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8/20 08:00:16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runch.co.kr/@wgmagazine/63
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25. 젖을 습(溼)에서 파생된 한자들

지난 번에 다룬 엄습할 습(襲)은 나는용 답(龖)에서 파생된 글자이지만, '습격하다'라는 뜻은 다른 한자를 가차한 것이라고 했다. 그 한자는 다음과 같이 생겼다.

66bdb78a27b05.png?imgSeq=32943

이 한자는 젖을 습(濕)과 관련이 되는 글자다. 그래서 오늘은 濕의 원형, 溼에서 파생된 한자들을 다루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濕을 쓰지만, 대만에서는 溼을 쓴다. 《설문해자》를 따르면 원래는 이 글자가 '젖을 습'을 뜻하는 글자였다. 濕과 溼 중에서 먼저 나타나는 한자도 溼이다.

66bdb0f25bd82.png?imgSeq=32941溼의 변천. 김준수, 〈'습'자상고성모고〉(2014) 중에서.

먼저는 갑골문에 물 수(水), 실 사(絲), 그리고 絲 중간을 잇는 두세 개의 가로줄로 구성된 한자가 나타난다. 위 그림의 01, 02번 한자다. 여기에 나타나는 작을 요(幺) 두 개는 絲의 생략형이다. 01, 02, 03번 한자는 모두 지명으로 쓰이는데, 溼의 첫 형태로 추정하고 있다.

이 한자는 물(水)에 젖은 실(絲)을 선반(一, 二 三 등)에 걸쳐 놓아 말리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으며, 이에서 젖다라는 뜻이 나온 것으로 본다.

금문에서는 絲 아래에 흙 토(土)가 추가되어 지금 쓰이는 溼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이는 땅이 젖었다는 뜻으로, 진펄 습(隰)의 원 글자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러면 濕은 무엇인가? 이 글자는 금문이나 전국시대 출토 문자에서는 보이지 않고 《설문해자》에서는 본래는 현 중국의 산둥 성을 흐르는 강의 이름으로, '물이름 탑'이라는 한자로 해설하고 있다. 그러나 溼이 물에 젖은 실을 말린다는 의미라는 것을 감안하면, 말린다는 뜻을 강화하기 위해 날 일(日)을 추가한 한자일 수도 있다.

어쨌든 '물이름 탑'이던 濕이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으나 溼을 대신해서 '젖을 습'으로 쓰이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濕을 간략화해서 湿의 형태를 쓰고 있으나, 대만에서만은 원래의 한자 형태를 찾아내 溼을 쓰고 있다.


《설문해자》에서는 나타날 현(顯)의 일부분인 㬎이 濕의 소리를 나타낸다고 하지만, 顯과 濕의 음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는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顯과 溼(濕)의 글자를 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

66bdb3d819a24.png?imgSeq=32942나타날 현(顯)의 변천. 김준수, 〈'습'자상고성모고〉(2014) 중에서.

지금은 溼(濕)이든 顯이든 絲를 그냥 그대로 쓰지만, 원래는 絲를 어떤 식으로든 잇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溼에서는 두세 줄로 絲를 받치고 있지만 顯에서는 絲를 단 하나의 줄로 잇고 있다. 나중에 絲를 잇고 있는 줄들이 하나로 간략해지고, 더 나아가 완전히 생략되면서 우연히 같은 모양이 되었을 뿐이지 원래는 다른 글자인 것이다. 그래서 위 두 그림이 있는 논문의 글쓴이 김준수는 濕은 溼의 원형에 日이 추가된 것이지 顯과는 다른 글자로 보고 있다. 둘은 출발한 글자가 비슷하게 생겼고, 우연히 같은 형태가 되었을 뿐이다.


溼(濕)의 원형은 水+絲+一(또는 二, 三)로 나타낼 수 있지만, 이런 글자는 컴퓨터에서 나타낼 수 없으므로 그나마 가장 가까운 溼으로 대신하겠다. 溼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溼+日(날 일)=濕(젖을 습): 습기(濕氣), 흡습(吸濕) 등. 어문회 준3급

溼+日(날 일)=濕→漯(물이모이는모양 탑|강이름 루): 탑하(漯河) 등. 어문회 특급

溼+阜(언덕 부)=隰(진펄 습): 원습(原隰) 등. 어문회 특급

66bec300e5eb5.png?imgSeq=33023

溼에서 파생된 한자들.

중간에 있는 漯이 생소할 텐데, 원래는 濕으로 써야 하는 글자가 日이 밭 전(田), 絲가 가는실 멱(糸)으로 와전되어 생겨난 한자다. 이 한자에는 '강이름 루'라는 다른 훈과 음도 있는데, 이 역시 우연의 일치로 같은 모양이 되었을 뿐 원래는 뜻을 나타내는 물 수(水)와 음을 나타내는 여러 루(累)가 결합해 만들어진 별개의 한자다.

그래서 漯河는 서로 다른 세 강을 나타내는데, '탑하'라고 읽으면 산둥성에서 발원하는 강, '누하'라고 읽으면 허난성에서 발원하는 강 또는 허베이성에서 발원하는 또 다른 강을 가리킨다. 탑하는 지금은 사라졌으나, 누하는 지금의 뤄허시라는 지명에 남아 있다. 뤄허시를 한국식으로 읽으면 누하시다. 탑하는 濕河로도 쓸 수 있는데, 이때는 '습하'가 아니라 '답하' 또는 '탑하'로 읽는다.


溼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적으나, 소리뿐만 아니라 뜻도 '젖다'에서 인신되어 비슷한 한자들이 모여 있다. 옛 글꼴에서는 溼의 일부분을 포함했으나 지금은 濕의 일부분을 포함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급수 시험에 나오지 않는 한자들 몇을 더 예로 들겠다.

隰은 阜(언덕 부)가 뜻을 나타내고 溼이 소리를 나타내며, 언덕이 젖어 진펄이 되었다는 뜻이다.

㙷(더할 칩)은 土(흙 토)가 뜻을 나타내고 溼이 소리를 나타내며, 축축해지기 쉬운 낮은 땅, 또는 이런 땅을 쓰기 위해 흙을 채워 더한다는 뜻이 되었다.

㬤(햇빛쬘 급)은 日(날 일)이 뜻을 나타내고 溼이 소리를 나타내며, 젖은 물건을 말리기 위해 햇빛을 쬐인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이상의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66bec4515cf3e.png?imgSeq=33024

溼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요약

溼(젖을 습)은 물에 젖은 실을 걸어서 말리는 모습을 본뜬 것으로, 이에서 '젖다'라는 뜻이 나왔으며, 濕(젖을 습)의 원 글자이다.

溼에서 濕(젖을 습)·漯(물이모이는모양 탑)·隰(진펄 습)이 파생되었다.

溼은 파생된 한자들에 '젖다'와 관련된 뜻을 부여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8/20 09:25
수정 아이콘
오늘도 잘 배우고 갑니다.
계층방정
24/08/21 20:50
수정 아이콘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08/20 12:59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오늘의 한자는 생소한게 많네요 크크
계층방정
24/08/21 20:5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濕과 같은 계통으로 볼 수 있는 글자가 많지가 않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131 [일반] 여름 느낌 가득한 SISTAR19 'MA BOY'를 촬영해 보았습니다. [2] 메존일각4239 24/08/22 4239 12
102130 [정치] 추석 멍절 청탁금지법 바로알기 [82] mdcrazy8406 24/08/22 8406 0
102129 [정치] 북한 김주애가 등판하면 할수록 점점 의문스러워지는 점 [52] 보리야밥먹자14067 24/08/22 14067 0
102128 [정치] 이어지는 독도 조형물 철거 [105] Kusi14771 24/08/22 14771 0
102127 [일반] 뉴욕타임스 8.12. 일자 기사 번역(바닷물을 식수로 만드는 기술) [17] 오후2시7457 24/08/21 7457 2
102126 [일반] 중학생 때 미국을 처음 갔던 이서진 [111] petrus14099 24/08/21 14099 3
102125 [일반] 지휘자는 2차 전직에 가까움..... [76] 포졸작곡가11697 24/08/21 11697 47
102124 [정치] 성 소수자 축복한 목사 징계 무효 소송 각하 [41] 라이언 덕후8537 24/08/21 8537 0
102123 [일반] 삼국지 관련 웹소설 몇개 보고 느낀 감상평 [27] 아우구스투스6657 24/08/21 6657 3
102122 [정치] 중앙지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무혐의 결론 [166] 전기쥐12382 24/08/21 12382 0
102121 [일반] 전기차 화재별 차종 정보 [79] 자두삶아7237 24/08/21 7237 2
102120 [일반] 멀어져간 사람아~ [10] 카아7374 24/08/20 7374 6
102119 [일반] 성우 다나카 아츠코 별세 [20] Myoi Mina 7154 24/08/20 7154 1
102118 [정치] 22대 총선 분석(20대는 스윙보터다) [86] 아우구스투스12390 24/08/20 12390 0
102117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25. 젖을 습(溼)에서 파생된 한자들 [4] 계층방정5065 24/08/20 5065 4
102116 [일반] 부천 중동 아파트의 센스있는 현수막 [49] 버들소리16398 24/08/19 16398 0
102115 [일반] [서평]《손쉬운 해결책》 - 아직은 자기계발 심리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엔 미숙하다 [39] 계층방정7238 24/08/19 7238 16
102113 [일반] 데스메탈계의 거장 일러스트레이터를 소개합니다:댄 시그레이브 (Dan Seagrave) (스압) [8] 요하네즈6195 24/08/19 6195 10
102112 [일반] 비하요소주의) 신창섭 입문자를 위한 창-POP 마스터피스 5작품 소개 [63] 푸른잔향9512 24/08/19 9512 17
102110 [일반] 마이너한 웹툰 추천 "소년만화에서 살아남기" [8] 아우구스투스10441 24/08/18 10441 7
102109 [일반] 이커머스 먹튀 주의보 [51] 길갈14202 24/08/18 14202 6
102108 [일반] [팝송] 서피시스 새 앨범 "Good Morning" 김치찌개5266 24/08/18 5266 0
102107 [정치] 일본 없는 광복절 경축사에 김태효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129] 전기쥐17249 24/08/17 1724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