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10/27 02:55:17
Name 버로우드론
Subject <꽁트> 누군가의 독백 3
3년.. 아니 4년인가? 우리가 싸우기 시작한 것이?

무한 생산이 주류였던 시절에 우리는 전투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렸다. 나는 마린과 드랍십으로, 너는 저글링과 러커로. 마린과 저글링의 싸움이 탱크와 히드라의 싸움보다 멋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세상에 알렸다.

나는 황제의 자리에, 너는 폭풍의 자리에 각각 올랐지만, 아마 우리 둘 중에 하나만 없었더라도 우리는 그 자리에 앉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내가 따낸 트로피가 너보다 조금 더 많았지만, 네가 나보다 약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젠 전투의 아름다움 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더 이상 우리가 유일한 강자도 아니지. 우리 진영에는 나다와 우브, 너의 진영에는 투신과 러쉬가 있다.

네가 부럽다.

투신을 꺾고 네가 최강자임을 세상에 다시한번 보인 채로 나와 싸울 수 있는 네가 부럽다. 나도 불꽃의 싱크를 꺾고 올라왔지만, 세상의 나의 강함을 인정해주지 않는구나. 날라를 이겨낸 나의 탱크와 골리앗도, 싱크를 이겨낸 나의 드랍십과 레이스도 사람들은 인정해 주지 않는구나.

네가 부럽다.

모두가 너에게 불리하다고 인정하는 맵에서 나와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잡았구나. 가능하다면 좀 더 완벽한 맵에서 너와 싸우고 싶었다.

네가 안쓰럽다.

결승 상대가 리치라면 모를까, 테란이 올라오게 된다면 넌 아마 눈물을 흘리겠지. 결승전에 사용하려고 아껴둔 모든 빌드와 위치 선정을 나와의 전투에서 써버려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봐주진 않는다. 너도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의 경기에서 승리해도 나는 축하받지 못할 것이다.

'맵이 좋았으니까'

그리고 다음의 경기에서 리치를 상대로 승리해보았자 나는 축하받지 못할 것이다.

'맵이 좋았으니까'

설령 동족을 상대로 이겨봤자 나는 축하받지 못할 것이다.

'그는 요즘 슬럼프였으니까'

좋다. 어차피 어디서 뭐하던 자들인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축하받고자 이 경기를 치루는 것이 아니다.

난, 나를 위해 싸운다. 그들를 위해서가 아니야.

너도 너를 위해 싸운다.

경기 시간이 다가온다. 오랜 적이자 친구여, 때가 되었다.

반갑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검정색
04/10/27 03:31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기억의 습작...
04/10/27 04:34
수정 아이콘
언제였지...너와 이렇게 높은 곳에서 맞써 싸우게 된 날이..

오랫동안, 정말 오랬동안 기다려왔어...

황제여..

내 비록 그대의 검에 찣긴 상처가 남아있지만, 그대에게 내 모든 것을 보여주니,

내 당신으로 하여금 나의 추종자, 아니 너의 추종자 그리고 너에게 반감을 가진 모든 이에게

너 역시 강하다라는 것을 입증하리라..

황제여...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어쩌면 우리의 새로운 만남을 예고하게 될지도 모를,

그 전투에서 널 이기겠노라.

--갑자기 생각나서 덧글을 달아봤습니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을 안하셨으면 합니다. 임요환선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던, 싫어하는 사람이던..
승리에는 무엇보다 그 선수의 피나는 노력이 담겨있습니다.
제발 다른 무언가로 선수의 그 노력을 무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잘봤어요^^
04/10/27 06:01
수정 아이콘
본문과 댓글...다 멋집니다...
아~ 정말 기대되는 임진록~
Vinsanity
04/10/27 06:46
수정 아이콘
멋집니다 bbb
04/10/27 09:22
수정 아이콘
우앙... 누굴 응원 해야 하죠????

동전이라도 던지고... 점쟁이 에게나 가봐야 할까요?
동글콩
04/10/27 11:31
수정 아이콘
오오, 멋진 글 잘봤습니다.
정말 기대되는군요, 4강전 ^^
두 선수 모두 화이팅입니다!
버로우드론
04/10/27 13:04
수정 아이콘
기억의습작/아 물론 민감하게 반응 안하죠. 다수의 임요환 선수 팬과 마찬가지로, 저도 임요환 선수 다음에는 홍진호 선수 화이팅입니다. 종족은 저그를 더 좋아하구요.
다른 분들/좋은 리플 감사합니다. 압도적으로 낮은 ^^ 조회수의 제 글이지만, 긍정적인 리플이 달려서 글쓰는 저로서는 즐겁네요.
IntiFadA
04/10/27 14:3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니까... 조회수는 중요하지 않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9692 [sylent의 B급칼럼] 진호와 용호,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18] sylent4265 05/12/31 4265 0
19417 플러스팀은 프로토스 제조 공장? [13] KOOLDOG*3964 05/12/22 3964 0
17481 어제 맨유 경기에서 박지성 주장 완장 달았습니다. [23] 토스희망봉사5782 05/10/19 5782 0
15938 역대 최고의 프저장기전 P강민 vs Z 마재윤.... 스포있음 [43] woopi5530 05/08/27 5530 0
15925 팬들의 관심이 부족한 변은종 선수경기 한마디... [23] 나르샤_스카이3700 05/08/27 3700 0
14952 [프로게이머X친구XNal_rA] [12] 럭키잭4848 05/07/26 4848 0
14767 전국의 중고등학생!! 스타부터 끊자 ^^!! [73] 스타연구90년4882 05/07/20 4882 0
14494 [우주전쟁 4강] 스포일러 다~ 읽어본후 뒤늦게 VOD 본 입장에서의 감상문 [5] woopi4112 05/07/11 4112 0
14152 이제야 피쥐알에 들어왔습니다!!!!!!! [10] 연성,신화가되4904 05/07/01 4904 0
14077 광주진흥고 졸업생의 '고교아구의 추억' [18] Bar Sur8919 05/06/28 8919 0
14047 반갑다 내영원한라이벌.. [8] 우걀걀3920 05/06/27 3920 0
13913 PGR21배 프로리그의 정식 계획안입니다. [98] 러브포보아5219 05/06/22 5219 0
13776 개인적으로 느낀 프로게이머들 특징 [16] 스타 절정 팬5530 05/06/17 5530 0
12318 "A loud mouse" Reach's Story [3] Lunatic Love3947 05/04/13 3947 0
11090 <LMSL후기>여성선수들, 긴장하지 마세요(한미경 화이팅!) [15] 메카닉저그 혼4270 05/02/17 4270 0
11019 ToT Clan vs POS Team Match 에 관한 글 [32] Lee.4462 05/02/15 4462 0
10641 [알림] 1차 Ladies MSL 오프라인 예선전 공지 (세부사항추가) [25] i_terran4551 05/01/28 4551 0
9438 난 '임요환' 선수를 '체' 라고 부르고 싶다. [15] redliar4674 04/12/04 4674 0
8894 퍼온 글입니다. [32] Bright Size Life4696 04/11/12 4696 0
8554 <꽁트> 누군가의 독백 3 [8] 버로우드론3610 04/10/27 3610 0
8253 프로리그 결승에서 4:4팀플 한경기를 배정하면 어떨까여? [16] 김한별3482 04/10/14 3482 0
7894 PgR 가족 여러분 들에게 보내는 연애 편지 [8] lovehis4920 04/09/29 4920 0
6680 WCG온라인 예선 최종 통과자입니다..(어뷰즈 제외..) [21] 박모군5477 04/08/04 547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