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7/26 23:05:17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runch.co.kr/@wgmagazine/50
Subject [일반] 새 추(隹)에서 파생된 한자들 - 어조사, 높다, 치다 등

꿩 적(翟)은 깃 우(羽) 또는 살별 혜(彗)와 새 추(隹)가 합한 한자로, 꿩의 깃털과 몸통을 본뜬 모습이다. 그런데 한 설에는 隹가 뜻뿐만 아니라 소리도 나타낸다고 한다. 隹는 부수로도 쓰이며 이때에는 뜻을 나타내지만, 뜻이 아니라 소리를 표시하기 위해 쓰일 수도 있는 것이다. 翟이 형성자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실제로 隹가 확실히 소리를 나타내는 한자들도 많이 있다.


隹는 새의 모습을 본뜬 상형자다.

66a3a4b1127ae.png?imgSeq=31380

왼쪽부터 隹(새 추)의 갑골문, 금문, 소전, 해서. 출처: 小學堂

《설문해자》에서는 꼬리가 짧은 새를 隹, 꼬리가 긴 새를 鳥(새 조)로 구분했는데, 이는 소전 이후의 자형에서 이 둘이 뚜렷이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골문과 금문에서는 鳥의 꼬리 깃이 더 길고 더 복잡하긴 해도 둘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66a3a587df154.png?imgSeq=31381

왼쪽부터 鳥(새 조)의 갑골문, 금문, 소전, 해서. 출처: 小學堂

그래서인지 닭 계(鷄), 메추라기 순(鶉), 꿩 치(雉), 기러기 안(雁) 등에서는 부수를 鳥나 추로 자유롭게 바꿔쓸 수 있다. 울 명(鳴)과 오직 유(唯)처럼 둘을 바꿔쓰면 뜻이 아예 달라지는 한자도 있긴 하나, 아래처럼 둘을 구분하기 어려운 형태도 존재한다.

66a3a683a3cbe.png?imgSeq=31382

唯(오직 유)의 다양한 갑골문. 맨 오른쪽은 隹(새 추)가 唯를 가차한 것을 보여준다. 출처: 小學堂

66a3a6aef17f5.png?imgSeq=31383

鳴(울 명)의 갑골문 중 하나. 출처: 小學堂


隹는 갑골문과 금문에서 새의 뜻 말고도 唯(오직 유)·惟(생각할 유)·維(벼리 유) 등의 의미로 가차되어 쓰이다가, 이들이 각각 제 뜻에 맞는 부수들을 가지고 와서 형성자로 분화된 이후에는 쓰이지 않는 한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편 이 글자는 새를 두루 일컫는 뜻 외에도 산비둘기를 뜻하기도 했는데, 이 뜻은 나중에 鳥를 덧붙인 鵻(비둘기 추)가 나타내게 되었다.


隹(새 추, 급수 외 한자)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隹+口(입 구)=唯(오직 유): 유일(唯一), 낙유(諾唯) 등. 어문회 3급

隹+土(흙 토)=堆(쌓을 퇴): 퇴적(堆積), 빙퇴석(氷堆石) 등. 어문회 1급

隹+山(메 산)=崔(높을 최): 최외(崔嵬), 삼최(三崔) 등. 어문회 2급

隹+巾(수건 건)=(휘장/장막 유): 유막(帷幕), 서유(書) 등. 어문회 특급

隹+心(마음 심)=惟(생각할 유): 유우(惟憂), 사유(思惟) 등. 어문회 3급

隹+手(손 수)=推(밀 추): 추리(推理), 유추(類推) 등. 어문회 4급

隹+木(나무 목)=椎(쇠몽치/등골 추): 추살(椎殺), 척추(脊椎) 등. 어문회 1급

隹+水(물 수)=淮(물이름 회): 회하(淮河), 하회(河淮) 등. 어문회 2급

隹+目(눈 목)=睢(부릅떠볼 휴|물이름 수): 수수(睢水), 우휴(睢) 등. 어문회 특급

隹+糸(가는실 멱)=維(벼리 유): 유신(維新), 섬유(纖維) 등. 어문회 준3급

隹+艸(풀 초)=萑(익모초 추|물억새 환): 추퇴(萑蓷) 등. 어문회 특급

隹+言(말씀 언)=誰(누구 수): 수하(誰何), 모야수야(某也誰也) 등. 어문회 3급

隹+金(쇠 금)=錐(송곳 추): 추심(錐心), 시추(試墜) 등. 어문회 1급

隹+馬(말 마)=騅(푸르고흰얼룩말 추): 추불서(騅不逝), 오추마(烏騅馬) 등. 어문회 특급

隹+鬼(귀신 귀)=魋(짐승이름 퇴|북상투 추): 추결(魋結), 환퇴(桓魋) 등. 어문회 특급

隹+鳥(새 조)=鵻(비둘기 추): 청추(靑鵻) 등. 어문회 특급

唯(오직 유)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唯+虫(벌레 훼): 雖(비록 수): 수연(雖然) 등. 어문회 3급

崔(높을 최)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崔+人(사람 인)=催(재촉할 최): 최면(催眠), 개최(開催) 등. 어문회 준3급

崔+冫(얼음 빙)=凗(눈서리쌓일 최): 최의(凗凒) 등. 어문회 특급

崔+手(손 수)=摧(꺾을 최): 최절(摧折), 난최옥절(蘭摧玉折) 등. 어문회 특급

推(밀 추)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推+艸(풀 초)=蓷(익모초 퇴): 추퇴(萑蓷) 등. 어문회 특급

淮(물이름 회)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淮+匚(상자 방)=匯(물돌아모일 회): 회획(匯劃), 총회(總匯) 등. 어문회 준특급

維(벼리 유)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維+水(물 수)=濰(물이름 유): 유방(濰坊), 유수(濰水) 등. 어문회 특급

66a3a2d116253.png?imgSeq=31379

隹(새 추)에서 파생된 한자들.


隹에서 파생된 한자는 매우 많으나, 隹의 원 의미 중 하나인 산비둘기를 명확하게 만들기 위해 파생된 비둘기 추, 새가 산을 넘을 만큼 높이 날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崔(높을 최) 외에는 의미로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 일찍부터 원 의미 대신 어조사로 가차되어 쓰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다 하다 못해 원래는 큰 도마뱀을 뜻한다는 雖(비록 수)도 지금은 원 뜻을 잃고 가차된 의미로만 쓰이고 있다.


推, 椎, 錐는 물리적으로 충격을 준다는 의미가 유사해 서로 무슨 관계가 있어 보인다. 아쉽게도 새 추가 이들을 가차해서 쓰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부터 추라는 음에 이런 뜻이 있었으며 세 한자 간에 무엇이 원조이고 나머지가 파생인지는 결론을 내기가 어렵다.


일부 파생자의 뜻은 높음과 관련이 있어서, 높을 최(崔)에서 파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작 崔가 온전히 들어가는 글자 중에 崔의 의미와 관련 있는 글자는 하나밖에 안 보인다.

凗는 冫(얼음 빙)이 뜻을 나타내고 崔가 소리를 나타내며, 눈과 서리가 높이 쌓인다는 점에서 崔가 뜻도 나타낸다.

堆는 土(흙 토)가 뜻을 나타내고 隹가 소리를 나타내며, 흙을 높이 쌓는다는 점에서 崔의 생략형이 뜻을 나타낸다.

睢는 目(눈 목)이 뜻을 나타내고 隹가 소리를 나타내며, 눈을 높이 부릅뜬다는 점에서 崔의 생략형이 뜻을 나타낸다.


66a3a8f237e93.png?imgSeq=31384

萑(익모초 추)의 다양한 갑골문.

한편 萑(익모초 추)는 갑골문에서부터 보이는 오래된 글자로 隹의 파생자들 중에서는 淮(물이름 회)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朝(아침 조)가 원래는 풀더미나 숲 사이에 해와 달이 끼어 있던 것처럼, 이 글자 역사 艸(풀 초)뿐만 아니라 풀이 세 포기 있는 芔(풀 훼), 풀이 네 포기 있는 茻(우거질 망), 풀 대신 나무를 쓴 林(수풀 림) 사이에 隹가 들어 있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 글자가 갑골문에서는 고유명사로 쓰이고 금문에서는 인명으로 쓰이며, 이후 한문 역사에서도 거의 쓰이질 않아 《설문해자》에서 '풀이 많다'라고 풀이한 것 외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을 따름이다.

萑는 蓷(익모초 퇴)와 짝지어 추퇴(萑蓷)라는 단어로 익모초를 가리킨다. 萑와 蓷는 따지고 보면 둘 다 隹에서 소리를 따왔는지라 음이 유사하다. 그렇다면 원래는 萑 하나만으로 익모초를 가리키는 다중자음 단어를 표기하다가 자음을 나눠서 표기하기 위해 蓷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상고음 추정에서 萑는 복자음이고, 蓷는 단자음이다.

중국어에는 두 글자로 표기하지만 두 글자가 같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고 따로따로는 의미가 없는 연면사가 많은데, 그 유래 중 하나가 다중자음이 있는 단어를 자음별로 표기하면서 글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한문 교육에서 자주 예로 드는 것이 거미를 뜻하는 지주(蜘蛛), 귀뚜라미를 뜻하는 실솔(蟋蟀), 주저함을 뜻하는 주저(躊躇)나 척촉(躑躅)이다. 추퇴도 이런 연면사의 일종이 아닐까 싶다.


파생된 글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의미가 隹와 관계되는 한자가 많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겠다.

66a3aac63fb52.png?imgSeq=31385

隹(새 추)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요약

隹(새 추)는 새의 모습을 그린 글자다.

隹에서 唯(오직 유)·堆(쌓을 퇴)·崔(높을 최)·(휘장/장막 유)·惟(생각할 유)·推(밀 추)·椎(쇠몽치/등골 추)·淮(물이름 회)·睢(부릅떠볼 휴|물이름 수)·維(벼리 유)·萑(익모초 추|물억새 환)·誰(누구 수)·錐(송곳 추)·騅(푸르고흰얼룩말 추)·魋(짐승이름 퇴|북상투 추)·鵻(비둘기 추)가 파생되었고, 唯에서 雖(비록 수)가, 崔에서 催(재촉할 최)·凗(눈서리쌓일 최)·摧(꺾을 최)가, 推에서 蓷(익모초 퇴)가, 淮에서 匯(물돌아모일 회), 維에서 濰(물이름 유)가 파생되었다.

隹가 들어가는 형성자에서 隹는 대부분 소리만 나타내되, 일부 한자들은 높다, 치다 등의 뜻을 공통으로 지닌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7/27 05:01
수정 아이콘
파생이 어지럽네요... 예전에는 음가라도 같았던 것일까요?
계층방정
24/07/27 05:46
수정 아이콘
새 추(隹)가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니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찾아보니 형성자치고는 隹와 음이 '유'인 한자들은 자음이 좀 많이 다르긴 하답니다. 그러나 隹가 걔네들을 가차해서 쓴 증거가 있기 때문에 형성자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네요.
24/07/27 09:49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크크
이번 파생 한자는 뭐가 많군요
계층방정
24/07/27 10:2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23자나 되니 지금까지 다룬 한자 중에서 가장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뜻에서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더라고요.
24/07/27 18:59
수정 아이콘
오늘도 잘 배우고 갑니다.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계층방정
24/07/28 06:26
수정 아이콘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222 [일반] 갤럭시 탭 S10 울트라 렌더링 이미지 유출 [19] SAS Tony Parker 5970 24/09/05 5970 1
102221 [정치] 노인 기본소득이 되려는 기초연금 폭탄 [86] 사람되고싶다10205 24/09/05 10205 0
102220 [정치] 휴대폰 메시지 확인하는 인요한 최고위원 [77] 전기쥐8506 24/09/05 8506 0
102219 [정치] 전문가 아닌 사람들이 주도하는 의료말살정책 [175] 여수낮바다7996 24/09/05 7996 0
102218 [일반] 스팀덱 사용기 [47] 은달3466 24/09/05 3466 8
102217 [일반] <Chloe chua> 링링이라 불리는 소녀를 아시나요. [2] 옥동이1911 24/09/05 1911 3
102215 [일반] 사용시간 오래가는 스마트워치 찾다가 찾은 가민 포러너55 [28] 지그제프3391 24/09/05 3391 3
102214 [일반] 뉴욕타임스 8.24. 일자 기사 및 월스트리트 저널 8.25. 일자 기사 번역(보잉사의 우주선에 문제가 생겨 우주비행사 2명이 우주정거장에 몇 달 더 있어야 한다.) [4] 오후2시3626 24/09/04 3626 1
102213 [정치] 동유럽이 외교를 얼마나 못하는지 오늘도 보여주는 우크라이나 [132] 롤격발매기원11083 24/09/04 11083 0
102212 [정치] '차별금지법' 반대 의견 낸 안창호 "공산혁명 이용 우려" [94] lemma8353 24/09/04 8353 0
102211 [일반] 펌)궁금한이야기Y 나온 진안 사망사건 [14] 히쯔7277 24/09/04 7277 0
102210 [일반] <희생> - 다시, 근원의 질문으로. (스포) [10] aDayInTheLife4230 24/09/03 4230 1
102209 [일반] 전세금 돌려받기 난이도 [61] 퀀텀리프10220 24/09/03 10220 11
102208 [일반] [웹소설] 깊이가 있는 대역 소설 2개 추천 [21] 대장군5056 24/09/03 5056 3
102207 [정치] 김문수 노동장관, 코로나 현장예배 강행 ‘유죄’ 선고 [55] 동굴곰11660 24/09/03 11660 0
102206 댓글잠금 [일반] [LOL] PGR21 2024 LCK 서머 결승전 뷰잉 파티 안내 및 참가신청 [14] 진성3539 24/09/03 3539 7
102205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29. 나나니벌 라(蠃)에서 파생된 한자들 [8] 계층방정2446 24/09/03 2446 7
102203 [일반] 맥린이의 크래프트 맥주 입문기. [53] Yureka6358 24/09/02 6358 7
102202 [일반] 일본 천황을 천황이라고 부르는게 문제없는 이유.jpg [290] 北海道16186 24/09/02 16186 19
102200 [일반] 안녕하세요 자유게시판에는 처음 글을 올리네요 [59] nekorean12043 24/09/01 12043 34
102199 [일반]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나. [44] 푸른잔향13794 24/08/31 13794 13
102198 [일반] 파스타 실패담 후속의 후속 [17] 데갠8952 24/08/31 8952 0
102197 [일반] 명랑만화 '꾸러기 시리즈' 윤준환 작가 별세…향년 83세 [19] Myoi Mina 7351 24/08/31 7351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