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는 어떤 스타일의 팀이고 그 멤버들이 어떤 타입의 선수인지는 많이들 아실 겁니다. 다만 이 선수들의 개인적인 면모나 중국 현지에서 이미지나 느낌 같은건 좀 덜 와닿을 수 있고 많이들 모르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외국 선수라고 해도 활발한 트윗 활동이나 '레딧' 이라는 서구권 관련 화제를 거의 독식하는 접근성 편한 매체가 있는것에 비해 LPL 쪽은 언어 문제도 있고 해서 '뉴스' 란에서 볼만한 이야기 아니면 다른 이야기나 관련한 이미지는 접하기 어렵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롤드컵을 보면서 IG의 정신나간 공격성과 뇌가 녹아버리는듯한 플레이를 보면서 "와 이 놈들 뭐지. 진짜 재미나게 하네." 하면서 관심이 좀 생겨서 올시즌 동안 틈틈히 저쪽 동네 웹을 눈팅으로 가끔 보면서 느낀 인상들이 있습니다.
8강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그리핀 상대로 IG가 시원하게 떨어지게 된다면 앞으로 따로 올릴 타이밍도 애매하니 1년 동안 IG를 보면서 느낀 인상이나 이야기를 한번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1. 더샤이
중국 데뷔 전에 국내에서도 방송을 하고 했었으니 프로 데뷔 이전 행적에 대해서는 많이들 아실겁니다. 사실 저는 인방 쪽은 거의 문외한이라 다른 분들이 더 잘 아실 것 같고
아무튼 그래서 경력보다는 LPL 쪽에서 위상을 이야기하자면 작년 정규시즌 때도 파괴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지만, 롤드컵 우승을 하면서 정말 대단한 인기 선수가 되었습니다.
특히 그 인기의 화룡정점이 된 게 바로 작년 롤드컵 G2 전이었는데, 시리즈 내내 제이스 잡은 판도 그랬지만 가히 폭주 기관차 같았는데 특히 마지막 3세트에서, 중국팀의 희망이었던 RNG를 잡아냈던 그 G2를 말 그대로 갈라버린 아트록스 플레이가 어마어마한 화제가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혼자 5명하고 맞짱 깐 모습이 워낙에 상징적이었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라이엇에서도 이번 롤드컵 인트로로 넣어준 장면
결국 그런 임팩트 때문에 RNG가 1년 거의 전부를 휩쓸었던 작년에 우지 같은 선수를 제치고 무려 '최고의 인기 선수 상' 을 타냅니다.
현재 중국에서 더샤이의 위상은 단순히 그냥 실력 좋은 선수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선망 받는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선수로 따지면 '원딜의 로망' 이렇게 불리는 데프트 선수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원딜보다 탑이라는 포지션이 훨씬 에고가 더 쎈 포지션이고 팀이 깔아주는것과 별개의 개인 퍼포먼스가 더 큰 포지션이다 보니 그 느낌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경기가 준비 되어서 사전 인터뷰를 하게 되면, 상대 선수들이 더샤이에 대해서는 붙어보겠다도 아니고 그냥 "한 수 배우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심지어 중국 토종 탑 중에서 상위권 선수들인 줌이나 369 같은 선수들도 "저도 더샤이 선수의 팬입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붙어보겠습니다." 이럴 정도입니다.
줌 같은 경우는 플레이오프에서 난적인 FPX나 RNG 같은 팀과 붙기 전에 더샤이가 개인 방송하는 방에 들어가서 선물을 쏘고 "그 기를 받아야겠다." 는 식으로 더샤이로 프로필을 쓰고 "이거 쓰는동안 내가 小 더샤이다" 뭐 이럴 정도고... (줌은 심지어 스프링 때 우승하면 닉네임을 '더 줌' 으로 바꾸겠다는 공언도 함. 물론 져서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음)
한편 LPL 쪽에서 본인도 레전드 출신이면서 지도자로서는 많은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고, 그러면서 동시에 현지에서 잘나가는 스트리머로 활동하는 PDD는 현역 선수들과도 가깝고 IG나 RNG 수뇌부들하고도 친한 중국 롤계의 마당발인데, 그 PDD가 하는 말에 따르면 자기가 만나서 이야기 해본 많은 선수들이 "나도 더샤이 팬이다." "나도 더샤이처럼 해봤으면.." 한다고 합니다. 팬들이 동경하는게 프로 선수들인데, 그 프로선수들이 동경하는 선수들의 선수 포지션 같은 위치...
그리고 경기에서 보여주는 광전사 같은 모습과는 별개로, 사적으로 피아노나 그림 쪽에 재능을 보이거나 취미로 즐기는 의외의 모습 같은게 있는데 그런 점도 또 심금을 울렸는지 여성 팬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심지어 롤도 안하고 스킬이 뭔지도 모르는 여성 팬들도 있는데 그런 팬들도 경기장으로 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중국어가 원할하진 않아서(아예 못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말 별로 없는것도 무슨 무뚝뚝하게 상대 갈아버리는 터미네이터, 살인전차 이미지로 포장되기도 하고...
더샤이 현지 위상은, 은퇴한 렛미가 "프로 선수로 대성공해서 먹고 사는것" 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절대 쉽거나 편한 일이 아니다' 며 (렛미는 은퇴하고 대학에서 선수 시절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프로 선수로서 성공하는 것의 어려움과 프로생활의 어두운 점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함)우지와 더샤이를 거론하면서 "그 정도 높이까지 갈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은 정말 드무니까, 내 평생 나도 그 정도 높이에 미치지 못했으니까." 이렇게 우지와 팀메이트였던 선수가 우지와 같이 거론하는데,
한마디로 말해서 우지급 위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지가 여러 일을 겪었던 자국 선수로서 정말 사랑받는 만큼 까이기도 엄청 까이곤 한다면 더샤이는 '외국에서 온 엄친아' 느낌으로 아우라 같은게 있다보니 열렬함은 좀 덜해도 까이는 만만한 이미지는 거의 없는 느낌?
여담으로 사진을 찍거나 경기할때 늘 한쪽 팔을 가리고 노출 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일전에 부상 당했을때 다친 상처 자국 보이기 싫어해서 그렇다는 말이 있더군요.
이번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마지막 날 통과 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는데, 대기실에서 IG 멤버들이 진지하게 피드백하고 경기에 대해 논의하던 중, 더샤이가 갑자기 벌컥 화를 내면서 한국어로
"내가 저 자식들 다 죽여버리겠어!"
하고 소리 질렀다고 합니다. 옆에 있던 사람들 다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그리고...
재키러브 : "저기서 안 죽고 살아가다니!"
루키 : "아니 개$$@#@#!"
2. 루키
루키도 한국에서 선수 생활 시작해서 무려 LCK 우승도 해본 뒤에 넘어간 선수니 이전에 대해서는 많이 아실테니 거긴 말할 필요가 없고,
현지에서 이미지가 정말 좋은 선수 입니다. 우지나 더샤이급으로 극단적으로 팬덤이 엄청나다는 아니어도 반대로 안티라고 할 게 없는 선수이기도 하구요(모두까기 부류등은 물론 제외).
실력도 좋고 오랫동안 고통롤 포지션이기도 했고, 중국어도 잘하고 현지 팬들을 위한 배려심 같은것도 워낙 좋아서 다들 좋아하는 선수 입니다. 항상 서글서글하게 웃는 상이고, 외적으로 훈련 태도 이야기가 나올때도 나쁜 말이 나온 적도 없고(여담으로 김정수 코치가 가끔 IG 시절 썰 풀때는 곧바로 중국웹에 바로 올라옵니다.)
제가 인터뷰를 봐도 참 생각도 깊은 선수구나... 싶기도 하구요. 아래는 그런 인상 깊었던 인터뷰 중에 일부
--
Q : "당신은 4년 동안 프로생활을 했는데, 가장 어렵다고 느낀 순간을 이야기 해줄 수 있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일전에 힘든 순간이 있었다는 느낌은 아니네요. 전 제 실력에 자신이 있었어요. 설사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해도, 그냥 '시간이 아직 안되었구나.' 라고 생각했죠. 저만 잘하면 언젠가 제 차례가 올거라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예전엔 너무 자주 졌기 때문에 더 쉽게 느꼈을 수도 있구요.
그런데 결승전에서 우승하고 나서야 지는 것과 이기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긴 후의 기분이라는 건 얼마나 차이가 큰가 하고 말이죠.
만약 지금 다시 지게 된다면, 아마 그때가 가장 어려운 순간일 것 같아요."
Q : "한국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한국인 사회자가 시상대에서 한국어로 당신을 인터뷰할때, 당신은 한국어가 모국어지만 중국어로도 대답했는데 이유가 뭔가요?"
"당시 그 자리에는 중국인 게이머 분들도 많았어요. 트로피가 있는 곳에서 인터뷰 자리까지 걸어가는 동안, 여러분들이 끊임없이 환호를 해주셨는데 그 순간 전 특별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때 왜 제가 중국어로 대답을 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냥 그렇게 하는게 당연하게 생각 되더라구요.
그 순간은 제가 중국에 와서 얻은 가장 큰 성과였죠. 그런 순간을 함께 나누고 싶고, 선수들이 자기가 속해 있는 곳의 언어로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갑자기 중국어로 대답했는지는 모르겠네요."
Q : "언젠가 은퇴를 해야 한다면, 언제 은퇴하고 싶나요."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될 수 있는대로 그때까지 끌고 가서 은퇴하려고 했어요. 그래야 돈을 많이 벌잖아요.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만약 내가 팀을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다면, 남들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된다면, 은퇴를 해야겠다고 마음이 바뀌었어요. 프로 선수들은 늙기 마련이고 실력도 떨어지기 마련이죠. 이럴때 단지 돈을 위해서 팀에 악역향을 끼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팀을 따라갈 수 없다면, 전 은퇴를 택하겠습니다."
--
다음은 김정수 코치가 루키에 대해서 언급했던 이야기
Q. 그렇다면 이 선수는 내가 봐도 본받을 만 하다 싶은 선수가 있었나.
"딱 두 명 있다. '프레이' 김종인 선수와 '루키' 송의진 선수다. 선수한테도 배울 점이 있구나 싶었던 건 '프레이'고, '루키'는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루키'는 리더형 선수다. 또, '루키'는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정말 열심히 했다. 중국어를 완벽하게 하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중국 음식도 먹으려고 노력했다. 중국 리그에서 최적의 경기력을 내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려고 한 거다.
실력적으로도 물론 완벽했다. '프레이'도, '루키'도 경기가 끝나고 휴가를 주면 돌아와 혼자 경기 복기를 하거나, 솔로 랭크를 돌리는 선수였다. 그런 선수를 누가 싫어할 수 있겠나. 작년 롤드컵을 예로 들어보면, 중국 선수들이 보통 새벽 1~2시면 퇴근했다. 근데 '루키'는 매번 5시가 지나서 퇴근하더라. 끝없이 노력하는 선수다. '루키'에게 '너는 은퇴하기 하루 전날까지 잘할 거다'고 했을 정도다."
(이 인터뷰도 바로 번역되서 중국 웹에서 루키 미담으로 올라옴)
실력으로건 실력 외적으로건 루키에 대한 팬들의 가히 절대적인 신뢰를 볼 수 있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검색하면 수두룩하게 팬들이 사용하는 你永远可以相信宋义进 말입니다.
그 뜻은 '당신은 언제나 송의진을 믿을 수 있다.' 라는 의미입니다. '이 사람이라면 절대 실망시키지도, 배신할 일도 없다'는 신뢰를 보여주는 말이니 외국인 선수에게 보여주는 표현으로는 가히 최상이라고 할만합니다.
그 말은 팬들이 쓰던 말인데 롤드컵을 앞두고 출정식 느낌으로 나온 IG의 비디오에서는 반대로 이번 시즌 여러모로 우여곡절이 많았떤 루키가 "과연 내가 우승컵을 지켜낼 수 있을까?" 라고 자문하고는, 팬들을 향해
你永远可以相信宋义进, 我说的 "당신은 언제나 송의진, 나를 믿을 수 있다." 라며 스스로 선언하는 영상을 찍기도 했는데 실제로 경기력이 한참 안 좋던 서머 고려하면 확 좋아지기도 해서 팬들은 그냥 무지하게 뽕 맞는 중...
또 루키 하면 사적으로 유명한게 LPL 호스트였던 여자친구 小钰인데 공개연예 하는 중입니다. 사귀고 시작할 무렵 루키가 틈만 나면 하는 말이 "뽀뽀하고 싶어." (我想要啵啵) 라서 고양이 이름을 뽀뽀(啵啵)로 지었다고 하는....
3. 바오란
서포터인 바오란은 다소 재미있는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중학생이 될 무렵부터 바오란은 갑작스레 학업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딱히 일탈을 엄청 한것도 아닌데 수업에 흥미를 느낄 수 없고, 자연히 수업 내용을 따라갈 수도 없고, 그러자 교사가 일부러 '공부 잘하는 애들은 앞쪽, 못하는 애들은 뒤쪽' 같은 식으로 맨 뒷자리에 보내 '낙오자' 취급을 하는 등 혼란한 시기를 겪었다고 합니다.
이 당시 바오란은 이런 '낙오자' 가 되면서 극심한 혼란도 겪었고, 소통도 거의 바로 옆자리 사람들하고만 하면서 외로움을 느끼며 좋지 못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바오란의 부모는 공부와 학업에서 아들이 성취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면 거기에 목매달기보단 혹시 다른것에 자식이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싶어서 바둑도 시켜보고, 그림도 그려보게 하고, 피아노도 시켜봤습니다. 심지어 후루쓰(葫蘆絲)라는 생소한 전통악기도 시켜봤다고 합니다.
이런거. 여기에 대해 (이런 사정을 기사로 쓴) 기자에게 말을 할때 제법 그럴듯하게 취주악기 잡는 시늉도 보여줬다고...
그런 와중에 롤을 접하게 되었는데, 당초 바오란은 롤을 그렇게 잘하지도 못했습니다. 중국 서버에서 브론즈에 불과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게임을 하던 중에 갑작스레 벼락 맞은 듯한 충격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있었는데...
평범한 브론즈 즐겜러였던 바오란은 어느날 '매드라이프' 의 플레이를 보게 되었고, 특히 매드라이프가 상대 점멸 등을 예측해서 그랩으로 끌어버리는 모습 같은걸 보고 "서포터는 대단한 포지션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드라이프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브론즈에서 플래티넘으로 올라가고, 다시 일주일 만에 플래티넘 5에서 다이아5로, 다시 일주일 만에 다이아 1, 그리고 곧 다음 티어까지 쑥쑥 올라가면서 실력이 급상승 했다고 합니다.
실력이 늘어나면서 프로게이머에 대해서도 생각이 든 바오란은 16살의 나이에 어머니의 손을 잡고 비행기를 타고 사는것에서 멀리 있는 천진까지 가서 LPL의 3부리그인 TGA의 팀 중 하나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이 터져버리고 맙니다.
낙동강 오리알이 된 상태의 바오란이었는데 이때 바오란이 만난 사람이 바로 요새 화제의 팀인 징동 게이밍의 주전 탑솔러 '줌' 입니다. 줌은 바오란을 다른 TGA 팀인 'BOE' 라는 팀에 데려왔고, 바오란은 두 살 위인 줌을 친형제마냥 따르면서 여러모로 의지했습니다.
하지만 BOE에서 바오란의 출전 기회는 없었고 벤치 신세만 지던 바오란은 출전하기 위해 다른 TGA 팀인 MSC라는 팀에 들어갔습니다(MSC 경력은 어째 롤 위키 같은데서도 안뜨더군요) 거기서 계속 경기에 뛰면서 나름대로 자신감을 키웠지만, 2부리그로 승격할 수는 없었고 이전 팀인 BOE를 만나서는 줌의 캐리로 완패하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그렇게 3부리에서 장장 2년을 이 팀 저 팀 옮겨다니며 어지럽고 체계도 불확실한 TGA 생활을 하던 바오란은 결국 TGA 생활을 청산하고 LPL로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다만 LPL의 입장에서 보면 바오란은 아무런 실적도 없는 가능성만을 가진 선수고, 많은 TGA 선수들은 "보여준것도 없는데 만약 LPL 팀에 갔는데 밀리게 되면 그저 영원히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여러모로 불확실한 도전이었습니다.
그렇게 IG의 유스 간 바오란은 다행이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며 성공적으로 LPL에 자리 잡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바오란이 자리를 잡았을 무렵의 IG는 팀이 여러모로 매우 혼란했던 시기였기에 이 선수 저 선수 써보던 중이었기에 바오란에게도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올해 리프트 라이벌즈 때, 자신이 서포터를 하게 만든 매드라이프를 드디어 만나게 된 바오란.
매드라이프가 나타나자 고개 숙이면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 합니다.
매드라이프와 사진을 찍게 되자 발까지 동동 구르면서 좋아하는 바오란.
4. 재키러브
내면에서 혼란스러운 시간이 많았던 학창시절을 보낸 바오란에 비해 재키러브는 상당히 떠들썩하게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합니다.
재키러브는 호북 황강(黃岡)에 있는 황강중학교 출신인데, 공부는 별로 잘하지 못했지만 그 지역에서 '황강제일 드레이븐' “黄冈第一德莱文” 으로 이미 그때부터 명성이 자자했다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포고 신드라 일짱 이런 느낌..
그래서 재키러브는 동네 PC방에서 14살의 나이에 드레이븐 가지고 중국 솔랭 1위를 찍었고, 방송을 하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하여 재키러브가 16살 쯤일때 IG가 그를 데려왔는데, 18살은 되어야 LPL 경기에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변하는 E스포츠 판에서 2년을 기다려야 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는 판단이었습니다.
대신 재키러브는 나이 제한이 없는 NEST 2016 같은 대회에서는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간 NEST 대회에서 IG는 우승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다들 축하하고 좋아하고 있는데 재키러브가 안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IG 매니저가 찾아다니다 보니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재키러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체 왜 울고 있냐고 하니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절 응원해주시고 기대해주셔서, 제가 챔피언이 된 기분이었어요."
그리하여 마침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재키러브의 LPL 데뷔는 2018년에 이루어집니다. 정규시즌 IG는 승승장구 하며 리그를 휩쓸었고, 플레이오프를 남겨두었습니다. 그런데 플옵 경기를 일주일 앞두고 재키러브는 갑자기 중압감에 사로잡혔습니다.
"RNG와의 경기 일주일 전부터, 매일 잠 자리에 들기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지금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우지를 당해낼 수 없을것 같았다. 지는게 너무 두려웠다."
결국 IG와 RNG의 경기는 5세트까지 간 끝에 재키러브의 실수로 패배합니다.
이 경기에서 패배하자 루키는 그야말로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LPL에 온 뒤로 늘 고통롤을 하는 입장이었다가, 이번에야말로 정말 우승할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걸 5세트까지 간 경기끝에 내주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눈물 흘리는 루키를 경기장에서 위로하던 재키러브는 그날 많은 생각이 들었는지 패배한 당일날 늦은 저녁에 웨이보에 글을 올렸습니다.
"프로 선수가 되어, 어째서 승부를 두려워했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내 자신의 문제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의진이 형에게도 미안하고, 그 형이 우는것을 보니 내 마음이 아팠다."
"여러가지로 많이 생각을 했는데, 난, 그리고 우리가 다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좋은 동료들이 있다. 우리 팀에겐 무한한 희망이 있다. 나 자신도 좀 더 보완해서 서머 시즌을 맞이하겠다.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고맙고, 난 아직 나아질 게 있으니 모두들 힘내자."
그리고 서머시즌, IG는 또다시 리그에서는 단 1패만을 하며 결승전까지 올라갔지만, RNG와의 경기에서는 5차전 접전 끝에 마지막에 재키러브가 정글 몹을 먹다가 상대에게 물리면서 패배했습니다.
이렇게 IG는 스프링과 섬머를 합쳐서 단 2패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프링 섬머 둘 중 어느것도 우승하지 못하는 기막힌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롤드컵. IG는 최대의 우승후보인 KT를 상대로 2대0까지 몰아붙였지만, 이후 2세트를 연달아 내주면서 승부는 5세트로 가게 됩니다. 스프링에서도, 서머에서도, 모두 5차전까지 간 끝에 패배했던 IG 였기에 마치 운명의 장난 같은 스코어 였습니다.
그리고 그 두 번의 5차전 패배에서 모두 실수했었던 재키러브는 일이 이렇게 되버리자 긴장하는 대신 웃으면서 동료들에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래, 이쯤하면 되었잖아. 진다면 이게 우리의 이번 롤드컵 마지막이야. 그냥, 후회만 안 남도록 하고 싶어."
그리고 그 마지막 5차전에서 재키러브는 앞점멸로 진입하여 상대를 쿼드라킬로 잡아내고, 3번의 도전끝에 마침내 플레이오프 5전제라는 무대를 넘어서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스프링에서도, 서머에서도, 리프트 라이벌즈에서도 무너졌던 IG가 결국 롤드컵에서 우승하고 난 뒤, 이제는 슬퍼서 우는게 아니라 기뻐서 우는 루키를 위로하는 재키러브.
5. 닝
정글로서 롤드컵 우승하는 경력을 가진 닝인데, 원래 포지션은 원딜이었습니다.
사람 하나 잡아먹을 듯한 원딜 시절 닝 인상....
이 당시 닝과 같이 호흡을 맞추던 서포터가 바로 밍입니다. PDD가 IG와 사이가 좋아 IG에 보내면서 정글로 포지션 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PDD는 제자들 아끼면서 좋아하는 편인데, 특히 밍은 PDD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구요. 그런 PDD가 닝에 대해 말하길 "좀 약간 과할 정도로 극도로 자신감이 대단하다." 라고 했는데 "프로로서 그게 꼭 나쁜건 아니다." 라고 이야기 해주긴 했습니다. 닝하고 밍은 요즘도 가끔 PDD를 어르신 모시듯 만나러 가곤 하는데 그런 PDD 입에서도 성격이 좀 다소 과하다, 독특하다 할 정도니 참 기묘한 성격을 가진 선수이긴 한것 같습니다.
IG 내에서는 안티들이 까거나, 혹은 팬들이 '범인' 을 찾을때 가장 먼저 지목 되서 공격받는 포지션 입니다. 뭐 실제로 닝이 범인이 되는 플레이를 자주하긴 하는데, 일단 성격적으로도 재키러브는 인기가 많고 바오란은 존재감이 좀 옅고 둘다 많이 공격받을 위치는 아니고, 더샤이나 루키는 LPL에서 아주 위상이 공고한 선수인데 닝은 언행이건 뭐건 거침이 없고 어그로를 몰고 다니다보니 더 그런 편입니다.
그런데 이 선수 성격이 진짜 강철멘탈인건 욕을 그야말로 무수하게 먹는데 개 X또 신경 안쓴다는 겁니다. 저쪽이 숫자도 많고 공격이 집요하다면 더 집요할텐데 그냥 X까라 마이싱 모드 입니다. 다음은 닝의 마이웨이 모드를 볼 수 있는 인터뷰 중에 하나.
--
Q : "IG 선수들은 친밀한가요?"
"친하다는게 말이 안될 수도 있지요. 그보다는 잘 맞는다고 해야하겠죠.
전 한두 사람은 정도는 어울리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다섯 사람 모두가 마음이 맞는다는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Q : "온라인에서의 부정적인 반응 같은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프로 선수 한명이 이 자리에 설 수 있는건 개인적인 노력이 있지요. 클럽의 선택도 물론이구요. 어떤 프로선수라도 그들이 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함부로 논평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것도 스트레스이긴 하죠. 선수로서 이런 스트레스를 어떻게 처리할지 아니면 어떻게 해결할지. 전 딱히 해결해야 하겠다 그런식으로 마음 먹지 않고, 단지 제 생각만 합니다."
Q :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을 떠나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딫힌 적이 있나요?"
"LSPL에 있을때, 우리 팀은 당시 정규 시즌에 거의 무적이었습니다. 21연승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결승에선 졌죠. 3년 연속으로. 전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했지만 해결 할 수 없었고, 왜 그런지도 몰랐습니다. 나중에서야 이런 문제는 해결 할 수 없다고 깨달았죠.
그럼 그냥 자연스럽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죠."
---
이것도 마이웨이 중에 하나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앞서 말했다시피 대기실에서 더샤이가 갑자기 사자후를 터뜨려서 다들 놀라고 쫄아서 정신 바짝 차리고 있는데 그 와중에 닝은 실수로 더샤이의 키보드를 본인이 가져갔다가 나중에 알고 "이게 뭥미?" 하고, 그 와중에 루키에게 "야, 나 이러다가 키가 2미터 넘는거 아님?" 하고 그랬다고...
여하간 이렇게 저렇게 복장 여러번 뒤짚어 놓은 닝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리퀴드 잡고 8강 진출에 성공하게 되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이르러선 다들 그냥 손 털고 "그래, 에휴. 어쨌든 이게 IG다." "잘하자 화이팅." 뭐 이렇게 격려하는 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