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중략)...그림 진짜 적나라하게 그리더라. 스케치할때 자세 봤어? 다리 다 벌리고, 뒤집어서 그린 것도 있고... 그것도 다 직접 모델보고 그린 거잖아? 아무튼 사람이 응큼해. 대머리인 것도 아마 야한 생각만 하다가 머리털이 다 빠져버린 걸거야.(중략)... 그 사람 모델하고 관계도 했다며? 어린애가 자위하는 그림도 있던데... 열여섯먹은 꼬맹이하고 애도 낳았다더라. 한번 생각해봐. 오십 넘은 땅딸보 노인네가 열여섯이면, 이제 중 3인가, 아 서양은 만으로 치지... 암튼 중 3에서 고 1짜리 여자애 앉혀놓고 다리를 벌려라, 이리 뒹굴어라, 저리 뒹굴어라... 춘향전을 한편 찍었겠지. 세상에 상상만해도 끔찍스럽지 않아?...(중략) 하긴 근데 그런 그림 그리다보면 모델하고 자연스럽게 자고 막 그러게 될거야. 자식도 열세명씩이나 낳고... 근데 거기에 또 결혼은 안 했더라? 진짜 기가 막혀... 자기 엄마, 누나인가 여동생인가랑 남동생, 이렇게만 살았다던데... (중략) 눈 씻고 찾아봐도 자식들한테 돈 좀 쥐여줬다는 말은 없더라. 내 생각엔 클림트가 참 비열한 새끼같아. 모델한답시고 데려와서 누드화를 그립네, 에로티시즘을 승화합네, 뭐네하면서 씨를 뿌려놓고 막상 여자가 애 갖고 오면 돈 몇푼 쥐여주면서 알아서 살아라, 이랬을걸. 근데 최소한 사람이 책임감이라는 게 있지... 까짓것 같이 살면 안 되나? 결혼도 안해서 애한테 성도 안 물려줬잖아...(중략)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완전 한국남자네, 한국남자. 대놓고 바람피면서 부인한텐 신경도 안 쓰고 지 가족들만 챙기고 싸질러 놓고 책임도 안지고...
팟저 : 그래도 애들 이름은 다 구스타프던데.
A : 이름이 뭐가 중요해. 성이 중요하지... 어차피 합법적으론 결혼도 안했으니까 그림값도 못 받고...(중략) 그러고보면 클림트가 딱 여자가 좋아할만한 것들만 했어. 그 사람 집이 보석세공사인가 뭐 그렇다며, 실제로 그림봐도 막 화려한 옷같은 것들로 치장하고 있고... 그 모델들이 그런 장신구나 옷들을 어디서 얻었겠어, 아마 그것도 클림트가 다 만들었을걸. 이쁜 장신구하지, 옷하지, 거기에 가구나 뭐 집... 인테리어하지. 공방에 아마 여자들이 들락날락 들락날락 거렸을걸. 그러다가 이쁜 여자 하나오면 모델 제의하고... 여자들은 또 좋지, 유명 화가 그림에 나오라는데 옷을 벗으라면 어떻고 다리를 벌리라면 어때, 그렇게 간택된 여자들은 그 사람 작업실에 하나씩 가서 이제 모델이 되는거지. 그림을 그리고 자세 잡고 그러다보면 뭐...(중략) 아방궁이네, 아방궁. 그래서 자기 사생활을 철저하게 비밀로 했나봐. 거의 이건 뭐 남성들의 로망, 판타지 그 자체 아니야? 솔직히 말해봐, 오빠도 부러웠지? 부러웠잖아? 그래서 그렇게 두시간 내내 침을 헤 벌리고 스케치 룸만 왔다갔다 거렸던 거지?...(중략) 짐머만한테 쓴 편지보면 완전 귀찮아서 억지로 끄적인 것 같더라. '이젠 편지도 잘 써지지 않소...' 뭐 그러든가. 그렇겠지. 주위에 쭉빵한 여자들이 모델로 한다스는 있는데 그럼 마누라한테 보내는 편지가 잘 써지겠어, 당연히 안 써지지...(중략) 관계한 여자들도 어쩜 그리 하나 같이 이쁜지... 다 미인대회 나가서 1, 2등은 하겠더라. 근데 정작 클림트는 키도 작고 뚱뚱하고 대머리에...
팟저 : 수도복도 살찐 거 가리려고 입은 거라잖아.
A : 하여튼 그런 쪽으로 머리는 잘 굴려. 하긴 옷도 만들고 그랬으니까... (중략) 자화상 하나도 안 그릴만하지. 자화상을 왜 그려, 주변에 이쁜 여자들이 줄줄히 서 있는데
팟저 : 원래 모델 구할 돈 없는 가난한 화가들이 그리는 게 자화상이야. 고흐 보면 알잖아. 줄창 거울보고 자기 얼굴 그려대는거.
A : 역시 예술가들은 고흐처럼 쫄쫄 굶겨야돼. 안 그러면 여자 등쳐먹을 생각이나 하지... (중략) 고갱이 타이티를 좋아했던 게 아마 원주민 여자들 때문이겠지. 매력에 빠진거지... 그래도 그 사람은 마흔까진가 은행에서 근무하기라도 했잖아... (중략) 참 클림트랑 고흐랑 비교해보면 고흐는 너무 불쌍해. 아마 클림트 가족들은 클림트를 엄청 자랑스럽게 생각했겠지, 근데 고흐는 완전 애물단지처럼 여겨졌을 거고...
팟저 : 졌을거고가 아니라 실제로 그랬어.
A : 그래?... 뭐 그래도 끝까지 고흐 후원한 테오는 나중에 고흐 작품 잘 팔리고 돈 좀 만졌겠지.
팟저 : 돈을 번건 테오 부인이지. 테오도 고흐 죽고 금방 죽거든.
A : 그런가... 아무튼 고흐는 너무 불행하게 살았어. 그 사람만 생각하면 슬퍼. 이번에 고흐가 동생이랑 교환한 편지집 번역해서 나왔던데, 그거 읽어봤어?(나 : 아니) 하긴 오빠는 그림엔 관심없지. 거기에 보니까 참... 자기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랄까 그런 게 너무 강하더라. 자신이 꿈꾸는 이상에 대한 열정은 정말 누구못지 않고 그것을 타인에게 끊임없이 표현하고 싶어하는데 그게 자꾸 원하지 않은 식으로 표현되고... (중략) 전에 고흐전 참 괜찮았는데. 진짜 그 사람 그림 앞에서는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계속 서 있으면서 가만히 바라보고 싶더라. 근데 이번 클림트는 그런 느낌은 좀 덜했어. 진짜 유명한 것도 두, 세 점밖에 안 오고... 돈만 비싸게 처먹지 순 날강도 자식들. 홍보는 또 기가 막히게 잘해, 무슨 21세기 최후의 해외순례? 웃기고 앉았네. 나와서 파는 그림들도 실제하곤 하나도 안 비슷하더라. 진짜 뭐 그렇게 성의없이 할 수 있지, 그래도 최소한 자기네들이 특별전이랍시고 하면 최소한의 열성은 보여야하는 거 아냐?...(중략) 그래도 클림트 초기 시절에 그린 초상화라던가, 그건 참... 진짜 사진 같았어. 왜 누구 초상화라고 화가들이 그려놓은 거 보면 멀리서 봤을땐 와, 진짜 똑같다, 이러다가도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물감 적당히 떡칠하고 그런 게 대부분인데 이 사람은 어쩜 그렇게 똑같이 그리는지... 사람도 사람이지만 반지, 팔찌 보면 꼭 금속같아. 빛에 반사되서 반짝반짝 빛나는 거 어떻게 했는지 몰라, 그것도 아마 다 생각해서 그린 거겠지?...(중략) 그래도 귀부인들은 다 입히고 그렸던데... 자기 모델들은 아주 이리 누워라, 저리 누워라, 이렇게 벌려라 저렇게 벌려라 해놓고 또 돈은 필요했는지 귀부인들은 멋지십니다, 이러고...(중략) 또 이래놓고 정신적인 사랑은 다른 여자랑 했다며. 에밀리, 에밀리...(나 : 에밀리 플뢰겔) 응, 그 여자... 하긴 정신적인지 뭔지 다른 사람이 알게 뭐야. 아마 그 여자랑도 했을걸. 동생 마누란데. 참 기막혀...(중략)
팟저 : 유디트랑 아담과 이브는 그래도 정말 괜찮았는데. 특히 유디트는 도금한 액자 때문인지 아주... 완전 사람을 빨아드리는 것 같던데.
A : 네, 어련하시겠어요. 팜므 파탈의 대모격인데 그 정도는 되어야지. 아주 헬렐레했겠구만...(중략) 이브 표정 봤어? 당돌하게 생긋생긋 웃고 있는 거. 가만 보니까 클림트 그림 중에서 그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 여자가 없어. 그에 비해 아담은 완전 죽상이고... (중략) 그러고보니 아담은 완전 나이들어 기운빠진 중년 노인이고 이브는... 암튼 표정이 참 끝내주던데... (중략) 그 풍경화 중에 보면 플라타너스 그린 거 있잖아. 그 그림도 좋던데, 잘 그린 것 같아.
팟저 : 플라타너스 아니야. 유럽엔 플라타너스 안 자라.
A : 그래? 전에 고흐전 가서도 봤던 것 같은데.
팟저 : 뭐 비슷하게 생긴 거겠지. 근데 플라타너스는 아니야. 이런저런 잡종들끼리 교배해서 나온 게 플라타너스고... 미국이나 캐나다 그쪽서나 자라지.
A : 그래?...(중략) 그러고보면 그런 멋대가리 없는 나무는 뭐가 그렇게 좋다고 심어놨는지 모르겠어.
나 : 잘 자라고, 잎도 많으니까. 가로수는 심어야겠고, 근데 시간은 없고하니까 그냥 냅다 심은 거지... (중략) 자세히 보면 그게 군복하고 닮았잖아. 연두색, 갈색.
A : 흐응... (중략) 아무튼 그런 거 보면 클림트도 천재는 천재인 것 같아. 뭐 클림트 소재로는 영화 만든 거 없나?
팟저 : 클림트 영화는 모르겠고... 니 말 듣다보니까 생각나는 프랑스 영화가 하나 있는데... 화가 이야기야. 노년의 화가가 시골에 자기 부인이랑 같이 살고 있어. 흔히 말하는 거장, 예술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명한 대작가고 부인은 젊은 시절 자신의 모델이었지. 이 거장이 창의성 고갈로 이젠 좀처럼 새 작품을 못쓰고 있는데... 하루는 안 유명한 젊은, 후배 화가가 - 화가였는지 기자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난다 - 아무튼 찾아와. 미인인 자기 애인을 데리고. 근데 거장이 자기 후배 애인한테 꽂힌거야, 삘이 온거지. 그래가지고 후배한테 부탁을 해. 모델로 그리게 해달라고. 근데 이 사람이 클림트처럼 좀... 그... 누드화를 그리는 화가야(A : 속보인다. 변태 노친네.). 후배는 뭐 전설적인 거장이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가 있나, 아니 아예 거절할 생각도 못하고 그저 영광이라고 생각하며 자기 여친한테 말하는데 여친 입장에선 좀 기가 막힌거지... (중략) 이런 것들을 보면서 한때 거장의 모델이었던 노인의 부인은 애써 태연한 척하고, 웃으면서 남편 그림 준비 도와주고 그러는데... 참... 뭐라고 해야하나, 너무 비참해보이더라...(중략) 생긴 것도 비슷해. 적당히 벗겨진 머리에 수염 숭숭 기르고 배나왔지. 꼭 수도복처럼 그 사람도 펑퍼짐한 그리스옷 같은 거 걸치고 있고.
A : (가만히 생각.)... 그런 여자들 이야기 들으면 너무 우울해. 하여튼 변태스런 남자들이 문제야. 늙어빠져서는... 이쁜 건 또 알아가지고... 이건 완전 포르노 배우들이랑 다를 것도 없잖아. 아니 오히려 더 못하지. 그나마 그 사람들은 그거 한편 찍으면 돈 받고, 또 몸을 팔더라도 시간 딱딱 정해두고 그 시간 외에는 딱 잘라 거절하고... 근데 그림 모델들은 뭐... 이건 완전, 그림에 모델되지, 어찌어찌 또 하다보면 관계 맺지, 그러다가 어이쿠, 임신까지 했네, 그럼 거기 딸린 애는 어쩔건데... (중략) 심리학자 중에도 자기 환자랑 자서 문제되었던 게... 융이 었나?
팟저 : 맞아. 칼 구스타프 융. 잘 생겼어. 키도 크고.
A : 그 인간도 구스타프야? 구스타프들은 왜 다 이 모양인지...(중략) 참 그때 여자들은 너무 불쌍하게 살았던 것 같아...(중략) 전에 같이 백남준 기념관에 갔었잖아. 거기서도 막 여자들 벗겨놓고 찍어놓은 사진 있는데... 그때 말했잖아, 기분 엄청 나빴다고. 아무튼 클림트도 엄청 불쾌했어. 기분 나쁘고. 으... 이상해...(중략) 카페 괜찮네. 이 집 이름이...(나 : 가비앙) 나도 알거든? 여기 써있잖아... 그건 그렇고 여긴 뭐이리 시끄러?...(중략) 커피 이름이 예카체프라고 했나? 이거 향이 되게 좋은 것 같아. 무슨 종 이름 중 하나야?
팟저 : 예카체프는 지방. 에티오피아 모카 예카체프라고 해서 에티오피아에 있는 모카 항구를 경유한 예카체프 지방의 커피 뭐 그런 뜻이야.
A : 헤에... 같은 지방에선 같은 커피만 재배해?(이하 생략)
되도록이면 평일에 가세요. 사람 정말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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