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8/23 00:54:58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557506660
Subject [일반] 침잠과 부유.
요 며칠, 아예 더 긴 기간이라고 해도 무방할 시간 동안, 뭔가 모르게 굉장히 답답하고, 쳐지는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이유가 있는 침잠은 아니었고, 그렇기에 저도 뭐 때문에 이렇다는 정의가 힘든 그런 류의 감정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한 번은 해야겠다... 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 기분이 꽤 오래 지속되었습니다만, 이 글을 쓰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첫째로는, 이 모든 감정과 감각을 언어로 표현하기 참 어려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이 침잠하는 생각들이 저를 이상하게도 약간은 붕뜨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저는 비유하자면 바다의 한 가운데 있는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수평의 의미가 아니라, 수직의 의미로요. 가라앉는 생각들과 희미하게 보이는 햇빛이 있다면, 그렇다고 바닥에 닿기에는 거리가 먼, 살짝 띄워진 위치에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렇기에, '일상'과 '현실'이라는 단어는 저에게 꽤나 무거운 무게감을 지니는 동시에, 또 기묘한 안도감을 주기도 합니다. 한 끼를 어떻게든 꾸역꾸역 입에 집어 넣는 것, 출근을 위해 하루하루 씻고, 준비하고, 또 돌아와 다음날을 대비하는 건 저에게 굉장히 버거운 일이지만, 일종의 이정표 내지 휩쓸려 내려가지 않기 위한 하나의 얇은 기둥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정확하게는, 일상을 잠깐이라도 내버려두는 게 두렵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만요.)

다만, 이런 띄엄띄엄 설치된 몇 개의 얇고 약한 기둥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것들이 휩쓸려 내려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긴 합니다. 노래를 듣는 것, 영화를 보는 것, 책을 읽는 것, 새로운 걸 배우거나, 관심 있는 걸 해보는 것 등등. 이런 것들을 행하는 건 좀 힘겹습니다. 어쩌면, 제가 이 글을 쓰는 게 참 오래 걸린 이유도 거기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특히나, 제가 제 글쓰기 실력에 비해 이런 활동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이요.

사람은 언제나 모순적이라지만, 지금의 저는 굉장히 독특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분명, 지금 일상을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 일상이 아니었다면 어땠을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시간이 조금만 더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일상이 저를 그나마 현실에 발 붙이게 하는 것 같거든요. 침잠과 부유의 중간 쯤에서 완전히 가라앉지도, 완전히 뜨지도 않는 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덴드로븀
24/08/23 09:46
수정 아이콘
침잠 沈潛 - 물속에 깊숙이 가라앉아서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는 것.
부유 浮遊 - 물이나 공중을 떠다니는 일.

침잠과 부유 사이...그것은 낚시 찌?
아마도 큰 녀석을 물 준비 중인것 같습니다? (아님)

일단 날이 너무 더워서 뭔가를 열심히 하기도 힘들긴 하죠. 흐흐

그런 의미에서 [사랑의 하츄핑] 리뷰 써주세요.
aDayInTheLife
24/08/23 09:56
수정 아이콘
예???
[나도 좀 살자]를 인용하며 턴을 마칩니다.
덴드로븀
24/08/23 10:05
수정 아이콘
http://www.cgv.co.kr/culture-event/event/detailViewUnited.aspx?seq=41641&menu=001
[CGV 컬쳐위크 7천원으로 하츄핑 가능] 을 링크하며 턴을 마칩니다.
로메인시저
24/08/23 10:20
수정 아이콘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며 변화를 겪다가, 일종의 평형상태를 찾았다. 뇌신경망이 생성하는 엔트로피가 국소 최대값에 도달했다. 왼쪽으로 굴러갈지, 오른쪽으로 굴러갈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했다.
변화를 겪는 사람들은 누구나 거쳐가는 특별하지만 평범한 경험이다.

그 오묘한 감정을 충분히 맛보며 즐기십시오. 당신은 잘 조리되고 있는 중입니다. 거기서 잠깐 발뒤꿈치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아주 약간의 용기만 내면 됩니다.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속할 겁니다.
aDayInTheLife
24/08/23 10:32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김홍기
24/08/23 10:51
수정 아이콘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으시는중은 아닐지요? 읽히기에는 낚시찌처럼 균형을 잡았다가보다 균형이 없는 상태에서 일상의 조그만한 틈으로 그나마 숨을 쉬시는 것 같은느낌입니다
aDayInTheLife
24/08/23 11:06
수정 아이콘
그건 솔직히 장담하기가 조금 힘드네요.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종종 들거든요..
안군시대
24/08/23 14:00
수정 아이콘
바다에 빠졌을때는 앞으로 전력을 다해 나아가기 위한 자유형보다는 일단 머리를 내놓고 주변을 살피면서 뭔가 붙잡을만한 걸 찾을 수 있는 평형을 해야 한다죠. 인생도 비슷하지 않은가 싶어요. 그러다가 확실한 목표가 생긴다면 다시 전력질주 하는거고요.
aDayInTheLife
24/08/23 14:43
수정 아이콘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477 [일반] 공립 고교가 사라지고 있는 일본 고교 야구 (feat. 고시엔의 존폐) [15] 간옹손건미축5706 24/10/17 5706 51
102476 [일반] [2024여름] 일본 시마네현 아다치 미술관 [16] Karolin5201 24/10/17 5201 6
102475 [정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건희·최은순 불기소 [152] 전기쥐12448 24/10/17 12448 0
102474 [정치] 재보궐 2:2/교육감 진보 [65] DpnI9812 24/10/17 9812 0
102473 [정치] 검찰, 통일부 압수 수색. 문 전대통령 방북전세기 특혜의혹 [69] 빼사스12503 24/10/16 12503 0
102472 [일반] [2024여름]여름 막바지 대만 여행 [3] Nothing Phone(1)4025 24/10/16 4025 3
102471 [정치]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떤나라인가? (목숨값, 국감, 하니) [101] 호루라기장인9756 24/10/16 9756 0
102470 [일반] <조커2 : 폴리 아 되>에 관한 옹호론 (1,2편 스포有) [155] 오곡쿠키6225 24/10/16 6225 7
102469 [일반] [2024여름] Fourteen years ago and now [5] 제랄드2461 24/10/16 2461 8
102468 [일반] 2024년 노벨경제학상 - 국가간의 번영 격차에 대한 연구 [30] 대장군8523 24/10/15 8523 2
102467 [정치] 문헌일 구로구청장 사퇴.. 내년 4월 보궐선거 [40] 버들소리13094 24/10/15 13094 0
102466 [일반] 카리스마와 관료제 그리고 그 미래 [14] 번개맞은씨앗5069 24/10/15 5069 0
102465 [일반] [2024여름] 아기의 터 파는 자세 / 덤 사진 (움짤 용량 주의) [23] 소이밀크러버5378 24/10/15 5378 23
102464 [일반] [2024여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해봅니다. [6] 뿌루빵3480 24/10/15 3480 10
102463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1. 등불반짝거릴 형(熒)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2254 24/10/15 2254 3
102462 [일반] PGR21 2024 여름 계절사진전을 개최합니다 及時雨2256 24/09/21 2256 0
102461 [일반] [역사]빔 프로젝터는 왜 TV보다 비쌀까? | 프로젝터의 역사 [8] Fig.15040 24/10/14 5040 7
102460 [일반] 가을 테마 음원이 오늘 발매되었는데... 지금이 가을 맞을까요?-_-;; [2] dhkzkfkskdl3276 24/10/14 3276 0
102459 [일반] [예능] 흑백요리사 감상문(스포 있음) [14] 라울리스타5366 24/10/14 5366 24
102458 [일반] 병무청 설립이래 최초 "자발적 대리입대" 적발 [43] 계피말고시나몬8301 24/10/14 8301 1
102457 [일반]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 드라마 미쳤네요!!! [44] Anti-MAGE8629 24/10/14 8629 3
102456 [일반] [서평]《왜 내 사랑은 이렇게 힘들까》- 모든 애착이 다 가치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다 안정 애착을 누릴 수 있다 [2] 계층방정2961 24/10/14 2961 4
102455 [일반] 전성기 이주일 선생님의 위상을 나름 느낄 수 있는 사진 [42] petrus10214 24/10/13 10214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