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이나 늦게 써버린 게으름이지만... 다른 곳에다가... 제가 좋아하는 농구나 이런거 보느라도 게으름 피우다가 늦어버렸네요. 어쨌든 2008년 12월 27일 토요일 부로 711일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전역해서 민간인, 예비군이 되었네요. 저는 730일에서 19일이 줄었거든요.
참...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는 군생활이고 뭐랄까요, 살면서 거의 처음 하는 단체생활이랄까요? 사실 요즘에는 쉽게 단체생활이란게... 하긴 단체생활이라기보다는 폐쇄환경에 처음 있는 거라고 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지역도 다른 사람들과 2년 가까이 산다는게... 쉽지 않더군요.
대개 친구라면 학교가 같거나 성격이 맞거나 사는 지역이 같거나 해서 공통 분모가 처음부터 있기도 한데 군대라는 곳은 애초에 그런건 거의 랜덤 형식으로 갈리게 되니까요.
그러다보니 제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도 너무 많이 있고 또 도저히 아니다싶은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도 하고요. 더불어서 제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가 안가는 일도 수없이 일어나기도 하죠.
어쨌든 군생활을 김포에서 한 1년 9개월, 부평에서 2개월했습니다. 중간에 부대가 합쳐지면서 김포에서 부평으로 이전했습니다. 뭐 솔직히... 끝무렵에 부대 이전한건 정말 불운이기는 하지만요.
뭐랄까 육군이지만 개중에 좀 편하다는 방공부대였습니다. 1방공여단인데... 솔직히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모르던 곳이었거든요. 뭐 다른 부대에 비해서 훈련이나 이런게 적기는 적더군요.
참... 부대 가자마자 1달 조금 넘어서 교통사고가 나서 한달정도를 입원하기도 했고... 뭐 갔다오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군생활이란게 애초에 꼬이면서 시작한거라서... 참 나름대로 안좋기도 했습니다. 육체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이... 안 좋았지만요.
다행히 훈련이 많거나 추운 부대라거나 행군을 많이하거나 하는 부대도 아니고 보직도 의무병이라서 육체적인 면은 솔직히 남들에 비해서 힘들었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약이나 이런 건... 잘 모르겠어요. 아는 건 아는거지만 솔직히 열심히 했다고는 생각 안하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그래도 보직 덕인지 몰라도 군 생활내내 책은 좀 많이 읽은 듯 합니다. 산책하고 중간중간 빌려서 읽은 책이... 꽤 될듯 하네요. 산 것이 20~25권 정도고, 집에 있던거 가져다가 읽은 것도 10권 정도에, 빌려서 읽은 책도 10권 내외일테니까 말이죠. 중고등학교시절에는 참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고등학교 이후로는 점점 많이 안 읽다보니까...
그리고 위병소에서 조장 역할을 한 10개월 가까이 했는데... 몇몇가지 일이 생겨서...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은게 휴가 복귀하자마자 그 날로 강화지역에서 총기 탈취 사건이 벌어지질 않나... 전역하기 얼마전에는 수류탄 사건이 터지질 않나...
그럴때마다 고달프죠.
뭐... 그래도 처음에 교통사고 나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꼬였던 것에 비하면 나름 잘 지낸듯 합니다.
개인 집안 사정으로는... 참... 이게... 친할머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모두 작고하셨습니다. 올해에 3분이 모두 작고하셔서... 무려 세번이나 그때마다 나왔는데... 참 이럴수가 있는지 싶더군요. 물론 세 분다 연세가 만만치 않기는 했지만...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친할아버지께서 작고하셨기에...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를 분이 안 계시네요.
군에 가기 전에 많이 뵙지 못하고 또 군에 가서도 거의 뵙지 못한게... 후회가 되네요.
처음에 가면서는 많이 걱정했고 하지만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사람 사는 곳이더군요. 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고 잘 되더군요. 솔직히 군에서... 시설이 안 좋은 것도 많죠. 김포에 있을때는... 샤워기 안나와서 물 받아서 바가지로 하는 것까지야 상관없다지만... 물이 안나오니까... 씻기도 힘들고... 물 나올때까지 기다려서 받아서 샤워하는데 샤워하는 도중에 물이 안나오면... 여름에 작업하고 이러니까 땀에 쩔어있는데 샤워 안 할 수도 없고 말이죠. 그냥 안 씻고 잔 적도 몇번 있지만 추운것은 차라리 온돌로 어느정도 커버가 되는데 더울때는 선풍기로는 도저히 커버가 안되거든요.
그래도 그런게 나름 정들고 재밌더군요. 물이 안나오는 상황에서 조금씩 받아서 하는거... 그때는 짜증나지만 지나고 나니까 다 추억이라는 생각만 들고 말이죠.
겨울에 밖에서 근무 서는 것은... 몇번 하기는 했는데 보직이 보직이다 보니까 그건 그다지 하지 않았네요. 그래도 훈련때라던가 근무 설때만은... 추운것을 워낙에 싫어해서 1월에 군대갔기에(1월에 가면 겨울에 병장이니까 그나마 나을 듯 해서...) 참 그건 싫더군요.
사실 하다보면 시설적인 어려움보다는 사람간의 사이의 트러블이 참 제일 힘든듯합니다. 처음에 사이 안좋다가도 나중에 친해진 사람이 있는가하면 친하게 지내다가 막판에 틀어져서 결국 화해 못한 사람, 처음부터 맞질 않아서 모른척하면서 그냥 그렇게 지내버린 사람, 계속 모른척 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폭발한 사람...
아쉽죠 그런거 남겨논게... 제가 왠지 소심하고 그래서 그런거 남겨논듯한 느낌도 들고 말이죠. 후회되는 면도 많고 말이죠.
지금 다시 하라면... 뭐 절대 안한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해야만 한다면 후회되는 부분은 다 고치고 싶기도 하네요.
어찌보면 더 험난한 곳에 온 것 같기도 합니다. 사회는... 더 잔인하니까요. 군대란 곳은... 물론 능력도 중요하지만 조금 게을러도, 조금 능력이 떨어져도 그래도 끝까지 끌고 가는 면이 있다면 사회는 그런 것은 낙오되니까요.
또... 신분의 제약이라는 걸 처음 느꼈네요. 처음 느껴보는 장벽들... 다른 분들이 비판하실때 동참하기 힘든 그 내용. 맘에 안드는 부분이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 비판하기 힘든 상황. 휴가 나갈때마다 무슨 집회등에 참가하지 말라는 것 등... 뭐 잘 나가는 타입은 아니라도 또 나가지 말라면 오기가 생겨서...
이제는 그런 제약이 벗어나서 뭐 마음껏 할 수 있지만 참... 굴뚝 같더군요. 비판하는 내용에 대해서 참 공감하고 싶고 저도 의견 한마디 내놓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들은 참 아쉬웠는데 이제는 할 수 있으니까요.
뭐... 이제는 마음 놓고 NBA 경기 보고 리버풀 응원 할 수있고... 자유로워진 것은 다행이네요.
아직도 얼얼한 그런 기분이 들고 또 막상 당일날은 별 느낌 없었지만... 제가 전역했네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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