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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03 19:08:38
Name FOLDE
Link #1 https://weibo.com/ttarticle/p/show?id=2309404459917019840622
Subject [LOL] (인터뷰 번역) 당신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 FPX.Crisp






 류칭쑹(刘青松, ID : Crisp)은 언제나 FPX에서 가장 말이 적은 사람이다.


 FPX의 팀 창단 2주년 축하식에서, 진행자인 유샹이 그에게 다른 팀원들과 감독, 코치들 몇 명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한 마디 건네줄 수 있겠냐고 묻자, 그는 잠시 사색하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 "그들한테는 과분한 거 같네요."


 모두의 첫 반응은 웃음이었다.


 그가 이렇게 차분한 얼굴로 '향기로운 말'들을 내뱉는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팀의 인기 선수인 Doinb에 비하면 류칭쑹은 그닥 눈에 띄지 않는 편인데다, 서포터라는 포지션 자체도 빛을 보기엔 쉽지 않았다. 2019년에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하기 전에도 그는 LPL 최강의 서포터 중 하나로 꼽혔지만 류칭쑹은 여전히 동료인 Doinb보다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였다. 이는 그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 조용하고 담담하게, 언제나 무표정하게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설령 자신의 웃음 포인트에 맞더라도 고개만 갸우뚱거리며 수줍게 미소짓기만 한다. 파리에서 롤드컵 트로피를 손에 넣었을 때 나머지 4명은 감격에 겨워 의자에서 펄쩍 뛰면서 서로를 끌어안았지만, 류칭쑹 그 혼자만 동료들에게 이끌려 품에 안길 때까지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그는 말주변이 특출나지는 못한 사람이지만, 크고 작은 대회들을 봤을 때 그는 단 한 번도 '광기'를 숨긴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2019 글로벌 파이널 8강전에서 FPX가 FNC을 상대로 맞붙었을 당시, 현장은 FNC 팬들의 환호에 파묻힐 뻔했다. FPX가 3:1로 승리하자 류칭쑹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 "좀 화가 났네요. 너무 시끄러웠던지라, 그들을 좀 패서 조용히 만들고 싶었어요." 진행자는 여전히 유샹이었고,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시야를 올려 류칭쑹을 바라보았다. 그는 두 손을 등 뒤로 뒷짐을 진 채,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낯에 띄우지 않았다.


 겸손과 절제의 태도는 줄곧 중국인의 전통적인 미덕으로 여겨져 왔다. 대회에서 이런 식으로 이런 '독설'을 내뱉는 중국 선수는 예년에도 거의 없었고, 류칭쑹의 발언은 역시나 현지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경기에서는 이긴 사람이 왕이니, 승리했다면 그만큼 당당한 자세를 보이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그건 너무 오만방자한데다 안하무인하기 때문에, 지나치리만큼 겸손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FPX에선 이런 말들은 꽃에 물을 주듯 일상에 가까우며, 이런 '괴이함'이 팀 내의 문화로 자리잡은지도 오래다.


 류칭쑹의 2019년 행보를 보았을 때, 그도 확실히 이렇게 '미친 놈'이 될 자격은 충분하다.


 말이 적고 성격이 독한 사람, 그가 바로 류칭쑹이었다.









1.



 "부모님은 제가 어렸을 때 이혼하셨고, 어머니가 저를 데려왔지만 사실 이게 제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었어요. 그냥, 저랑 같이 있을 시간이 별로 없으셨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어차피 저 혼자 또는 저희 외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좀 더 많았죠."


 이 말을 하는 류칭쑹은 마치 사탕을 먹고 싶어하면서도 부모님의 꾸중을 두려워하는 철이 든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비록 그는 당시 부모님의 이혼이 자신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한다는 느낌이 부족했었다며 넌지시 털어놓았다.


 그는 말했다 : "다른 애들은 전부 부모님이 마중을 나왔는데, 저만 친구랑 걸어서 집에 갔어요."


 어린 시절의 생활 환경은 그의 현재의 과묵한 성격과 관계가 없지 않다.


 가족과의 함께함이 없던 남자 아이는 외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게임을 선택했다. 하지만 류칭쑹은 부모에 대한 일말의 책망조차도 보여주지 않았고, 심지어 그의 어머니와 함께했던 찰나의 시간마저도 기억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저희 어머니는 밥을 먹은 후 저녁 시간 때에 저랑 좀 더 많이 놀아주셨어요. 초등학교 때는 한동안 학교에 살았었는데, 선생님 댁에 가서 살았어요. 그러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돌아갔는데, 가끔은 저희 어머니가 저녁에 시간이 좀 나면 그때 같이 있어 주시고, 다른 시간엔 그런 일이 없었죠."


 게임을 처음 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류칭쑹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는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놀곤 했는데, 그에 따르면 어머니가 자신과 함께할 시간이 없었던데다, 집에서 컴퓨터를 사게 되면서 게임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처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접하게 된 것은 그가 중학교 2~3학년이 되었을 당시였다. 사실 그는 처음에는 게임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랭겜을 돌리게 되면서, 그는 그냥 별 생각 없이 게임을 했고, 그렇게 내키는 대로 싸우고 하다 보니 점수가 1007, 8점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류칭쑹은 나중에 프로 선수로 데뷔했을 때만큼 리그 오브 레전드에 열광하지는 않았다. '갑작스러운 열광보다는 오랫동안 귀찮아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고사처럼, 수시로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류칭쑹은 점차 리그 오브 레전드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그는 당시 2013년 월드 챔피언십 시즌 중 YY에서 WE와 IG의 경기를 보러 가거나, 둥샤오샤의 생방송을 챙겨보거나, 심지어는 점수가 높았을 때는 프로 선수들과 함께 랭겜에서 만날 수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랭킹 시스템으로 바뀐 뒤, 그는 아이오니아 서버의 다이아몬드 1에서 챌린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당시의 챌린저는 굉장히 극소수만이 존재했다. 그의 랭킹은 1주일간 유지됐으며, 당시 그는 중학교에 살면서 주말에만 게임을 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대단하다고 느끼지 못했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도 자신의 컨트롤을 자랑하지 않았다. 그 나이대의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을 또래 애들과 비교하는 것을 좋아했고, 끊임없이 자신을 과시하곤 했으며, <화산논검>이나 <유아독존>(둘 다 유명한 중국 인소)과 같은 중2병 어조에 더욱 애착을 가졌다.


 류칭쑹의 범상치 않은 모습은, 사실 그의 어릴 적부터 드러났다.






2.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류칭쑹은 OMG 2군부터 LSPL의 TCS, LPL의 NewBee, 그리고 FPX까지 총 네 단계를 거쳤다.


 하지만, "처음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프로가 될 생각이 있었던 건가요?"라고 그에게 묻는다면, 류칭쑹은 부인했을 것이고, 그 이유는 이럴 것이다 : "프로 선수들한테는 라인전부터 뒤지게 쳐맞았거든요."


 2014년 프로에 입문한 그는 16세의 나이였고, Kuroko라는 ID로 OMG라는 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프로가 된 계기를 회상하며 류칭쑹은 말했다: "그때 OMG의 리더가 Mouse였는데, 그가 절 찾아와서 프로가 될 생각이 있냐고, 그리고 OMG로 올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어요. 저는 할 수 있을 거 같았죠." 다만 고교 입시를 앞둔 시기였던지라, 어머니께서는 동의하지 않으실 것이 분명했지만 예상 외로 그녀는 상당히 오픈된 마인드로 말했다: 최소한 고교 입시가 끝나기 전까지는 기다려주렴. 그렇게 류칭쑹은 고교 입시를 마친 후 OMG 2군에 도착해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학교 다니는 것보다 프로 생활을 하는 게 제게는 더 어울렸죠. 그때 팀이 준 월급이 1만~2만 위안 정도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의 돈도 벌지 못했어요."


 십대 소년들에게는 아직 '좋다'와 '나쁘다'를 완전히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이런 생활이 먹고 사는 것 정도는 해결할 수 있으며, 보통 사람들보다는 좀 더 후하게 받으며 살 수 있는 삶인 것도 같았으므로, 류칭쑹의 말을 따르자면 '괜찮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류칭쑹에게 있어 OMG에서의 추억은 아름답지 못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나이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스크림에도 나갈 수 없었고, 나이가 들자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졌다. 그는 아마 젊음의 치기에 젖어 있었고, 류칭쑹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좀 울컥 하는 심정이었죠."


 OMG를 떠날 당시 그는 "저기에선 내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떠나는 게 나았어"라며 일종의 해탈감을 느꼈을 정도였다.


 류칭쑹은 말했다: "제가 원하는 건 LPL로 들어가, 그 안에서 자신의 능력, 자신의 목표를 세우는 거였어요. LPL을 보기 시작한 처음부터 저 역시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죠."


 열여섯 살의 류칭쑹이 프로로 데뷔했을 때, 그는 자신이 본 프로 선수들처럼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기를 동경하고 고대하며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현실은 때론 가혹했고, 한 사람이 예상한 궤도를 벗어나기 일쑤였다. 그는 학업을 포기하고 어머니의 걱정을 온몸으로 안은 채 이 길에 이르렀으나, 예상 외의 가시밭길이 펼쳐져 그에게 이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떤 사람의 경험은 좌절 속에서만 얻을 수 있으며, 세월의 담금질만이 그것을 성숙하게 다듬을 수 있다.










3.



 OMG를 떠나 류칭쑹은 닝보 시에 도달했다.


 2015년 LPL의 오프 시즌 당시, TCS의 사장인 둥샤오샤가 그를 찾아 OMG에서 TCS로 데려왔다.


 둥샤오샤는 그가 프로가 되기 전에 알게 된 사이였다. 그때 그는 둥샤오샤의 개인방송을 챙겨보았고, 두 사람도 랭겜에서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정작 그가 자신에게 경기에 나올 수 있을 기회를 줄 사람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2016년, 류칭쑹은 TCS 팀에 입단했다. 그 해 그는 서포터이자 팀 주장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ID는 Lqs(Liu QingSong, 류칭쑹 본명 이니셜)이었다.


 그 전까지 그가 가장 많이 플레이했고, 가장 자주 맡은 포지션은 ADC였으나 여기에서 그는 서포터였고, 그의 ADC는 LWX(린웨이샹)이었다.


 어쨌든 간에, 2016년은 류칭쑹에게 가장 특별한 의미를 지닌 한 해였다.


 초반의 TCS는 허름한 집에서 처음 출전하는 초짜 신인들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했으나 그들은 강한 풋내기였고, 힘찬 숨을 내뿜으며 전력질주를 하는 팀이었다. 2016년 제10회 도시영웅쟁탈전을 우승하여, 2016년 LSPL 서머 시즌에 출전할 자격을 얻게 되면서 TCS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된다.


 OMG에 머물던 날들에 비교했을 때, 류칭쑹은 이곳에서 또 다른 세상을 보게 되었다.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를 느껴졌고, 관중의 환호와 탄성을 듣게 되었다. 동시에 그는 처음으로 느꼈다. 이긴다, 란 이런 느낌이었구나.


 류칭쑹에게 그의 인생이 가르쳐준 첫 교훈은 '일이 바라는 대로 되는 않을 것'이라는 거였고, 두 번째 교훈은 '크게 실망하게 될 것'이었다. 지금은 차마 밝힐 수 없는 사정 때문에 LSPL에 진출한 TCS의 경기력은 많은 이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더군다나 서머 시즌 성적이 무참하게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태만한 태도, 훈련 경기 불참, 팀 내 불화설 등 일련의 논란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TCS는 한동안 구설수에 오르며 온갖 욕설에 집중포화를 당하다 결국 아쉽게 해체를 선언하고 경기장에서 물러났다.


 이 상황에 대해 류칭쑹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 "사실 저희는 1부에서 한 시즌만에 바로 강등될 줄은 몰랐고, 일이 그렇게 흘러가게 될 줄도 몰랐죠. 사실 강등이 제게 별 영향을 주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달라졌을 거예요. 비록 강등되기는 했지만 제 능력이 거기에 있지 못할 수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제가 우수하지 못해서 강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때의 류칭쑹은 이미 어렴풋이 지금과 같은 자신만만하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TCS에서의 짧았던 시간에도, 1부리그에서 싸웠던 구차한 나날들에도 불구하고 류칭쑹으로선 TCS전에서 보낸 시간과 TCS의 사장인 둥샤오사에 대한 감격스러움이 남아 있었다. "그때는 나이가 너무 어렸어서 많은 것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그래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전 여전히 둥샤오사한테는 무척이나 감사한 심정이에요. 만약 그가 없었다면, 아마 오늘의 제 모습은 없었겠죠."


 TCS에서 류칭쑹은 경기가 가져다준 새로운 감정들을 맛보았다. 경기를 이긴 후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을, 패배했을 때의 낙담을, 심지어는 마지막 날까지도 불안했던 기분들을 하나하나 맛보며 그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찾은 것 같았다. 이 시기에 대해 류칭쑹은 이렇게 총결산을 내렸다 :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다면 나 자신부터 시작해보자."





4.



 류칭쑹이 보았을 때, 과거의 2년 중 그에게 있어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시기는 OMG에서 출전하지 못하던 날도, TCS에서 큰 기복을 겪었던 날도, 심지어 FPX가 뭇사람들의 희망을 등에 업고 월즈 무대에 섰던 시절도 아닌, 바로 NewBee에서 보냈던 시간이었다.


 2016년 말, NewBee에 합류한 류칭쑹의 ID는 Pinus였고, 그 해 그의 AD는 여전히 LWX이었다.


 2017년, 류칭쑹은 그의 팀과 함께 LPL의 스프링과 서머 리그에 출전했다. 그 해 NewBee는 두 시즌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아쉽게도 두 번 모두 2회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NewBee는 IG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두었지만, EDG에게 0-3으로 패배해 6강에서 멈췄다. 서머에서 NewBee는 조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1차전에서 SNAKE를 상대로 3-1 승리로 승리해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으나 2라운드에서 WE에게 0-3으로 패해 또 다시 6강에 그쳤다.


 끊임없이 좌절이 거듭되자 가끔 류칭쑹은 자신이 그렇게까지 못 싸웠나란 생각을 했지만, NewBee에서 처음 시즌이 시작됐을 땐 컨디션 난조로 "나는 할 수 없어"라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었다. 이것은 나중에 "나는 그들을 조용하게 만들고 싶어 이기고 싶었다"라고 말했던 사람과는 아주 달랐다.


 NewBee의 상반기에 그는 많은 경기를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LPL과 TCS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TCS와 비교해봤을 때 LPL은 더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데다 관심도 많아 경기 중 잘하면 더욱 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랭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 주위 사람들은 "이 사람 잘 치네"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되겠지만, 류칭쑹 스스로에게 있어서 좋은 영향이나 나쁜 영향은 그닥 없었다.


 LPL로 인해 더욱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NewBee에서 경기를 하는 과정에 있어 류칭쑹은 점차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압박이 너무 심해진지라 폼이랑 컨트롤이 되게 이상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첫 세트를 마치고 나면 바로 교체됐고, 그 후로도 별로 잘 싸우질 못했죠. 하지만 스크림에서는 꽤 폼이 좋았는데 막상 경기만 시작하면 게임 초반에 해야 하는 일들, 특히 스킬 찍는 걸 자주 잊어버리곤 했어요. 아마 저 자신에 대한 기대가 컸던 건지, 제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어 부담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어렸을 적의 환경, OMG에서의 푸대접, TCS에서의 실의 중 류칭쑹은 그 어떤 것도 자신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하는 것에 악에 받쳐 패닉에 빠지게 된다.


 좋은 날들은 오래 가지 못했다. 2017년 말 NewBee는 LPL 탈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했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여러 차례의 우여곡절 끝에 류칭쑹은 마침내 FPX에 도착했다.






 5.



 어떤 이들은 FPX를 NewBee가 LPL에서 탈퇴한 직후의 픽업맨(接盘侠,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남자를 일컫는 용어)이라고 놀렸고, 다른 이들은 앞다퉈 강호에 발을 내딛으려 했지만 이 당시의 강호에 FPX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2017년 말, 류칭쑹은 Crisp라는 ID로 FPX에 합류했다. 인연이란 참으로 기묘한 것이었고, 그의 파트너인 AD는 영원히 LWX가 될 것만 같았다.


 처음의 FPX는 현재와 같은 라인업이 아니었다. 2018년 FPX는 LPL 스프링과 서머 시즌에 참가했고, 서머에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이 모든 성과는 류칭쑹에게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2018년 말에야 Doinb와 Tian이 합류하면서 갓 태어난 봉황이 비로소 눈을 떴다. FPX가 미친 듯이 성장하기 시작한 2019년 LPL 스프링 시즌, 그들은 정규 시즌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창단한 지 2년도 되지 않은데다 지난 해 플레이오프에서 헤매던 FPX로선 무척이나 의미 있는 승리였다. 그 전까지는 누구도 이들이 이런 활약을 보여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 무렵, 류칭쑹은 다시 한 번 싸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이러한 성적에 대해서, 그는 "모든 게 예측 안에 있었지만, 1등까지 차지할 줄은 몰랐다"고 느꼈다. 그는 생각했다, "그보다 더 큰 것은, 그들이 우리를 중요시하지 않았고, 우리를 그리 잘한다고 보지 않았으니, 그들이 한 준비가 우리에게 잘 먹힐 리가 없었죠."


 NewBee와 TCS에서의 방황을 버린 채, 그는 다시금 의기양양한 자세를 되찾았다.


 FPX는 정규시즌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1차전에서 '다크호스 8위의 기적' JDG에게 무릎을 꿇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듯 FPX는 그때의 TCS처럼 다시 한 번 일제히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시작했지만, 이번에 FPX가 내놓은 답은 물러서지 않고 용감히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플레이오프 3-4위전에서 FPX는 TOP를 3-1로 꺾고 2019 LPL 스프링 시즌 3위를 거머쥐었다. 류칭쑹은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고, 경기 후 다짐했다. "봄에는 졌으니, 여름에는 반드시 이긴다."


 FPX가 성장하고, 류칭쑹 역시도 함께 성장했다. 가는 길 내내 비틀비틀하던 과거와 달리 LPL 경기장으로 달려가는 선발대가 되기까지, 류칭쑹 역시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몬스터를 잡으며 레벨업하는 과정과도 같다. 어떤 사람은 행운치가 높아, 처음부터 순풍에 돛 달듯 나아가는 이들도 있고, 어떤 사람은 행운치가 낮아서, 도중에 힘겹게 훈련해야만 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는 하지만, 나중에야 행운이 다하면 결국 자신들이 싸움에 나설 수 있을 실력인지 아닌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FPX의 정글 Tian은 스크림 할 때 류칭쑹이 팀에서 가장 입담이 좋았다고 말한다. 스크린에서의 과묵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경기에서 류칭쑹과 Doinb는 함께 경기의 흐름에 있어 오더를 맡고 있다.


 류칭쑹은 Doinb의 합류로 FPX가 많이 바뀌었고, 그 스스로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일찍이 "나는 할 수 없어"라고 생각했던 그는 "나는 남들보다 뒤지지 않는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소년 시절의 자신감을 조금씩 되찾으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개망나니(팀 전체가 하도 욕을 많이 해서. 김군 별명이기도 함), 도구(도인비 말고 자아가 없다고. 주로 김군 별명), 버팔로(KFC 메뉴 이름이었나 그럼), 즙(많이 울어서), 피해자 코스프레(원문 : 핍박범)"라는 별명을 얻은 이 팀은 끊임없는 몸부림과 성장 속에서 200%의 사랑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실패자, 볼품 없는, 인정할 수 없는, 가짜 강팀. FPX는 다른 이들에게 강요받은 타이틀에서 한 발짝씩 벗어나 스스로의 운명의 색깔을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6.



 2019년은 FPX의 하이라이트이자 류칭쑹의 하이라이트다.


 그 전까지는 그가 신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이 예상치 못한 건, 그가 LPL 선수 자격증 번호 15번의 베테랑이라는 사실이다.


 2019년 4월 17일, FPX는 2019 LPL 스프링에서 최종 3위의 자리에 올랐다; 2019년 9월 6일은 FPX가 RNG를 3:1로 꺾고 2019 LPL 서머 우승을 차지한 날이었다. 재작년 풍랑 속을 헤매던 류칭쑹은, 다시 한 번 사람들 앞에 서게 되었다. 이번에 FPX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했고, 류칭쑹 스스로는 2019 LPL 서머 결승전에서 FMVP를 수상하는 등 드디어 프로 생활에서의 절정을 맞는 듯 했다.


 누군가는 그를 일컫어 "지원이 신속하고, 한타 포지션에 대한 의식이 철저하고, 시야 장악이 완벽하다"라는 평을 내렸다. 사람들은 그에게 있어 "원석을 다듬듯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하며, 류칭쑹의 절친한 친구인 Clearlove 역시 그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의지가 특히 강하고, 특히나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며, 비교적 편집적인 사람이라 반드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이이다."


 이곳까지 다다른 류칭쑹은, 더 이상 정수기 옆 벤치에 앉아 자신의 경기 차례를 초조히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해가 바뀌자 그는 고개를 들고 파리로 눈을 돌렸다.


 앞길은 막막하여 누구도 이 어둠의 끝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길은 언제나 누군가가 걸어가야만 한다.


 2019년 11월 10일, 프랑스 파리. FPX가 3:0으로 G2를 격파했다. 2019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류칭쑹의 플레이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2019년 월드 챔피언십 주제곡 'Pheonix(중국명 : 열반)'은 이 순간만큼 딱 맞아떨어진 적이 없다. 그것은 마치 예언과 같았다. 봉황을 정신적인 토템으로 한 FPX는 새롭게 태어남과 붕괴를 몸소 겪었고, 결국 본인들의 팀 구호로 스스로의 주해를 완성했다. ──봉은 동쪽에서 날아오르고, 황은 사방에서 울부짖는다.


 그들은 험난한 길을 걸어 역사를 창조했고, 그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에도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그들은 "전대미문의 플레이로 산을 깎고 바위를 부숴 역사의 인정을 얻고, 모든 굴곡과 세속을 수습하여, 모든 불공평과 불복들을 공평하게 다스려 세상에 알렸다 : 나는 강하다."


 "베를린에서 날개를 펴고 파리에서 도약하여, 샹젤리제 거리에서 봉황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창립부터 우승까지 FPX에겐 2년이란 시간이 들었고, LPL에 발을 내딛을 때부터 월드 챔피언십 우승까지, 류칭쑹은 5년이 걸렸다.


 비록 그는 겨우 21살이지만,


 지금 이 순간, 류칭쑹은 벼려진 칼끝을 휘두르고 있다.










 7.



 앞으로의 나날들에 대해, 류칭쑹은 "말은 적게, 행동은 많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 "그녀는 내가 즐겁게 자라기를 바랐고, 제 진로를 계획하시지는 않았어요. 이제는 저한테 안심하실 수 있으시겠죠. 제가 앞으로 더 잘하게 될 날이 오면, 이후의 일은 모두 제가 할 수 있을 거예요."


 그의 과묵함의 이면에는 부드러운 마음이 있는 것도 같다. 2주년 행사에서 "그들에게는 과분하다"라고 말한 뒤 다들 웃음을 터트리자,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몰래 입꼬리를 잡아당겼다. 그는 각종 행사에서는 늘 수직으로 꼿꼿이 선 채 입을 잘 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늘 수줍은 듯 웃고 있었다.


 그는 결코 무뚝뚝한 것이 아니라, 다만 표현에 서투르고, 그 나이대의 소년다운 수줍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류칭쑹의 팬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TCS부터 NewBee까지, 그는 팀이 폭파할 때에서야 그곳을 떠났죠. 그리고 이번엔 FPX와 재계약을 2022년까지 했어요. 사실은, 그는 입이 무겁고 마음이 여리고 정이 많은 사람일 거예요."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고, 고집이 세고, 마음이 여리다는 말을 류칭쑹을 묘사할 때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그의 눈으로 보는 자신은 별거 아니며, 게임 말고는 다른 취미가 없고, 여행을 싫어하고, 놀러가는 것을 싫어했으며, 특히 심심할 때는 영화를 보고, 휴가 때는 게임을 즐겼으나, 리그 오브 레전드는 하지 않으며, 어떤 때는 스포츠 경기, 어떤 때는 NBA, 어떤 때는 레이커스를 좋아하고, 심지어 어떤 때는 평범한 젊은 남자처럼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는 사람이다.


 요 몇 년 동안의 시간들은 그가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비록 비교적 굴곡이 있긴 했지만, 저는 이게 제가 마땅히 얻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럴 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죠."


 당신은 류칭쑹이 불행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LPL에 바친 청춘과 시간은 그의 어린 시절을 뛰어넘었으며, 그는 단맛을 즐기며 고통을 삼켰고, 운명이 내린 굴곡을 묵묵히 지켜보며 아쉬움과 실패의 열매를 짊어졌다.


 당신은 류칭쑹에게 행운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가치관이 같은 사람을 찾아내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함께 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빛을 끝까지 밀고 나가며,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결코 저버리지 말라고 말할 수 있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정확히 이 다섯 명이 함께한다면, 저희는 죽지 않는 봉황이 될 거예요."


 여름이 시작되기 전 류칭쑹의 말이다.


 이 별에는, 하나의 위대한 진리가 존재한다 : 당신이 누구든, 무엇을 하든지 간에, 무엇을 얻기를 갈망할 때 결국엔 그걸 반드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은 우주의 영혼에서 우러나온 소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당신이 이 세상에서 이뤄내야 할 사명이다.









참 좋아하는 팀이고, 참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이런 기사가 기존에 나와 있었다는 게 기쁘네요.

최근에는 LPL 쪽 선수들 과거 관련해서 심층 인터뷰 해둔 칼럼 보는 재미로 사네요 크크

당분간 몇 편 정도 번역하게 될 거 같습니다. 아마 다음 타자는 뤼마오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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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 19:22
수정 아이콘
좋은 번역 감사합니다
린웨이샹과의 인연이 2016년 부터였다는게 놀랍고,
올해 크리스프도 티안과 같이 아프면서 힘들었다는데 내년에 좋은 경기력으로(LCK 팀들 상대로는 살살..)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20/12/03 19:55
수정 아이콘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서폿으로도 훌륭하지만 노틸은 무조건 역체인 남자
가장 이질적인 강팀이었던 펀플은 다시 날아오를수 있을지. 위대한 칼 티안은 부활이 가능할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더치커피
20/12/03 20:09
수정 아이콘
LPL의 강다니엘
20/12/04 09:33
수정 아이콘
오랜 기간 함께한 lwx와의 일화들도 궁금했는데 크리스프 개인에만 초점을 맞춘 컬럼이라 그런 이야기는 없어서 조금 아쉽네요. 중국 쪽 컬럼을 읽다 보면 인생사 위주의 스토리텔링을 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2/04 10:07
수정 아이콘
번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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