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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1/04 21:58:09
Name Namok
Subject [LOL] SKT, 페이커 선수 감사합니다. 고생 하셨습니다.
13년 겨울부터 롤챔스를 봤고, 14년 겨울부터 롤을 시작한, 30대 아재입니다.

그냥 많은 SKT, 페이커 팬 분들처럼, 저도 속상하고 아쉽고 또 말로 전하기 어려운 그런그런 기분이 들어 몇 가지 끄적여 보려고 해요.

먼저, 페이커 선수...
어떤 말로도 수식할 수 없을 만큼 멋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었고, 또 경기가 끝난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우스갯소리로 남자는 자기보다 게임 잘하면 형이라 했는데 페이커 선수는 겨우 20대 초반이지만 정말 '센빠이, 형' 그 자체가 아닌가 싶어요. 피지알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만큼 우뚝한 게임 실력도 그렇거니와, 정신적인 면에서도요.
인게임에서 상대적인 기량 같은 건, 13년도 혹은 15년도 페이커가 17년도 페이커보다 더 우위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롤드컴 기간 동안 보여주었던 모습을 보면 정말 많이 성장했고, 전보다 훨씬 더 멋있고 훌륭한 프로게이머가(또는 인격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배의 원인을 항상 자기에게 귀책하고, 오로지 팀으로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그리고 하얗게 불태운 마지막 뒷모습까지... 정말 '빛상혁' 그 자체였어요.

그리고, SKT...
항상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승리가 상수였고 당였했던 팀..
제가 임용고시에 떨어지고 우울했던 어느 겨울부터, 참 많이 이기고 저를 대리만족하게 해 주었던 것 같아요.
14년도에는 비록 다소나마 부진하긴 했지만 언제나 우승 언저리에 있었고, 많은 명경기를 만들었지요.
오늘 결승이 있기 전까지, 여느 주말에도 가끔 그랬던 것처럼 그동안의 명경기들을 다시 돌려보았었어요.
13년 윈터 8강에서 결승까지 무적임을 증명하는 과정(8강에서 핵창 니달리, 4강에서 술통 피한 피글렛 썩소..), 15년 CJ와 패패승승승, 15롤드컵 라이즈 캐리, 16년도 벵기가 4강-결승에서 보여준 정글 그 자체로서의 부활..
그동안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해 주었고, 그래서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또 팬이 아닌 이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받아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역설적으로 오늘 준우승하고서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바텀..
이제 겨우 플레티넘 찍은 제 입장에서 감히 평가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 뱅, 울프 듀오는 제법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선수들도 사람인 것이 3년을 한결같이 동기부여하며 최고의 자리에서 최고가 아닌 것처럼 죽도록 노력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그보다 오랜 시간 동안 더 많은 짐을 지고 최고였던 페이커 선수는 참...)
제 친구들이 프로인 이상 그런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고, 페이커 선수에게는 미안한 말이겠지만요.
룰루시안으로 믿을 수 없는 캐리를 했을 때나, 16년 락스와 라이벌 구도에서 프릴라 조합 합을 맞추던 모습이나, 이 선수들도 오랜 시간 SKT 팬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싶어요.

마지막으로 오늘 경기..

'SKT가 아닌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나고 잘하는 선수가 마땅히 가져야 할 영광을, 비록 페이커는 아니지만 같은 라인의 다른 누구보다도 뛰어났을지 모르는 선수들이 놓쳐야 했을 때, 그 모습을 바라보는 팬들의 기분이라 해야 할까요. 롤드컴 기간 동안 가장 빛나는 별이었던 한 선수가 게임이 끝나고 귀까지 빨개져서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던 그 모습이 너무 속상하고 짠했어요.

오늘 경기의 주인공은 분명히 삼성 선수들이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페이커 선수의 그 모습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게임 내적으로나 게임 외적으로나 승자의 모습에 결코 바래지 않을 만큼 빛나는 별이었어요.

'Legend never die'라는 말, 이번 시즌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더 어둡고 암울했던 14년 겨울 뒤에 가장 영광스러운 한 해가 있었듯이 2018년도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시즌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정상에 있었고, 큰 무대에서는 더욱 강했던 SKT가 지는 그림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2015년에도 그랬듯이 더 멋지고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와 주기를 바라요. 그리고, 설령 그러지 못하더라도 롤판이 끝날 때까지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즐거움을 주었던 SKT, 페이커 선수 너무 감사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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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저지방 우유
17/11/04 22:06
수정 아이콘
승리가 상수였다...심히 공감됩니다.
오늘 불판에도 달았지만, skt는 슬램덩크의 산왕공고 같은 느낌이었어요. 에이스 정우성이 있다면 skt엔 페이커가.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skt는 lck서머 결승에서도, 그리고 이번 롤드컵 결승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네요.
열렬한 skt의 팬이 아니기에 skt의 패배 그리고 그에 대한 지분이 특정선수에게 가는 비난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하는 그런 묘한 기분입니다.
우승한 삼성에게도 축하를 그리고 준우승한 skt에도 축하를~~
+
상혁이의 저런 눈물이 안타까우면서도 공감도 갔었네요.
미친듯한 열정을 받쳤지만 결국 다다르지 못하고 보내야 했을때, 감정이 주체되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펑펑 울었었거든요...
공고리
17/11/04 23:25
수정 아이콘
페이커 선수의 우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도 하고 그 마음이 느껴져서 우울한 기분도 드네요.
그래도 2015년 부터 제대로 SKT 경기를 챙겨보기 시작해서,
오늘까지 거의 빠짐없이 봤는데 페이커 선수를 비롯해서 SKT 선수들 코치분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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