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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1/22 23:10:59
Name 담배상품권
Subject [기타] [연재] 워해머 판타지, 올드월드의 종말 -2- (수정됨)
결단(決斷)

GW가 판단하기에 더 이상 판타지는 가망이 없었습니다. 안팔려도 너무 안팔렸어요. 공들여 디자인한 모델은 악성재고로 남아 GW 직영점 영업 매니저들을 괴롭혔습니다. 그러나 워해머의 근본은 미니어처 게임이었습니다. 온라인 MMORPG게임처럼 그냥 서버 종료 공지 띄우고, 보상할거 보상하고 끝! 하면 분노한 아저씨들이 GW 본사에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었습니다.(참고로 GW 본사는 노팅엄에 있습니다.)

워해머 판타지 시리즈를 오래 한 플레이어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워해머 판타지 모델을 모아왔습니다. 미니어처 게임은 플라스틱 모델을 직접 조립하고, 도색하고, 테이블까지 가져가 전장에 세우는 취미입니다. 그 몰입도는 와우에 인생을 갈아넣은 사람들을 능가했죠. 아마 이보다 더 몰입도가 높은 경우는 프로게이머밖에 없을겁니다. GW의 직원들도 마찬가지였죠. 그들도 미니어처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였습니다. 사업상의 이유로 올드 월드를 놓아주어야 했지만,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맷 와드(*1)를 중심으로 GW의 작가진이 소집됩니다. 이들은 올드 월드의 최후를 위해 거대한 이벤트를 기획합니다.

복선(伏線)

워해머 판타지(현 에이지 오브 지그마)를 비롯, GW는 시나리오를 진전시키고 룰을 일신할때마다 새로운 판본을 냅니다. 2015년 당시 워해머 판타지는 8번째 에디션(이하 8판) 체제였습니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룰북은 헌법이고, 8번째 에디션은 8 공화국인 셈이죠. 그리고 헌법에 맞추어 하위 법률 법전이 개정되듯이 8판에 맞춰 각 진영도 아미북을 발매합니다. 아미북은 카탈로그 겸 각 종족의 유닛 정보, 룰, 사진, 설정이 나와있는 책입니다. GW는 기본적으로 다크 판타지를 추구하기 때문에 각 아미북은 전쟁 기록들로 가득하며, 끝에는 불길한 사건을 암시해줍니다. 워해머의 설정이란 곧 싸워야 할 이유를 제시해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7번째 아미북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러나 8번째 아미북은 이전과는 무언가가 달랐습니다. 플레이어에게 얘네가 왜 싸웠나, 그리고 앞으로 왜 싸워야 하는가를 단편적으로 제시하던 이전 아미북과 달리 각 아미북에서 올드 월드를 뒤흔들만한 거대한 사건과 공개되지 않았던 근본 설정의 비밀이 풀려나기 시작한 것이죠.

지금까지는 설명 한줄로 넘어가던 올드월드의 여명, 엘프 신들의 비밀, 네헤카라 몰락의 내막, 실바니아에서 촉발된 제국의 위기,지그마교 대종정의 실종, 호수 여신의 대리자 페이 인첸트리스의 실종, 차기 에버퀸 후보자의 납치 사건등 이전까지 단지 떡밥에 머물던 사건이 아미북에 정식으로 기재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은 종말의 군주, 아카온의 도래를 가르키고 있었습니다.

GW는 아미북뿐만 아니라 소설로도 거대한 떡밥을 던졌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저들은 이전에 글로벌 이벤트 '스톰 오브 카오스'(*2)처럼 글로벌 이벤트라도 하려나 보다 짐작할 뿐이었죠.

그리고 올드월드의 최후를 장식할 시리즈의 첫 권이 발매됩니다.

'The End Times : Nagash'

Warhammer will never be the same, 워해머가 영영 바뀌리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올드월드는 파멸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 맷 와드는 스페이스 마린 5판 코덱스와 그레이 나이트 5판 코덱스의 메인 디자이너이자 작가입니다. GW에서 급진적으로 설정을 전개시켜야할때 주로 기용하는 게임 디자이너 겸 작가로 로버트 길리먼 영적 군주설과 그레이 나이트의 슈프림 그랜드 마스터 칼도르 드라이고의 모타리온 심장 사인 사건, 네크론 크탄 포켓몬 사건으로 전 세계 워해머 팬에게 욕을 들어먹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만 맷 와드는 일개 gW 게임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사실 이러한 급진적인 설정은 회사의 컨펌을 받고 나온 설정이라, 맷 와드는 그냥 욕받이로 내몰린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 'stom of chaos'는 엔드타임 이전 GW에서 했었던 대규모 이벤트입니다. 아카온과 지그마의 현신 발텐을 주인공으로 올드월드의 거의 모든 진영이 참여한 대규모 이벤트였는데, 유저 참여형 이벤트였고 이벤트의 전개를 유저들의 게임 결과에 맡겼는지라 맨 마지막에 오크 유저가 카오스 유저에게 승리하는 바람에 그 유명한 '고르거츠가 짱이다!' 엔딩으로 끝났죠. 진위 여부는 모르겠습니다만, 2015년 이전 GW는 꽤나 아마추어틱한 회사여서 믿음이 갑니다. 이 이벤트의 충격적인 결말 이후, 로버트 길리먼의 부활과 데몬 프라이마크 모타리온의 울트라마 성계 침공을 다룬 '코너의 몰락'이 나오기 전까지 gw는 유저 참여형 글로벌 이벤트를 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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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3 00:48
수정 아이콘
너무 잘 읽고있습니다. 매력적인 설정을 좋아해서 지금도 밤에는 워해머 관련 위키보면서 잠들어요 ㅠㅠ 연재글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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