기 버튼한번 눌러봅니다.

전역을 한지 얼마 안되서 제일먼저 사고싶었던건 다른것이 아니라 헤드폰이였습니다.
누구나 쓰는 핸드폰은 결국 칼복학후 중간고사를 다본 이틀전에야 하나 장만했네요.
(이것도 소개때문에 부랴부랴)
그토록 느린 부대의 사이버지식정보방의 인터넷으로 하루종일 접속해있던건
헤드폰클럽이라는 사이트였습니다.

기억이 남아있는 옛시절을 돌이켜보면 저희집의 주말은 언제나 음악이였습니다.
소리좀 낮추라고 불평하시는 어머니, 눈치봐가며 볼륨 올리시는 아버지.
아마도 좋은 것이겠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게된건 아무래도
순전히 저희 아버지 탓인가봅니다.
어렸을떄부터 IMF전까지 집안의 경기에 흐린 구름이 끼기전까지는 한두달에 한번은
투박한 아저씨들과 함께 아버지는 커다란 앰프며 스피커며 들고오셔서
이놈으로 바꾸고 저놈으로 바꾸고
무엇이 그리 즐거우신지 껄껄 웃으시며 음악을 크게 틀어놓으시곤 하셧지요.

어느샌가 저도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되며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가요가 일본음악으로, 락이되다 재즈며 뉴에이지가 되고
어느새 이해도 못하는 모짜르트네 브람스네가 들어오면서
어이구
이건 아버지랑 같아지는게 결국 아버지와 스피커앞에 앉아 같이 음악을 듣고있는겁니다.
어렸을적 귀아프다고 어머니와 함께 불평하던게 얼마나됬다고
이제는 이런소리가 좋네 요즘은 실내악이 좋네 하면서
열심히 아르바이트로 모은돈을 헤드폰이며 앰프에 부어버리는 제가있게 됬지요.

대학생이되고 금전의 자립감이 생기면서
이놈의 바꿈질은 끝이없는지 눈을 붉히면서 후기를보고 정모를 나가고
이게 갖고싶어 일을하고.

미뤄두었던 군대를 다녀오게되면서
그동안 쌓아두었던 음향기기는 전부 처분하고 (결국 THA2000이라는 앰프는 못팔았습니다만)
그곳에 있다보니 조금은 회의감이 들더군요.

나는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였나 음악을 '듣는 것' 을 좋아하는 것이였나.

나와보니 친구들은 치열하게 살고있고
여자친구들은 벌써 취업전선에서 지내고있는데
이런데 정신팔리는건 웃기는거 아닐까
그래서 학교공부 정말 열심히했습니다. 안돌아가는 머리로 무리많이했지요.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제방엔
컴퓨터를 소스로삼는 음향세트가 만들어져있더군요.


하하하
전 아직 잘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확실한건 제가 음악듣는것을 참으로 좋아한다는것.
집값보다 비싼 스피커를 쓰시던 아버지도 이제는 빈티지가 좋으시다며
당신 나이보다 오래된 기계들을 들으시지만
공부라느라 못간 3주동안 또 새로운 앰프를 들여놓으셧더군요.

지금은 어느게 옳은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식으로 음악을 사랑하게되는게
아직은 저의 사랑은 기쁘답니다.


정신이없어서 횡설수설하네요
조금 눈붙이고 수업이나 가야겠습니다.

다들 좋은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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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luckyboy
09/04/27 09:53
수정 아이콘
사진에 미치면 기둥뿌리 하나가 뽑히고
소리에 미치면 기둥뿌리 하나 빼고 다 뽑힌다던 말이 생각나네요.
어렸을때는 다르게 행동하려던 아버지의 모습이 저에게서 보일때 세월의 힘과 더불어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09/04/27 12:35
수정 아이콘
헤클분이 여기 계실줄은 ;;
09/04/27 13:17
수정 아이콘
남자가 가지면 안될 3가지 악취미라고들 하죠 보통..
사진, 오디오, 자동차...
사진이 기둥뿌리 하나를 뽑고, 소리가 기둥뿌리 하나 빼고 다 뽑는다면, 자동차는......

근데, 대학시절 전자과 과 동기 중에서, 진짜 오디오에 미친 X이 한명 있었는데,
이녀석은, 어디서 마란쯔와 매킨토시 진공관 앰프 회로도를 구해와서, 세운상가를 뒤져서 부품들을 다 구한 후에,
직접 조립해버렸습니다. (진공관은 정품은 워낙 비싸서, 좀 싼 러시아제로... 소리는 별 차이 없다고 주장(?) 하더군요;;)
암튼, 제가 인생살면서 만난 몇 안되는 진짜 천재중에 한명이었습니다. 덜덜덜;;
루실후르페
09/04/27 22:45
수정 아이콘
헤클분이 계시군요;
정말 사진도 사진이지만 소리에 미치면 기둥하나 뽑히는건 장난인거같습니다 하하
abrasax_:JW
09/04/27 23:54
수정 아이콘
힙합에서 인디 음악에서 재즈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근데 돈이 없으니 알아서 절제가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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