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L 최하위 팀인 V5. 현재 무려 0승 8패. 세트 스코어는 1승 16패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 현재 다른리그에 전패팀은 없기 때문에 4대리그를 통틀어도 이 팀만큼의 성적을 기록 중인 팀은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 팀의 문제는 뭐냐면 LPL 2년차 팀이고, 이스타 같은 예외도 있지만 아무래도 신생팀이라 기존 로스터가 안 좋은데, 기존 전력은 안 좋은데 거기서 또 투자를 안합니다. 다른 팀들이 막 선수 영입에 돈을 많이 쓰고 실력 좋은 한국인 선수를 용병으로 데려오기도 하는데 V5는 저번 시즌 끝나고 다른 팀들이 적당히 손절한 유망주만 몇명 긁었습니다. 오프시즌 영입한 997, xiaohan, clx 이 3명의 선수의 LPL 경기 출전 경력 합계는 0 입니다. LDL 경력 밖에 없는 돈 별로 안들 어린 선수만 최소한으로 몇명 더 데려와서 아직 계약기간 남은 선수들하고 같이 굴리는 수준.
V5 팀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카지노 대부 아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위의 기사에 따르면 18년 끝나고 롤챔스 이적기간 때만 해도 FA로 나온 여러 한국인 선수들에게 거액의 러브콜을 보냈고, 연봉 10억이 넘는 제안을 받은 선수도 실제로 있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그래서 19년 스프링 때만 해도 막 엄청난 빅네임 영입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이름 들어본 선수들이 몇명 포함된 로스터 였습니다. 미드에 코른은 엄청 예전 왕년의 이야기긴 하지만 롤드컵 결승 경험해본 적 있고, 서포터인 로드 윤한길은 I May 시절에 나름 롤드컵도 출전한 팀의 운영의 핵이었다는 소리도 들었던 선수(메카닉은 꾸준히 별로라는 평 받은것 같지만), 탑에 지누는 한국솔랭에서 '로드마스터킹'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임진우 선수 였습니다.
원딜인 y4가 지누와 함께 이 무렵에는 가장 실속있는 멤버라고 할 수 있었는데 우지-에이블이 원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RNG에서 기량을 닦다가 LGD로 이적해서 제대로 LPL에서 뛰면서 경험치도 먹고 아직도 나이 어린 알짜 멤버였습니다.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이 많이 포함되긴 했지만 어찌되었건 용병도 두 자리 모두 쓰고 원래 많은 스포츠에서 신생팀이 다소 한물간 네임드 + 적당한 유망주 이런식으로 포함 되어서 유망주들이 자리 잡고 팀의 기둥이 좀 생기면 네임맬류만 있는 선수들 슬슬 빠지고 다시 새 선수 들어오고...이런식으로 정비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 그러려니 할 법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서머 시즌을 앞두고 갑자기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 코른, 로드 이런 선수들 다 쳐냈습니다. 물론 나이 적지 않고 실속 적은 베테랑들 시간 지내면서 쳐내는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은데 늘 쓸만한 탑 기근에 시달리는 LPL에서 든든하게 탑 자리 지켜주던 '지누' 를 EDG에 이적시켰습니다. 그러면서 EDG에서 '몰' 선수를 받아오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용병 두자리도 전부 안 쓰고, 나간 선수들 자리도 유망주들로만 채워진 상태가 되었습니다. 듣기 좋아서 유망주로만 채워진 팀이라는거지, 사실상 팀에 돈 들어가는 일 안한거나 다름 없습니다. 이스타조차도 FW에서 대만리그 우승을 경험한 커리어를 가진 샤우시를 영입했었으니...
탑에 중량급 선수였던 지누가 나간 자리를 유망주인 Aliez로 채우려 했는데, LPL 레벨에서 전혀 경쟁력을 보이지 못해서, 나름 EDG에서 온 그래도 중량감 좀 있던 유망주였던 몰이 탑으로 뛰는 당황스러운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그러고 IG 한번 이겼던게 함정... 거의 가문의 영광급 그만큼 작년 서머 IG가 막장이긴 했습니다.
작년에는 그래도 OMG도 별로였고, RW는 도인비가 나간 후 완전히 성적 포기하고 비슷하게 유망주만 잔뜩 굴렸고 VG 같은 팀들도 든든하게 바닥을 깔아주는 동지였기에 V5도 그래도 나름 비빌 언덕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작년 섬머에 V5가 5승이었는데 1승을 IG에게 하고 나머지 4승 중에 3승을 VG, OMG, RW 상대로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나고 다른 성적이 안 좋던 팀들은 어쨌든 보강에 나섰습니다. OMG는 팀의 간판인 아이콘을 제외하고 전면적인 리빌딩을 해서 올해 상당힌 성과를 내고 있고, RW는 그래도 나름 T1 소속이었던 무게감이 있는 크레이지 등도 영입했고, VG는 김정균이라는 빅네임에 아이보이, 포지 같은 선수를 데려왔고 현재 상태가 별로인 LGD 역시 그래도 피넛을 데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작년 섬머 시즌에도 별다른 투자가 없었던 V5는 이번 오프시즌에도 앞서 말했다시피 LPL 경험도 없는 유망주(인지 아닌지도 사실 의심스러운) 선수들 몇명 영입하고 끝이었고... 그 결과가 여실히 나오고 있습니다.
피넛 때문에 그래도 나름 여러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팀인 동시에 그래서 더더욱 막장성으로 악명을 떨치는 LGD에게도 심지어 개박살나는 처참한 모습. 순위만 보면 리그 16위 팀과 리그 17위 팀의 대결인데도 그래도 압도적인 차이가 났습니다.
그런데 V5는 단순 자체만으로도 리그 꼴지가 압도적으로 유력한 팀이었는데, 심지어 여기에서 더 불상사가 생깁니다. 우한 코로나 사태로 몇몇 선수들이 격리 지역에 머물어서 합류를 못해서, 안그래도 습자지 같은 뎁스인데 여기서 더 얆아지고 만 겁니다.
로스터가 두껍고 백업 멤버들이 있다면야 후보라도 내세우는데 이 정도로 로스터를 굴리니 후보도 막연한 상황...
주전 정글러인 xiaohan이 못 나오게 되서 대신 나온 LDL 출신 정글러의 챔프들. 딱 자르반 아래 잭스까지가 본인이 하던 챔프들이고 그 위부터가 대타로 나와서 정글로 뛰던 때의 모습인데 카밀, 쉔, 갱플랭크, 피오라 이런거 하던 사람이 갑자기 자르반 렉사이 리신 들고 정글가고 있습니다.
오프시즌 몇 안되는 영입 선수인 미드 유망주 clx의 LDL 시절 챔프폭. 르블랑 조이 리산드라에 신드라, 오리아나, 블라디미르, 카사딘 같은 전형적인 미드 AP 챔피언을 자주 다루곤 했습니다.
그런 선수의 올시즌 챔프폭. 오리아나 하던 사람이 탐켄치, 레오나, 브라움을 하고 있는 기적의 챔프폭을 보여줍니다.
원래 서포터는 Max 선수지만 이 선수도 한동안 출전을 못하게 되면서 미드 선수가 서포터로 가던 상황.
오리아나 하던 사람한테 프로무대에서 브라움 시키는데 상대도 프로선수들이고 이게 통할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결국엔 나중에는 아예 궁여지책을 쓰는데, (순서는 저렇게 나오지만) 서포터로 억지로 출전하던 clx가 르블랑을 들고 자기 포지션인 미드로 올라가고, 원래 미드인 몰은 신드라를 들고 바텀 비원딜 신드라로 플레이하며, 원래대로라면 몰과 더불어 그나마 V5에서 캐리를 기대해볼만한 원딜러인 y4는 바드를 골라 서포터로 플레이 했습니다.
비원딜은 그렇다치더라도 원딜이 어거지로 서포터로 간 괴이한 상황.
이번에는 y4가 정상적인 원딜픽인 칼리스타를 잡고, 미드라이너인 몰이 급기야 서포터로 갑니다.
탑미드 원딜 스왑은 종종 보지만 미드인 선수가 서포터로 스왑하는 상황. 물론 몰이 레오나 브라움 이런 챔프의 숙련도가 있지는 않을테니 그나마 미드에 가까운 니코를 데려갑니다.
또 다음에는 몰이 니코를 들고 바텀으로 가고, 다시 원딜인 y4가 그나마 원딜 파이크 한참 쓰곤 할때 몇번 연습 좀 해봤을 파이크 들고 서포터로 이동합니다.
저 모든게 한 시리즈 안에 일어난 일로, 이 짓을 한 시리즈 내내 했습니다. 한 시리즈 내에서 서포터 미드 스왑, 원딜 미드 스왑, 원딜 서포터 스왑을 챔피언이 아니라 선수 단위로 한 것.
프로무대에서 이 짓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성적이 나올리가 만무하고... 결국 시간이 지나서 겨우 Aliez, xiaohan, Mole, y4, Max이 5명의 베스트 멤버를 돌릴 수 있게 되긴 했는데, 이렇게 되니 다시 근원적인 문제로 돌아갑니다. 다들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몰, y4, Max 이 3라인은 그렇다치고 상체 특히 탑인 Aliez는 V5 멤버 평균 중에서도 몹시 구멍에 가깝다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그나마 이 팀에서 최소한의 실링은 있는 편인 몰이 다시 탑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작년 섬머마냥 다시 탑으로 출전하는 몰...
한시즌에 무려 탑 미드 원딜 서포터 4포지션을 소화하는 기적의 뉴메타에 주인공이 되어버렸습니다. 퍽즈 캡스 정도는 몰님 앞에서는 그냥 엎드려 뻗쳐 해야 하는 수준. 물론 자의는 거의 개입 안했을테고 타의가 대부분이겠지만...
그런데 상대가 FPX고... 또 칸의 간만의 복귀전이고... FPX까지 갈것도 아니고 무려 LGD 상대로도 박살이 나버렸으니..
각 리그마다 '답이 없는 팀이다' 는 팀이야 있겠지만 V5에 비하면 다들 선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그 어느팀도 선수 한명이 탑 미드 원딜 서포터 전부를 커버치는 팀은 없을테니..
진짜 드럽게 못하는 팀이긴 한데, 어떻게 보면 선수들이나 코칭 스태프는 자기들이 할 수 있는 한에서는 별짓을 다해서 버티려고 하는것 같아서 불쌍할 뿐입니다. 어마어마한 자본을 가진 팀들 사이에서 최소한 선수 영입에 관해서는 롤 챌린저스 팀보다도 못한 지원(챌린저스 그래도 크라운 이안 엄티 세난 이런 선수들 영입하곤 하니) 받으면서 꾸려가는 형국이니 경쟁을 하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가 아니고, 투자 안하는 윗선을 욕해야할뿐.. 반대로 올시즌 만약 V5에게 지는 팀이 있다면 욕먹어도 무방합니다. 상대가 정상적인 경쟁 상대라고 볼 수 없으니.
LPL이 20팀까지 늘어날 예정인데 만약에 V5 같은 팀이 더 늘어난다면 사실 거의 의미가 없어 보이긴 합니다. V5보다 신생팀인 이스타가 어마어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V5 특수 사례에 가깝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