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5/11/09 14:24:52
Name 배추나비
Subject [일반] [웹소설] 그날의 기억2
안녕하세요.

배추나비입니다.

어제 올린 글에 이어서 그날의 기억2 올립니다.

이따가 추후 시리즈 계속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날의 기억2

서둘러 숙소로 돌아온 나는 아내가 말을 꺼내기 전에 내가 보았던 것들을 이것저것 먼저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아내는 별일이 없었구나 싶었는지 소파에 드러누워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난 부엌으로 가서 아이들이 먹고 남긴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식사를 하면서 아까 보았던 커다란 물고기들이 자꾸 생각났다.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나는 방과 후 아이들과 개천에 놀러가 작은 물고기를 잡는 게 하루 일과였다. 작은 피라미부터 미꾸라지, 모래무

지, 납자루, 붕어, 새끼 잉어 등 개천에서 잡을 수 있는 건 죄다 잡아보았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잠깐 떠오르며 그 끝은 아까 보았던 커다란 물

고기를 한번 잡고 싶다는 생각에 멈춰섰다. 인터넷으로 주변을 검색해보니 차로 10분 거리 내 작은 읍내가 나오는 걸 확인했다. 낚시 가게도 근

처에 검색이 되었다. 나는 점심을 서둘러 먹고 뒷정리를 한 채 아내에게 잠깐 아이들에게 사줄 과자를 사러 간다는 핑계로 차를 끌고 읍내로 출

발하였다.

어느 시골마을의 읍내와 마찬가지로 이 곳은 참 조용했다. 돌아다니는 차도 적었다. 읍내 중앙에 작은 파출소가 있었고 그 옆으로 식당들이 조금

늘어섰으며 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작은 구멍가게 그리고 그 옆은 다 쓰러져 가는 허름한 낚시 가게가 있었다. 난 조심스럽게 가게 문

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나지막히 인사를 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대낮에도 어두컴컴한 조명에 먼지가 가득 쌓인 낚시용품이 나를 반겼다. 주인장은 나이가 지긋이

든 할아버지였는데 나를 힐끗 보더니 다시 보던 TV로 고개를 돌리었다. 난 개의치않고 작은 낚시대와 낚시바늘 그리고 지렁이 한통을 사서 계

산 카운터에 올려 놓았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4만 8천원이라고 내뱉었다. 보나마나 여긴 카드 계산이 안될 거 같아 현찰을

꺼내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주인장이 조용히 말을 걸었다.


"요 앞 저수지에 낚시하러 가는겨?"

"아 예.. 거기 큰 물고기들이 많더라구요. 가서 한마리 낚으려고 합니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밤 늦게는 가지 말어." 라고 하고는 다시 고개를 휙 돌리어 TV를 보았다.

"예? 그게 무슨.."

주인장은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살짝 찜찜한 구석이 있긴 했는데 별 생각은 안하기로 했다. 애초에 밤 늦게 돌아다닐 생각도 없을 뿐더러

그 시간에 돌아다니면 위험하지 않은 곳이 있기나 할까...인사를 하고 나와 옆 구멍가게에서 아이들에게 줄 간식거리를 사고 숙소로 얼른 돌아갔다.



숙소에 도착한 후 나는 들뜬 마음에 아이들 간식을 얼른 아내에게 건네 주고 숙소 밖에서 낚시대를 손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건물 밖으로 나와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아빠 그게 모야?" 첫째 딸이 물었다.

"응 이건 낚시대라는 거야. 물고기 잡는데 쓰는거야."

"물꼬기? 나두, 나두 갈래 아빠." 첫째 딸이 호기심을 보이니 둘째 아들도 덩달아 나를 따라 간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 듣고 있던 아내가 쫒아나와 당신 뭐하는 거냐며 내 등짝에 스매싱을 날렸다. 그렇게 아내의 허락을 받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고,

아내와 아이들을 숙소에 두고 나 혼자 저수지로 향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돌아오리란 약속을 하고 파란색 작은 물통을 들고 설레는 발걸음을

이었다.

--------------------------------------------------------------------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5387 [일반] 폴란드 여행기 6일차 - 브로츠와프 (data & scroll 주의) [3] 강력세제 희드라355 25/11/09 355 0
105386 [일반] [웹소설] 그날의 기억4 (완) 배추나비378 25/11/09 378 0
105385 [일반] [웹소설] 그날의 기억3 배추나비385 25/11/09 385 0
105384 [일반] [웹소설] 그날의 기억2 배추나비455 25/11/09 455 0
105383 [일반] 어쩌면 불행의 시작은 늘어난 수명이 아닐까... [23] I.A.L2469 25/11/09 2469 4
105382 [일반] 금수저 멘헤라 해적, 스티드 보넷에 대해 알아보자 식별990 25/11/09 990 3
105381 [일반] 안전신문고 서비스 재개 : 중단 기간 중의 신고건은 11월 11일(화)까지 접수 가능 [7] Tigris1934 25/11/09 1934 4
105380 [일반] 요즘 ai와 로봇 기술을 보면... [9] Exy2756 25/11/09 2756 1
105379 [일반] [웹소설] 그날의 기억1 [2] 배추나비1846 25/11/09 1846 1
105378 [일반] [팝송] 레이니 새 앨범 "Soft" [1] 김치찌개1138 25/11/09 1138 0
105377 [일반] <부고니아> - 이상한데, 이상한가 싶은. (풀스포) [2] aDayInTheLife1867 25/11/08 1867 1
105376 [일반] 외국인 범죄율은 증가했는가? [24] 계층방정3127 25/11/08 3127 14
105375 [일반] 개인 파산에 대하여 [119] 사부작7235 25/11/08 7235 54
105374 [정치] 실체가 전혀 없어보이는 세관 마약의혹 [78] 아서스9756 25/11/08 9756 0
105373 [일반] 유머게시판 글 보고 써보는 뻘글.... [23] 퇴직하고싶다5861 25/11/08 5861 0
105372 [일반] 컴퓨터 책상 구매 후기(209애비뉴 제로데스크에보) [11] 보리밥6323 25/11/07 6323 1
105371 [정치] 한동훈 "이재명 정권, 재판 재개되면 계엄령 선포할 수도" [228] 마라떡보끼15576 25/11/07 15576 0
105370 [정치] 한국갤럽 경주 APEC 정상회의 우리 국익에 도움됐다 74%, 도움되지 않았다 13% [99] 전기쥐10431 25/11/07 10431 0
105369 [정치] 어제 정청래 대표가 민주노총을 방문해서 '정년연장'에 대한 언급을 했군요. [101] petrus9271 25/11/07 9271 0
105368 [일반] 이번에는 무슨 이유로 곡괭이를 들까? [10] 닉언급금지5320 25/11/07 5320 2
105367 [일반] 트럼프 관세의 향방은? (대법원 구두변론) [29] FIJI4929 25/11/07 4929 2
105366 [일반] 건알못이 본 '섬광의 하사웨이' 리뷰(스포 주의) [23] mayuri2313 25/11/07 2313 1
105365 [정치] 보수진영은 문재인을 이명박 보다 높게 평가하나요? [113] 유동닉으로6886 25/11/06 688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