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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2/16 11:01:23
Name 경계인
Subject [일반] 일본과 미국의 의료인력 (수정됨)
한국, 일본과 미국 병원에서 각각 일해보면서, 그리고 초등학생 아이들 셋을 키우다 보니, 다양한 진료현장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철저히 파악했다고 하기는 어려우니, 저의 경험을 주로 써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수술을 마치고 마무리로 봉합을 하는 시기에서는 주로 아랫사람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전공의나 인턴이 봉합 담당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도 전공의때 그런 과정을 거쳐서, 봉합을 배웠고, 제가 스탭이 되었을때는 전공의한테 맡기고 나오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수술하는 날은 스케쥴이 많다보니, 봉합은 맡기고 저는 다음 수술 준비하러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전공의 숫자가 많지 않으니, 수술이 많은 날에는 전공의들은 저보다 윗레벨 시니어 선생님들에게 배정되고, 저는 전문간호사와 함께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때는 봉합을 맡기지는 못하고 같이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그나마 저는 수련병원에서 레지던트가 있는 병원이었기 때문에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이고, 로컬병원에서는 흔히 말하는 전문간호사도 운영하기 어려워서 업체직원이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일본도 6,70년대는 지금의 한국과 비슷했다고 합니다. 업체직원이 들어와서 수술하는 왕왕 발생해서, 아예 법을 정비해서 수술장에서 기구를 건네주는 간호사외에는 의사만이 수술장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제가 있던 일본의 대학병원에서 주임교수 수술은 첫째주 화요일 오전, 오후입니다. 보통 한달에 1건 혹은 2건 정도입니다. (비슷한 연배의 한국교수님은 보통 하루에 7-8개를 하십니다. 로컬병원에서는 더 많이 하시는 분도 있고요). 40-50대 부교수와 조교수급 선생님들이 수술준비를 다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주임교수가 들어옵니다. 이때 전공의와 초기연수의(인턴)는 멸균 수술복은 입지만, 거의 수술을 참관하는 수준입니다. 그렇게 수술을 마치고, 봉합을 할때가 재미있었는데,

주임교수님이 한 바늘 뜨시면, 부교수가 tie(매듭)하고, 조교수가 가위로 자르고, 전공의가 피를 닦습니다.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합니다. 저는 뭐했느냐면, 다리 잡고 있었습니다. 의사소통이 잘 안되다보니, 아무것도 안시키는데 손이 한가해서 다리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일본의 대학병원은 인력이 풍부합니다. 한국보다 인력숫자는 더 많은데, 환자 수는 더 적다보니 한국의사 눈으로 보면, 잉여인력이 많아 보입니다. 그러면 왜 의사인력이 많을까요?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에게 급여를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주임교수와 극소수의 의료진을 제외한 진료과의 의료인력은 모두 비상근의사로서 최저시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나마 받으면 다행이고, 대학원생 같은 경우에는 학교에 등록금을 내야하고, 의료인력으로 등록은 하지 못하니, 오히려 돈을 내고 병원을 다닙니다. 그러한 이유로 일본 대학병원 의사들은 외부병원 아르바이트가 필수가 됩니다. 외부병원입장에서도 진료날과 수술하는 날을 지정해놓고, 대학병원 의사들을 초빙하는 것이 더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장점이 됩니다. 고정비가 지출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이 유지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의사들의 개업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도시에서의 개업이 어렵습니다. 흔히 말하는 동네의원 수준의 개원은 좀 사정이 낫지만, 입원실을 갖춘 급성기 병원의 경우에는 개원이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의사들의 진로선택의 폭이 굉장히 좁아집니다.

미국을 보면, 또 다릅니다. 저희 병원 같은 경우에는 수술날 집도의가 하루에 7-8개는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항상 수술슬롯은 꽉차있고, 집도의가  수술방 2개를 열어서, 양쪽을 와리가리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시술 끝나면 나가서 다른 방으로 넘어가고, 집도의가 없는 방에서는 수술 마무리 하고, 다음환자 들어와서 수술 준비합니다. 그러면 여기는 어떻게 버티고 있는가?

현재 제가 있는 병원에서는 수술장에 다양한 직책의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1. Surgical technologist(수술기사):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데, 고등학교 졸업한 사람이라면 1~2년 college등에서 교육 받으면 자격증을 줍니다. 그러면 한국에서의 수술 간호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연봉은 5만~10만불 사이입니다. 수술장에서 역활은 수술기구를 잡거나, tie(매듭)을 할 수 있습니다. suture를 비롯한 환자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있는 침습적(invasive)행위는 하지 못합니다.

2. Physician Assistant(PA, 의사보조인?): 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전문석사 과정을 2년반에서 3년 정도를 수료한 사람들입니다. 수술장에서 집도를 하지는 못하지만, PA들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suture도 할 있고, 처방권도 있어서 거의 연봉이 1차진료의사의 80~90%정도입니다.

3. Certified Registered Nurse Anesthetist (CRNA, 마취 간호사); 이분들은 정식 간호사 RN중에서 7-8년 경험이 쌓인 사람들이 수련을 받아서 따는 거라서 평균 연봉이 25만불이라서 내과계열 의사들 연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렇게 수술장 인력을 사용하는 방법이 사뭇 다릅니다만, 제가 경험한 한국의 수술장 풍경은 뭔가 미국과 닮아있는데, 뭐랄까 제도는 일본보다 더 타이트하게 의료인으로 한정된 현실이었습니다. 증원도 증원이지만, 현실과 제도가 상응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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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셀
24/02/16 11:06
수정 아이콘
경험 공유 감사합니다

의대 정원 2천명 증가를 한번에 하는건 득보다 실이 많다고 봐서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런 다른나라 사례를 볼 때마다 한국 의료시장이 기형적이라는 생각이 계속들고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다만 그 방법을 제대로 계획세워서 접근해야 하는데 이미 감정 싸움으로 가는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이러다 모두가 피해를 입은 엔딩이 올 꺼 같아서요
경계인
24/02/16 11:12
수정 아이콘
저도 기형적인 상황이 맞다고 생각하고 '제도의 개선'과 '증원' 모두 동의합니다. 다만, 당장 내년에 덜컥 지방의대 정원을 2배로 늘린 다는 것은 극도로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방의 미니의대를 졸업했습니다만, 의대교육환경이 강의실만 2배로 마련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데 (당장 그렇게 강의실 2배로 늘리는 것도 안되는 학교가 많을텐데, 오전반 오후반으로 하는 의대가 나올 것 같습니다.) 왜그렇게 급하게 해결하려는지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이걸 밀어붙이는 건 근시안적 자세입니다.
24/02/16 11:43
수정 아이콘
이번 증원은 정치 얘기를 안할 수가 없는 것 같긴 합니다.
현재의 건보제도가 유지가 불가능하고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건 사실이라
어느정도 전국민이 납득하고 실수가 없도록 정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했다고 보는데 이건 그냥 갑자기 월광포화를 쏘아올린 꼴이라서요.
거기에 건보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사회로 진입하는데 생겨나는 파열음중 일부분이라고 봅니다.
제발 잘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Paranormal
24/02/16 11:47
수정 아이콘
의사에게 명분이 없으니 최대한 정부로 협상하는 방안이 맞긴하거든요.. 강하게 나가면 갈수록 명분이 없어질거에요
티바로우
24/02/16 12: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인턴이나 저년차 전공의들은 고민이 많겠죠
그냥 수련 마저 마치자니, 그랬다가 이후 좋은자리 못잡으면 증원세대의 덤핑가격과 정면으로 경쟁해야되고 (과에따라 다르지만, 보통 전문의의 70%는 일반의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 자리에서 일한다네요). 증원되고나면 의사라는 직업의 수명이 그만큼 짧아질테니... (젊은의사들이 길거리에 널렸는데 누가 늙고 병든 의사를 써주겠어요. 그렇다고 개업하자니 젊은애들이 목숨걸고 주7일 필사운영하는 옆집의원이랑 경쟁이 될리도 없고) 예컨대 꼴랑 40살까지 일하려고 8년을 대학병원에서 낭비한다면 웃음거리가 되겠죠 크크크
하아아아암
24/02/16 12:07
수정 아이콘
꼴랑 50대까지 대기업에서 일하려고 6년 더 공부하는 대학원생들도 있으니 그리 웃음거리가 되진 않을거 같습니다.
티바로우
24/02/16 12:11
수정 아이콘
심슨보니까 그분들도 웃음거리 되던데요? 마찬가지 아닌가
하아아아암
24/02/16 12:1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래도 그정도보단 훨씬 나을거에요. 거기까지 떨어질거 같지가 않습니다. 증원 비율대로 소득이 그대로 떨어져도 (그럴거 같지 않지만) 여전히 한참 높습니다.

증원된 의대로 입학하신 분이 아닌 현재 의대 다니시는 분들에겐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RapidSilver
24/02/16 12:20
수정 아이콘
에이 50대라니 너무 길게보신거 아닌가요
24/02/16 12:29
수정 아이콘
의대 인원 제한자체가 없어진다해도, 100세시대에 꼴랑 40살에 늙고 병들어서 경쟁에서 밀릴 정도이면,그건 그거 나름대로 문제인거 같네요
하아아아암
24/02/16 12:35
수정 아이콘
원댓글은 50살이였는데 40살로 수정하셨네요. 50도 과하게 잡으신거 같은데 40은 ...
24/02/16 12:38
수정 아이콘
저두 그부분이 이해가 안되던게, 보통 전문직은 실전경험도 많이 필요하고 단골고객확보하는 기간도 필요해서 40~50세부터 본격적인 전성기가 시작되는걸로 알고 있거든요.
24/02/16 12:59
수정 아이콘
젊은 의사랑 늙고 병든 40-50대 의사의 경쟁력을 의미하는 거라면 전혀 평가가 다릅니다만...
젊은 의사 찾아가지 않습니다.
개념은?
24/02/17 00:33
수정 아이콘
누가 젊은의사를 찾아갑니까..
24/02/16 12:16
수정 아이콘
전 비의료인인데 의사증원이 필요한가 싶네요. 증원한다해도 2천명+ 는 무리수인거 같고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증원할 필요없이 미용시장을 간호사-한의사에게 개방해주는 겁니다. 특정 별도의 관련 자격증을 신설해서 통과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방식으로요. 이렇게만 해도 증원에 대한 각종 부작용 없이 순식간에 공급을 어마무시하게 (수십만 단위로) 늘릴수 있습니다.
의사직군 하방을 무너뜨려서 최상위권 이공계인재들이 무지성으로 의대 가는걸 어느정도 방지해줄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용시술에 대해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겁니다. 부과한 세금은 건보재정에 보충해서 부족한 수가를 보완할수 있습니다.
아이군
24/02/16 12:35
수정 아이콘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도 이거긴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의 의사가 부족한 건 사실인데,

과연 미용시장을 다른 직군에 개방한 후에도 부족할까? 는.....
변경된 정책이 의사를 너무 과잉공급할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24/02/16 12:39
수정 아이콘
합리적인 의견입니다. 저도 연 3-400명 이내 증원 + 피부미용 개방이 나을거 같은데.. 하지만 이런 과격한 사태는 지난 20년간 1명도 못늘린다는 스탠스를 고수한 의료계가 자초한 측면도 있어 자업자득 느낌이 듭니다
24/02/16 14:20
수정 아이콘
그러면 지금은 잠잠한 간호사 부족문제가 떠오르긴할겁니다.그거 감안해도 이쪽이 더 나아보이긴하지만요.
24/02/16 16:00
수정 아이콘
저도 이게 합리적이라고 보는데, 의사들은 하나도 양보할 생각이 없으니 2천명 질러버리는거죠.
맥스훼인
24/02/16 12:42
수정 아이콘
힌국 Pa간호사 부분은 현실적으로 다들 일하고 있는데 법으로는 불법인 애매한 상황이 십년넘게 이어지고 있어요. 문제제기는 많았지만 다들 고양이 방울을 못 달고 있었는데 이번에 해결될련지 모르겠습니다..
24/02/16 15:59
수정 아이콘
그런 건 비단 의료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걸면 불법인게 넘쳐나고 행정부에서는 묵인해주는 척 하다가 심기 불 편할때마다 이용하죠.
전주비빔밥
24/02/16 13:2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의사 여러분들 화이팅입니다.
제로투
24/02/16 14:08
수정 아이콘
한국은 일본 방식을 따라가는게 맞지 않나 싶네요. 융단폭격 하듯이 2천명 증원하는 건 무리수라고 보지만요.
24/02/16 14:51
수정 아이콘
2천명은 아무리 봐도 말이 안되어서 파업 안 하는 게 더 이상하죠.
24/02/16 19:55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도 미국식으로 좀 따라갔음 싶은데 복지부에서 전문간호사제도 시범사업을 하는데도 별의별 핑계를 대면서 장판파를 시전중이더라고요
apothecary
24/02/17 01:22
수정 아이콘
PA는 간호사랑은 별개의 직업 아닌가요??? 전문간호사에 대응되는 직업은 아마 Nurse Practitioner일거 같습니다.
경계인
24/02/17 01:52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따로 적합한 용어를 찾지를 못해서 전문간호사로 적어놓았는데, 오히려 오역이 되었네요
오쇼 라즈니쉬
24/02/17 15:06
수정 아이콘
오 재밌네요 글 감사합니다
스티브킴
24/02/18 18:39
수정 아이콘
의료 민영화와 공공의료 병행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너무 당연하게 의료서비스를 누려왔는데, 사실 이거 다 고소득자들 돈 많이 걷고 의료수가 억눌러서 그동안 누려온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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