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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1/13 19:13:23
Name 쎌라비
Subject [LOL] 답에 이르는 길 (수정됨)
일본 전국 시대를 호령했던 세 명의 풍운아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어느날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 때 마침 뜰에서 새 한 마리가 날아 올랐는데, 이를 본 세 사람이 각기 새를 주제로 시 한 수씩을 짓기로 했습니다.

먼저 성격이 급한 오다 노부나가가 시를 짓기를,

"손 안의 새 울지 않으면 죽여 버려라."

그러자 교활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렇게 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손 안의 새 울지 않으면 울게 하라."

마지막으로 이에야스는 이런 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손 안의 새 울지 않으면 기다려라."

이 이야기는 당연히 후대에 창작된 이야기일테지만 울지 않는 새를 울게 하는 문제를 그 세 명이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그 세 명의 인물됨을 드러나게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 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 질문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또 여러분의 친구는 어떻게 대답할까요? 저는 롤이라는 게임을 하는 상당수의 유저들은 아마 새에게 패드립을 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응 니 엄마 너 뻐꾸긴줄 모르고 탁란당했어" 이런식으로 말이죠. 여튼 문제가 하나 있다고 치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결하는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특성이 은연중에 드러나게 됩니다.

제 친구 A와 B는 그런점에서 상극인 성격을 가진 친구들입니다. A는 성격분석으로 하자면 스파크형 다시 말하면 불같은 스타일로 매우 저돌적입니다. 반면에 B는 신중하고 소심하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안건널 스타일입니다. 학창시절 이 둘은 공부를 못했습니다. 사실 저희 학교는 공부를 잘하기가 힘든 곳이긴 했습니다. 수능성적보다는 새로 성을 먹은 성주가 빨갱이(빨간물약)값을 올릴까 걱정하고 수업 시간에는 수학문제를 풀기보다는 방어구 계산(6요티,6마망, 4강부 등등 하면 -몇 방이 나오는지)을 하는 친구들이 수두룩빽빽한 곳에서 공부를 잘하길 바라는게 욕심일 겁니다. 하여튼 A와 B 이 둘은 시험 문제를 틀리는 방식에 있어서도 극단의 스타일을 보여주었습니다. A는 보기가 4번까지 있다고 치면 만약 1번이 자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4번까지는 잘 읽지도 않습니다. 나중에 아 뭐야 4번 있는줄도 몰랐어 하고 이야기하는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B는 다릅니다. 1번부터 4번까지 꼼꼼히 읽어보고 정답을 고릅니다. 그리고는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는 그 답을 고치죠. 물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정답은 처음에 고른게 맞기 때문에 틀리게 되죠.

이 둘은 게임에 있어서도 역시 매우 다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둘다 롤을 할 때 말파이트를 즐겨 한다는 사실입니다. 성격이 극단인 이 둘이 말파이트라는 같은 챔프를 선호하는건 저는 개인적으로 둘 다 돌대가리라는 공통점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튼 궁도 정말 다르게 씁니다. A는 상대가 보자마자 궁을 때려박고는 저에게 자신감 있게 외칩니다.
"오케이!! 야 쉔 띄웠어"
반면에 B는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결국에는 3인궁,4인궁을 성공합니다.물론 우리편이 다 죽은후에 말이죠. 저도 성격이 나름 급한편이라 그래도 B보다는 A의 스타일을 더 선호했었는데 A가 고른 자르반의 앞점멸 + 깃창 + 대격변의 우리편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메가패스 유승준급 이니시를 보고 나서는 뭐가 옳은건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친구들 사이에서 배그가 유행하게 되면서 이 둘과 함께 셋이 아니면 다른 친구 한 명이 더 껴서 넷이 스쿼드를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저는 친구들 사이에서 공인된 배좁(배그X밥) 이므로 발언권이없어서 이 둘의 오더에 따르는 편입니다. 이 둘이 친구들 중에서 잘하기도 하고요. 근데 이 둘의 오더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충돌이 종종 일어납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말다툼이 일어났습니다. A가 과감하게 돌진해서 상대방을 2명 죽인후에 자기도 기절해서 B에게 구원을 요청했고 B는 그 구원에 바로 응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면서 천천히 전진했고 그 사이에 A는 죽고 말았습니다.(물론 배좁인 필자는 당연히 죽어있었습니다.) 분노한 A는 B에게 불만을 토해냈습니다.
"아니 그 따위로 간만 볼거면 가서 정치를 쳐 하던가. 뭐하는거여 와서 빨리 살리지"(욕설제외)
"너는 그 정도면 화장실을 가던가. 왜케 항상 풀발되서 앞으로 돌진하다가 쳐 죽는거여."
아무튼 이 둘의 말다툼은 꽤 이어졌고 팀보이스의 분위기도 좀 싸해졌습니다. 저는 이런 싸한 분위기를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이 판이 끝나면 '어휴 이 XX들 또 시작이네 이럴거면 같이하지말던가" 라고 이야기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B가 기적인지 뭔지 저희팀이 스쿼드 우승을 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조용히 있던 A가 입을 열었습니다.

"캬 방금 B 지렸다. 이응지읒? 어 볶음. 동의? 어 보감"

이제는 늙은 티 나는 아재가 급식체를 흉내내며 오바하는걸 보니 딴에는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랬나보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두 친구를 보며 서로 답답할때도 있겠지만 조금 더 서로의 스타일을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건 문제를 푸는 방식보다는 문제를 풀어내는 것 자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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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ty breaking B
17/11/13 19:32
수정 아이콘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메가패스 유승준급 이니시] 와 진짜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크크크크
우리엘
17/11/13 20:09
수정 아이콘
말파이트를 통해 알게된 친구 두분의 공통점이 맘에 듭니다.
요슈아
17/11/13 20:10
수정 아이콘
노피지컬의 영원한 친구 돌파이트 아니겠습니까(....)
17/11/13 22:24
수정 아이콘
말파이트가 없었다면 아재들의 게임은 한층 더 어려워졌을것으로..
요슈아
17/11/13 20:10
수정 아이콘
LOL 옛 시즌때는 피쟐채널에 사람이 북적거려서 5인큐 를 자주 했는데 기억나는 장면이 몇개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서폿자르반으로 저 메가패스급 이니시를 하고 그 위에 덮혔던 아무무궁..말파궁...오리아나...도 있었나??
계속 바보짓 하다가 한방에 싹 쓸고 이겼죠 크크크.
17/11/13 20:12
수정 아이콘
아니 크크크 이번에도 정말 주옥같은 문장들이네요
냥멍빌런
17/11/13 22:21
수정 아이콘
정말 알찬 내용입니다 크크 추천합니다
그래픽디자인
17/11/13 22:33
수정 아이콘
[이겼으니 아무튼 됐음]
La La Land
17/11/14 00:40
수정 아이콘
저라면 시를 이렇게 짓겠습니다.
"손 안의 새 울지 않으면, 그냥 원래 그런 새인가 보다."
워터플러스
17/11/14 01:13
수정 아이콘
정말담백하게 글잘쓰시는거같습니다 .

잘읽고갑니다
김마리
17/11/14 01:47
수정 아이콘
흠, 성격이... 극단적인.. 사람들이... 탑..에 간다.... 메모..
페이커
17/11/14 09:46
수정 아이콘
배그 스쿼드도 의외로 갈등이 많더라구요. 전 들이대는스타일인데 이게 안그래야지 해도 스타일상 자제가 안되네요.
Janzisuka
17/11/14 12:35
수정 아이콘
문득 이글 보니 롤하며 지인들끼리 실제 성향이 나오는게 생각나네요 글써볼까나 크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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