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3/11/12 12:36
최근에 비슷한 생각들을 자주 하고 있었는데 반가운 글이네요.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비롯해서 양자역학이 레이지 로딩이 아닌가 하는 주장들까지, 저는 IT의 기술들이 우주를 정말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얼마 전 브라이언 그린의 책에서 우리가 웜홀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시점부터는 그 시점으로 과거 여행이 가능할 수 있다 비슷한 내용을 봤던 것 같은데요. 엔트로피를 줄이는 (지극히 어려운 확률을 연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고 가정을 해보면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는건 그 시점의 스냅샷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컴퓨터를 백업할 때 특정 시점의 스냅샷을 따두고 그 시점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기능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이 우주의 스냅샷을 딸 수 있게 되는 시점부터는 그 시점으로 과거 여행이 가능해질 것 같다는 상상을 합니다.
23/11/14 10:27
충분히 가능한 상상인 것 같습니다. 엔트로피의 역전에 대해 기본적인 열역학 2법칙을 위배하지 않는 한에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 자체가 문명을 한 단계씩 끌어올리고 있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왠지 한 번 더 점프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23/11/12 13:07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 우주의 열적 죽음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는데 당시엔 이 개념 자체가 굉장히 무시무시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코스믹 호러라는 감정의 편린이랄까..
그리고 저도 '최후의 질문'이 이 개념을 주제로 한 창작물 중 최고의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우주의 열적 죽음이라는 게 흥미로운 개념이다보니 서브컬처에서 차용하는 경우도 꽤 있었지요. 그렌라간이라거나 마마마라거나 크크... 말씀해주신 상상이 흥미롭습니다만 '우주'라는 단어를 우리를 둘러싼 가장 상위의 닫힌 계라고 정의한다면 (실제로 광의의 우주를 의미하는 universe 자체가 이런 비슷한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고요)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다른 계는 multiverse라기보단 universe 안에 존재했지만 우리가 모르던 다른 계라고 보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관점에선 우리가 알던 universe는 사실 universe가 아니었다는 게 되겠죠. 아무튼 단어의 정의를 떠나 재미있는 상상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시공간으로 통합하긴 했지만 물리적 관점에선 시간이 공간보다 훨씬 어려운 개념인 것 같습니다. 공간은 사실 심지어 상대론적 영역에서도 생각보단 직관적이고, 물리를 떠나 단순 수학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도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은 그렇지 않은 것 같거든요. 물리를 떠나서는 시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할까... 물론 우리는 공간에 대해서도 아는 게 별로 없긴 하지만 뭔가 공간이 가지는 난해함은 과학철학에 가까운 영역에 주로 존재하는 것 같은데 시간이 가지는 난해함은 그보다 한 차원 아래, 그러니까 '닥치고 계산이나 해'로 치부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이건 이론물리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서의 인상평가이긴 합니다 크크
23/11/14 10:29
피드백이 늦었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열적 죽음을 처음 접했을 때 모든 것이 허무해지는 감정을 느꼈던 것을 기억합니다. 코스믹 호러 같은 감정은 아니고, 뭔가 공허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우리 우주 안에 또 다른 우주가 있다면, 적어도 그 우주는 열린 우주겠네요. 저도 상대론 입장에서는 시간과 공간은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수학적 차원에 불과한 것인데, 왜 공간의 invariance가 시간에서는 닫혀있는지가 늘 궁금했습니다.
23/11/12 13:39
어려운 글을 쉽게 잘 쓰셨다는 것까지는 알겠지만 내용 이해는 절반 정도 한 거 같네요 크크크크
그래도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최후의 질문 아주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23/11/12 14:19
열적 죽음 상태가 새로운 빅뱅의 토대라는 설도 있더군요. 모든게 찢어지고 사라졌기때문에 척도 상으로는 무의 한점과 다를 바 없다고요. 소설에서도 이 순간 빛이 있으라..하는데 혹시 빅뱅의 순환을 의미하는게 아니었는지요? 기억이 가물하네요.
23/11/14 10:30
말씀하신 죽음 상태는 아마도 빅립이거나 빅 크런치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빛이 있으라라고 한 것은 빅뱅이라기 보다는 시간의 역전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빅뱅 이후 빛이 나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23/11/14 23:36
덕분에 빅프리즈와 빅립이 별개라는걸 알게됐습니다. 빅립 이후 새로운 빅뱅이 생긴다면 엔트로피를 어떻게 다시 리셋시키게 될지도 궁금해지네요.
빛이 있으라..에서의 빛은 단순한 전자기파가 아닌 우주 탄생의 메타포 라고 보지만, 전자라 하드라도 전자기력이 생기는 시점이라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을거같지 않습니다^^
23/11/12 14:21
그럼 멀티백이 더 마블스의 크리 같은 짓을 한 거겠네요. 그보다는 원래 해석대로 멀티백이 신이라는 게 더 간지나지 않나 하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는 고전적 해석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23/11/12 19:52
맞아요... 작성자님의 추측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우리 우주의 부활을 위해서 다른 우주의 죽음을 앞당긴 셈이죠. 종교적 경외감은 사라지고 "내가 살기 위해서 타인을 죽여도 되는가?" 하는 윤리적 찝찝함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저도 고전적 해석이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크크...
23/11/12 14:46
정말 멋진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엔트로피 개념, 특히 이를 우주론과 연결시켜 설명하는 괜찮은 책이 있으면 댓글 남겨주셔도 좋을듯합니다.
23/11/14 10:32
피드백이 늦었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엔트로피와 우주론은 제 전문 연구 분야가 아니라서 (저도 덕질하는 분야일 뿐입니다.^^) 전문적 내용에는 한계가 있지만 종종 재미난 생각이 떠오르면 공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3/11/12 16:52
제 별거 아닌 추측입니다만... UniVAC이 UNIVersal Automatic Computer의 약자면
MultiVAC이 Multifunctional Automatic Computer의 약자가 되기엔 V자를 해석할 방법이 없어지는데 말이죠... V에 따로 단어를 할당하거나 아니면 Multiv 로 시작하는 다른 적절한 단어가 있어야 하는데... 사전을 뒤져봐도 multiv로 시작하는 다른 적절한 단어를 찾을 수가 없군요.... multiverse가 매우 적합해보이기는 합니다... 검색해보니까 멀티버스라는 단어가 최초로 사용된 예는 1895년이고.. 현재의 의미에 가깝게 사용된 것은 슈뢰딩거가 강연에서 사용된 1952년이라고 하니까.. 1956년 작품에서 멀티버스라는 단어가 사용되는건 충분히 가능한 것 같기도 하구요.
23/11/14 10:32
맞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multifunctional 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verse라는 어미가 포함되어야 하겠더라구요. 말씀처럼 multiverse의 개념 자체는 20세기 초반부터 있어 왔지만, 실제로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부터인 것 같습니다. 우주론이라는 것이 물리학과 통합되면서부터죠.
23/11/12 22:19
요새 우주론 관련해서 가장 기억나는 건 우주가 열적평형에 도달해서 아무 변화도 없을 때 우주의 법칙은 대체 어디에 저장되어 있을까?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진짜 생각해보지 못한 개념이더군요.
23/11/14 10:34
아...정말 흥미로운 화두네요. 결국 물리법칙도 어떤 고유의 정보량이 있어야만 돌아가는 혹은 그 정보량을 기반으로 하는 메타 정보일 것이니까요. 제가 이쪽 분야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제가 이해하는 바로는 열적 죽음 상태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정보량은 양자 요동인 것 같은데, 그 요동이 랜덤해 보여도 아주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주어진다면 다시 스스로 organization 할 수 있는 정보들이 나올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른바 볼츠만 뇌 (Boltzmann Brain)) 이는 실제 brain이라기 보다는, 말씀하신 여러 정보들의 총체에 기반한 물리적 법칙의 편린들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3/11/13 02:59
정말 재밌게 잘 읽고 추천도 박았습니다만, 츷코미를 걸어보자면 빛이 있어지는 시점에 그건 다른 우주가 아니라, 우리 우주와 연결되어 우리 우주가 되는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10조년 뒤에 우리 우주가 멎는 순간을 맞았으나, 돌파구를 찾기야 했습니다만 결국 (비슷한 사이즈라 치고)다시 10조년 다시 10조년 연장인게 아닌지, 그리고 살짝 아이러니하게 생각해보자면, 와! 다른 우주! 구하러 왔구나! 했더니, 아니 나도 잡혔어... 하면서 그쪽도 우리 우주에 폐열을 내던지려 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제가 잘못 이해했을수도 있긴 합니다만.
그리고 해당 작품 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만, 마지막에 빛이 있으라, 하는건 결국 답이 궁해지니 나오는 말일뿐이지 싶어서 결말은 메우 탐탁치 않아합니다. 종교라는 자체가 애초에 그런거긴 합니다만서도. 현단계의 인류수준이 그거 밖에 안되니 별 수 없긴 합니다만.
23/11/14 10:36
피드백이 늦었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의 결말에 대해서는 물리학자들도 저마다의 해석이 있더라구요. 동료 학자들과도 이 작품의 결말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제각각의 철학이 있어서 참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23/11/13 09:55
50년대에 강인공지능을 상상하고, 에너지 공급원과 저장장치가 따로 필요없는 컴퓨터를 상상했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죠. 일파고 열풍때 강인공지능에 대한 이런저런 글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의 상상력은 아이작 아시모프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구나 싶기도 했고요.
23/11/14 10:35
아시모프를 비롯하여, 고전 SF의 거두라 불리는 작가들의 상상력은 정말 위대하고 지금봐도 신선합니다. 기술의 단순한 외삽이 아닌, 아예 하나의 철학까지 창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