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9/24 20:18:53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runch.co.kr/@wgmagazine/78
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5. 돌 석(石)에서 파생된 한자들

자루를 묶은 모습에서 나온 한자들인 묶을 속(束), 동녘 동(東), 전대 탁(橐) 삼형제 중 束과 東은 형성자의 성부로 많이 쓰이지만, 마지막인 橐은 스스로 형성자의 성부가 되지 못하고 돌 석(石)의 소리를 빌려오는 변천 과정을 겪었다.

66f0942a9053e.png?imgSeq=35012

왼쪽부터 橐의 갑골문, 금문, 소전, 예서. 출처: 小學堂


橐의 갑골문은 오히려 束이나 東보다도 간결해서, 자루의 속이 비어 있다. 그러던 것이 금문에서는 묶은 자루를 몇 번이고 동여매는 복잡한 모양으로 바뀌었고, 소전에서는 자루가 이중으로 바뀌고 그 중 하나에는 소리를 나타내고자 石을 집어넣었다. 그것이 예서를 거쳐 지금의 모양이 되었으니, 束·東·橐 삼형제 중 가장 복잡한 형태가 되었다.

《설문해자》에서는 橐이 束·東과는 달리 이중 자루가 된 것을 설명하기 위해 묶을 혼(㯻)을 끌어왔다. 먼저 束에 뒷간 혼(圂)이 끼어들어가 이중 자루처럼 바뀌었고 이 㯻 중간에 있는 돼지 시(豕) 대신 石이 소리를 나타내기 위해 石이 들어가면서 橐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설문해자》에서는 묶을 혼이 부수가 되었고 橐이나 활집 고(櫜), 주머니 낭(囊)은 㯻에 石, 허물 구(咎), 도울 양(襄)이라는 서로 다른 성부들이 결합한 글자로 풀이했다. 그러나 갑골문과 금문을 보면 橐이 같은 모양을 공유하는 한자들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글자 같다.


갑골문과 금문에서 橐은 주머니, 지명으로 쓰였고, 또 橐에서 나중에 분화하는 좀 두(蠹)의 뜻을 가차해서 쓰이기도 했다.


橐에 들어가는 石은 갑골문에서부터 등장하는 오래된 한자다.

66f154a83f4e9.png?imgSeq=35058

石의 변천.


지금의 자형은 언덕 한(厂)과 입 구(口)가 합쳐진 꼴인데, 갑골문에서는 口가 들어가기도 들어가지 않기도 하다가 금문에서는 口가 반드시 들어가면서 厂과 구분된다. 이 口는 의미 없는 구별 기호 또는 장식으로 본다. 전국시대에는 장식용 가로획이 더해져서 모양이 더욱 복잡해지다가, 소전에서는 이런 장식들이 다 빠지고 다시 금문의 형태로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설문해자》에서는 口는 돌의 모양을 본뜬 것이고 厂은 돌이 언덕 아래에 있음을 표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갑골문에서는 厂만 있는 글자도 있기 때문에, 厂 그 자체로 돌의 모양을 본뜬 것이라고 본다. 또는 돌로 만든 악기 편경의 경쇠를 본뜬 것이라고도 하는데, 실제로 편경을 보면 걸어 놓은 경쇠의 모양이 저 갑골문과 흡사한 것을 볼 수 있다. 저 경쇠를 두들겨서 소리를 낸다.

66f1ccf60d1df.JPG?imgSeq=35071전시된 편경.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돌 석(石, 석유(石油), 금강석(金剛石) 등. 어문회 6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石+女(계집 녀)=妬(샘낼 투): 투기(妬忌), 질투(嫉妬) 등. 어문회 1급

石+又(또 우)=度(법도 도|헤아릴 탁): 탁지대신(度支大臣), 제도(制度) 등. 어문회 6급

石+巾(수건 건)=席(자리 석): 석순(席順), 좌석(座席) 등. 어문회 6급

石+火(불 화)=庶(여러 서): 서민(庶民), 적서(嫡庶) 등. 어문회 3급

石+手(손 수)=拓(넓힐 척): 척식(拓植), 개척(開拓) 등. 어문회 준3급

石+斤(도끼 근)=斫(쪼갤 작): 작도(斫刀), 장작(長斫) 등. 어문회 준특급

石+木(나무 목)=柘(메뽕나무 자): 자류석(柘榴石: 석류석), 상자(桑柘: 뽕나무와 메뽕나무) 등. 어문회 특급

石+(橐 - 石, 전대 탁)=橐(전대 탁): 탁약(橐籥: 파이프오르간), 낭탁(囊橐) 등.어문회 특급

石+桀(하왕이름 걸)=磔(찢을 책): 책형(磔刑), 일책수(一磔手) 등. 급수 외 한자

石+足(발 족)=跖(발바닥 척): 척구폐요(跖狗吠堯: 도척의 개가 요임금 보고 짖는다), 도척(盜跖) 등. 급수 외 한자

石+金(쇠 금)=鉐(놋쇠 석): 어문회 특급

石+頁(머리 혈)=碩(클 석): 석사(碩士), 숙석(宿碩) 등. 어문회 2급

石+鼠(쥐 서)=鼫(다람쥐 석): 석서(鼫鼠) 등. 어문회 특급

度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度+水(물 수)=渡(건널 도): 도하(渡河), 인도(引渡) 등. 어문회준3급

度+金(쇠 금)=鍍(도금할 도): 도금(鍍金), 전도(電鍍) 등. 어문회 1급

席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席+艸(풀 초)=蓆(클 석): 등석(藤蓆) 등. 어문회 준특급

庶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庶+艸(풀 초)=蔗(사탕수수 자): 자당(蔗糖), 감자(甘蔗: 사탕수수) 등. 어문회 1급

庶+足(발 족)=蹠(밟을 척): 대척(對蹠), 족척(足蹠) 등. 어문회 준특급

庶+辵(쉬엄쉬엄갈 착)=遮(가릴 차): 차단(遮斷), 무차(無遮) 등. 어문회 2급

庶+鳥(새 조)=鷓(자고 자): 자고(鷓鴣) 등. 급수 외 한자

橐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橐+䖵(벌레 곤)=蠹(좀 두): 두식(蠹蝕), 서두(書蠹: 책벌레) 등. 급수 외 한자

橐+馬(말 마)=驝(낙타 탁): 탁타(驝駝: 낙타) 등. 급수 외 한자

66f1de9fe49bb.png?imgSeq=35072

石에서 파생된 한자들.


다른 글자들은 石이 온전하게 들어가 있어 石에서 파생된 한자임을 쉽게 알 수 있지만, 石이 안 보이는 度, 席, 庶와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이 모두 石에서 소리를 가져온 형성자라는 것이 뜻밖이다. 이 글자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广+廿이 石의 변형이다.


石이 들어가는 한자는 매우 많지만, 대부분 돌과는 의미가 무관해 보인다. 그나마 石이 원래 의미에 직접 기여하는 한자로는 여러 서(庶)가 있는데, 본디는 돌로 된 그릇을 불로 가열해서 음식을 익힌다는 의미로 삶을 자(煮)의 원 글자다. 갑골문에서도 煮의 의미로 쓰였다.

66f1e8524596b.png?imgSeq=35076

왼쪽부터 庶의 갑골문, 금문, 전국시대 초나라 간백문자, 전국시대 진나라 석고문, 설문해자 소전. 출처: 小學堂


그러나 금문에서부터 '여러'라는 뜻으로 가차되어 쓰이고 있어서 돌이나 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되었다. 전국시대에서도 '여러'의 뜻으로 쓰였으나 '불에 굽다'의 뜻으로도 쓰여 원 뜻이 아직은 남아 있었음을 보여준다. 《설문해자》에서는 집 엄(广)과 빛 광의 이체자(炗)가 합해 집 아래에 여러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로 보았으나 갑골문을 접하지 못했기에 나온 착오다.


한편 자리 석(席)은 금문이나 현재는 수건 건(巾)이 뜻을 나타내고 石이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인데, 전국시대 초나라 간백문자에서는 巾 대신 대 죽(竹)이 뜻을 나타내는 형태로 쓰기도 했다. 설문해자의 고문은 石의 口에 仌처럼 생긴 장식이 들어가 있는데, 이 장식 역시 초나라 간백문자에서도 나타난다.

66f1e78389d91.png?imgSeq=35075

席의 변천. 출처: 小學堂


어떤 사람은 설문해자의 고문이 돗자리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라고 하는데, 필자의 생각에는 竹이 뜻을 나타내고 石이 소리를 나타내는 초나라 간백문자에서도 이런 변형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단순한 石의 변형인 것 같다.


대신 石에서 파생된 한자들 중에 많은 수가 '크다', '넓다', '넓히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의미로는 클 석(碩)에서 파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한자도 금문에서부터 발견되며, 《시경》에도 석서(碩鼠), 곧 큰 쥐가 밭을 털어먹는 것을 한탄하는 시인 〈석서〉편이 있다.

66f1e466c9297.png?imgSeq=35073

왼쪽부터 碩의 금문, 석고문, 전국시대 문자, 소전. 출처: 小學堂


碩은 금문에서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죽 石+頁의 형태를 유지했다. 금문에서는 사람의 이름으로 쓰였고, 《설문해자》에서는 머리가 큰 것을 묘사했다고 하며 이에서 크다는 뜻이 인신되었다.


'크다', '넓히다'라는 뜻이 자유자재로 인신되는 한 예로는 찢을 책(磔)을 들 수 있다. 이 한자를 쓰는 형벌인 책형(磔刑)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사람의 몸을 찢는 사형의 일종이고, 다른 하나는 죽은 죄수의 시체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일종의 명예형이다. 육종달은 《설문해자통론》에서 磔은 본디 제사를 지내기 위해 희생 제물의 배를 찢어 내장을 공개하는 것을 의미했고, 이에서 '찢다', '쪼개다'와 '열다'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계통의 뜻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사물을 넓히는 과정에서 찢어 쪼개는 작업이 들어가기도 하고, 사물을 넓히면 결국은 공개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石에서 파생된 글자들과 '크다, 넓히다'를 연관해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66f1f34a10e34.png?imgSeq=35077

石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요약

石은 돌, 혹은 돌로 만든 악기인 석경의 경쇠를 본뜬 상형문자다.

石에서 妬(샘낼 투)·度(법도 도|헤아릴 탁)·席(자리 석)·庶(여러 서)·拓(넓힐 척)·斫(쪼갤 작)·柘(메뽕나무 자)·橐(전대 탁)·磔(찢을 책)·跖(발바닥 척)·鉐(놋쇠 석)·碩(클 석)·鼫(다람쥐 석)이 파생되었고, 度에서 渡(건널 도)·鍍(도금할 도)가, 席에서 蓆(클 석)이, 庶에서 蔗(사탕수수 자)·蹠(밟을 척)·遮(가릴 차)·鷓(자고 자)가, 橐에서 蠹(좀 두)·驝(낙타 탁)이 파생되었다.

石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碩과 같이 '크다, 넓다, 넓히다'의 뜻을 지닌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9/24 23:43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저 뚜껑같은게 돌 자체를 의미하는 거였군요 크크크크 네모가 겉절이었다니
계층방정
24/09/26 05:2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는 언덕 밑에 있는 돌로 배웠던 것 같아요.
밀리어
24/09/25 05:48
수정 아이콘
돌석의 변천에 설문해자소전을 제외하면 '비읍'자가 다 들어가네요
계층방정
24/09/26 05:26
수정 아이콘
그 비읍자가 한자에서는 입 구(口)의 원형입니다. 그러고 보니 설문해자에서도 입 구는 비읍자로 쓰는데 돌 석에서는 비읍이 아닌 매끈한 모양으로 쓰는 게 특이하네요.
24/09/25 09:31
수정 아이콘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계층방정
24/09/26 05:25
수정 아이콘
항상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643 [일반] 위스키와 브랜디의 핏빛 역사 [2] 식별882 24/11/12 882 9
102642 [일반] 경고 없는 연속 삭제는 너무 한 거 아닌가요? [137] 지나가던S6394 24/11/12 6394 64
102641 [일반] 코리아보드게임즈 "완경기" 번역 논란 [180] 마르코6672 24/11/12 6672 21
102639 [정치] 페미 이슈 관련 운영진의 편향적인 태도 [103] 굿럭감사7826 24/11/12 7826 0
102638 [일반] 피지알 정치글에 대한 기준 [47] 방구차야2913 24/11/12 2913 14
102637 [일반] 동덕여대 공학전환 논란과 시위 , 총장 입장문 (수정) [123] 유머7060 24/11/12 7060 10
102636 [일반] 삼성전자가 53,000원까지 밀렸습니다.. [117] 뜨거운눈물7352 24/11/12 7352 2
102634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9. 얽힐 구/교(丩)에서 파생된 한자들 [3] 계층방정1005 24/11/12 1005 2
102632 [일반] 일본 어느 고등학교 스쿨밴드의 유튜브 커버 영상을 보고서… [10] 투투피치4748 24/11/12 4748 6
102631 [일반] 뉴욕타임스 10.27. 일자 기사 번역(쇼팽의 새로운 곡이 발견되다.) [9] 오후2시2944 24/11/11 2944 5
102630 [일반] fomo가 와서 그냥 써보는 이야기 [41] 푸끆이6365 24/11/11 6365 12
102629 [일반] 견훤의 삶을 알아보자 [10] 식별4255 24/11/11 4255 20
102628 [일반] 바둑 / 국제 메이저 세계대회 대회의 진행 사항을 정리해보았습니다. [30] 물맛이좋아요6452 24/11/11 6452 8
102627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3 [21] Poe4964 24/11/11 4964 58
102626 [일반] 과부하가 걸릴 것 같은 정도로, 많은 생각들. [18] aDayInTheLife5033 24/11/10 5033 5
102624 [일반] 금 은 비트코인 / 금은비/ 자산의 소유 [14] lexial6682 24/11/10 6682 3
102623 [일반] 미국 일반인들의 자산대비 주식투자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합니다 [46] 독서상품권10794 24/11/10 10794 3
102622 [일반] [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2] 김치찌개2492 24/11/10 2492 0
102621 [정치] 탁란과 연가시 그리고 간신 [8] singularian4326 24/11/10 4326 0
102620 [일반] <아노라> - 헛소동극, 그리고 그 뒤에 남은 것.(노스포) [4] aDayInTheLife2698 24/11/09 2698 4
102619 [정치] 세계화에 대한 일반론 [15] 번개맞은씨앗5884 24/11/09 5884 0
102618 [정치] 세계화와 장벽의 정치 [18] 슈테판5326 24/11/09 5326 0
102617 [일반] 우리나라가 대체 언제 중국 문화를 뺏어가려 했을까? [66] 럭키비키잖앙10187 24/11/08 10187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