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배명훈 작가를 좋아합니다. 맨 처음 접한 건, <타워>나 <총통각하> 같은 풍자형 SF였지만 그 외에 <청혼>, 이나 <신의 궤도> 같은 낭만 짙은 SF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배명훈 작가는 제가 신간을 꾸준히 찾아보는 몇 안되는 작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미래과거시제>는 <수요곡선의 수호자>,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미래과거시제>, <접히는 신들>, <인류의 대변자>, <임시 조종사> <홈, 어웨이>, <절반의 존재>, <알람이 울리면>이라는 9편의 단편이 묶인 소설입니다. 이 중에서 <수요곡선의 수호자> 같은 경우는 예전에 수록되었던 <놀이터는 24시>에서 읽어봤고, 나머지는 처음 읽어봤네요.
일단, 일반론적인 얘기를 하자면, 배명훈 작가의 SF에서 돋보이는 건, 묘한 낭만성이라고 생각해요. 때때로는 소재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때때로는 정서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배명훈 작가의 이야기는 낭만성, 로맨틱함이 드러나는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어찌보면, 사회과학 전공이라는 작가의 특징이 (여타 이과 출신 다른 SF 작가와 다르게) 드러나는 측면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동시에, 완전히 새롭다기보단, 재조합과 본인 스타일의 변형이 돋보이는 작가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번 책에서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작품인 <알람이 울리면>의 경우, 예전에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에서 본 소재의 느낌이 좀 나기도 하고,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도 언어 SF라는 측면에서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기도 하구요.
동시에 약간의 코미디와 개그도 여전합니다. 단편의 가벼움이 돋보이는 <홈, 어웨이>나, 풍자적 개그가 가장 두드러지는 <인류의 대변자> 같은 개구장이 같은 단편도 있고요. 그렇게 배명훈 작가는 뭔가 모르게 '귀여운 SF'를 쓰는 작가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