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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1/09 14:37:20
Name 배추나비
Subject [일반] [웹소설] 그날의 기억4 (완)
안녕하세요.

제 첫 시리즈의 마지막 입니다.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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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기억4

내 뒤에 있던 건 짐승이라고 하기엔 손과 발이 인간의 것과 너무 흡사했고 사람이라고 하기엔 그 신체 비율이 너무나 기괴했다. 칠흑같이 긴

머리카락에 샛노란 눈동자 피부는 검고 창백했으며 손톱과 발톱이 너무 길었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등골에서부터

올라오는 이 저릿한 느낌, 그리고 식은땀이 내 눈앞을 가려 앞이 흐려보일 정도였다. 그 무언가는 재미난 장난감을 찾은 거 마냥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질적인 웃음을 짓고는 다 썩어 문드러진 이빨을 보이며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이 무언가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까?' 는 생각을 하다가 문뜩 내가 잡은 물고기들을 생각해냈다. '이 통을 집어던지고 시선을 분산시킨 뒤 재빨리 뒤로 달려서 이

무언가로부터 벗어나 숙소까지 전속력으로 달린다면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나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물고기가 가득 든 통을 집어던

질 때 그 무언가의 시선이 잠깐 동안 통에 고정되는 걸 느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무성한 수풀 사이를 뛰어 지금

당장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다리가 풀려버린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고 등 뒤에선 거친 물소리가 들리었다.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 졌고 이윽고 내 뒤까지 왔다. 말이 안나왔다. 분명 나는 소리치고 싶었는데 목이 무언가 막힌 것처럼 입을 아무리 뻥긋 거려도 그 어떠한

말도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눈을 잠시 감고 떴을 때 나는 이미 그 무언가에 의해 저수지로 끌려가고 있었다.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었

다. 몸이 저수지 물에 반쯤 잠겼을까 난 이제 죽었구나 생각했다. 그 순간 저 멀리서 어느 한 노인의 소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서 듣던 익숙

한 목소리, 퉁명스럽게 말을 하던 낚시가게의  할아버지였다.

그 노인은 재빨리 저수지로 내려와 내가 있던 곳까지 단숨에 도달했다. 그리고 무언가의 피가 묻은 막대기로 쉼없이 그것에게 내리치고 있었다

그것의 비명소리가 내 귀를 찢을만큼 날카롭게 들렸다. 점점 더 거세지는 노인의 몽둥이질과 함께 그것도 저항을 꽤 거세게 하였다. 물보라가

일고 주변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나를 어지럽게 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내 주변에는 그 노인을 포함한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 경찰도 있었다. 난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이게 대체...무슨.." 난 나지막히 속삭이며 말을 했다.

"젊은이, 내가 저녁에 이 저수지에 오지 말라고 했잖여.." 노인의 지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분명 저녁까지 있을 생각은 없었는데 낚시에 정신이 팔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어둑어둑했던 기억밖에...

"이곳은..물귀신이 사는 곳인디.. 저번달에 이곳에서 사람 하나가 빠져 죽어버렸제. 모자를 눌러쓴 젊은 남자였제 아마? 그러니 이 마을 사람들

은 해가지면 절대 이곳 저수지에 오질 않는겨." 노인은 힘없이 거친 숨을 내쉬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해마다 여러 낚시꾼들이 찾아오는디. 그 이유가 먼지 궁금헌가? 여기 사는 물고기는 그 크기가 다른 곳의 물

고기보다 월등히 크다는겨.  사람 시체를 먹었기 때문이제. 가끔 물귀신에게 잡히는 경우엔 시체는 물에 뜨지 않고 바닥 수풀에 엉켜있는 경우가

있제. 그런 경우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겨.." 라고 말을 하며 노인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나는 어제 봤던 그 커다란 물고기들을 생각했다. 그 큰 물고기들이 그렇게 몰려 있던 건 혹시 그곳에 사람 시체가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나를 유

혹한 것일까? 그리고 아까 내 옆으로 다가왔던 그 모자를 눌러쓴 젊은 남자... 물귀신.. 난 온몸이 떨리고 가파른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남자..제가 봤습니다.. 모자를 눌러쓴 젊은 남자..그 남자를 봤어요. 말을 걸며 저를 명당이라는 곳으로 안내했어요...커다란 물고기가 있던

그곳으로.." 노인은 내 말을 듣고 눈을 질끈 감으며 말을 이어 갔다.

"물귀신이 다녀간거제.. 아직까지 그 젊은이 시체는 찾지 못했고먼.. 저수지 근처에서 그 남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모자와 신발만 발견되었제..아

무튼 젊은이는 살아있으니 다행이여. 어서 치료를 받으러 가자고."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등이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에도 피가 흥건했다. 나중에 그 마을의 노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러 찾아갔을 때 이

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물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고 했다. 말려도 봤는데 도저히 말을 듣질 않아 닭의 피를 묻힌 몽둥이로 내 등을

사정없이 내리쳤다고 말했다. 그리고 발에 난 구멍은 갈대밭을 달리다가 난 상처였다. 분명 난 그 물귀신이 알려준 명당에서 낚시를 했던 그순간

까지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자다가 식은땀이 흐른다. 물귀신..난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그 사건 이후로 귀신을 믿게 되었다. 아직도 그날의 기

억은 내 뇌리속에 남아 날 영원히 괴롭힐 것이다. 샛 노란 눈동자와 칠흑같이 어두운 머리카락..그리고 긴 손톱과 발톱, 창백한 피부 아직도 그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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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글을 쓰는 취미는 없었는데 여자친구의 권유로 한번 글을 써봤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다 보니 어색한 부분이 많을 수 있습니다.

재밌게 봐주셨다면 댓글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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