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완전방전되어 재충전이 필요하다 느끼다
2. 의지력의 보충 < 재충전
3. 방전은 무엇인가
4. 방전은 동시에 성장의 증거
5. 내가 앞으로 해야할 것
6. 나에게 글쓰기는 휴식이다
완전방전되어 재충전이 필요하다 느끼다
최근 약 2달 반 동안의 구직과정을 보내면서 평소보다 많이 높은 피로감을 느끼면서 보냈습니다. 피로감이 높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것을 빠르게 이루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제가 최종 목표로 삼았던 취업이 생각한 것보다 이른 시기에, 그것도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좋은 형태로 손에 거의 들어오기 직전까지 왔다가 빠져나가는 경험은 아무래도 상실감이 굉장히 크고 아쉬웠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진행한 채용 과정의 경우에는 많은 에너지를 쏟아넣느라 다른 것을 병행할 여유가 부족했기 때문에, 끝난 뒤에 다른 일로 이어나가기도 힘들었습니다. 물론 해당 과정이 끝나면 당락 여부에 상관 없이 휴식을 가지자는 생각이 있었던 영향도 있지만요.
그래서 오랜만에 완전방전의 상태에 도달했고, 약 1주간의 휴식을 통해 기력이 돌아온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완수하기 위해 시간이나 분 단위로 자신을 관리하던 나날에서 벗어나, 멍하니 보내는 시간을 좀 가졌더니 뭔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못 참을 것 같은 상태로 복귀했으니까요.
의지력의 보충 < 재충전
그래서 '이제 다시 이전처럼 취업과 훌륭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생산성 높은 나날을 보내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웬걸, 제 보충된 의지력은 여기로 향하지를 못하고 '유니콘 오버로드'라는 게임으로 흘러갔습니다.(여담이지만 유니콘 오버로드 진짜 갓겜입니다.) 하루에 한 시간을 집중해서 게임하는 것도 시간이 아깝거나 피곤해서 하지 못했던 제가 지난 1주일 동안만 플레이 시간을 약 40시간을 찍었습니다.
분명 제 의지력이 보충된 것은 확실했습니다. 그렇다면 의지력이 아니라 무엇이 이전과 비교해서 방전된 상태여서 나는 목표로 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전에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의지력이 충만했던 것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다른 것들이 있었고 현재는 그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방전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재충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 앞서 방전이 무엇인지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방전은 우리 주변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내가 목표로 하는 행위를 하기 위해 기계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방전입니다. 다시 말해, 방전이 일어나지 않으면 행동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평소에 어느 정도 충전이 되어있는 기기를 충전하면서 사용하면 방전과 충전의 균형이 맞춰지지만, 이 균형이 무너지고 방전이 더 많이 일어나면 어느 순간 기기는 완전히 방전되고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때는 사용을 중단하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때까지 충전을 해야 합니다.
제가 지난 3달간 방전을 해 가면서 이루던, 그리고 앞으로도 할 행동은 취업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세부적으로 다음 세 가지를 목표로 합니다.
1. 목표 회사
2. 목표 포트폴리오
3. 목표 능력
이 중에서 저를 가장 밀어붙이는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지원한 회사들이었습니다. 지난 3개월 간 어떤 회사에 가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아 수많은 곳에 지원했고 이 때문에 기존의 저라면 공부하지 않았을 영역들에도 손을 뻗어야 했습니다. 마케팅, 기술 블로그, 팀 프로젝트 구성, 기술 분석, 대화 방법, 블록 체인, 디자인 패턴과 같은 다양한 회사에서 요구하는 역량들은 끝이 없었고 이것들은 저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요 근래 마지막으로 지원한 회사에 집중하느라 다른 회사에 지원할 여력이 부족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한 번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지원을 하지 않은 기간이 좀 됐습니다. 물론 그 덕에 블로그를 리뉴얼 할 수 있었고 새로운 게임도 즐길 수 있었지만, 이제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다시 새로운 회사들에 지원을 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즉, 제가 방전한 것 중 보충하지 못한 것은 지원한 목표 회사였습니다.
방전은 동시에 성장의 증거
방전된 목표가 충전되는 것이 쉬이 이루어 지지 않은 것은 동시에 제 성장의 증거라고도 생각합니다. 올해 처음에 구직을 시작하면서 회사들에 지원할 때는 무엇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해 방향을 잡지 못해 탐색을 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에 가서 일하고 싶은가, 무슨 역할을 맡고 싶은지 잘 알지 못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여러 분야의 회사들에 지원한 점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분야를 학습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제가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능력을 갖추지는 못한 만큼 방향을 선택해야 했고 되도록 인원 간에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지는 팀이 갖춰진 곳에서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여러 책을 읽고, 면접을 보고,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 간에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환경에 있을 때 성장에 자극이 되고 좋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된다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방향이 좁혀지는 과정 자체도 방전이었지만, 이전보다 까다로운 욕구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충전에 들어가는 수고가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제는 단순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를 기준으로 회사에 지원하던 시기와는 다른 사람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충전 시간이 길어진 것은 어느 정도 동시에 성장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앞으로 해야할 것
일단 방전된 의지력을 충전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니 적절한 목표만 주어지면 다시 나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 생각합니다. 다만 이전과는 달리 제 배터리에 담을 수 있는 목표로 삼을 회사의 수가 줄어든 만큼 하나 하나가 소중하기 때문에, 제 포트폴리오에 해당하는 것들에 대한 정비를 마무리 하는 것이 먼저라 생각합니다. 제 포트폴리오에 가장 중요한 것 둘을 꼽자면 하나는 기술 블로그, 나머지 하나는 현재 팀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ChatApplication입니다.
다행히도 지난 주 블로그의 외관을 전반적으로 다듬는 것을 심심풀이로 해 놓은 덕분에 할 일이 하나는 줄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여담이지만 프론트 엔드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에 대한 편린을 엿볼 수 있었어서 제가 사용하는 웹사이트들을 개발하신 분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혼자였으면 아마 지금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을텐데, 운이 좋게도 주변 분들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제가 목표로 한 형태의 것으로 일차적인 완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인 ChatApplication에서 현재 목표는 MVP(Minimul Viable Product)를 만드는 일이고, 이 중 제가 가장 먼저 해결할 일은 채팅에 해당하는 모듈 부분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소켓과 관련된 부분을 잘 알지는 못해 이와 관련해서 지난 주에 다른 프로젝트들을 좀 읽어봤는데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만, 일단은 이 부분을 완성하는 것을 이번 주 금요일까지 목표로 삼으려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이력서를 다시 점검하려 합니다. 여기까지 마무리 되면 빠르면 금주 주말 늦으면 다음주 초부터는 다시 새로운 저를 등 떠밀어 줄 회사들에 지원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나에게 글쓰기는 휴식이다
그냥 경험을 하고 나면 바로 배움으로 이어지면 좋을텐데, 애석하게도 제가 미련한 부분이 있어 꼭 글로 정리를 해야만 '아 맞다, 그러네'하고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경험을 제 곳간에 쌓을 때 바로바로 정리할 능력이 되지 못해서 따로 시간을 내서 청소를 해 두는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존경하는 김영민 교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공부에 매진해본 사람만이 제대로 쉴 수 있습니다. 당겨진 활시위만이 이완될 수 있듯이, 공부라는 긴장을 해 본 사람만이 휴식이라는 이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최근 3달은 해본 적이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어려운 주제에 대한 글을 쓰면서, 제 긴장의 끈을 최대한 당겨 쉴 수 있는 기본기를 쌓는 시기였습니다. 이제는 퇴행을 통해 평소보다 쉬운 글을 쓰니, 제가 근래 가장 결핍돼 있었지만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것이 진정한 휴식이었음을 알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제 다음 최고의 휴식을 경험하기 위해 충전된 것들을 방전시키기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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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이 임박한 일을 아직 다 마무리도 못했는데 번아웃이 오면 죽을 것 같은 피로감과 압박감 속에서 꾸역꾸역 일을 해내야 하는데, 그게 진짜 고역이더라고요. IT쪽에서 일해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겁니다. 근데 글쓰신 분도 IT쪽 지망생이시네요?;;
그리고 지나가다가 한마디 보태드리면, 채팅 앱을 만드신다면 서버쪽은 pub/sub 패턴을 쓰시거나, 그걸 지원하는 미들웨어 같은걸 감안해보세요. 채팅 정도에 거기까지 쓰는건 좀 오버긴 한데. 혹여 실시간성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하게 될 때 도움이 되실겁니다.
먼저 방전되었는가 물어보는게 예의 아닐까요? 이건 농담이 아닐수도...
경험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처럼 100%가 아니면, 60%이던 82%이던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것 같아요.
저희 가족들은 90%밑으로 가면 무조건 충전기부터 찾습니다. 일단 30-50%될때 까지는 쓰다가 그다음에 연결해서 계속 쓰던가 해도 됩니다.
혹시 나중에 못쉬면 나 100% 컨디션이 안된다. 배터리도 20%밑으로 갔다가 충전하면 총 배터리 라이프가 짧다는 의견도 있겠지만, 좀더 깊이 생각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