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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2/03 21:0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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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uk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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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죽어서도 살아있는 한국호랑이의 위용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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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에 휘몰아 친 동족상쟁의 피바람이 남긴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가던 1959년 4월의 어느 화창한 아침.
한만 국경 넘어 중국 땅의 백두산 북쪽 한 자락에서 북한군
제대병이었던 최 석도 포수[click]가 그의 동료와 부지런히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는 응참이라는 지역으로 사냥을 나선 길이었다.
최 석도 포수[ 호랑이를 잡을 때 40 줄에 들어 설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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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해에 북한 평양을 떠나 고향인 중국의 내두산 촌으로
돌아온 최 석도에게 삶의 한 방법으로 선택한 사냥꾼이라는
직업은 아직은 다소 낯선 직업이었다.
지금까지의 사냥 길에는 옆 동네인 수전에 사는 그의
사냥 스승인 김 포수가 항상 동행해 왔었으나 그 날 마침
그에게 볼일이 생겨 며칠 뒤에나 합류하기로
했었기 때문에 최 포수는 할 수없이 황아바이라는 동네 노인만
데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황 아바이는 포수가 아니라 사냥에 필요한 도구나 사냥한
엽물(獵物)을 나르는 짐꾼으로서 따라온 것이었다.
전 지역에 햇빛이 잘 들어 분지 곳곳에 곡식이 풍성하게 자라는
비옥한 땅이었다.
그 뿐 아니라 주변 숲에는 짐승들이 득시글거리는 훌륭한
엽장(獵場)이기도 했다.
이곳 엽장에 약간 짠맛이 나는 물이 담긴 호수가 있었다.
매년 이 맘 때쯤이면 소금기를 섭취하려는 사슴들이 몰려 들었었다.
최 포수네 는 지금 그 곳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지름길인 능선을 타고 한참을 가서 목적지인 호수가
거의 보일 따름이었다.
최 포수는 문득 길 앞산에서 수 십 마리의 까마귀 떼가
숲 위를 소란스럽게 떠도는 것을 발견했다.
깊은 산속에서 까마귀 떼가 소란을 떠는 것은 심상치가 않은 일이었다.
최 포수는 이마에 손을 대고 까마귀 떼의 동태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 ?!”
최 포수는 까마귀 떼가 떠도는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바짝 긴장했다.
까마귀들이 떼를 지어 숲 위를 나는 것은 그 곳에 동물의
사체(死體)같은 먹이가 있다는 것이고 소란을 떠는 것은 먹이를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해서 다투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면 까마귀들은 나무위에서 땅으로, 또는 땅에서
나무위로 상하수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이들 까마귀들은 이 나무위에서 저 나무위로
좌우 수평으로 움직였다.
이것은 나무 아래 땅에 있는 먹음직한 먹이를 맹수 같은
방해자가 가로채서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봐야했다.
최 포수의 육감이 예민하게 움직였다.
“ 뭐가 있군!”
그러나 잠시 궁리해본 최 포수는 일단 그 곳을 피하기로 하였다.
이번 사냥 길의 목표는 사슴이다.
내일 새벽부터 시작할 사슴 사냥을 위해서 체력을 비축해 두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판단이 되어서였다.
두 사람은 까마귀 떼를 멀리 우회하여 길을 계속 걸어 예정 했던
호수 가까운 산 비탈에 자리 잡은 사냥 막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나서 그간 비워 둔 움막을 대강 손 본 뒤 점심을 해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최 포수가 담배를 피며 나른한 피로를 삭이고 있던 중에
숲속 물정 모르는 황아바이가 조르듯이 말을 꺼냈다.
“ 최 포수! 아까 까마귀 울던 곳에 한번 가보오! 재수가 좋으면
횡재를 할지도 모르지 않소?”
최 포수는 일단 거절했지만 황아바이는 끈질겼다.
한참을 졸리자 최 포수는 슬슬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까마귀 떼를 본 순간에 자신의 마음 한 구석 속에 강하게 솟구쳤던
호기심이 그간 억눌려 있었다가 황아바이의 부채질에 다시 걷잡을
수가 없이 요동질 치기 시작했기 문이었을 것이다.
한참을 유혹과 싸우다가 최 포수는 마음을 굳혔다.
“ 뭔지 모르지만 내일 하루 쉬더라도 이놈을 잡자.”
그는 황아바이에게 물었다.
"우둥불을 놓을 줄 아오?”
“잘 모르오. 내 농사만 지어왔지 노숙은 처음이오.”
우둥불은 통나무로 피우는 모닥불을 일컫는 함경도 방언이다.
자신이 단순하게 까마귀 울던 곳에 다녀오기만 해도
늦은 밤 시간이 될 것이다.
4월이라지만 북쪽 고산지대인 그 곳은 아직도 밤이면
살얼음이 얼 정도로 기온이 차가웠다.
그래서 저녁이 되면 먼저 준비 할 것이 우둥불이었다.
최 포수는 황아바이에게 세 개의 굵은 통나무를 삼각형으로
의지해서 세우고 그 통나무들 끝에 불을 붙여 아래로
타 내려가게 하는 독특한 우둥불 피우는 방법을
나뭇가지로 몇 번씩 실연 해보이며 알기 쉽게 일러주었다.
“ 내 없더라도 실수 없이 하오.”
“ 이젠 알만하오. 내 잘 해 볼 테니 최아바이나 잘 다녀 오기오.”
마음을 강하게 굳힌 최 포수는 내두산 촌 생산대에서 지급받은
일본 군용 99식 소총을 둘러메고 까마귀 떼가 까악까악 울어대던
그 곳을 향하여 날렵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까마귀 떼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숲 언저리에 도착 한 것은
해가 상당히 기운 늦은 오후였다.
최 포수는 최대한 천천히 노리쇠를 움직여 소리 없이 7.7미리
실탄 한 발을 약실에 장전하고
역시 느린 동작으로 안전장치를 풀었다.
야생동물들은 금속성 소리에 극히 민감하다.
최 포수의 장전 행동은 그 소리를 최 포수도 들을 수없는
고요 속에서 이루어 졌다.
장탄된 총을 앞에 총 자새로 든 최 포수는 그 곳에서부터
정숙 보행으로 들어갔다.
밟으면 소리가 나는 잔가지나 가랑잎을 피하고 나무들을 은폐물로
이용해 전진해 가면서 커지는 궁굼증을 억제치 못했다.
“ 뭘까?”
그것이 작은 동물이라면 표독스러운 담비거나 생긴 것만
험상궂게 생겼고 실제는 겁 많은 멍청이
범(시라소니의 현지명)이거나 굶주릴 대로 굶주린
승냥이 일지도 모르고 그 것이 큰 동물이라면 멧돼지
또는 곰일지도 몰랐다.
어쩐 일인지 그 것이 호랑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여하튼 아직 초보인 최 포수에게는 어느 것에도
확실한 심증이 가지 않았다.
최포수가 사는 내두산촌- 해발 800미터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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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까마귀들이 아우성 소리가 지척에 들리는 지점까지
다가가는데 성공한 최 포수는 자세를 더욱 낮추고 전방을 주시했다.
수색의 시선이 한 지점에 이르자 최 포수는 일순 등골에
시리게 아린 얼음물이 스치는 공포를 느꼈다.
숲의 한 구석에 물동이만큼 커다랗고 누런 물체가 있었다!
“ 범이닷 !”
온몸을 조여 오는 듯한 두려움에 쫓기듯 최 포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커다란
홍송(紅松)뒤에 숨었다.
그 물체는 풀 속에 온몸을 잠그고 느긋하게 먹이를
지키고 있는 호랑이의 머리였다.
호랑이는 어제 밤에 잡은 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포식하고 감춰둔
남은 고기에 낌새를 채고 달려온 까마귀 떼가 덤비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까마귀 떼의 무서운 식욕은 호랑이의 다음 식사를
거덜 낼 수 있다는 것을 호랑이도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호랑이는 쓰러진 통나무를 뒤로하고 비스듬히 엎드린 채
가끔 머리만 움직여 시끄럽게 구는 까마귀 떼와 사방을
경계하듯이 들러 보았다.
최 포수가 생전 처음 보는 호랑이는 어마어마한 거구였다.
그러나 아무리 거구였었다 해도 호랑이가 머리를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주변 잡목 숲에 녹아들 듯 기막히게 배합된 몸체의 얼룩 무늬 때문에
발견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 포수는 터질 것 같은 긴장 속에서도 먼저 호랑이를 발견한
자신의 행운에 감사했다.
이제는 상황 파악이 끝난 만큼 액션이 남아 있었다.
그는 몸을 숨긴 홍송(紅松) 뒤에 천천히 앉았다.
주
중국 동북지방 홍송- 고급 목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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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쏴 자세보다 앉아 쏴 자세가 훨씬 사격의
정확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자세를 잡은 최 포수는 어느새 긴장으로 굳어진
안면에 흐르는 땀을 느껴야 했다.
땀을 닦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최 포수는 총을 역시
나무에 의탁하고 총구를 호랑이 쪽으로 향했다.
최 포수는 생사를 건 결행을 앞두자 난데없는 불안감이
가슴속에서 뛰쳐나와 조준에 집중하려 했던
신경을 흩뜨려 버렸다.
그는 사냥의 세계에 입문 한 뒤 호랑이에 대한 겁나는
이야기들을 수없이 들었었다.
“산속에서 갑자기 만나기만 해도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리
총이 있어도 감히 쏘지 못하오.”
“사슴을 쫓다가 느닷없이 범을 만나서 죽어라고 도망쳤는데
-- 나중에 보니 바지에 된 똥을 다 쌌더군 !”
한 치가 어긋 나는 사격의 실수도 죽음과 연결되는
절대 절명의 순간이었다.
최 포수는 자신도 그들처럼 심한 공포감 때문에 심리적으로나
생리적으로 떨고 있지나 않을까하는 갑작스러운 두려움이
생겼던 것이다.
두려움의 심리상태에서 사격을 하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초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 포수는 자신의 손과 팔을 확인해 봤다.
아무 떨림이 없었다.
사타구니 밑에도 손을 대봤다.
행여 오금이 저려 있나 를 본 것이다.
이상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슴에 손을 넣어봤다.
심장 박동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최 포수는 북한군 철도 경비대 청진 초소장 근무 시절,
초소 뒤 참호 속에서 천지를 다 뒤집어 놓을 듯이 퍼부어지던
미 해군 함포의 불비를 간을 조리며 견디던 경험을 뒤돌아 보면서
마음을 한층 더 안정시켰다.
“ 그 불벼락에 비하면 이따위 호랑이는 아무 것도 아니다!”
자신을 회복한 최 포수는 다시 목표로 주의를 돌렸다.
그리고 총신에 눕혀져 있는 99식 소총의 가늠자를 바로 세우고
가늠쇠를 찾아 조준선에 정렬시켰다.
그러나 가늠자를 통해 호랑이를 보던 최 포수는 당황했다.
예상되는 탄도에 비록 성기기는 했지만 잡목과 잡초가
적지 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총알이 작은 가지나 작은 풀잎 하나만 스쳐도 탄도가
비틀어져서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 갈 가능성이 컸다.
일반인들은 고속으로 나는 총탄이 그런 것쯤은 간단히
관통해 버릴 수 있다고 짐작 해버리겠지만 군 생활 이래
사격을 많이 해봐서 그 사실을 잘 아는 최 포수는
곤혹스러울 밖에 없었다.
최 포수는 앉아 쏴 자세에서 상체를 악간 들고
무릎 쏴 자세로 사격 자세를 바꾸었다.
자세가 약간 불안정했지만 별도리가 없었다.
최 포수는 조용히 정신을 집중하고 가늠쇠를 호랑이의
앞다리 뒤로 이동했다.
이 가슴 부위에는 맹수들의 주요 급소들이 다 집중되어 있는 곳이었다.
네발짐승을 옆에서 봤다고 했을 때 앞다리 바로 뒤의
맨 윗 부분에 척추가 있다.
맞으면 안 죽어도 움직이지를 못한다.
그 아래 부분은 커다란 허파가 있다.
그리고 더 아래에 즉 다리 뒷 부분 맨 아래에 치명적인
급소인 심장이 있다.
어지간한 맹수는 세 곳 중 어디를 맞아도 목숨을 건질 수 없다.
거리는 100미터 정도.
최 포수 솜씨로 실수가 있을 수 없는 거리였다.
가늠자와 가늠쇠와 호랑이의 가슴을 있는 정렬이 끝난
조준선 사이에 아직도 서 너 줄기의 잡목이 염려스러운
신경이 쓰였지만 어떻게 해 볼 상황이 아니었다.
최 포수는 가늠쇠에 얹힌 호랑이의 가슴에 온 정신력을 집중시키면서
방아쇠에 봄바람이 스치게 하는 기분으로 손가락의 압력을 얹었다.
“ 콰-앙!”
총성은 밀림에 무겁게 드리워진 대기의 장막을 터뜨리고
찢어 놓고 나무와 나무 사이로 여운을 남기며 멀리멀리 사라져 갔다.
거의 동시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호랑이의 비명이 천지를 가르며
그 뒤를 따랐다.
“어-흥!”
그 포효는 아무리 담대한 사람이라도 모골이 송연 한만큼
진저리 쳐지는 무시무시한 공포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뒤이어서 까마귀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자지러지게 내 지르는
괴성의 합창으로 공포로 얼어붙은 대지위에 퍼부어졌다.
그 소리에 땅에 머리를 거꾸로 박고 숨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누르며 반사적으로 노리쇠를 번개처럼 움직여
제 2탄을 장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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