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10/14 18:13:17
Name 라울리스타
Subject [일반] [예능] 흑백요리사 감상문(스포 있음) (수정됨)

시작 : 대중들의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기획


자주 가본 것은 아니지만흔히 유명한 쉐프들의 파인 다이닝이라 불리는 고가의 식당을 다녀오고 나면 아래와 같은 근본적인 의문과 생각의 흐름에 잠기고는 합니다.

 


과연 내가 순수하게 의 관점에서 지불한 가격대 만큼의 가치를 느꼈나물론 좋은 위치와 분위기서비스는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감안하면 납득이 되는 가격일 수 있다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부대 비용이 가격에 포함된다는 것은 결국 오롯이 으로는 비싼 가격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반증 하는 것은 아닐까나의 미각이 너무 싸구려 입맛이라 나만 가치를 못 느끼는 걸까유명한 쉐프들의 식당은 이제 유명한 걸로 유명해진’ 수준이 된 것은 아닐까만약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나와 비슷하다면 결국 파인 다이닝 이라는 것은 난해한 현대미술이나 기괴한 하이엔드 패션쇼처럼 그들 만의 리그가 된 것은 아닐까그렇다면 과연 현대미술도하이엔드 패션쇼도 제대로 못 즐기는 내가 유독 파인 다이닝에 비싼 돈을 쓰는 것은 합리적인 소비인가?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더라도 막상 주변에 생각을 공유하기가 힘듭니다일반 서민들에게 파인 다이닝이란 대부분 축하할만한 일이 있을 때 어쩌다가 한 번 가는 곳입니다좋은 날 같이 간 일행에게 저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자칫 좋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또한 섣불리 그돈씨를 말하기에는 맛알못으로 반격 당하기 딱 좋습니다이쯤 되면 정말 누가 한 번 속 시원하게 긁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이런 가려움을 긁어줄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이고 명확한 해결책이 있습니다바로 블라인드 테스트’ 입니다이처럼 흑백요리사는 누구나 한 번 즈음은 겪을 법할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주며런칭부터 화제 몰이에 성공합니다.


 

애피타이저 : 완벽한 심사위원 선정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맛으로만 요리를 심사하는 것은 완벽한 컨셉입니다이후 그 다음의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럼 대체 누가 심사를 할 건데?’

 


다른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보다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에게 요구되는 더 중요한 덕목은 균형’ 입니다흑과 백 모두의 관점에서 균형 잡힌 심사가 가능해야 대중은 심사 결과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대중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음식이 우승하는 것을 원치 않지만그렇다고 누구나 다 아는 예측 가능한 맛의 음식이 우승하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백종원과 안성재는 서로가 서로의 완벽한 대척점 입니다대중적인 중저가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회사 대표와 미쉐린 3스타 쉐프는 완벽한 흑과 백을 상징합니다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성장 과정은 현재의 위상과 정반대입니다흑 심사위원은 금수저 집안 배경과 젊은 나이부터 사업 성공으로 인한 부를 활용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산해진미를 맛보며 마치 요리계의 백과사전과 같은 지식을 쌓은 사람입니다백 심사위원은 가난한 이민자의 2세로 타국에서 오롯이 자기 실력만으로 쉐프의 정점에 오른 사람입니다.



이렇게 대조적인 두 사람의 조합은 심사의 균형을 제공합니다세계의 겪어보지 못한 맛과 재료조리법이 없을 것 같은 백종원은 셰프들의 창의성과 재료 활용도 측면에서변태적으로 완벽한 테크닉(최현석의 표현을 빌리자면)과 섬세함을 갖추고 있는 안성재는 완성도와 쉐프의 예술성 측면에서 가장 완벽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심사위원들이었습니다.

 


초반부 : 존중과 스포츠맨쉽



처음엔 흑 수저들이 본명이 아닌 닉네임을 달고 나온 것을 보고그들의 커리어를 낮게 봤습니다. ‘고기깡패란 닉네임과 먹방을 잘 할 것 같은 겉모습을 보고 동명의 유튜브 채널에서 고기를 맛있게 구워서 먹방까지 마무리하는 유튜버 정도로 했습니다아무리 프로그램의 흥미 때문이라도백 수저들과 저런 사람들이 대결하는 건 너무 백 수저들에게 굴욕적인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흑 수저들 대부분 쟁쟁한 커리어에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는’ 라이징 스타쉐프들이었습니다흑 수저에 따라서는 현재는 조리사보다는 관리자’, ‘경영자’, ‘개발자’, ‘예술가의 역할을 더 많이 하는 중인 백수저들에게 순수 조리 실력으로 언더독’ 취급을 당하는 것을 못 받아들인다 해도 저는 납득할 것 같습니다일반인으로 치환하면 회사에서 한창 실무에서 구르고 있는 대리가 코딩이나 엑셀 같은 실무로 상무님과 대결을 한다 하면 해볼 만하다’ 생각 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폴리맛피아철가방요리사고기깡패가 파브리여경래에드워드 리 등에게 보여준 동종 업계 선배에 대한 존중과 예우그러면서도 물러섬 없이 당당하게 요리로 승부를 거는 모습이 초반부 흥미 포인트였습니다.



여기에는 백 수저들의 품격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고려시대 무신정변 직전 오병수박희에 참가하다 망신만 당한 대장군 이소응처럼이미 이루어 놓은 것들이 많은 백 수저 대부분의 입장에선 행여나 안 좋은 모양새로 패하기라도 한다면 업장에 타격이 갔으면 갔지득이 될 게 많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프로그램이 대부분 호평으로 마무리 되어 망정이지만약 어그로만 잔뜩 끌다가 흐지부지 끝났으면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흥행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참가한 백 수저들의 타격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입니다이런 와중에도 젊은 후배들에게 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그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참가한 여경래심사위원일때 보다는 도전자일때가 더 재밌다는 최현석미국의 유명 쉐프가 아닌 한국인 이균으로 참가했다는 에드워드 리 등 백 수저들이 자신의 에고를 내려놓고 요리사 대 요리사로 진중하게 대결에 임하는 백 수저들의 품격도 보기 좋았습니다.

 


중반부 : 지니어스화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하지만 아쉬움

 


초반부는 고수들의 진검승부가 하드 캐리를 했지만어쨌거나 흑백요리사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입니다예전 서바이벌 프로그램부터 참가자가 줄어들수록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필연적으로 스토리의 볼륨이 줄어들기 때문에 캐릭터와 서사를 쥐어 짜낼 수밖에 없는 포맷의 한계가 있습니다따라서 제작진은 중반부터 팀전이라는 변화구를 주기 시작합니다갑자기 팀전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개인적으로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치킨 시켜놓고 임진록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헌터 3:3 랜덤 팀플레이를 하고 있는 듯한 맥빠짐을 느꼈습니다.

 


물론 제작진의 기대는 어느정도 성공하였습니다최강록-선경 롱게스트나폴리맛피아-요리하는 돌아이의 갈등은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높입니다그 동안 무림고수 같은 느낌으로 존재감이 미비했던 에드워드 리는 생존 본능으로부터 잊어버렸던 한국어가 갑자기 유창하게 나오며 ,..코기’, ‘벌써 싸워’ 등 명대사를 남깁니다팀전이 시작되자 예능 방송 경험이 많은 최현석이 확실하게 프로그램 전체를 휘어잡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잃는 점도 확실했습니다헌터 3:3은 임진록에서 마린-메딕저글링-러커간의 화려한 컨트롤 대결후반부에 드랍쉽-베슬 대 디파일러-울트라 등 고급 유닛이 총동원되는 진검승부를 보고 싶었던 시청자들에게는저글링/질럿/마린메딕만 주구장창 왔다 갔다 다니다가 제 아무리 임요환이라도 자리운이 좋지 않으면 다굴맞고 그냥 끝나버리는 허무한 상황이 종종 연출됩니다가장 대표적인 예로 국가공인 일식 명장 안유성은 1라운드를 통과했음에도 대회 내내 고급 생선으로 초밥 한 번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짐을 싸게 됩니다손이 빠르다는 이유로 서포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영숙과 급식대가에게는 팀전에서 특별한 것을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줄 수 없는 환경적 제약이 형성 됩니다두 번째 팀전에서 심사위원 총 예산이 2천 만원이라는 정보만 듣고 고가 정책을 채택한 최현석의 영리한 전략은 칭찬할만 하지만심사위원 1인에게 다 쓰지도 못할 과도한 금액 부여라는 시스템적 허점으로 인해 느끼함 잡아주는 음료수를 5만원에 팔았으면 1등하는 구조라는 비판에서는 자유롭기 힘듭니다.



이러한 불합리를 극복하려는 제작진의 시도가 첫 번째 팀전이 끝난 후 패자부활전과 두 번째 팀전의 방출 시스템이었다고 생각합니다특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방출 시스템으로 인해 제작진이 기대한 긍정적인’ 효과로는 서포트만 하느라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든 쉐프들이 필살 메뉴를 내놓을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 제공이었을 것입니다하지만 여기서도 제작진이 놓친 허점이 있으니새벽 시간대의 재료 수급의 변수입니다특히 지정된 동네 마트에서만 구입할 것 등의 제약이 없는 상황에서 수도권 연고의 쉐프들은 개인 거래처를 통해 질 좋은 비싼 재료를 싼 가격으로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었던 반면호남에 연고지가 있는 안유성은특히 신선한 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일식 해산물 쉐프로서 회전율이 낮은 텐동을 해야 하는 극도로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예능성과 경쟁의 공정성의 균형에 대한 문제는 흑백요리사(시즌 2를 한다면뿐만 아니라 모든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숙제인 것 같습니다.



마무리 : 에드워드 리의 원맨쇼

 


초반부 문신으로 편견을 가지고 바라봤지만요리에 대한 진실성과 매 라운드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나폴리맛피아는(오히려 맛피아의 도발적인 언행은 선을 넘지않는 자신감이 엿보여 개인적으로 보기 좋았습니다분명히 우승자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로 귀결되어 더욱 여운을 남긴 삼국지 후반부 제갈량처럼프로그램의 후반부를 하드 캐리한 주인공은 단연 에드워드 리입니다팀전에서 팔로워리더로서의 상반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예열을 마친 에드워드 리는 가장 요리대회 다웠던’ 라운드인 무한 요리 지옥에서 완벽한 원맨쇼를 보여줍니다모두가 생존을 위해 부랴부랴 싱글 앨범을 준비하는 와중에 에드워드 리 혼자서 기승전결 스토리가 살아있는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격이 다른 차력쇼를 보여줍니다.

 


모두가 장시간 비행과 준비시간 부족언어 핸디캡 등 에드워드 리의 불리함을 이야기합니다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얻을 것도잃을 것도 없는 배경스테이크 전문가 에드워드 리가 아닌 한국인 이균의 정체성으로 참가했다는 에드워드의 마인드셋은 오히려 역으로 승부에 대한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 더욱 창조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흑 수저만 본명을 밝히는 결승전에서 백 수저 에드워드 리가 한국 본명 이균을 밝히고 이균이 평소 먹고 남은 떡볶이로부터 받았던 영감에서 탄생한 디저트로 대회를 마무리 하는 것은 저 같은 요알못도 비로소 요리라는 것이 서사를 가진 예술가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좀 더 여유 있는 환경에서 자신의 필살기를 내놓아 요리의 본질적인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질래야 질 수가 없었던 권성준(나폴리맛피아)의 우승도지나치게 감성적으로 흘러갈 수 있었던 요리 대회의 결승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완벽한 결말이라 생각합니다.

 





중반부 대회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전체적으로 보면 개인적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재미를 잊고 살았던 저에게 오랜만에 보는 내내 기대감을 가지게 해준 웰메이드’ 예능이라고 생각합니다또한 IMF시절 스타크래프트가 그랬듯이끝없이 침체되고 있던 내수 자영업/요식업계에도 활력을 불어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10/14 18:38
수정 아이콘
제 경우 블라인드 테스트를 제외한 1 대 1 요리 대결은 하나 같이 재미가 없었습니다. 최종전에서도 그런 느낌이었어서 왜 팀전이 많았는지 절로 이해가 가더라고요.
24/10/14 18:43
수정 아이콘
심사위원 부분에서 "흑 심사위원"이 백종원 대표이고 "백 심사위원"이 안성재 셰프라면, 백 심사위원, 즉 안셰프가 '낯선 타국에서 가난한 이민 2세로 태어났다'고 쓰신 부분은 오류인듯. 안셰프는 한국에서 태어나 12살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다시 돌아온 사람이죠. 미국태생은 에드워드 리 셰프.
라울리스타
24/10/14 18:46
수정 아이콘
오류 확인 감사드립니다!
해당 사실에 오해가 없도록 정정하였습니다.
액티비아
24/10/14 18:51
수정 아이콘
엄청 재밌게 봤는데 맛을 못보니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감탄사는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그동안 쌓인 서바이벌 역량이 다 했다고 봐요. 캐릭터 만들기, 개인 서사, 편집점 등등이요.
도롱롱롱롱롱이
24/10/14 18:55
수정 아이콘
요즘 서바이벌 프로의 트랜드는 총 편수의 최대 절반까지 초반 선발에 배정하고, 중간 단계를 최소화 한 뒤 (팍팍 쳐내기), 최종화 1,2 화 정도 배정하는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차근차근 서사가 없어져서 아쉽지만, 요즘 그렇게 만들면 아무도 안보는 프로그램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상향
24/10/14 19:15
수정 아이콘
확실히 방송 베테랑인 백종원과 최현석의 활약이 재미를 북돋웠던 것 같습니다.
백종원씨가 블라인트 심사 중 계속 맛을 표현하며 비는 오디오를 채우던 장면, 최현석 쉐프의 팀전 전략과 요리 재료 선점 장면을 보면서 역시 방송 베테랑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또한, 둘 모두 안성재 쉐프와의 대립적이면서도 갈등 아닌 갈등이 긴장감을 불어넣어줬죠.
코코볼
24/10/15 09:12
수정 아이콘
최현석 아니었으면, 중반은 진짜 보기 힘들었을겁니다. 거의 원맨캐리라고 봐도 무방..
피노시
24/10/14 20:30
수정 아이콘
팀전이던 개인전이던 한쪽만 하면 재미없었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건 쉐프들을 쥐어짜내서 맛있는 요리들을 만들어 내게 하는게 재미의 포인트였던거 같아요
모링가
24/10/14 20:44
수정 아이콘
중반 팀전에서 불호가 생겼는데 이균 하드캐리로 잘 마무리했다 봅니다
24/10/14 20:49
수정 아이콘
전 최대 수혜자는 안성재 같네요 크크
참가자 중에는 에드워드 리, 요리하는 돌아이 정도?
호랑이기운
24/10/14 20:57
수정 아이콘
늦었으
24/10/15 10:20
수정 아이콘
맛피아의 도발이 일부 시청자들에게 으읭? 했던 건 그 전까지의 톤앤매너에서 갑자기 그 부분만 튀어 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경래 셰프에 대한 철가방 요리사의 큰절이 이 프로그램이 다른 서바이벌과 다른 차별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느꼈고, 그래서 좋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리스펙의 톤앤매너가 이 프로그램의 호감도를 높였습니다. 출연자들끼리의 잡담도 상대에 대한 감탄이 대부분이었고, 심사위원인 안성재 쉐프가 통과자들에게 요리사로서 축하음식을 대접하는 장면도 요리사들 상호 간의 존경과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공유하는 느낌이었죠. 

이전까지 보아왔던 나폴리맛피아의 캐릭터와도 이질적이었습니다. 팀전에서 방출자에게 유일하게 응원문구를 적었던 모습, 요돌의 재촉에도 짜증 한 번 안 내던 모습, 이영숙 쉐프와 급식대가 두 분의 팀전 탈락에 눈물을 보이던 모습 등등에서 느껴지던 나폴리맛피아의 캐릭터하고 너무 확 다른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보면서 좀 당황스러운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해명문을 보니까 이해가 가더라고요. 프로그램 내에서 해명문 내용으로 아예 인터뷰를 따서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방출 미션은 아쉬웠지만 두부지옥으로 충분히 만회했다고 생각하고 정말 오랜만에 너무 재밌게 본 예능이었습니다. 
cruithne
24/10/15 13:36
수정 아이콘
2연속 팀전은 사람 쳐내야 하고 예능이기도 하니 그럴 수 있다 싶어서, 시즌2에서는 방출팀 어드벤티지가 부족했던 점이나, 결승이 싱겁게 끝나버린 점 정도만 고쳐줬으면 싶습니다.
24/10/16 11:11
수정 아이콘
느낀 점은 딱 3가지 입니다.

1. 백종원님에 대한 이해 증가
- 물론 저도 한식대첩 시즌2 심사위원을 역임할 때부터 그 뒤의 행보는 다 알고 있습니다. 지식 많고 요리사 그 자체로서도 꽤 괜찮은(프로레벨에서) 요리사라는 점도 이미 알고 있었구요. 그렇지만,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이라고 할 때는 조금 손색이 있을수도 있겠다고 잠시나마 의심했었는데 역시나 제가 요알못이였다는걸 제대로 보여줬어요. 이 사람은 사업가로서 성공했지만, 날고 긴다는 쉐프들의 요리에 대한 심사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실력가라는걸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2. 리더십의 교과서를 보여준 팀전, 그리고 최현석
- 룰이나 진행방식에 대해서 여러 갑론을박들이 있죠.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본문의 글쓴이님께서 잘 써주셨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역시나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은 있었고 저에게는 그분이 바로 최현석 쉐프님 이였습니다. 실력/리더십/책임감 뭐 하나 거를 타선이 없었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프로 마인드가 굉장한 분이라는점에서 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3. 진정한 주인공은 에드워드 리
-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지면 떨어지는 무한 요리지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의 요리 플랜을 세우고 내놓는데 심지어 30분만에 조리해내는 사람.. 기본기, 실력 두말할 필요없고 본인의 인생동안 고민했던 부분들에 대한 답을 요리와 말로 풀어내는 능력도 그렇구요.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대단했다고 생각한 건 분명히 영어가 한국어보다 훨~~~씬 편한 사람이 시리즈 내내 얘기한것을 지키는 마냥, 주요한 대화와 스피치는 모두 더듬거리더라도 한국어로 말하고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이 사람, 진짜 진심이였고 멋진 사람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네요.


늘 시즌1만한 시즌2가 없다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시즌2 나오면 무조건 본방사수 할 겁니다. 약 4주동안 정말 즐거웠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481 [일반] 한강 작가의 수상소감 발표 [35] 유료도로당11770 24/10/17 11770 57
102480 [일반] 지금이 인적 서비스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시대가 아닐까요? [22] 럭키비키잖앙8633 24/10/17 8633 4
102478 [일반] 항상 건강 관리 잘 하세요 여러분 [210] 모래반지빵야빵야10080 24/10/17 10080 198
102477 [일반] 공립 고교가 사라지고 있는 일본 고교 야구 (feat. 고시엔의 존폐) [15] 간옹손건미축5451 24/10/17 5451 51
102476 [일반] [2024여름] 일본 시마네현 아다치 미술관 [16] Karolin4993 24/10/17 4993 6
102472 [일반] [2024여름]여름 막바지 대만 여행 [3] Nothing Phone(1)3762 24/10/16 3762 3
102470 [일반] <조커2 : 폴리 아 되>에 관한 옹호론 (1,2편 스포有) [155] 오곡쿠키5968 24/10/16 5968 7
102469 [일반] [2024여름] Fourteen years ago and now [5] 제랄드2260 24/10/16 2260 8
102468 [일반] 2024년 노벨경제학상 - 국가간의 번영 격차에 대한 연구 [30] 대장군8286 24/10/15 8286 2
102466 [일반] 카리스마와 관료제 그리고 그 미래 [14] 번개맞은씨앗4875 24/10/15 4875 0
102465 [일반] [2024여름] 아기의 터 파는 자세 / 덤 사진 (움짤 용량 주의) [23] 소이밀크러버5110 24/10/15 5110 23
102464 [일반] [2024여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해봅니다. [6] 뿌루빵3290 24/10/15 3290 10
102463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1. 등불반짝거릴 형(熒)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2059 24/10/15 2059 3
102462 [일반] PGR21 2024 여름 계절사진전을 개최합니다 及時雨2077 24/09/21 2077 0
102461 [일반] [역사]빔 프로젝터는 왜 TV보다 비쌀까? | 프로젝터의 역사 [8] Fig.14833 24/10/14 4833 7
102460 [일반] 가을 테마 음원이 오늘 발매되었는데... 지금이 가을 맞을까요?-_-;; [2] dhkzkfkskdl3097 24/10/14 3097 0
102459 [일반] [예능] 흑백요리사 감상문(스포 있음) [14] 라울리스타5168 24/10/14 5168 24
102458 [일반] 병무청 설립이래 최초 "자발적 대리입대" 적발 [43] 계피말고시나몬8115 24/10/14 8115 1
102457 [일반]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 드라마 미쳤네요!!! [44] Anti-MAGE8344 24/10/14 8344 3
102456 [일반] [서평]《왜 내 사랑은 이렇게 힘들까》- 모든 애착이 다 가치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다 안정 애착을 누릴 수 있다 [2] 계층방정2756 24/10/14 2756 4
102455 [일반] 전성기 이주일 선생님의 위상을 나름 느낄 수 있는 사진 [42] petrus10019 24/10/13 10019 4
102454 [일반] 요즘 본 영화 [8] 그때가언제라도8623 24/10/12 8623 2
102453 [일반] 『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18] meson8339 24/10/12 8339 3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