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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6/10/18 16:28:01 |
Name |
Love.of.Tears. |
Fil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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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스타2] 프로리그 종료와 골드버그의 컴백 |
저는 스타크래프트와 오랫동안 친구였습니다. 아니 오래가 아니라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인생 파트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연히 얻게 된 워크래프트 2 데모판을 접하며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신세계를 마주하며 게임도 중계가 됐으면 하고 바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후 스타 1의 데모판을 플레이하며 워크래프트보다는 한층 진보된 그래픽과 용이한 UI에 전 다시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워크래프트를 잊을 정도로요.
당시에 저희 집엔 케이블이 들어오지 않았고, 인터넷도 되지 않아서 몰랐는데 이미 중계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몰랐을 뿐이고, 컴퓨터와 혈전을 벌이는 것만으로 재미있었으니 나중에야 알았지요. 그러다 인터넷을 신청하고 나서 제 삶은 완벽히 바뀌었습니다. 임요환이라는 이름이 저를 설레게 했고 꿈이 없던 제게 꿈이 생겼으니 말입니다. 그 당시에 부모님들께서는 아마도 거의 다 우려하셨을 겁니다. 혹 코 묻은 아이들 선동해서 사기 치는 건 아닌지, 게임을 중계하다니 할 짓도 없나 보다 라는 반응 등.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날고 기는 애들 사이에서 어떻게 네가 살아남겠느냐 등의 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한 우려도 있으셨죠. 대학을 가지 않고, 연습에 몰두하고 싶다는 바보스러울 법한 열정은 남들에게도 비아냥거리가 됐습니다.
스타리그는 금요일 밤에 유일한 낙이었고, 지탄과 조롱이 있던 제게 꿈을 이어갈 밧줄이었습니다. 박서의 플레이의 놀라고 환호하고 탄식하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같이 울면서 그야말로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남긴 추억들입니다. 개인리그가 흥행하고, 프로리그의 탄생은 그야말로 프로스포츠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힐 초석이었습니다. 스타리그와 MSL 같은 개인리그에서 제 안에 숨은 갈증을 해소하지 못할 때 프로리그라는 팀 단위 싸움은 그야말로 염통이 쫄깃거리게 만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가슴속 도전은 묻어두어야만 했습니다. 첫째는 솔직히 말씀드려 자신감 결여의 탓이겠으나 그걸 뒤로하고라도 예선장에 갈 여력이 안됐으니까요. 미치도록 클랜을 찾고, 속된 말로 매일 쳐 발라도 좋으니 주기적으로 연습만 하게 해달라고 사정도 해봤으나 내내 불발. 그게 유명한 클랜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 입장에서야 한 손 플레이어라니 무슨 치와와 같은 소리냐 했겠습니다마는 그래도 당시엔 억울했습니다.
YG, GM, SAINT, NEX, 3.33, NAL 등 이름만 대면 알 법한 곳에서 거절당하고, Sharky라는 클랜에 잠시 머물다 멤버 아이들이 소원해지면서 나가게 되었고, SIEGE, FINEST 등, 외국 클랜에서 머물렀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아 연습이 어려워서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E-스포츠와,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펼쳐지는 무대는 제게 있어 커다란 꿈의 무대였습니다.
요환이형이 스타 2로 전향한 후 전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어쩌면 스타 1 때보다 열심히 했는지도 모릅니다. 목표는 언제나 GSL이었고, 제가 바라는 성과는 그저 매해 참가만 하고 싶다였지 감히 16강 8강 따위의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제 처지를 알기에 소위 일방적으로 당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흘리는 땀을 참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언제나 같은 이유 때문에 못 나갔고, 서른이 넘으니 할 일도 많아지더라고요.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서 매진하는 요환이형. 저는 돈 안 되는 글을 쓰느라 매일이 바쁩니다. 그러나 제게 꿈이라고 한다면 글도 글이거니와 아마도 평생 프로게이머라는 흔적은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30대 중반의 어설픈 나이대, 이젠 꿈이 뭐냐고 묻는 것이 실례인지라 묻는 이도 없고, 게다가 으레 글 쓰는 놈으로 아는 터라 더 이상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 꿈 중 하나는 바로 프로의 무대입니다.
스타 1과 스타 2를 오가며 명맥을 이어오던 프로리그의 종료. 그 사이엔 승부조작이 있었습니다. 만일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아니, 미래에도 유지되지 않았을까요?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사람들. 나이에 많고 적음을 떠나 그 놈들에게 하고픈 말이 많지만 입 다물겠습니다.
옛날이야기를 자주 하면 아재이고, 꼰대라는데 저도 이제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주) 그리고 오늘 유투브를 통해 ‘다음은 누구냐?’ 아저씨를 봤는데 여전히 신기하긴 합니다만 이제는 어느 정도 시나리오 흐름도 짐작 가능한 데다 관련 뉴스도 보고 해서 예전처럼 머리가 쭈뼛 선다거나 소름은 돋진 않지만 관중들의 ‘THIS IS AWESOME’ 챈트가 왜 이리도 처량하게 느껴지는지요. 아무리 올드이고, 매치 결과가 예상이 되더라도 존중의 의미일진대 저와 여러분 모두의 추억은 존중받지 못하고 휘발되는 것 같아 아픕니다.
이 판과 함께해 준 선량한 게이머 및 관계자 분들, 그리고 모든 중계진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보이지도 않고 하기에도 어렵지만 마음을 담아 큰 절 올립니다.
[주: 골드버그가 12년 만에 WWE로 컴백했습니다. 그는 서바이버 시리즈 2016에서 브록 레스너와 경기를 마지막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 현지 시간으로 어제 먼데이 나잇 로우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그의 유행어는 WHO's NEXT?!입니다. ]
[Img Courtesy of wikipedia commons]
Written by Love.of.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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