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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2/05 23:15:14
Name 김연아
Subject [일반]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한 연아신
일하던 중 안면에 철판 깔고 TV 앞에 가 그녀의 경기를 보았다. 사실 4대륙은 시즌 전체로 보면 아무래도 유럽선수권만큼의 권위는 없어 컨디션 점검 차 정도의 의미 밖에, 개인적으로 부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4대륙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대회였는데, 첫째로 항상 이 맘 때 쯤 부상으로 신음하던 그녀의 컨디션이 후반기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고, 둘째는 내년 바로 이 때 이 자리에서 열릴 올림픽을 대비한 예행연습이었다는 점이다.

그랑프리 파이널이나 월드 만큼의 긴장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몰입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김연아의 표정이 밝다. 긴장과 부담을 훌훌 털어버리고 마음 자체가 가벼운 느낌이 난다. 도입부에서의 그녀는 해골을 무덤에서 불러내는 악마라기 보다는 죽은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천사 같다. 신중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영혼을 끌어들이고 하늘로 갈 길을 찾는 진지한 천사.

3F-3T
어이가 없다. 압도적인, 다른 선수라면 감당할 수 없는 스피드와 높이와 비거리의 점프를 어찌저리 솜털처럼 가볍고 사뿐하게 뛰는 것일까? 이제 그녀는 영혼들을 이끌고 하늘 위로 승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너무나 따뜻하고 밝은 표정으로 우리가 가는 길이 천국임을 암시해주는 그녀의 몸짓은 천상의 아름다움으로 휘장되어 무한한 신뢰를 준다. 우리는 이제 아무 꺼리낌없이 그녀의 뒤를 좇게 된다.

3Lz
아아 다시 한 번 숨막히게 부드러운 점프이다. 어떻게 저런 후덜덜한 파워의 점프를 부드러움과 우아함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우리를 천공의 영공으로 이끄는 점프라고 밖에. 그간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스파이럴은 많이 불안했다. 천국으로 가는 길이 어찌 쉽기만 하리오. 갑자기 불어온 강풍에 잠시 흔들렸을 뿐.

2A
이윽고 우리를 천국의 문 앞에 사뿐히 안착시킨다. 이게 바로 천상의 비행인 것인가?

Spin
우리를 천국의 문으로 인도한 그녀는, 그 문을 연다. 감히 아무나 열 수 있는 문이 아니다. 완벽한 포지션과 자연스러운 손짓에 우리의 영혼이 사로잡히자 천국의 문이 활짝 열린다.

Step
드디어 그녀는 우리를 본격적으로 천국 내로 이끌어 들인다. 아아..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는가.. 아니다.. 세상에 없는 곳이니 이곳이 천국이 아닌가.. 그 동안 보여준 폭발적 카리스마는 온 데 간 데 없고 한없는 우아함과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디테일은 살아 꿈틀거리고, 흐름은 물 흐르듯하다.

Ending spin
여기가 천국이라고, 천국이 즐겁지 않느냐며 함박웃음을 짓는 그녀. 화려한 과시가 없지만 그녀가 천사임을 의심할 수가 없다. 아니, 그녀의 웃음에 빨려 들어가면 마침내 깨닫는다. 그녀가 이 천국을 주재하는 신임을, 아니 그녀 자체가 바로 이 천국임을. 우리에게 천국의 행복을 전해 주면서, 그녀 자신 또한 행복해 한다.

그래서 난 오늘 이 퍼포먼스가 아주 사랑스럽다. 우리에게 행복을 전해주면서 자신 또한 행복해 하는 그녀를 보니 나도 절로 함박웃음이 지어진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정색하고 요약(?)

1. 오늘은 정말 역대 최고의 점프이다. 예전에 엘두께님께서 말하신 바처럼 연아의 점프는 슬러츠카야의 파워와 아라카와의 버터바른 엔딩을 합쳐놓은 것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이미 파워와 우아함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울 것 같은 것을 점프 하나에 담아 뛰어내는 역대 최강의 점퍼가 바로 김연아였다. 하지만 오늘은 몇 번을 돌려봐도 그 이상이다. 단순히 랜딩만 부드러운게 아니다. 점프를 뛰는 과정 자체가 전체적인 흐름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사전 동작에 과장됨이 없고 뛰는 순간마저도 사뿐하고 부드럽다. 다른 사람들은 감당하기 조차 어려운 스피드로 달려와 다른 누구도 넘보지 못할 높이와 비거리를 뛰어냄에도 말이다. 난 도대체 이런 점프를 본 적이 없다.

2. 그런데 어텐션?? 그것 때문에 이런 퍼포먼스를 보고도 기분 잡쳤다. 천상의 아름다움은 지상에선 오롯하게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알아보는 우리가 있으니 꼭 그런 건 아니네^^

3. 내가 연아의 퍼포먼스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SA의 죽음의 무도와 GF의 미스 사이공이다. 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가 여왕다운 포스와 카리스마를 뿜어내기 때문이다. 아마 내 취향에서는 아직도 SA 죽음의 무도를 꼽겠지만, 연아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는 오늘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 표현과 테크닉에 모두에서 드러나는 아주아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4. 같은 프로그램으로 이런 이질적인 표현을 그려내다니 다시 한 번 연아가 무섭다.

5. 연아가 더 무서운 것은 이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면서도 저것이 연아의 끝이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는 거다.

6. 과연 연아는 어디까지 갈까? ^^


결론.

닥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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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2/05 23:22
수정 아이콘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드네요
09/02/05 23:27
수정 아이콘
엘두께님 언급이 있는 것을 보니 맥스에 올리면서 같이 올리시나 보군요.
촉촉한눈동자
09/02/05 23:38
수정 아이콘
오늘 연기는 그저 감동입니다! 저도 이런 감상 글을 쓰고 싶지만 ㅠㅠ
결론은 닥연찬!
09/02/05 23:39
수정 아이콘
연아신만 찬양하면 안되죠~

같이 참가한 김나영선수와 김현정선수 화이팅~
소요유
09/02/05 23:45
수정 아이콘
갑자기 신의 물방울이 생각나네요...
나야돌돌이
09/02/06 11:23
수정 아이콘
사대륙이 유로선수권만큼의 권위는 아직 없지만 이번만큼은 프레올림픽 성격이 강해서 프리도 잘 해주었으면 합니다, 일본측 분위기는 거의 패닉 상태인 것 같던데 경기장 탓도 많이 하고 있고요

암튼 어텐션 문제는 월드와 올림픽 이전에 어케 해결할 방법이 없을랑가요....-_-;;;;

올림픽 쇼트는 75점대, 프리는 140점대로....(너무 높은 듯해도 제대로 채점하면 저 정도 나와요)
김연아
09/02/06 11:54
수정 아이콘
낄낄 제가 언젠가부턴 사실 대놓고 신의 물방울을 컨셉으로 글을 씁니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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